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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즐거운 수다

‘달려라 울엄마’에서 갈래머리 여고생으로 변신한 서승현 김영애 이보희

‘우리 여고시절에 얽힌 잊지 못할 추억’

■ 글·최숙영 기자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3.07.09 13:36:00

중견 탤런트 서승현 김영애 이보희가 갈래머리 여고생으로 변신했다.
KBS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에서 서승현은 불량학생 서클의 ‘짱’인 열혈녀로 분했고, 김영애는 교양 있는 척하는 내숭녀, 이보희는 얄미운 짓만 골라 하는 깜찍녀로 변신해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의 여고시절’에 대한 이들의 즐거운 수다.
‘달려라 울엄마’에서 갈래머리 여고생으로 변신한 서승현 김영애 이보희

지난 6월11일 KBS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 촬영 현장. 중견탤런트 서승현(60) 김영애(52) 이보희(44)가 갈래머리를 하고 교복차림으로 나타났다. 여고생 역을 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나이지만 이들은 관록 있는 연기자답게 ‘능청스런’ 연기로 세월을 뛰어넘고 있었다.
세 사람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서승현은 극중에서 선생님 역을 맡은 여운계에게 출석부로 사정없이 맞을 때면 진짜 눈물을 뚝뚝 흘렸고, 나이가 가장 어린 이보희는 잘난 척하면서 얄미운 짓만 골라해 미움을 샀다.
“얘는 내가 생각해봐도 진짜 얄미워.”
연기를 하다 말고 이보희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서 한마디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승현 김영애가 “그래, 너만 보면 우리는 열통이 터져!” 하면서 하얗게 눈을 흘겼다. 그 표정이며 말투가 너무도 리얼해서 진짜로 여고생으로 ‘회춘’한 것 같았다. 교복에 노란 명찰을 달고 갈래머리를 나풀대며 손뼉을 치며 연기를 할 때면 제작진도 촬영을 하다 말고 배꼽을 잡고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리는 연기를 하다가도 서로 웃느라고 NG를 내요. 교복을 입은 모습만 봐도 웃기잖아요. 마치 꼭 재미있는 만화 같아요. 보는 사람도 재미있겠지만 우리도 연기하면서 옛날 여고시절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이에요.”
그래서일까. 녹화가 끝난 후 ‘나의 여고시절’에 대한 주제로 대담을 시작하자 이들의 표정은 발그스레하게 달아올랐다. 세월은 흘렀지만 역시 여고시절에 대한 추억은 가슴속에 아련하게 남아 있는 모양이다.

김영애 “길에서 웃다가 뒤에 오던 사람 이빨 부러뜨린 적도 있어”
‘달려라 울엄마’에서 갈래머리 여고생으로 변신한 서승현 김영애 이보희

김영애(이하 김) 나는 새침하면서 말괄량이 기질이 있었어요. 교실에서 공 가지고 장난치다가 유리창을 깬 적도 있고, 웃음이 많아서 길에서 친구들하고 웃다가 뒤에 오는 사람의 이빨을 부러뜨린 적도 있어요. (“어째 그런 일이?” 하고 서승현 이보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자) 어떻게 된 거냐면, 몸을 뒤로 와락 젖히면서 웃다가 내 머리하고 뒤에 오는 사람의 이빨하고 딱 부딪친 거야. 이가 흔들린다나 부러졌다나. 그 사람이 집요하게 쫓아오면서 물어내라고 얼마나 못살게 굴었는지. 그것 때문에 며칠을 시달렸는지 몰라.
이보희(이하 이) 난 얌전한 학생이었어요. 연예인을 좋아한다거나 그런 것도 없고 있는 듯 없는 듯, 성격도 무척 내성적이었어요. 쫓아다니는 남학생들도 없었고 부끄럼을 많이 타서 길을 가다가도 남학생들이 저만치서 오면 머리 숙이고 땅만 보고 걸어갔어요. 이성에 대해서 난 눈을 늦게 뜬 것 같아요. 좀 둔했나봐.
서승현(이하 서) 난 명랑하고 쾌활하고 솔직한 여학생이었지. 대학에 들어가서 연극하는 바람에 배우가 됐지. 학생 때는 내가 배우가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공부도 잘해서 성적도 중상위권이었고 고등학교 땐 기수였다니까. 반에서 부반장도 하고 합창단 지휘도 하고 한마디로 모범생이었어.

