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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닮고 싶은 부부

결혼 10년차, 방송가의 소문난 ‘평등 부부’ 손범수·진양혜

“흔히들 ‘결혼은 환상’이라고 말하지만 서로 부족한 면 채워주다보면 그 환상을 닮을 수 있어요”

■ 글·조득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장소협찬·청담동 셀레브리트

입력 2003.07.31 14:46:00

보고만 있어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손범수·진양혜 부부.
육아와 가사, 소소한 일상생활까지 서로 존중하며 조율, 평등 부부로 소문난 두 사람이 어느덧 결혼 10년차를 맞았다. ‘프리선언’ 후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부부의 결혼생활과 아이들, 그리고 일에 관한 이야기
결혼 10년차, 방송가의 소문난 ‘평등 부부’ 손범수·진양혜

방송가에 이름난 커플들은 두 이미지로 나눌 수 있다. 각종 쇼오락 프로그램에 출연, 부부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커플과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며 부부보다는 동료로서의 이미지를 보이는 커플.
손범수(40) 진양혜(35) 부부는 후자에 가깝다. 두 사람이 부부라는 사실은 TV 시청자가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정작 그들은 아주 절친한 동료 사이처럼 보인다. 부부 아나운서로서 가질 수 있는 ‘홍보효과’보다는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저희 부부를 연예인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죠. 이 사람은 몰라도 전 비주얼이 좀 안되고, 또 보여줄 끼도 많지 않고요. 무리해서 오버를 한다면 또 몰라도…. 그저 방송인으로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KBS 아나운서 선후배로 만나 지난 94년 결혼한 두 사람은 각각 97년과 2000년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심사숙고하지만 한번 내린 결정에 대해선 절대 후회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남편, 그런 남편의 결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준 아내. 이후 2000년 아내 또한 프리랜서로 독립하면서 방송국에 매어 있을 때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흔히 ‘결혼은 환상’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저 또한 그 말에 공감하는 편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진양혜라는 사람과 살면서 느낀 건데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다 보면 그 환상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심하고 생각이 많은 남편이 큰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고민을 하고 있으면 스케일이 큰 아내가 ‘그 정도면 충분히 고민했다’며 결정을 내린다고. 프리랜서 선언, 이사, 육아방침 등 큰일은 모두 아내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그건 남편의 사고방식이 건강하기 때문이에요. 남편은 모든 것을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스타일이에요. 보통 남편들이 가정경제, 아이들 교육, 집안의 대소사 등을 아내에게 떠넘기는 편이지만 범수씨는 달라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저와 아이들과 함께 의논하고 실천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제가 인생의 파트너 하나는 잘 만난 거죠, 하하.”

프리랜서 선언, 이사, 육아방침 등 아내 결정을 따르는 남편
부부는 요즘 사회 참여활동에 열심이다. 한국여성재단이 주관하는 ‘딸들에게 희망을 주는 100인 기부 릴레이’ 행사에 ‘손범수·진양혜 기금’으로 1천만원을 내놓았고, 몇해 전부터 유니세프의 홍보대사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의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있다. 아내는 여성재단의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공인이라서 오히려 더 쑥스러웠어요. 마치 내세우려 하는 것 같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더군요. 20대에 개인적 열망에 사로잡혀 자신만을 보았다면 30·40대엔 주위를 둘러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기회를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어요.”
여대를 다니면서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아내 진양혜는 일찌감치 여성단체의 홍보대사로 활동했고, 늘 ‘어딘가에 내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남편 손범수가 그 뒤를 따랐다. “좋은 일을 많이 해 부부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는 말에 진양혜가 손사래를 친다.

결혼 10년차, 방송가의 소문난 ‘평등 부부’ 손범수·진양혜

어느덧 결혼 10년차에 접어든 손범수·진양혜 부부.
친구로, 동료로 살아가는 두 사람은 최근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이다. 30대 중반의 공인으로서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이라고.


