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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눈여겨볼 신인

‘노란 손수건’에서 화사한 미모로 눈길 끄는 소이현

“최지우 닮았다고 주목받았지만 다부진 연기로 승부할 거예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윤기은 기자

2003. 08. 29

지난해말 이기찬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입문, ‘노란 손수건’ ‘선녀와 사기꾼’으로 주목받은 소이현. 그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드라마에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는 무서운 신인이다. SBS 새 드라마 ‘때려’에서 선보일 악녀 연기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노란 손수건’에서 화사한 미모로 눈길 끄는 소이현

밤늦게까지 계속된 드라마 촬영으로 지쳐서 나타난 그는 카메라 앞에 서자 다시 활기를 찾았다.


KBS 일일드라마 ‘노란 손수건’에서 이태란의 막내 동생 ‘나영’으로 출연중인 신인 탤런트 소이현(19·본명 조우정). 안재욱과 팀을 이룬 귀여운 사기꾼으로 변신해 눈길을 끌었던 SBS 드라마 ‘선녀와 사기꾼’이 막을 내리기 무섭게 다시 10월에 방영될 SBS 드라마 ‘때려’ 촬영에 들어갔다.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된 그가 벌써 세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시간이 없어 좋아하는 운동도 못하고,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가족들과 즐겨 가던 찜질방도 더는 갈 수 없게 됐다.
“얼마전에 찜질방에 갔는데 아주머니들이 알아보시고 ‘나영아’ 하면서 달려들어 에워싸는 바람에 놀라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어요(웃음).”
올해 수원대 연극영화과 새내기가 됐지만 캠퍼스 생활은 그야말로 꿈도 못 꿨다. 입학식에 참석 못한 것은 물론 강의를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성적표는 어김없이 도착했다며 울상이다.
그가 브라운관에 처음 얼굴을 내민 것은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해말, 가수 이기찬의 ‘감기’ 뮤직비디오에 지성과 안타까운 사랑을 나누는 수녀로 등장하면서다.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지금의 소속사와 인연을 맺어 연기 교습을 받고 있던 그를 이기찬측에서 전격 기용한 것. 그러나 그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것이 “계획에 차질을 빚은 것”이라고 얘기한다.
“올해초쯤 꼭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내비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뜻하지 않게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활동 시기가 앞당겨졌어요.”
그가 드라마를 고집한 건 오래 전부터 연기자를 꿈꿔왔기 때문이다.
“제 장래 희망은 늘 두 가지였어요. 장군, 무용과 교수, 학생부 선생님…, 누구나 그렇듯 수없이 바뀌는 꿈 하나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변하지 않는 연기자가 되고 싶은 꿈, 이렇게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연기자가 그렇게 좋아 보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해온 한국무용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업 실패로 고등학교 1학년 되던 해에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도 여전히 밝은 성격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이렇듯 꿈이 하나 더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고3때 이기찬의 ‘감기’ 뮤직비디오 출연하며 연예계 데뷔
이 때문에 그를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안내한 ‘노란 손수건’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20∼30년이 흐른 뒤에도 잊지 못할 거예요. 그야말로 ‘카메라 원 투 쓰리’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일드라마, 그것도 단역이 아니라 주인공 가족의 막내로 출연하게 됐으니 정말 행운이죠. 감독님과 작가 선생님의 오디션을 거쳐 힘들게 합류한 보람이 있어요. 처음 촬영할 때부터 지금까지 찬찬히, 자상하게 지도해주셔서 신인이면 누구나 경험하게 마련인 카메라 공포증이 전 없거든요. 전 ‘노란 손수건’ 덕분에 카메라 앞에서 노는 법을 먼저 배웠어요.”
그리고 더 좋은 것은 일일드라마를 꼭 챙겨보시는 할머니께서 손녀가 나온다니까 더 열심히 보신다는 사실이다. 얼마전에는 극중 할머니(강부자)와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질투를 하셨다며 “하하” 웃는다. 이에 그는 첫 CF 촬영을 하고 받은 모델료를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두분께 절반씩 나눠드리는 것으로 할머니들에 대한 자신의 남다른 애정을 확인시켜 드렸다고 한다.
출발이 좋아서일까. 그는 두번째 작품 ‘선녀와 사기꾼’에서도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공개 오디션을 거쳐 당당히 역할을 따낸 것.
“사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오디션에 응시했기 때문에 당연히 안될 줄 알고 마음 편하게 했는데 오히려 그런 면에서 점수를 땄나봐요. 인맥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이 됐으니 떳떳하고 자신감도 붙더라고요.”

