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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이제는 경제교육

집안일 돕고 절약·저축하는 습관 길러주는 도연이네 경제교육 생생 체험담

■ 기획·조득진 기자 ■ 글·이승민 ■ 사진·정경진

2003. 09. 02

운동화 빨아서 7백원, 아침 신문 안 챙겨서 벌금 1백원…. 요즘 도연이가 쓰고 있는 가계부 내역이다. 도연이는 필요한 용돈을 집안일을 하면서 번다. 돈에 대한 개념도 생기고 힘들게 번 돈이어서 절약하는 습관도 길러주는 도연이네 경제교육 이야기.

집안일 돕고 절약·저축하는 습관 길러주는 도연이네 경제교육 생생 체험담

김지연 주부는 아들 도연이에게 돈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용불량자들이 넘쳐나고 카드 빚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 경제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아이들 경제교육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우리 아이를 신용불량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어나 수학을 가르치는 것보다 경제교육이 먼저라는 김지연씨(38)는 벌써 4년째 아들 도연이(10·초4)에게 철저하게 경제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일주일에 2천원씩 용돈을 주는데, 그외에 더 필요한 돈은 집안일을 하면서 벌어 쓰도록 하고 있어요. 운동화를 빨면 7백원, 동생을 봐주면 30분에 5백원 등 도연이가 할 수 있는 집안 일에 맞추어 금액을 정해 놓았어요.”
물론 2천원의 일주일 용돈도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연이가 자기 방 청소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 신문은 식탁에, 우유는 냉장고에 꼬박꼬박 넣었을 때 주어진다. 그 일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만큼 벌금을 내야 한다. 방청소를 하지 않으면 5백원, 신문과 우유를 제자리에 갖다놓지 않으면 각각 1백원씩이다. 엄마와 도연이가 합의한 이 원칙은 하루도 빠짐없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주변에서 카드 빚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어요. 경제적 능력이 없음에도 돈을 팍팍 쓰다가 결국 부도를 내고,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님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도연이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돈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심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경제적으로 풍족해지고 자녀들에 대한 애정이 과다하게 표현되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사주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면 뭐든지 다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커서도 돈을 흥청망청 쓰게 되고 결국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때문에 그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실천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아직 어린 나이인데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해요. 어떻게 어린아이한테 집안일을 시키고 돈을 벌게 하냐고요. ‘자발적으로 집안일을 돕게 해야지 돈 때문에 그렇게 하면 되겠느냐’ 이런 말씀이죠. 하지만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무언가 동기유발할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자에 대한 개념 생긴 뒤 더욱 열심히 저축하는 도연이
엄마의 경제교육이 시작되면서 도연이의 생활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돈을 아낄 줄 알게 된 것. 특히 자신이 직접 운동화를 빨고 동생을 돌보면서 번 돈은 절대 쓰지 않고 저금통에 모아둔다고 한다. 그리고 저금통의 돈이 1만원 이상 되면 통장에 입금한다고.
“초등학교 1학년 때 도연이 이름으로 통장을 처음 만들어줬는데 통장에 돈 불어나는 재미가 쏠쏠한가 봐요. 지금까지 모은 돈이 51만원인데, 6학년 때까지 1백만원을 모으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이자에 대한 개념을 알고 나서부터는 저축에 더욱 열심이다. 자신이 입금하지 않았는데도 이자가 9백99원이 붙은 것을 보고, 돈을 많이 저축하면 그만큼 이자가 많아진다는 개념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1백만원을 모으면 4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도연이에게는 아주 신나는 일이다.
“요즘 도연이는 용돈의 50%를 저축하고 있어요. 추석이나 설 때 받는 용돈도 모두 통장으로 들어가죠. 또 시장에 가거나 장난감 가게를 지나칠 때도 그전처럼 사달라고 무리하게 떼를 쓰거나 하지 않아요.”

집안일 돕고 절약·저축하는 습관 길러주는 도연이네 경제교육 생생 체험담

집안일을 도우며 용돈을 버는 도연이는 1백만원이 모이면 주식에 투자해 보고 싶다고 한다.


물론 도연이도 여느 아이처럼 갖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원한다고 해서 다 살 수는 없는 거야” 하고 훈계를 해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후 인내심을 가지고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용돈을 모아서 사라. 아빠 월급이 많지 않아 네가 원하는 것을 다 사줄 수 없다”고 이야기하니까 아이는 점점 수긍하고 더 부지런히 용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도연이의 생각은 어떨까? 여느 아이들처럼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고, 집안일을 하기 싫어할 듯도 한데….
“솔직히 말하면 집안일 하기 싫어요. 하지만 용돈을 벌기 위해서 하죠. 집안일을 하고 용돈을 받아 저금통에 넣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도연이는 돈 모으는 재미에 엄마와 약속하지 않은 것까지도 알아서 실천한다. 차비를 아끼기 위해 학교는 걸어서 다니고, 엄마나 아빠가 심부름을 시키면 자발적으로 한다. 무엇보다도 일도 안했는데 용돈을 받을 때가 가장 기쁘다고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할 땐 천진한 아이 모습 그대로다.
이런 도연이에게 지난 7월 교보생명 주최로 열린 ‘엄마와 함께하는 어린이 경제교실’은 또 하나의 목표를 마련해주었다. 하루 3시간씩 사흘 동안 열린 경제교실에서 도연이는 돈을 저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운용함으로써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경제교실이 끝난 후 도연이는 1백만원이 모이면 주식 투자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도연이와 도연이 엄마는 앞으로도 지금의 생활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 한다. 김씨는 둘째 연지(5)도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연지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주고 오빠가 했던 것처럼 그대로 실천하게 할 예정이다. 큰 재산을 물려줄 수는 없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부모가 물려줄 수 있는 중요한 유산이라는 것이 김지연씨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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