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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찍은 연예인 사진, 작품집으로 펴낸 김중만이 털어 놓은
‘톱스타들과의 촬영 뒷얘기 & 드라마 같은 인생’

■ 글·최호열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3.07.09 13:46:00

유명 사진작가 김중만씨가 20년 동안 찍은 톱스타들의 모습을 두 권의 책으로 펴냈다. 쉰 가까운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가 시시콜콜 털어놓은 스타들과의 촬영 뒷이야기, 드라마틱한 인생 & 김중만의 색깔이 묻어있는 연예인 사진 지상공개.
20년간 찍은 연예인 사진, 작품집으로 펴낸 김중만이 털어 놓은 ‘톱스타들과의 촬영 뒷얘기 &  드라마 같은 인생’

우리나라 최고의 사진작가 가운데 한명으로 손꼽히는 김중만씨(49)가 최근 80년대 이후 톱스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작품집 ‘After Rain Ⅰ·Ⅱ’를 펴냈다. 이 책엔 고(故) 김현식에서부터 조용필 김혜자 한석규 이정재 이미숙 신성우 이미연 정우성 고소영 비 신애 등 2백여명의 사진이 실려 있는데, 그가 20여년 동안 찍은 30만장이 넘는 사진 가운데 엄선한 작품 5백여 점만 모은 것이다.
연이은 앨범재킷 촬영과 패션화보 촬영으로 괌, 보라카이, 일본 등으로 쉴새없이 돌아다니느라 열흘에 하루 정도밖에는 한국에 머물지 않는다는 그를 스튜디오에서 어렵게 만났다. 이날도 그는 전날 저녁 한국에 돌아와 다음날 새벽 일본으로 떠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스튜디오엔 그를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였고,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휴대전화가 쉴새없이 울려댔다.
검게 그을린 구릿빛 얼굴에 흑인을 연상시키는 굵은 레게머리를 한 김중만씨의 외모만큼이나 그의 스튜디오도 이색적이었다. 아프리카풍의 빠르고 경쾌한 음악과 새소리, 마른 나뭇가지, 아프리카 원주민 모습을 한 목각인형, 동물들의 머리뼈, 영양의 뿔 등이 마치 아프리카 초원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20년간 찍은 연예인 사진, 작품집으로 펴낸 김중만이 털어 놓은 ‘톱스타들과의 촬영 뒷얘기 &  드라마 같은 인생’

김중만의 사진들. 위부터 김승우, 신애, 권상우.


그는 지금까지 여러 권의 사진집을 펴냈고, 수십 차례의 사진전시회를 열었지만 한번도 연예인만을 주제로 삼은 적은 없었다. 그만큼 이번 작품집 출간은 그에게 특이한 일이었다.
“아이들의 모습, 데모하는 노동자의 모습, 군인들의 모습도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겠지만 연예인들 역시 우리 사회의 모습이에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까지도 연예인을 우상화와 경멸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어요. 저는 그런 벽을 부수는 데 주력하고 싶었어요. 우상화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경멸하지도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들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품집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예상보다 반응이 괜찮다.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돈을 벌겠다는 욕심 때문은 아니다. 지금까지 ‘사진집은 내봤자 손해’라며 외면했던 출판사들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우리나라에 실력 있는 사진작가들이 없어서 사진집이 안 나오는 게 아니에요. 출판사들이 제작비가 많이 드는데다 얼마나 팔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투자를 피하기 때문이죠. 그런 선입견을 깨고 싶었어요.”
그는 또한 사진작품집에 실린 사진 중에서 2백여점을 골라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는데, 전시 작품들을 20만원씩에 팔아 수익금 전액을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기금으로 기증했다. 그의 작품은 보통 2백50만∼5백만원에 거래된다. 20만원이면 그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이라 3일 만에 대부분 팔려나가는 성황을 이루었지만 수집가들로부터는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사진집을 내는 것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일이었지만, 전시회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한 일이라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미안함을 메우고 싶어 그렇게 하기로 한 거예요. 수집가들에게는 좋은 일을 하자는 것이니 좋게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죠.”
이번뿐 아니라 그는 오래전부터 남몰래 수입의 일정 부분을 떼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어린아이들을 돕는 데 쓰고 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그런 일을 한다는 걸 굳이 감출 필요는 없지만 내 입으로 자랑하고 싶지는 않다”며 말을 아꼈다.

