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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결혼생활과 남편·아내의 ‘바람기’

30대 후반 주부 3인의 속 시원한 수다

■ 글·조득진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10.02 15:28:00

지난 여름 우리 사회를 휩쓴 것은 ‘불륜’과 ‘바람’ 열풍이었다.
예전 같으면 손가락질 받았을 바람둥이들이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그들은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행동을 변호했다. ‘남이 하면 스캔들이요, 내가 하면 사랑’이라는 ‘바람’에 대해 30대 주부 세 명이 모여 신랄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시대의 결혼생활과 남편·아내의 ‘바람기’

‘불륜 신드롬’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나눈 친구 사이인 세 주부. 왼쪽부터 결혼 12년차 김효영(37)·홍윤경(38), 결혼 14년차 양소희(38) 주부.


최근 ‘불륜’을 다룬 드라마 ‘앞집 여자’가 평균 시청률 20%대라는 기록을 보이며 인기를 모았다. 주부인 세 여주인공은 “홍콩은커녕 울릉도라도 보내줬으면” 하며 갈구하고 김밥만 굵게 싸면 뭐하냐”고 투정하고 “바람은 생활의 비타민”이라고 예찬했다. 이에 질세라 영화 ‘바람난 가족’에선 바람난 남편에게 보복이라도 하듯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문소리가 이웃집 고등학생과 격렬한 정사를 나눴다.
사실 지금껏 불륜과 바람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의 결말은 대개 쓸쓸한 분위기에 결국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정통적인 메시지를 담았지만 ‘앞집 여자’와 ‘바람난 가족’은 스토리 자체부터 파격적이다. 결혼한 후에도 남자친구를 두는 것이 일종의 ‘능력’이고, 남편과 바람이 난 여자가 당당하게 본처에게 “이혼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눈물과 한숨 속에서도 인내를 미덕으로 삼았던 주부들은 당당하게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드라마와 영화의 흥행에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얘기”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불륜을 지나치게 희화화하고 조장하고 있다” “드라마일 뿐 현실에서 여자의 위치는 그렇지 못하다”는 비난 의견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결혼 10년차를 넘어선 세 주부가 결혼생활과 바람에 대한 시원한 토론을 펼쳤다.

“바람 피울 정성의 10%만 아내에게 투자하면 더욱 예뻐하고 사랑해줄 텐데…”

김효영(이하 김) 영화 ‘바람난 가족’을 보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어. 바람에 초점을 둔 영화라기보다는 너무나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부부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아. 처음엔 제목만 보고 야릇한 상상을 하기도 했는데, 결국 머릿속 하나 가득 우리 시대의 부부와 결혼생활에 대한 화두만 가지고 왔다고 할까.
홍윤경(이하 홍) 한 사람의 욕망에 의해 가정이 어떻게 파괴되는가를 보여준 것 같아.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의 의무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들더군.
양소희(이하 양) 맞아, ‘불륜’영화가 아닌 현대 가족의 개념에 대해 생각케 하는 영화였어. 과거에는 아버지가 밖에서 무슨 일을 저지르고 들어와도 용서가 되고 그냥 살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남편은 문소리의 마지막 대사처럼 ‘아웃’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한국 남자들은 아내에게 가정과 아이들을 잘 지켜 자신의 사회적인 지위를 유지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아. 아내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자신의 인생에 흠집이 생기지 않는다고 여기는 거지. 거기에 애인은 플러스 알파 정도? 새로운 사랑이 생겼다고 해서 그 사랑을 찾아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니라, 애인은 단지 인조이의 대상, 아내에게서 얻지 못하는 것을 얻는 ‘첩’일 뿐이지.
드라마 ‘앞집 여자’의 유호정처럼 자신이 지켜야할 선을 지키는 사람은 드라마에서나 등장하지 현실에선 거의 없는 것 같아. 그런 상황이 잘 찾아오지도 않고, 하하.
남자나 여자나 변정수가 맡은 역할같이 조절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그건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 인생을 즐기는 차원일 거야. 진짜 사랑에 빠졌다면 그처럼 조절과 절제가 잘될 수 있을까?

우리 시대의 결혼생활과 남편·아내의 ‘바람기’

‘불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영화 ‘바람난 가족’의 한 장면.


