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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가족 여행지

고향의 아늑함 느껴지는 황토색 짙은 명소 6곳

여행작가 양영훈씨 강추!

■ 정리·최호열 기자 ■ 사진·양영훈 제공

입력 2003.08.05 14:21:00

온가족이 며칠씩 시간을 내 피서를 다녀올 상황이 못된다면 당일, 또는 1박2일로 가볍게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여행작가 양영훈씨가 최근 펴낸 테마여행서 <내 가슴속의 여로와 풍경>에서 소개한 ‘남편의 지친 심신을 풀어주고, 아이에겐 시골의 정취를 보여줄 수 있는’ 향토색 짙은 명소 6곳.
고향의 아늑함 느껴지는 황토색 짙은 명소 6곳

당리마을 언덕배기의 돌담길. 영화 <서편제>의 무대가 되었다.


아담한 초가, 이끼 낀 돌담, 구불구불한 논두렁, 알록달록한 지붕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마주치는 정경들이 마치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고향처럼 아늑하고 푸근한 느낌을 주는 청산도는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고향의 정취와 추억을 되살려주는 섬이다. 게다가 이 섬은 도청리, 당리, 읍리, 신흥, 국화, 진산, 지리 등 거의 모든 마을이 하나의 도로로 연결되어 있어 이 도로를 따라 느긋하게 한바퀴 돌면 이곳의 빼어난 자연과 향토색 짙은 풍물을 대부분 볼 수 있다.
완도항과 청산도 사이를 오가는 철부선이 정박하는 도청리에서 1km쯤 떨어진 당리는 영화 의 주요 촬영지로 영화 속에서 보던 아담한 초가집과 돌담길이 남아 있다. 대개의 집들이 낡고 허름하긴 하지만 대대손손 살아온 주인의 따뜻한 체취가 묻어난다. 에서 김명곤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걸어오던 동구 밖 언덕배기에 길게 이어진 돌담길도 그대로인데, 특히 3월이면 돌담으로 둘러싸인 보리밭의 초록물결이 영화보다 더 아름답다. 읍리, 중흥리에도 초가집이 몇채 남아 있다.
청산도의 동쪽 바닷가 마을인 신흥리에는 경사가 완만하고 고운 모래가 넓게 깔린 해수욕장이 있다. 썰물 때 드러나는 이곳 백사장은 하도 넓어서 맨발로 천천히 걸으면서 바다의 정취를 즐기거나 조개를 잡기에 그만이다. 그리고 섬 북동쪽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진산마을에는 아름드리 솔숲과 둥글둥글한 갯돌로 이루어진 해변이 있는데, 갯돌이 파도에 쓸리고 부대끼면서 쏟아내는 해조음이 아주 듣기 좋다.
도청리에서 북쪽으로 2km쯤 떨어진 지리해수욕장은 청산도 유일의 공식 해수욕장이다. 1km쯤 뻗은 은빛 백사장 뒤편에 2백년 된 솔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여름철에는 해수욕이나 야영을 즐기기에 아주 제격이다. 그리고 저녁이면 잔잔한 다도해에 화려한 노을을 드리우며 펼치는 해넘이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광산IC(13번 국도)-나주-해남-완도대교-완도항-청산도행 철부선
* 완도행 배는 1일 4회(45분 소요) 운행하지만 계절과 날씨에 따라 수시로 바뀌므로 청산농협(061-552-9388)으로 반드시 확인할 것.

