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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과 명예훼손혐의 벗고 연기 복귀하는 전 국회의원 정한용

“지난 고통 다 잊고 시청자들과 함께 울고 웃는 연기자로 새출발할 거예요”

■ 글·최호열 기자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3.08.29 13:49:00

지난해 미국 교포와 간통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무죄로 풀려나기까지 마음고생을 했던 탤런트 출신 전 국회의원 정한용이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로 방송에 복귀한다.
정치의 꿈을 접고 연기자의 길로 돌아온 그의 요즘 생활 & 그동안의 마음고생.
간통과 명예훼손혐의 벗고 연기 복귀하는 전 국회의원 정한용

탤런트 출신의 전 국회의원 정한용(49)이 안방극장을 떠난 지 8년 만에 다시 드라마에 복귀한다. 11월부터 방영 예정인 SBS 일일드라마 ’흥부네 박 터졌네‘에서 호탕한 성격의 방직회사 사장 장수창 역을 맡은 것.
96년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안방극장을 떠난 그는 2000년 재선에 실패한 데 이어 2001년말에는 미국에 살고 있는 교포 부부로부터 간통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등 지난 3년간 큰 시련을 겪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간통혐의가 무죄판결을 받은 데 이어, 지난 7월 명예훼손혐의마저 50만원 벌금형이라는 가벼운 형량을 받으면서 매듭이 지어졌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정한용은 잇따른 취재진의 방문에 쑥스러워하면서도 얼굴에서 밝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지난해 고소사건으로 법원을 드나들 때의 초췌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심정이에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커요.”
사실 기자는 그가 방송에 복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타의에 의해 정치를 그만둔 상태라 내년 총선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욕심이 강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역시 그런 생각이 있었음을 감추지 않았다. 정치와 연기활동을 놓고 깊이 고민한 끝에 방송복귀를 결심했다는 것.
“정치하는 선배들로부터 내년 총선에 출마하라는 제의를 여러 차례 받으면서 곰곰이 생각을 했어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를 할 때는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정치를 하니까 저를 욕하는 사람이 생기는 거예요. 그것도 제가 싫어서 욕하는 게 아니라 제가 속한 정당의 대표에 대한 지지 여부에 따라 저를 욕했다 좋아했다 하는 거예요. 전 사람들이 저를 욕하는 게 싫어요. 지역간, 계층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싶은 욕심에 정치를 한 거지 욕을 먹으려고 한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그 일을 할 수 있는 게 방송이고 연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연기자로의 복귀를 결심한 후 ’별을 쏘다‘를 제작한 이장수 PD를 찾아가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러자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PD는 ‘지금 모 방송국과 20부작 미니시리즈를 준비중’이라며 그 자리에서 출연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정한용도 제목이나 줄거리는 물론 자신에게 어떤 배역이 주어질지도 모른 채 흔쾌히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가 연기자로 복귀한다는 소문은 금세 퍼져갔다. 곧장 영화사를 운영하는 후배로부터 ’애니버셔리‘(가제)라는 영화에 출연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대본을 읽어보니 젊은 두 주인공이 파렴치한 사기꾼을 혼내주는 내용인데 스토리가 탄탄하고 재미있었다. 그는 사기꾼 역을 맡기로 했다. 영화는 8월말에 촬영에 들어가 올 연말에 개봉할 예정이다.
또한 김종학 PD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김종학프로덕션에서 제작하는 SBS 새 일일드라마 ’흥부네 박 터졌네‘에 출연해달라는 것이었다. ’흥부네…‘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서민들의 일상을 경쾌하게 그린 홈드라마. 정한용은 드라마 제목처럼 정직하게 회사를 운영하는 가장으로 나오는데, 아내(선우은숙)와 사소한 일로 다투는 등 코믹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안판석 PD와 전에 드라마를 함께 한 적이 있어요. 선우은숙씨는 연기를 함께 한 적은 없지만 남편 이영하 선배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라 집안끼리 서로 잘 알죠. 인연이 있는 분들과 함께 드라마를 시작해 마음에 부담이 적어 다행이에요.”
아무래도 그의 연기 복귀를 가장 반긴 사람은 아내일 것이다.
“당연하죠. 정치하는 걸 정말 싫어했거든요. 오죽하면 그러더군요. ‘제발 정치인지 나발인지 잊어라. 정 하고 싶으면 환갑 넘으면 그때 하라’고.”

