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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품앗이 영어교육

“생활 속에서 가르쳐야 하는 영어, 엄마만큼 잘 가르칠 사람이 없죠”

마음 맞는 엄마들이 모여 직접 가르쳐요~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승민 ■ 사진·정경진

입력 2003.08.05 10:28:00

요즘 엄마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영어 교육.
여기에 들이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품앗이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엄마들을 만나 지혜를 배워본다.
“생활 속에서 가르쳐야 하는 영어,  엄마만큼 잘 가르칠 사람이 없죠”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한여름 오후. 서울 은평구 신사동 예림이네 집에 또래 아이들과 엄마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엄마 4명이 각각 2명의 아이들과 함께 거실에 들어섰다. 두살부터 다섯살까지 사방을 뛰어다니며 소리지르고 노는 8명의 아이들로 집안은 금세 놀이방으로 변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영어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잠시. 엄마의 “쉿” 하는 소리에 아이들은 금세 순한 양이 되어 각자 엄마 무릎에 자리를 잡았다.
“얘들아 안녕, 재미있는 영어 시간, 우리 모두 신나게 시작해보자.”
“네.”
물론 이 수업에서 오간 대화는 모두 영어로 진행되었다. 엄마의 질문에 아이들은 막힘 없이 대답을 했고, 영어수업은 전혀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물론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동생의 방해공작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수업은 오프닝 송으로 시작되었다. 오프닝 송은 보통 한달간 계속되는데 아이들의 주의력을 집중시키고 영어 노래를 배우는 기회로 활용된다. 이날의 주제는 동물. 먼저 성주 엄마 김은영씨(30)의 플래시 카드 수업이 진행되었다. ‘horse’ ‘dog’ ‘cat’ ‘monkey’ 등 동물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아이들에게 보여준 다음 영어로 동물의 특성을 설명하고 아이들에게 그 동물의 이름을 맞히도록 했다. 아이들은 모두 동물의 이름을 잘 알아맞혔고, 그 동물이 좋아하는 생선이나 뼈다귀 등의 모형과 동물을 연결시키는 수업이 이어졌다.
다음은 스토리 텔링 시간. 유치원 교사 출신인 장화영씨(32)가 멋진 인형극 무대를 만들어 왔다. 등장인물은 빨대를 이용해 고정시켰고 목소리를 다양하게 연출해서 아이들의 흥미를 끌었다. 아이들의 시선은 인형극 무대로 모아졌고, 엄마이자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였다.
곧바로 이어진 액티비티 수업. 이 수업은 모임의 방장인 이미애씨(34)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동물 이름과 색깔, 동작을 나타내는 단어와 연결시키는 수업으로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졌다. 동물의 다리를 표현하기 위해 빨래집게를 이용하는 등 주부로서의 아이디어도 번득이는 시간이었다. 이제 모든 수업을 마칠 시간. 다시 영어 노래를 부르며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했다.

수업교재 엄마들이 직접 만들어
“생활 속에서 가르쳐야 하는 영어,  엄마만큼 잘 가르칠 사람이 없죠”

동그라미 회원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집을 돌아가며 30분씩 영어수업을 한다.


숨가쁘게 진행된 영어수업 시간은 30분. 전문가 못지않은 솜씨로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면서 너무나 재미있게 영어를 접할 수 있게 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짧은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정성은 측정이 불가능하다. 아이디어 회의에서부터 교구 제작까지 때로는 밤을 새워 준비하기도 한다고. 아이 돌보고 집안일 하기에도 몸과 마음이 피곤할 텐데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일까?
“영어는 언어잖아요. 언어는 생활 속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원이나 다른 기관에 보낼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 어떻게 교육하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엄마가 집에서 응용하기가 힘들거든요. 엄마가 직접 가르치면 수업 내용을 생활에서도 응용하고 아이의 이해 정도도 곧바로 알 수 있어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하지요.”
이런 취지로 품앗이 영어교육을 처음 시작한 것이 2000년 11월. 은평구 모임은 이미애씨의 주도로 이루어졌는데 당시 쑥쑥(www.suksuk.com)이라는 영어 사이트를 통해 뜻 맞는 엄마들이 모였고 2년 여의 기간 동안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공적인 품앗이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의 이름은 동그라미. 일주일에 한번씩 집을 돌아가며 영어수업을 진행한다. 진행 방식은 영어 교육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선정한 다음 사전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어떤 주제로 할 것인지 결정한 후에는 주제에 따라 엄마들이 할 역할을 나눈다. 역할이 정해지면 각자 수업 준비에 들어간다.
4명의 엄마들이 플래시 카드, 영어 노래, 스토리 텔링, 액티비티 등 수업의 내용에 맡게 파트를 나누고 각각 그 파트에 맞는 수업 내용을 준비한다. 처음에는 진행 방식이 미숙해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 주제만 정해지면 알아서 교재와 교구를 만들어 온다. 동그라미 엄마들의 교구 만드는 솜씨는 수준급. 팝업 형태로 펼쳐지는 인형극 무대에서부터 플래시 카드, 동물 그림, 보드까지 모두 직접 만든다.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밤을 새워 가며 교구를 만든 적도 많아요. 처음에는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는데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점점 느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죠.”

“생활 속에서 가르쳐야 하는 영어,  엄마만큼 잘 가르칠 사람이 없죠”

그밖에도 동그라미 엄마들은 아이들 영어 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영어 교육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교육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이를 실천에 옮긴다. 또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엄마들이 영어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벽에 영어 학원을 다니고, 서로 모여 영어 공부를 하는 등 자기 계발에도 적극적이다. 어떤 엄마는 미세스키 선생님으로 스토리 텔링 과정을 공부하고 있고, 또 다른 엄마는 테솔(TESOL: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시험을 준비중이다.
이런 엄마들의 열성적인 교육 덕분에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 가장 큰 성과는 아이들이 영어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품앗이 교육을 하면서 영어를 배울 뿐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영어 수업시간을 무척 기다린다고 한다. 영어를 좋아하고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인지 현재 아이들은 외국인을 만났을 때도 간단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또한 큰아이들을 위한 영어 수업이지만 동생들도 함께 하다 보니 둘째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영어 수업뿐 아니라 때때로 박물관이나 공원에도 같이 다니면서 아이들이나 엄마들 모두 좋은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엄마 혼자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힘이 들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모여서 하다 보면 책임감도 생기고 긴장도 하게 되어 더욱 발전적이 되는 것 같아요.”
“생활 속에서 가르쳐야 하는 영어,  엄마만큼 잘 가르칠 사람이 없죠”

엄마들은 교구 만드는 일이 힘들지만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점점 느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동그라미의 수업 원칙은 생활 영어를 배우는 것. 그래서 문자 교육은 시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엄마들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알파벳을 깨우쳤다. 수업 시간 외에 집에서도 엄마와 영어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아이들의 영어 표현이 다양하다는 것이 엄마들의 한결같은 이야기. 학원 수업은 똑같은 교재를 가지고 반복하다 보니 표현이 정형화되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발음 문제도 아이들에게 영어 비디오나 테이프 등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런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선뜻 품앗이 교육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동그라미 방장 이미애씨는 “절대 욕심내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의 영어 실력은 하루 아침에 느는 것이 아니므로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이의 영어 공부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엄마의 영어 실력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이와 남의 아이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아이들만 생각하다 보면 아이들 싸움이 엄마들 싸움으로 이어져 모임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미애씨는 다른 아이들도 자기 아이들과 똑같이 생각한다는 데 품앗이 교육의 참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여성동아 2003년 8월 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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