고향의 아늑함 느껴지는 황토색 짙은 명소 6곳

돌담길과 초가집이 정겨운 외암리 민속마을.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여행은 시간여행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순식간에 몇백년의 세월을 거슬러온 듯하다. 이곳의 풍경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여느 민속마을의 그것과는 다르다. 조상 대대로 뿌리를 내리며 살아온 토박이들의 따뜻한 온기와 체취가 흠씬 배어나는 삶터여서 더욱 정겹고 편안하다. 돌담을 따라 고샅길(좁은 골목길)이 깊숙하게 이어지고 성성한 초가집과 기와집이 한데 어우러져 있으며, 지금도 이따금씩 덩더쿵타령을 쏟아내는 물레방아, 디딜방아, 연자방아도 있다.
전체 가구가 60호 남짓한 외암리에는 송화댁, 참판댁, 영암군수댁, 참봉댁 등 1백년 이상 된 기와집도 10여채나 있는데, 대부분 고택들은 문화재이기에 앞서 개인 살림집이다. 그러니 무례하게 남의 집을 기웃거리는 것보다는 돌담길을 찬찬히 걸으며 고택의 정취를 느껴보는 게 더 좋을 듯싶다. 더욱이 이곳은 집집마다 쌓은 돌담의 길이를 모두 합하면 5km나 돼 골목을 쏘다니는 재미가 각별하다.
설화산을 사이에 두고 외암리 민속마을과 이웃한 배방면 중리에는 조선초 명재상인 맹사성의 옛집이 있다. 마당 한켠에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어 ‘맹씨행단’이라 불리는데, 우리나라 살림집 중에 가장 오래되었다. H자형의 평면구조와 눈곱자기창, 바라지창, 기와굴뚝 등 전통가옥의 구조물이 독특하다.
한편, 아산시내 충무교 부근에 있는 온양민속박물관(041-542-6001)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2만여점의 민속유물과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어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아이들에게는 산교육장이 되고 있다.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천안IC-국도21호-온양온천-국도39호-송악외곽도로 진입통로-외암리민속마을* 서해고속도로 서평택IC-국도39호-온양온천-국도 39호-송악외곽도로 진입통로-외암리민속마을

고향의 아늑함 느껴지는 황토색 짙은 명소 6곳

퇴계 이황을 모신 도산서원 전경.


안동지방은 예로부터 ‘양반의 고장’이라 일컬어져왔다. 그래서 양반문화의 전통도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풍산면 하회마을에는 몇백년 된 전통가옥이 즐비할 뿐 아니라 자연풍광 또한 빼어나게 아름답다. 하회마을은 널리 알려진 곳이지만 사실 그곳을 제대로 본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양진당, 충효당, 하동고택, 남촌댁 등 ‘문화재급’ 고택들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런 고택들을 간과할 순 없지만 그것들만 찾다보면 마을 곳곳에 스며 있는 소박한 멋과 독특한 정취는 느껴보기 어렵다.
하회마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고샅길이다. 낱낱의 건물보다 이 고샅길을 한가로이 누비면서 느끼는 마을의 정취가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하회마을의 여러 절경 가운데 으뜸은 강 건너 부용대에서 바라보는 마을전경이다. 강물과 산자락과 마을이 서로 얼싸안으며 조화를 이루는 게 절경이다.
하회마을 이웃의 병산서원도 내친김에 꼭 들러볼 만하다. 서애 유성룡의 신주를 모신 이곳은 서원 특유의 엄격함을 갖추었으면서도 전혀 권위적이지 않은 공간배치를 보여준다. 특히 널찍한 만대루의 누마루에서 바라보는 낙동강과 병산의 풍광은 시간을 까마득히 잊을 만큼 절경이다.
안동에서 도산서원과 봉화 청량산을 거쳐 낙동강 상류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는 35번 국도는 퇴계로라 불리는데, 줄곧 안동호와 낙동강을 끼고 이어져 사람들로 하여금 잠시도 차창 밖의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퇴계로의 끝에서 만나는 봉화도 양반문화의 터전인 고장이다. 어떤 면에서는 안동보다 더 순수한 양반문화를 간직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안동 권씨 마을인 봉화읍 유곡리(일면 닭실로 불림)는 안동의 내앞과 하회, 경주의 양동과 함께 영남 4대 길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반촌이다. 마을 서쪽 끝에 자리잡은 권벌 종가집은 영남지방의 전형적인 양반집인 ㅁ자형의 집인데, 그 안에 있는 정자인 청암정과 권벌 종가집 옆으로 흐르는 내를 따라 하류에 있는 석천정은 빼어난 조망으로 여행객의 마음을 말끔하게 씻어준다.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34번 국도)-풍산(916번 지방도)-하회마을-안동(35번 국도)-봉화군 명호면 길천 삼거리(918번 지방도)-36번 국도-봉화읍 유곡리 닭실마을

고향의 아늑함 느껴지는 황토색 짙은 명소 6곳

담양 소쇄원 모습.