‘노란 손수건’에서 화사한 미모로 눈길 끄는 소이현

그는 앞으로도 오디션을 통해 새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새로 준비 중인 드라마 ‘때려’는 오디션 없이 일찌감치 캐스팅된 작품. ‘때려’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죽은 오빠의 뒤를 이어 여성복서가 된 여주인공 ‘유빈(신민아)’을 사사건건 괴롭히는 ‘오해미’. 그가 처음 도전하는 악역이다.
“제 얼굴이 생글생글 웃는 인상이라 그 이미지를 깨고 싶어서 데뷔 초부터 줄곧 ‘악녀’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해왔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했던 두 역할이 모두 강한 캐릭터인데다 악역까지 맡으면 강한 이미지로 아주 고정되는 것 아닌가 해서 처음에는 극구 사양했어요. 해미는 ‘때려’에서 유일한 악역인데다 정말 지독하거든요.”
그러나 ‘노란 손수건’과 ‘선녀와 사기꾼’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눈 여겨본 작가와 감독이 일찌감치 해미역으로 자신을 점찍어놓고 작품을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끝까지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국가대표 권투선수 출신인 아버지 조주연씨를 따라 어려서부터 체육관을 드나들었다는 그가 권투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건 묘한 인연이기도 하다. 그는 이왕 시작했으니 정말 ‘지독하게’ 해볼 생각이다.
“촬영중에 감독님이 저더러 ‘진짜 재수없다’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연기는 연기일 뿐이죠.”
비난의 화살이 내심 걱정되는지 그는 드라마가 시작되거든 너그럽게 봐줄 것을 당부했다.

“올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 받는 게 목표예요”
데뷔 초기에 ‘최지우와 닮았다’고 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누구와 닮았다’는 이야기 혹은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자신이 가진 고유의 개성과 재능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고 본보기로 삼은 사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제가 나이를 먹었을 때 강부자 선생님이나 고두심 선생님처럼 됐으면 좋겠어요. 특히 강부자 선생님은 너무나 순수하세요. 저는 연기하다 눈물을 흘리려면 몰입을 단단히 해야 하는데 선생님은 누가 톡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처럼 눈물을 흘리세요. 깊은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연기가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죠. 저도 그렇게 맑고 순수한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이보다 구체적인 그의 목표는 연말에 있을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거머쥐는 것이다.
“정말 큰 욕심이고, 아직은 좀 이르다는 생각에 내년까지 바라보고 있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열심히 활동해서 좋은 배우로 크고 싶고요.”
그러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수월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걸음을 멈추지 않는 건 새록새록 알아가는 팬들의 사랑과 부모의 믿음 때문이라고.
“차츰 얼굴이 알려지면서 짜증나는 일이 생겨도 무조건 참아야 할 때가 많아요. 제 나이로는 견디기 힘들 때가 있어요. 그래도 이런 일들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생기니까 버티는 거죠. 얼마전에 대전에서 팬 사인회를 한 적이 있는데 서울에서 내려오신 분들도 있더라고요. 8월28일이 제 생일인데 미리 축하해준다며 사람들 많은 곳에서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노래까지 불러주는데 정말 고맙더라고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타를 꿈꾸고, 어렵게 혹은 운 좋게 브라운관을 차지했던 사람들 중 다수는 소리없이 사라지곤 한다. 이런 와중에 팬들의 사랑을 자양분삼아 관록이 묻어나는 베테랑 연기자로 늙고 싶다는 소이현. 그의 바람대로 맑고 순수한 연기자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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