바람은 개인의 책임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아버지로부터 내려오는 가족의 분위기와 가족 구성원의 대화 단절이 그 이유인 것 같아. 아버지에게 보고 자랄 것이 없는, 한마디로 가정에 모델이 없는 남자의 결혼생활이란 게 뻔한 거 아니겠어? 대화가 없는 부부에겐 거리감이 생기고, 결국 부부가 아닌 동거인이 되는 거지. 실제로 그런 가정이 많은 것 같아. 서로 말을 안해서 그렇지.
맞아, 태교를 열심히 하듯 결혼생활 또한 아이들에게 모범적으로 보여야 하는데…. 당신의 아들이 또 바람을 피울 수도, 당신의 딸이 바람난 남편 탓에 고생을 할지도 모를 일이잖아.
영화의 끝부분에서 문소리가 봉태규랑 격렬한 섹스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지 않아? 남편의 외도를 알고 자신 또한 옆집 고등학생과 섹스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게 자신을 위로받아야 했던 모습이 안타까웠을 거야. 비참함과 자괴감에 괴로웠겠지.
그래, 문소리가 남편과는 대화가 없었지만 봉태규랑은 대화가 있었지. 대화의 상대가 필요했던 그녀에겐 그가 유일한 위로처였을 거야. 야간산행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 새벽녘에 자전거를 타면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했던 거지.
난 영화를 보면서 문소리의 남편이 두 사람인 줄 알았어. 집에 있을 때는 얼굴이 굳어 있고, 창백해 보이던 그 사람이 애인과 함께 여행을 가면 어찌나 밝은 얼굴에 애인 앞에서 재롱을 떠는지, 정말 딴 남자인 줄 알았다니까. 그러니까 우리의 남편들도 집에서는 늘 피곤한 얼굴이다가도 어디 가서 밝고 귀엽게 굴지도 모른다는 얘기야. 이거 이야기하다 보니 화가 치미네.
홍·김 하하하, 참아라 참아.
그러니까 우리 남편들은 어떤 공식적인 관계에서는 포장된 모습을 보이곤 집에 와서는 그런 스트레스를 다 풀려고 하는 것 같아. 아내에게서 보상받으려고 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비스 받으려고 하는 모습 말야.
아주 잘못된 거지. 바람 피울 정성의 10%만 아내에게 투자하면 아내가 더욱 예뻐해 주고 사랑해줄 텐데…. 그런데 도대체 ‘바람’이란 게 뭘까? 정착을 못하고 한번 스치고 지나가는 것, 영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집착 뭐 그런 거 아닐까? 아내 입장에서 그 상황을 참고 기다려주면 위기를 넘기는 경우를 많이 봤어.
그런데 왜 항상 그런 인내력과 기다림은 여자들에게만 강요되냐는 거야. 내 생각엔 처음 결혼이라는 과정이 문제인 것 같아. 사랑이 없이 조건을 보고 결혼하는 거 말야.
그건 아닌 것 같아. 뜨거운 사랑을 하는 사람이 바람날 확률이 더 클 수도 있어. 정열이 있다는 거니까. 누구에게나 오는 권태기를 어떻게 지혜롭게 넘기냐가 중요한 거지.
전에는 바람이라고 하면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는데, 드라마 ‘애인’ 이후 여자들의 바람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아. 매일 아침마다 드라마에서 평범한 아줌마도 바람을 피우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잖아.

우리 시대의 결혼생활과 남편·아내의 ‘바람기’