담양엔 마을마다 대밭이 있고, 대밭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마을이 들어서 있다. 절개와 지조가 높아서인지 몰라도 담양엔 선비의 자취가 서린 정자와 원림(정원 숲)이 유난히 많다. 특히 담양군 남부에 있는 고서면, 남면, 봉산면 일대엔 크고 작은 정자와 원림들이 밀집해 있어 이른바 정자문화권을 이룬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소쇄원이다. 소쇄원은 정원의 대명사이자 우리나라 원림의 백미로 꼽힌다.
소쇄원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완벽하게 구현되었다는 점이다. 온갖 기교와 욕심을 부려 만든 게 아니라 자연경관을 한껏 끌어안은 터에 알맞은 아담한 건물을 들여앉혔다. 꼭 필요한 길과 다리도 자연 그대로 숲과 계곡을 해치지 않게끔 작고 소박하게 만들었다. 정원을 둘러싼 ‘애양단’이라는 담도 불청객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을과 경계를 나누고 정서적인 아늑함을 도모하기 위한 칸막이에 불과하다. 그외 오곡류의 물길이 지나는 흙담 밑에는 널찍한 바위를 걸쳐놓아 계곡물이 자연스레 흘러가게 하는 등 정원 곳곳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주인의 성품과 배려가 배어 있다.
소쇄원에서 다시 큰길을 따라 광주호 쪽으로 조금만 가면 가사문학관이 보이고, 이곳을 지나면 식영정 입구에 이르는데, 송강 정철의 대표적인 유적지 중 하나다. 내친김에 가사문학관과 마주 보는 언덕에 자리한 환벽당, 고서면 후산마을 안쪽 야트막한 산자락에 있는 명옥헌, 고서면 원강리 솔숲에 있는 송강정, 봉산면 제월리 제월봉 언덕에 있는 면앙정 등도 한번 둘러봄직하다.
원림과 정자말고도 담양읍내 국도변에서 심어져 사시사철 다양한 풍광을 연출하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과 담양읍내를 휘감아 도는 담양천변의 관방제숲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관방제숲은 그 자체만으로도 서정 넘치는 강둑에 몇아름씩 되는 우람한 나무들이 울창해 산책하기도 좋고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창평IC(60번 지방도, 우회전)-후미마을(명옥헌)-고서면 성월리(좌회전, 887번 지방도)-소쇄원, 식영정, 환벽당-성월리-고서면 원강리(송강정)-봉산면 제월리(면앙정)-담양읍 관방제숲-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고향의 아늑함 느껴지는 황토색 짙은 명소 6곳

서석지의 여름풍경. 앞의 연못이 서석지이고 정면 건물은 경정이다.


