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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세계의 도심 속 공원을 찾아서 ④

캐나다 스탠리 파크로 떠나는 짧은 여행

바다와 원시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북미 최대의 자연공원

■ 글 & 사진·박혜경 기자

입력 2003.08.05 13:40:00

2010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캐나다 밴쿠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이곳에 북미 최대의 자연공원 스탠리 파크가 자리하고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바다와 원시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스탠리 파크로 짧은 여행을 떠나보자.
캐나다 스탠리 파크로 떠나는 짧은 여행

개인 요트들이 즐비하게 서있는 로잉 클럽.
그 뒤로 보이는 울창한 숲이 바로 ‘밴쿠버 정신의 상징’이라 불리는 스탠리 파크다.


지난 7월3일 평창과의 막판 경합 끝에 3표차로 승리, 2010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가 된 캐나다 밴쿠버. 우리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사실 밴쿠버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 위치한 인구 2백만명의 밴쿠버는 토론토와 몬트리올에 이어 캐나다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이며 바다와 도심이 맞닿아 있어 ‘세계 4대 미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몇가지 사전 정보에도 불구하고 9시간의 긴 비행 끝에 도착한 밴쿠버의 첫인상은 여느 대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빽빽한 고층빌딩의 숲으로 둘러싸인 도시. 가만히 들여다보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는 윤동주의 시처럼 지나치게 푸른 하늘(그래서 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과 맑은 공기가 아니었다면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 서 있는 것과 똑같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듯싶었다. ‘과연 밴쿠버가 가진 그만의 매력을 찾을 수 있을까?’ 약간의 의구심을 가진 채 낯선 도시에서의 첫날 밤은 깊어갔다.
다음날 아침, 바다가 보이는 카페테리아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북아메리카 대륙 최대 규모의 공원이자 ‘밴쿠버 정신의 상징’이라고 하는 스탠리 파크(Stanley Park)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기자가 묵고 있던 호텔이 위치한 롭슨 스트리트에서 해안을 따라 20분 정도 걸었을까, 건너편에 개인 요트들이 즐비한 로잉 클럽(마치 유럽식 별장처럼 생겼다)이 보이면서 스탠리 파크 입구가 나타났다. 정문이 공사중이라 공원이 시작된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입구에 들어선 지 5분도 채 안돼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공원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탓에 1850년 영국의 해군기지로 사용되기도 했던 스탠리 파크는 말이 공원이지 총 면적 1천에이커(1백20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천연림이다. 1888년 밴쿠버 시의회에서 이 해군기지를 공원으로 지정한 뒤 개발을 규제함으로써 자연상태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데 그 덕에 이곳에 있는 나무의 평균 수령은 1백50년이 넘고(심지어 1천년이 넘는 측백나무도 있다고 한다) 나무의 평균 높이는 30m에 이른다.
공원이 워낙 넓다 보니 다이어트나 운동이 목적이 아니라면 걸어서 일주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입구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자전거는 보증금이나 신용카드를 맡기면 1시간 동안 대여해준다지만 초등학교 이후로 한번도 자전거를 타본 기억이 없는 기자는 포기하고 일단 자전거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만든 공원 벤치
캐나다 스탠리 파크로 떠나는 짧은 여행

1. 마치 장난감 같은 깜찍한 모양의 빨간색 투어버스.
2. 버스 두개를 연결한 독특한 모양의 버스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3. 밴쿠버의 공기가 맑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무공해 전차 덕분 아닐까.