“두 사람 모두 프리랜서로 독립하며 경제적으로 조금 나아졌어요. 여유가 생긴 만큼 사회에 더 보탬이 되기 위해 힘닿는 대로 노력해야겠죠. 아직 뜻한 만큼 열심히 하지는 못해요.”
부부는 두 아들 찬호(9)와 찬유(4)를 키우면서 사회 참여 활동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특히 남편이 KBS 의 진행을 맡으면서 소외되고 헐벗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저나 남편이 부모님의 영향을 받고 자랐듯이 우리 부부가 잘 하면 아이들도 결국 우리 모습을 보고 뭔가 배우겠죠. 두 아들에게 이웃사랑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부부의 육아방침은 철저하게 ‘거리 두기’다. 아이의 인생은 부모의 바람이나 생각과는 달리 전혀 다른 길을 가는 것. 아이가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최선을 다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믿는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장점과 함께 아이의 단점도 꾸준히 관찰중이라고.
“저희 두 사람 모두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에요. 아직 어리지만 신발 하나를 사더라도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죠. 얼마전 이사를 하면서 벽지며 커튼이며 모두 아이들이 원하는 것으로 골랐어요. 그렇게 했더니 규율도 서더라고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또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요.”
아나운서 부모를 둔 아이들답게 형제는 어려서부터 말도 빠르고 특히 발음이 정확하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동네형을 앞에 앉혀놓고 발음을 교정시키는 모습을 자주 보여 동네에선 ‘바른말 고운말’로 통한다고.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살림살이’는 가끔 여자를 외톨이로 만들곤 한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서 ‘놀아준다’가 아니라 ‘같이 노는’ 아빠가 엄마보다 인기가 좋은 것. 녀석들은 ‘엄마 닮았네’라는 말보다 ‘아빠 닮았네’라는 말을 더 반긴다고. 때로 세 남자에게 뜻하지 않은 ‘접대’를 받기도 한다. 지난 6월말 여자의 생일날, 아무런 기색조차 없던 세 남자는 여자 몰래 아이스크림케이크와 꽃을 사와 ‘깜짝 파티’를 열기도 했다.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여자를 향한 세 남자의 고백은 “사랑해.”

결혼 10년차, 방송가의 소문난 ‘평등 부부’ 손범수·진양혜

“진양혜는 아내이기 이전에 나의 친구이며 훌륭한 조언자다. 결혼은 환상이지만, 난 그와 함께 그 환상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작년 생일엔 남편이 차를 바꿔주었어요. 주위에선 ‘좋겠다’며 부러워했죠. 그러나 제가 진짜 감동한 것은 남편의 짧은 메모예요. ‘잘 다녀올게. 12시쯤 전화해’ ‘오늘은 늦을 것 같아. 아이들과 저녁 맛있게 먹어’ 등 아주 사소한 내용이지만 반듯하게 써 내려간 남편의 글씨를 보면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해지거든요.”
평생 부부싸움 한번 안할 것 같지만 어느 부부에게나 다툼은 있는 법. 그러나 이젠 요령이 생겼다. ‘약점을 찌르는 말은 절대 금물’ ‘부부싸움을 하면 말수부터 줄이기’가 그것이다.
한때 정규 프로그램만 다섯개를 맡았던 손범수는 현재 KBS 와 를 진행중. 프리랜서를 선언한 지 만 5년, 그에겐 무엇이 달라졌을까?
“글쎄요. 방송국 안에 있을 때보다 시간이 많아져 좋긴 한데 실력과 노력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혹독한 현실세계를 더 실감했다고 할까요. 이젠 프로그램 숫자에 연연할 때는 아닌 것 같아요. 경험이 쌓이면서 진행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거든요. 방송국에 있을 땐 주어지는 모든 역할을 해야 했지만 요즘은 제 스스로 방송을 선택하고 있죠.”
방송이라는 것은 시청자에게 웃음이든 감동이든 정보든 어느 것 하나만은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 MC는 그 전달자로서 시청자의 입장에 서서 판단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내 진양혜도 다시금 활발한 활동을 위해 준비중이다. 현재 EBS 의 진행을 맡고 있는 그는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 재학중이며, 다음 학기부터는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에 강의도 나갈 예정이다.
결혼 10년차, 방송가의 소문난 ‘평등 부부’ 손범수·진양혜

“난 참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 나라는 존재, 내 일, 여성성을 인정해주는 남자. 혼자 있을 때보다 오히려 그와 함께 있을 때 난 자유로움을 느낀다.”


“입사 1년반 만에 결혼하고 이후 출산과 육아 때문에 사실 방송에만 매달려본 적이 없어요. 공백기가 많았죠. 요즘엔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라고 해서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겨요. 나이도 있고, 경력도 쌓인 만큼 시사성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30여년을 살면서 한번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한 제 안의 어떤 ‘끼’를 분출하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이런 아내의 결정을 남편은 두손 들고 환영한다. 일찌감치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싸여 지금까진 성에 찰 정도로 일해볼 여건이 안됐지만, 지금이라도 아내가 일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면서 갖게 된 경험과 넉넉함이 방송에서도 표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남편은 친구 같은 사람이에요. 다정다감하거나 애교는 없지만 늘 제게 조언을 아끼지 않아요. 결혼 전엔 둘만 있고 싶어 남편의 친구들을 만난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결혼 후에 만나 보니 모두 남편의 조언에 고마워하고 있더라고요. 결혼과 출산, 그리고 방송 복귀를 할 때마다 ‘당신은 잘할 수 있어’ 하며 용기를 줘요.”
늘 넉넉한 웃음으로 표정이 밝은 사람들에겐 다 그 이유가 있는 법. ‘내게 가장 훌륭한 파트너’라고 서로 치켜세우는 이 부부에게선 친구보다 더 깊은 신뢰와 여유가 묻어났다.

여성동아 2003년 8월 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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