세 주부는 사회가 여성의 욕망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바람’이 ‘인생의 비타민’ 등 가벼운 농담거리로 이야기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래, 맞아. 바람이라는 것이 옛날엔 남자의 권력과 부를 상징하는 것이었다면, 요즘은 잘 나가는 아줌마들이 잘생기고 능력 있는 애인을 거느리고 있는 걸 포함하지. 그런 여성들은 마치 애인을 최고급 액세서리쯤으로 여기고 있더라고.
사실 나도 봉태규말고 김성택 정도면 친구하고 싶다, 하하하. 진짜 봉태규는 말고…. 그런데 남자친구 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지만 내 주변에선 한번도 못 본 것 같아.
홍·김 아이, 그건 말을 안하는 거지. 어떻게든 소문이 퍼질 텐데…. 바람 햇병아리, 철없는 아줌마들만 떠들고 다니는 거지.
여자도 정말 힘이 들 때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남자친구가 필요해. 분명 남편에게 얻을 수 없는 것도 있으니까. 우린 아직 아이들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바빠서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못한 것일까? 하하하.
그렇게 보면 바람에도 나이가 있는 것 같아. 30대 초반엔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아이가 어느 정도 품에서 벗어나면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우리 나이면 평생 같이 살아갈 부부, 찢어질 부부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고 할 수 있지.
도대체 남자친구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실제로 남자친구는 많지. 대학동기도 남자친구고, 초등학교 모임에서 만난 친구도 남자친구고. 다만 여자 친구를 만나듯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게 남자친구인지, 애인의 관계를 남자친구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 남자친구 정도는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속에서도 어느 정도 선까지 지켜야 하는지도 모호하고. 만약 김성택 같은 옛애인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남자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달려가야지, 무슨 소리야, 하하하. 김성택 같은 캐릭터는 집에만 있으면서 억눌리고 속상한 여자들의 바람일 뿐이지 실제로 그런 남자가 나타날 확률은 없을 걸. 사실 그 남자도 문제가 있는 거지. 그렇게 능력 있고 제대로 된 남자가 결혼한 유부녀를 찾아가 마음을 헤집어놓는 것도 드라마니까 가능한 이야기고.
하지만 모든 여자는 아직도 자기 자신을 여자로 봐주는 남자,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하지.
대부분의 남자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예쁘게 단장하고 나온 여자만 보다가 집에 와 생활에 찌들어 있는 아내를 보면 짜증을 내잖아. 난 아내에게도 남편을 설레게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나도 인정하지만 그건 두 사람의 잘못이야. 한쪽만 노력하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 요즘 여자의 외도가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남자의 외도가 더 많잖아. 왜 여자는 바람의 영역이 적은 것일까?
남자는 가정에 문제가 없어도 바람을 피우는 경우가 많아. 본능적인 부분도 있을 거고, 남성 중심 사회에서 형성된 측면도 있겠지. 그러나 여자의 바람은 원래 끼가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남편과의 불화나 가정문제에서 발생한다고 하더라. 남편에게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다가 깊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
남자에 비해 여자의 바람은 이유가 분명한 거구나.
남자의 경우는 사랑 없이도 섹스가 가능하지만 우리 나이의 아줌마들은 사랑하지 않으면 섹스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심각한 것 같아.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를 못하잖아.
우리 주변의 많은 남자가 손현주의 상황을 꿈꾸는 거 아닌가? 젊은 애인 말야. 그 젊은 애인을 만나면서 남성으로서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거지.
사실 나도 젊은 남자 연예인을 보면서 가슴이 설렐 때가 있어. 그런 감정을 느끼면 젊은 여자를 좇는 남성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그래. 능력이 되면 젊고 멋진 남자 만나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아.
그게 문제지.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렇게 당기는 대로 하면 넌 이 사회에서 아웃이야.
홍·김 우리 아웃이 되고 싶어. 아웃 좀 시켜줘, 하하하.

우리 시대의 결혼생활과 남편·아내의 ‘바람기’

세 주부의 결론은 ‘부부간의 대화.’ 모든 문제는 대화부족에서 시작된다고 입을 모았다.


남자들은 흔히 한번의 바람은 봐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 그럴 때 여자는 딜레마에 빠져. 인생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인지, 한번은 덮고 지나가면서 가정을 유지할 것인지. 우리 사회는 순간의 위기를 잘 극복하는 여자, 자신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입장과 미래를 생각하는 현명한 여자를 요구하잖아.
아니야. 이혼이라는, 떠남이라는 선택을 하는 여자는 죽을 것 같은 처지에 처했기 때문이야. 어머니, 아내, 며느리로서 자신을 묶어두었다가 코너에 몰리면 다 팽개치고 나가더라고. ‘아이 버리고 나갔다’고 독한 년이라고 손가락질 하지만 우리가 만약 그런 처지에 처했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는가에 대해 긴장하지 않는 것 같아. 그냥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 한마디로 아내의 자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 거야. 여자도 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기도 하고, 또 알면서도 인정하려 들지 않아.
가정이 원만하지 못했을 때의 처절한 고통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에게 더 큰 것 같아. 가정의 화목보다는 사회적 성공을 꿈꾸는 남자들 사이에선 일을 하다 보니 가정엔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데, 여자들은 그렇지 않잖아.
변정수가 말한 ‘바람은 인생의 비타민’이라는 말, 삶의 활력으로 바람을 묘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어.
맞아. 남자든 여자든 더 잘생긴 사람,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고 싶은 욕망은 마찬가지지. 그러나 바람을 무슨 농담거리나 심심풀이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씁쓸해. 당한 사람을 생각한다면 그 배신감은 절대 농담이 될 수 없어.
그 사람과 밤늦게 헤어지기 싫어 결혼한 것인데 결혼 후에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미칠 노릇일 거야. 불륜과 바람의 신드롬은 일부 매스컴에서 유발하는 측면도 없지 않은 것 같아. 아침드라마만 봐도 모범적 가정보다는 불륜, 2중 3중의 애정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잖아.
그래, ‘앞집 여자’에서 변정수가 가장 프리하고 멋있는 삶을 살고 있지만 사실 그가 가장 불쌍한 사람이야. 한 남자에게 안주할 수 없는 여자의 삶도 허무한 거니까.
요즘 프랑스 남자들은 시간이 있으면 일을 더 하겠다던 풍조에서 벗어나 시간이 나면 가족에게 돌아가겠다고 한다더라. 가정의 소중함을 깨우쳐가고 있는 거지.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을 한 사람이라도 가정에 돌아와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은 그에게서 이미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거지. 여자나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벌어다주는 돈만이 아니잖아.