가장 먼저 기자를 맞은 것은 스코틀랜드 시인인 로버트 번즈 동상. 그 옆으로 초록빛 잔디밭이 호수처럼 펼쳐져 있고 앞쪽으로는 햇살을 받은 바다가 금빛으로 반짝였다. 바다와 원시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그들의 환경을 부러워하며 잠깐 벤치에 앉아 공원 풍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그런데 벤치를 자세히 보니 등받이마다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로버트 번즈의 시인가 보다 막연히 추측했는데 알고 보니 스탠리 파크의 나무와 숲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기부금을 내고 명패를 새겨넣은 것이라고 했다. 공원에서는 관리 비용을 벌 수 있어 좋고 시민들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을 영원히 벤치에 담아둘 수 있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우리나라 공원도 이런 식으로 운용의 묘를 살려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면서 다시 걷다 보니 인디언들이 만들었다는 토템폴이 나타났다. 우리나라 장승처럼 생긴 토템폴은 캐나다의 원주민이었던 인디언 부족들이 만든 것을 모방한 것으로 진품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인류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 토템폴을 보자 캐나다 정부에서 스탠리 공원을 인디언들로부터 영구 임대하는 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났다.
토템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계속 걸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찰나 딸랑딸랑 종소리가 울리며 멀리서 빨간색 버스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것이 바로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무료 셔틀버스인가 보다’ 직감적으로 알아챈 기자는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철에만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는 셔틀버스는 기사가 가이드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캐나다 스탠리 파크로 떠나는 짧은 여행

1 스탠리 파크에서 바라 본 밴쿠버 시내 전경. 서울과 마찬가지로 고층빌딩이 빽빽하게 서있다.
2 한가롭게 공원 잔디밭에 누워 자연을 즐기는 밴쿠버 시민들.
3 스탠리 파크 내에는 바다를 보며 달릴 수 있는 자전거 일주도로가 있다.


기사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주변 경치를 감상하던 사람들이 우르르 단체로 내린 곳은 ‘프로스펙트 포인트.’ 스탠리 파크 안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태평양의 시작과 끝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캐나다에서 가장 긴 라이언스 게이트 브리지(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처럼 자살장소로도 유명하다)도 한눈에 들어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의 ‘와’ 하는 탄성과 함께 철망 너머로 너구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철망 앞에 분명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라는 푯말이 붙어 있는데도 관갱객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빵 부스러기 등을 던져주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공원 관리인 타냐(26)가 나타나 사람들을 가볍게 제지했다.
이곳에서만 6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타냐는 “사람들이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면 이들의 야생 적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금하고 있다”면서 “대신 캐나다 정부에서는 야생동물들의 서식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줌으로써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밴쿠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인 ‘스탠리 파크 환경사회’도 공원의 생태환경을 지키고 그 중요성을 일깨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단체는 공원에서 야영하기, 야생동물 관찰하기 등 어린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행사를 통해 장기적인 산림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정부와 시민이 하나가 되어 자연을 내몸처럼 지키려는 노력. 이것이 바로 캐나다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밑거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X파일’의 무대로도 유명한 로스트 라군
프로스펙트 포인트에서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잃어버린 만’이라는 뜻을 가진 담수호, 로스트 라군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끈 외화시리즈 ‘X파일’의 무대로도 유명한 이곳은 백조와 오리, 캐나디언 거위 같은 새들의 천국이다. 호수 내의 수풀과 작은 섬들은 수많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금방이라도 스컬리와 멀더 요원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은 로스트 라군을 뒤로하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꽃으로 가득한 그레이그 로도덴드론 가든. 4월부터 9월까지 절정을 이룬다는 형형색색의 다년생 식물로 예쁘게 꾸며진 이곳을 보는 순간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레이그 로도덴드론 가든을 끝으로 셔틀버스는 처음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왔다. 오후 1시에 공원 투어를 시작했는데 시계를 보니 7시가 넘어 있었다(사실을 고백하자면 스탠리 경의 동상을 찍기 위해 지도를 보고 길을 찾다 방향을 잘못 잡아 1시간 이상 헤맸기 때문).
워낙 볼거리가 많아 여기에 일일이 소개하지 못했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각종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어린이농장과 워터 파크, 아쿠아리움 등에 들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한층 더 낭만적인 투어를 원한다면 흰색 말이 끄는 관광마차를 타고(공짜는 아니지만) 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스탠리 파크를 보면서 가장 부러워한 것은 축복받은 자연환경과 함께 이를 내몸처럼 아끼고 보존하려는 시민들의 마음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많은 환경을 파괴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정부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우리의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해주려면 말이다.





여성동아 2003년 8월 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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