20년간 찍은 연예인 사진, 작품집으로 펴낸 김중만이 털어 놓은 ‘톱스타들과의 촬영 뒷얘기 &  드라마 같은 인생’

88년 사진작가와 톱모델로 만나 결혼한 김중만 이인혜 부부.


그가 연예인을 찍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그는 77년 알르 국제사진페스티벌에서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고 ‘오늘의 프랑스 사진전’ 최연소 작가로 선정돼 프랑스에서 주목받던 79년, 활동 근거지를 한국으로 옮겼다. 그때 만난 사람이 가수 김정호였다.
“김정호씨의 사진을 찍은 게 시작이었어요.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그를 통해 김현식 조용필 전인권 봄여름가을겨울 등 음악 하는 친구들을 알게 되었죠. 그러면서 점점 더 많은 연예인들과 작업할 기회가 생겼는데, 나중에 헤아려보니 20여년 동안 6백여명의 스타들을 찍었더군요.”
그렇다고 아무 연예인이나 찍은 것은 아니다. 유명인이든 무명인이든 상관없이 상대의 내면 세계와 철학, 하는 일을 지켜본 뒤 자신의 마음이 움직일 때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고 김현식이 가장 기억에 남아꼭 한번 찍고 싶은 연예인은 전도연
“상호 교감이 되는 친구여야 작업을 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저를 속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유명인이라도 거절을 할 때가 많아요. 최근 양동근씨 쪽에서 제안을 했는데 거절했어요. 그와는 재작년에도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느낌이 좋았어요. 사진도 잘 나오고…. 그런데 이번엔 제 마음이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마음이 움직이고 상호 교감이 된다는 것은 앵글을 통해 작가와 모델이 하나가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는 촬영을 할 때도 무척 힘들게 작업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모습, 진솔한 모습을 담고 싶은 열정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전시회에서 만난 연예인들은 김중만에 대해 “가장 나 같은 사진을 찍어주는 작가”(이혜영), “내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멋있는 사진을 찍는 작가”(엄정화)라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찍은 연예인들 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운 모델이 누구냐고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굳이 한 사람을 꼽으라면 요절한 가수 김현식에 가장 애착을 느낀다고. 그가 찍은 김현식 사진은 떨어진 청바지에 신발이 벗겨진 남자의 하반신을 찍은 것으로 모델의 얼굴도 없다.
“더는 현식이를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애착이 가죠. 작품 자체로 봐도 괜찮아요. 처음 그 작품을 내놓았을 때 사람들이 ‘누구 발이냐’ 묻곤 했는데, 누구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김현식의 발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발이 될 수 있거든요. 약간의 철학이 내재되어 있는 작품이라 애착을 느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가수로는 강타를 꼽았다. 처음에 봤을 때는 10대 그룹 HOT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루 정도 찍고 나니까 완벽한 패션모델로 바뀌었다고 한다.
“전문모델 중에서도 그렇게 빨리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소화해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우는 드물어요. 그만큼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이야긴데, 그래서 기억에 남아요.”
그외에도 카메라 앵글로 보면 대단한 파워가 느껴지는 임재범과 성적 매력이 엿보이는 이정재를 기억에 남는 스타로 꼽았다. 반면, 그에게 가장 힘든 모델은 역시 전인권이었다.
“중국 실크로드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열흘 동안 작업했는데, 열흘 동안 표정이 한번도 변하지 않았어요. 제가 뭘 요구하든 상관없이 자기의 일관된 표정을 유지하며 살더라고요. 그런 경우 작가로서는 정말 힘들죠. 하지만 매일 아침 제가 좋아하는 노래 ‘사랑한 후에’를 라이브로 30∼40번씩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전인권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라 친한 친구 사이다. 함께 술도 많이 마시겠다고 하자 “둘 다 전과가 있어서 서로 조심해요. 솔선수범 하려고 노력하죠” 하며 웃었다.
“꼭 한번 찍어보고 싶은 연예인은 전도연이에요. 아직 기회가 안 닿아 못 찍고 있는데, 저는 그가 우리나라 최고의 여배우라고 생각해요. 내면적인 것과 외형적인 것 두가지를 다 가지고 있거든요. 가수 중에는 박진영을 찍어보고 싶어요.”