간통과 명예훼손혐의 벗고 연기 복귀하는 전 국회의원 정한용

정한용 전 의원은 수준급 바이올린 솜씨를 자랑한다.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는 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이는 것은 물론 몸도 제법 가벼워 보였다.
“드라마 복귀를 결심하면서 보니까 몸이 많이 망가졌더라고요. 하긴 몸이야 지난 10년 동안 망가졌죠. 그래서 식이요법과 간단한 운동으로 다이어트를 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8월까지 배에 왕(王)자를 새겨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가고 싶었는데, 어렵더라고요(웃음). 두달 동안 7kg을 뺐어요. 그런데 웃긴 게 처음에 살을 많이 빼니까 사람들이 제가 그 사건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해서 빠진 줄 알고 절 측은하게 보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2kg을 찌웠어요. 살도 마음대로 못 빼겠더라고요(웃음).”
그가 한 다이어트는 간단했다.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는 밥의 양을 줄이고, 야채를 많이 먹었다. 운동도 하루 40분에서 1시간 정도 무리하지 않게 하는 대신, 헬스클럽에 가서 다양한 운동기구를 활용해 몸 곳곳의 근육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뛰기만 한다고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해요. 살은 근육을 통해 열량이 소비되면서 빠지기 때문에 근육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더군요. 그래서 몸의 근육을 키우는데 주력했어요.”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는 친구들을 만나 술을 먹다가도 슬쩍 밖으로 나가 20분 정도 달리기를 하고 돌아와 다시 술을 마실 정도였다.
그로서는 다시 생각하기 싫겠지만 ‘간통혐의 고소사건’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의 질문에 그는 “연기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씻었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정치를 그만둔 후 지난 3년 동안 실업자 생활을 해왔어요. 사실상 칩거 생활이었죠. 그런데다가 그 일로 망신까지 당했어요. 사람이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구나 싶어요. 이번 일로 세상 공부를 참 많이 했어요. 세상이라는 게 정말 무서운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는 당시 가족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기는커녕 의혹의 눈길을 보낼 때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때의 외로움과 절망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자살한 정몽헌 회장의 빈소에 문상을 갔었어요. 고 정주영 회장 일가와는 조금 인연이 있거든요. 전에 드라마에서 정주영 명예회장 역할을 했었고, 정몽준 의원과는 의정활동을 같이 했고, 정몽구 회장과는 같은 모임에 있어요. 게다가 정몽헌 회장의 최측근인 김재수 본부장과는 절친한 경기고 선후배고요.”
그는 정몽헌 회장의 자살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도 차라리 죽어서라도 결백을 밝히고 싶은 충동을 수없이 느꼈기 때문이다.
“시련은 견디어내면 큰 축복이 되어 돌아오지만 이겨내지 못하면 커다란 저주가 돼요. 정회장도 그 시련을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면 그게 큰 축복으로 되돌아왔을 텐데 싶어서 정말 안타까웠어요. 요즘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그분들에게도 꼭 이 말을 하고 싶어요. 참고 견디라고. 그럼 지금의 시련이 큰 도움이 되어 돌아올 거라고.”

간통과 명예훼손혐의 벗고 연기 복귀하는 전 국회의원 정한용

정 전의원은 애니메이션을 제작중이다. 사진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그는 지난해 12월 무죄판결을 받은 후 정신적으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얼굴에 웃음을 되찾았고, 크리스마스 때는 아이들에게 오랜만에 선물도 해주었다. 그동안 식구들과 밖으로 놀러갈 여유도 없었는데 올 여름엔 온 가족이 함께 서해안으로 피서도 다녀왔다.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가지고 간 튜브 4개가 모두 구멍이 뚫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동안 못했던 아빠 노릇을 톡톡히 하고 돌아온 셈이다.
그에게 정치에 대한 미련이 없는지 물어보았다.
“정치에 몸담았던 기간 동안 나름대로 보람이 있었어요. 다만 정치권을 떠난 게 스스로 정리해서 그런 게 아니라서 미련은 남죠. 하지만 이젠 정치에 대한 미련은 접고 방송에 충실하고 싶어요. 앞으로 국민들과 좀더 가까운 연기자로 남고 싶어요. 총각 때는 가장 결혼하고 싶은 연기자로 꼽혔고(웃음), 그 이후에도 섹시한 배우는 아니지만 친근한 배우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잖아요. 앞으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는 앞으로 시청자들에게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을 피력했다. 도덕적, 경제적으로 가정이 위협을 받고 있는 요즘의 세태에서 가정을 든든하게 지켜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 그리고 기회가 되면 라디오 프로그램도 하고 싶다고 했다. 91년 ’여성시대‘를 진행했던 것처럼 서민들의 사연을 함께 나누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방송활동과는 별개로 지금 준비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사업도 열심히 해야죠.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아직 기획력과 기술력, 자본이 부족해 불가능하지만 홈비디오용 애니메이션은 욕심을 낼 만하다고 판단했어요. 우선 내년 어린이날을 타깃으로 ‘달마동자’를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중인데, 현재 캐릭터를 개발중이에요.”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출발하는 그의 왕성한 활동이 기대된다.

여성동아 2003년 9월 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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