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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유익한 만화 교육법

‘만화 박사’ 손기환 교수가 두 아들 키우며 터득한 공부에 흥미 느끼게 하는 만화책 고르는 법

“그림과 글로 표현하는 만화만큼 아이들의 상상력, 창의력을 키워주는 건 없어요”

■ 기획·조득진 기자 ■ 글·이주영 ■ 사진·정경택 기자 ■ 도움말·아이북랜드

2003. 09. 02

만화는 아이들에게서 놓칠 수 없는 재미 그 자체다. 아이들이 만화책에 빠져 있으면 부모는 걱정하게 마련이지만 무작정 만화를 못 보게 하기보다는 유익한 만화책을 선정해줄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제대로만 고르면 학습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좋은 참고서가 되기 때문. 만화책으로 두 아들을 키우는 ‘만화 박사’ 손기환 교수로부터 ‘좋은 만화책’ 고르는 요령을 배워보자.

‘만화 박사’ 손기환 교수가 두 아들 키우며 터득한 공부에 흥미 느끼게 하는 만화책 고르는 법

‘만화 박사’ 손기환 교수가 두 아들과 함께 남산애니메이션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어릴 때 엄마 눈을 피해서 몰래 만화책을 보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밤새워 읽던 만화책이 교과서라면 정말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거 같은 기억도. 요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책이라면 고개를 흔드는 아이도 만화책이라면 킥킥거리며 단숨에 읽는다. 이럴 때 무작정 못 읽게 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만화책을 골라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상명대 만화학부에서 만화를 가르치고 있는 손기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만화를 가장 많이 읽는 사람이다. 만화 대여점보다 더 많은 만화책이 집에 있으니 두 아들 우성이(13·초등학교 6학년)와 우진이(11·초등학교 4학년)는 만화책에 둘러싸여 자란 셈이다.
“만화책 읽는 걸 혼내지 않는 아빠와 산더미 같은 만화책 덕분에 두 아들 녀석은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죠.”
어린 시절 만화를 보기 위해 저금통을 털고 매도 맞으면서 만화 보는 재미에 쏙 빠져 살았던 그는 보는 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캐릭터는 몇 번을 베끼고 친구들에게도 그려준 기억이 있다고.
“집에서 특별히 말리지는 않았지만 대학에서는 전공으로 미술을 택해 서양화를 그렸어요. 그러나 대학 시절부터 만화 운동에 전념해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공부했죠. 결국 어린 시절의 꿈을 나중에 이룬 셈이지요.”
‘만화는 상상력의 보고’라고 믿는 그의 어린 시절 만화 탐독이 결국 성인이 된 그를 다시 만화의 세계에 빠지게 했다. 그는 왜 이토록 만화의 세계에 빠져든 것일까?
“만화책을 읽으면 상상력이 커져요. 교단에 서서 대학생을 봐도 공부를 잘하면서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은 대부분 어릴 적 만화를 즐겨 읽었던 학생들이에요. 또 자연스러운 유머 감각을 익힐 수 있어요. 21세기 리더의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유머 감각’이라고 하잖아요. 어떤 일을 하건 몸에 밴 유머 감각은 사람을 돋보이게 하죠.”

좋은 만화책은 교과서보다 낫다
여기에 많은 지식을 쌓고,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만화책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지식이 담겨 있으며, 제대로 된 양서를 골라서 읽으면 약이 되고 악서를 읽으면 독이 되듯 만화책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 중에서도 <베르샤이유의 장미>로 프랑스 역사를 배운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도 만화책은 좋아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만큼 만화책은 보는 사람에게 부담을 덜 주기 때문이죠. 삼국지를 책으로 읽는 것은 공부로 느껴지지만 <만화 삼국지>를 읽는 것은 마치 오락을 즐기는 것처럼 수월하게 느껴지잖아요.”