20년간 찍은 연예인 사진, 작품집으로 펴낸 김중만이 털어 놓은 ‘톱스타들과의 촬영 뒷얘기 &  드라마 같은 인생’

김중만의 전시회에 온 연예인들. 왼쪽부터 이혜영, 진희경, 엄정화, 오승현.


김중만의 인생은 드라마틱하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71년 정부 파견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로 간 그는 프랑스 니스 국립응용미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런데 어느날 사진을 하는 친구를 따라 암실에 들어갔다가 이내 사진의 묘미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사진은 그에게 커다란 시련을 안겨주기도 했다. 군사정권 시절인 80년대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또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허락 없이 전시회를 했다는 이유로 두번이나 강제추방을 당했고, 그 절망 때문에 미국에서 1년 동안 마약에 절어 살기도 했다. 또한 93년에도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구속되어 두달간 형을 살았다.
“암울했던 과거에 대한 기억이 대부분의 작품에 투영돼, 전체적으로 제 작품이 어두운 편이에요.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제가 좋은 사진가로 커가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2년 동안 별거하기도 했지만 이젠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인 아내
가정생활에서도 두번의 이혼과 세번의 결혼 등 굴곡을 겪었다. 특히 프랑스인인 첫 부인과 이혼한 후 전격적으로 이뤄진 신상옥 감독의 전 부인인 영화배우 오수미와의 재혼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더구나 그는 신감독과 오수미 사이에서 태어난 상준(28)과 승리(26)를 직접 키우는 남다른 부정을 보여주었다. 승리씨는 현재 김중만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배우고 있다. 그는 오수미와 이혼한 후 88년 당시 톱모델이었던 이인혜(39)와 결혼, 90년 네오(13)를 낳았다.
좀더 자세한 부부생활을 듣고 싶었지만 그는 “다른 부부와 똑같이 살고 있어 할 이야기가 없다”고 한다.
“결혼 15년째가 되니까 서로 아무 생각 없이 살게 되더라고요(웃음). 아내가 네오를 낳은 후에도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안되니까 무척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2년 동안 별거를 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 기간을 통해 서로 정말 필요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이젠 서로 훌륭한 내조자로 살고 있어요.”
그는 아내가 자신이 하는 일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어떤 아내보다도 훌륭하게 내조를 해주고 있다고 한다.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준다는 것.
“제가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요. 마치 자기가 모델이 되어 찍히는 것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신경을 써줘요. 또 고마운 게 제가 예쁜 모델이랑 작업을 하면 어떤 소문이 날 수도 있고, 그래서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어요.”
그는 이번 작품집에 이인혜와 오수미의 사진도 넣어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3년 후쯤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프랑스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곳에서 다시 무명작가로 시작해 세상에 도전하겠다는 것.
“사진가든 예술가든 무명일 때가 가장 진실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 제 유명세는 너무 과분하고, 그래서 삶이 재미가 없어요.”
이주 시기를 3년 후로 잡은 건 이미 그때까지 스케줄이 차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냐고 묻자 “계획 중에는 우리나라의 풍경을 담은 관광 엽서 사진을 찍는 일도 있다”고 한다.
“솔직히 우리나라 엽서 사진은 외국에 비해 수준이 너무 떨어져요. 아무도 관심을 안 갖기 때문이죠. 제가 대한민국 엽서 사진 전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먼저 시작하면 다른 작가들도 욕심을 내지 않을까요? 이 일을 하려는 건 이 나라가 제게 준 것만큼 되돌려주고 떠나자는 생각에서예요.”
“사진은 마음으로 먼저 찍는다”는 그의 철학 때문일까, 그는 광고 사진을 절대 안 찍는 작가로 유명하다. 물론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영화 포스터나 앨범 사진 등을 찍기도 하지만, 항상 그 안에 자신의 색깔을 담으려는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는다.
“흔히 돈을 많이 버는 사진가가 좋은 사진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건 재능 있는 작가지 좋은 작가는 아니에요. 저도 아직 좋은 작가는 못돼요. 그렇게 생각해본 적도 없고요. 다만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뿐이죠.”
벌써 나이가 내년이면 쉰인데, 아직도 그렇게 바쁘게 살고 욕심이 많냐고 묻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제가 그렇게 늙었어요?” 하며 웃는다. 그를 보고 있으니 정말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은 열정이 느껴진다.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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