내륙 깊숙이 자리잡은 데다 교통마저 불편한 외지가 경북 영양이다. 그래서 영양엔 나지막한 토담길, 산자락을 등지고 앉은 고가들, 수백년은 자랐음직한 큼직한 감나무, 사람들의 부드러운 낯빛과 넉넉한 인심 등 다른 곳에서는 새마을운동과 산업화의 물결에 밀려 사라진 지 오래된 고향의 옛 모습이 발길 닿는 곳마다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처럼 영양 땅은 눈보다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여행지다.
영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은 입압면 봉감마을의 반변천 강가의 야트막한 둔덕에 우뚝 서 있는 봉감모전오층석탑이다. 봉감마을은 물길이 퇴적암의 깎아지른 절벽에 가로막혀 태극 형상으로 굽이도는 곳에 자리잡은 강촌이다. 탑 높이는 11m에 이르는데, 그 위용이 사뭇 듬직하고 장중해 보는 이를 압도한다. 탑 자체의 조형미뿐 아니라 주변 풍광과의 조화도 탁월하다. 탑 서쪽엔 반변천이 도도히 흐르고 동쪽엔 올망졸망한 민가들이 마을을 이루고, 남쪽엔 굽이치는 강물이 일궈놓은 비옥한 들녘이 펼쳐져 있다. 그렇게 자연과 사람, 석탑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1천년의 세월을 하루같이 살아온 것이다.
봉감마을 인근 연당리에 있는 서석지도 들를 만하다. 우리나라 민간 정원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서석지는 17세기 초 조성한 곳인데,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당 대신 네모진 연못이 먼저 눈에 띈다. 바로 이 커다란 연못이 서석지다. 연못 안에는 선유석, 통진교, 희접암, 어상석, 낙성석 등으로 불리는 20개의 괴석이 놓여 있고, 연못가에는 서재인 주일재와 정자인 경정이 ㄱ자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데, 인위적인 기교 없이 자연스러운 멋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34번 국도)-안동-수곡교 삼거리-청송군 진보면 월전삼거리(좌회전, 31번 국도)-입암(좌회전, 911번 지방도)-연당리(서석지)



고향의 아늑함 느껴지는 황토색 짙은 명소 6곳

북평면 나전리에 온전하게 남아 있는 돌너와집.


정선지방은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은 두메산골로 꼽힌다.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59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보면 기암괴석과 반석이 어우러져 곳곳마다 비경을 이루고, 짙푸른 솔밭과 오롱조롱한 외딴집들이 점점이 이어지며 향토색 짙은 서정과 산촌의 정취를 짙게 풍긴다.
오대천의 물길이 조양강(영월 동강 상류)에 합류하는 나전리의 철길 옆에는 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돌능애집 한 채가 있다. 돌너와집으로도 불리는 돌능애집은 흔히 구들돌로 쓰이는 얇은 점판암을 기와 대신 올린 내륙지방의 전통가옥이다.
나전리에서 다시 조양강을 거슬러 10여분쯤 달리면 북면 여량리 아우라지에 이른다. 두 갈래의 물길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곳이라는 뜻의 아우라지는 전국에 여러 곳이 있지만 이곳이 가장 유명하다.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남한강 물길을 따라가는 뗏목의 긴 여정이 시작되던 곳이지만 이제 뗏목은 사라진 지 오래고 대신 줄나룻배 한 척만이 쓸쓸하게 떠 있다. 간간이 그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며 아우라지의 풍광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있다.
아우라지를 뒤로하고 정선읍내로 들어서면 끝수가 2·7일인 날이면 정선오일장이 서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황기와 산나물, 콩, 메밀 등 각종 농산물들을 들고 나온 촌로들이 많아 옛 시골장터의 풍경과 인정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올챙이국수, 콧등치기국수(메밀국수), 살미적(메밀부침), 강냉이술 등을 파는 노점도 있어 시골장터의 맛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정선읍내를 나와 작은 고개를 하나 넘으면 조양강 물길을 가로지르는 광하교에 다다른다. 광하교 아래에서부터 정선군 신동읍 고성리까지 이어진 강물을 따라 달리다 보면 산기슭에 몇 채의 민가가 듬성듬성 들어앉은 모평, 귤하, 하미 등의 마을이 나타나는데,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마다 이미 빛바랜 추억으로만 남은 고향의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진부IC(33번 지방도)-나전(42번 국도)-아우라지-나전-정선-광하교(6번 군도)-가수리-고성리-신동읍

◇ 양영훈씨는 기자를 거쳐 10년 넘게 우리 땅의 풍경, 역사, 생태, 사람 사는 이야기 등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여행작가. 등을 펴냈다.

여성동아 2003년 8월 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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