손교수는 두 아들과 함께 매달 새로운 만화책을 구입해 성인용이 아니면 아이들에게 먼저 읽힌 다음 감상평을 듣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만화책을 골라서 읽혔지만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만화책을 고르는 눈이 생겼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게 하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만화책도 골라와요. 이제 제법 커서 그런지 아빠가 추천해주는 책보다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것을 즐겨 보는 편이죠.”
어릴 때부터 만화책을 많이 보고 자란 탓인지 우성이와 우진이는 일단 ‘쓰고 그리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그림도 만화처럼 그려요. 그림을 그리고 그 다음 대사도 쓰는 등 기본적인 만화 연출을 하고 있죠.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는 만화만큼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처럼 학원 순례를 시켜서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아이들에게 시각 교육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파리에서 자란 아이들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예술에 대한 감각을 갖게 됩니다. 예술을 중요시하는 도시에서 보고 자랐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죠. 시각의 즐거움이 많을수록 상상력과 창의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생각 때문인지 그는 유난히 아이들의 시각 교육에 관심이 많다. 만화책뿐 아니라 사진을 찍는 것도 일찍 시도해보았다고. 파인더에 눈을 대고 대상을 찍는 일은 시각적으로도 매우 좋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사진기나 캠코더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찍어보게 하면 아이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영상에 곧잘 담아냅니다. 이렇게 머릿속의 생각을 영상으로 표현해내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그만큼 자라게 되죠.”
앞으로도 두 아들과 함께 만화책을 보며 악동처럼 키득거리며 지내는 것이 만화광 아빠의 작은 바람이라고 한다.

좋은 만화책 고르는 요령
쏟아지는 만화책 속에서 좋은 만화책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책과는 달리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선정하는 추천 만화책 목록도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만화책을 고르는 요령은 책을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엄마가 만화책을 미리 읽어보고 추천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엄마의 생각대로 무조건 학습 만화책만 고집한다면 오히려 만화에 대한 흥미마저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일단 부모도 만화책을 같이 읽고 만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부모가 책을 읽지 않는 집안 분위기에서는 절대로 책을 많이 읽을 수 없다. 부모도 같이 만화를 읽고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만화책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만 좋은 만화책을 고르는 안목도 생기는 것이다. 다음은 좋은 만화책을 고르는 간단한 기준이다.


‘만화 박사’ 손기환 교수가 두 아들 키우며 터득한 공부에 흥미 느끼게 하는 만화책 고르는 법

처음엔 만화책을 골라서 읽혔지만, 요즘엔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만화책을 고른다고.


믿을만한 출판사의 작품을 고른다
물론 유명 출판사에서 나온 만화책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런 기준이 없는 상태라면 적어도 믿을만한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을 골라야 최악의 경우를 피할 수 있다.
그림과 글을 꼼꼼히 살펴본다
그림이 지나치게 유치하거나 조잡하다면 피한다. 이런 경우 대충 만든 만화책일 가능성이 높다.
공신력 있는 상을 받은 작품을 선택한다
일단 상을 받고 교육적이라고 평가받는 만화책을 골라주면 1차적으로 안심이다. 물론 이런 책이 다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면에서는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스스로 만화책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우성이와 우진이는 매달 서점의 만화 코너에서 자기가 볼 만화책은 스스로 고른다. 처음에는 이상한 만화책도 많이 집어왔지만 나중에는 아빠보다 더 정확한 안목으로 만화책을 선택한다고. 처음에 아이들은 단순히 재미있고 웃기는 만화책을 골라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논리적인 판단과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만화책으로 바뀐다고. 성인물이나 너무 폭력적인 것만 아니라면 아이들의 안목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화잡지를 이용한다
아이들이 어떤 만화를 좋아하는지 파악하려면 만화잡지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와 함께 어린이용 만화잡지를 보면서 어떤 스타일의 만화를 좋아하는지 파악해보자. 그 다음 엄마도 그 만화를 읽어보고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후 단행본으로 구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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