우리 시대의 결혼생활과 남편·아내의 ‘바람기’

홍윤경
“부부는 서로 가꾸는 정원, 관심을 두지 않으면 황무지가 돼요”


옛날에는 남편들이 자신의 집을 하숙집으로 생각했는데 요즘엔 24시간 편의점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아무 때나 들어오고, 자신이 필요한 것만 가져가고…. 돈도 적당히 벌어다주고 가정도 지키는 남자의 역할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아. 중요한 것은 함께 공유하는 것이 많아야 한다는 거야. 해주는 것이 아닌, 함께하는 거 말야.
바람이 나면 의외로 여자가 더 용감해져. 남자는 바람이 나도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지만 여자는 집안을 버리고 떠나거든. 그런데 문제는 남자들이 늘 아내가 안전지대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굉장한 오산이지.
우리 시대의 결혼생활과 남편·아내의 ‘바람기’

양소희
“부부지만 남성과 여성으로 홀로 설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해요”


결국 역지사지야. 내가 편하면 누군가는 불편해지는 것, 부부사이도 마찬가지지. 대화 없는 부부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 늘 싸우고 있는 사람들처럼 대화가 없는 부부가 많아. 이따금 하는 몇 마디도 아이들을 통해 전달하고. 그게 부부야? 우리 부부의 경우 감정의 충돌이 있을 때 메일을 이용하는데, 효과가 좋더라고. 일단 얼굴을 보지 않으니까 감정이 격해지지 않고 메일을 쓰면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게 되거든.
우리는 신혼초 주말 부부라 그리움이 컸지. 함께만 있으면 다 해결될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결혼은 생활이니까. 그런데 서로 다툴 때 아이의 반응을 보며 놀랐어. 왜 아이들이 먼저 눈치를 보고 의기소침해지잖아. 서로 다른 환경,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남녀가 화합하기 위해선 공유할 수 있는 취미나 놀이를 만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우리 시대의 결혼생활과 남편·아내의 ‘바람기’

김효영
“대화가 없는 부부는 단지 동거인일 뿐이죠. 동거하세요?”


부부관계가 오래 지속되려면 서로 ‘홀로서기’가 잘되어야 해. 비빔밥처럼 대강대강 섞여 지내다 보면 서로 존재를 잊게 되거든. 남편을 남자로서 세워놓고 자신은 여자로서 그 존재를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해. 그러기 위해선 자기 계발이 중요하지. 몸뿐만 아니라 머릿속도 채워야 하고.
부부관계가 좋아지는 비책이 하나 있는데, 아주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부부들과 친하게 지내는 거야. 어려서 엄마들이 공부 잘하는 아이 곁을 따라다니면 공부 잘하게 된다고 하잖아. 그거 맞는 것 같아. 모범적인 부부를 보고 있노라면 반드시 배울 점이 있거든.

아무튼 요즘 여자들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더욱 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바람난 가족’의 남편 황정민은 사실 모든 남자들이 원하는 모습이거든. 일도 잘하고 연애도 잘하고 집안도 훌륭한…. 객관적으로 보면 완벽한 남자. 그러나 결국 아내에게 아웃을 당하잖아. 너무 황당해하는 그 표정 봤지? 남편들은 그런 상황을 알아야 해. 당신도 아내에게 ‘아웃’ 당할 수 있다는 것.

여성동아 2003년 10월 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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