‘달려라 울엄마’에서 갈래머리 여고생으로 변신한 서승현 김영애 이보희

KBS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 녹화장면. 서승현 김영애 이보희는 연기를 하다가도 서로 웃느라고 NG를 낼 때가 많다고 한다.


언니는 그랬을 것 같아. 나도 학교 다닐 때 책을 좋아했어요. 책 읽는 걸 어찌나 좋아했는지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읽을 때도 있었는데 그런 날이면 집에서 난리가 나. 아버지가 엄청 엄하셨거든요. 남학생들이 내 뒤를 쫓아와도 아버지한테 죄 없이 혼나는 사람은 나야. 니가 행실을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남학생들이 저러냐는 거야.
여고시절에 인기가 좋았나 보네. 하긴 넌 예뻤을 거야. 얼굴이 하얗고 조그만데다 이마가 톡 튀어나왔잖아.
아직도 기억나는 게 그때는 집집마다 전화가 없었잖아요. 그래서 남학생들이 우리집까지 쫓아오면 문 밖에 서서 돌멩이를 던지는 거야. 소리가 나면 내가 혹시 내다볼까 해서 말야. 그러다 아버지한테 들키면 자기네들끼리 수근수근대면서 도망쳤어요. 남학생들한테 편지도 많이 받았던 것 같아. 그 편지 속에는 항상 누가 주든지간에 상관없이 ‘코스모스 같은 여인’이라는 구절이 적혀 있었어요. 그 편지를 친구들하고 돌려가면서 읽으며 “내가 코스모스 같단다”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나요. 보기엔 내가 굉장히 여성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난 안 그렇거든.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면이 더 많아요.
난 소심해서 선생님들이 하지 마라, 하는 건 안했어요. 빵집에도 못 가고 학생들이 하면 안 되는 일, 그런 건 절대 안했죠. 남학생을 사귀어본 적도 없었어요. 요즘 학생들은 남학생이나 여학생이나 많이 오픈돼 있는 것 같은데 우리 때는 미팅을 한다거나 남학생을 사귄다거나 그런 건 꿈도 못 꿨어요. 간 큰 학생이 아니면요. 아니, 간 큰 학생이라도 남학생을 만나면 기껏 만나는 장소가 빵집이었죠.
언제였나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미팅을 딱 한번 해본 적이 있어. 내가 교회를 다녔는데 교회에서 단체로 한 미팅이었을 거야. 곰보빵 파는 빵집에서 만난 기억이 나네.

서승현 “기도하는 시간에 도시락 먹다 벌 받은 일 가장 기억에 남아”
‘달려라 울엄마’에서 갈래머리 여고생으로 변신한 서승현 김영애 이보희

난 아버지가 용돈을 안 주셨어요. 공책이며 연필이며 필통까지 다 사주는데 학생이 무슨 용돈이 필요하냐는 거예요. 그 바람에 빵집 근처에도 못 갔어. 한번은 아버지께서 준 공과금을 갖고 용돈으로 쓴 적이 있어요. 용돈을 안 주니까 공과금으로 학교 매점에서 군것질할 때마다 야금야금 썼는데 나중에 보니 다 쓴 거야. 방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 당시는 공과금을 안 내면 통신표를 안 줬잖아. 당연히 아버지한테 들통이 날 수밖에. 그때 아버지한테 엄청 종아리를 맞았지.
저는 선생님한테 호되게 단체로 매를 맞았던 기억이 있어요. 청소시간이었는데 그때는 왜 그랬는지 청소를 안하고 아이들하고 떠든 거예요. 선생님이 너무 화가 나서 우리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손바닥을 때렸죠. 그때 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히 떠올라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애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애정이 있어야 학생들도 때릴 수 있는 거잖아요.
아, 나도 선생님한테 야단을 맞았던 적이 있어. 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는 미션 학교였어. 일주일에 세번 성경 수업이 있었는데 목사님이 가르쳤지. 키가 커서 난 맨뒷줄에 앉았는데 수업시간 전에 배가 고파서 도시락을 까 먹은 거야. 중간에 종이 쳐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는데 밥이 조금 남았지 뭐야. 그래서 기도하는 시간에 먹으려고 책상 위에 그대로 둔 채로 손으로 가리고 있다가 목사님이 교실에 들어와서 “기도합시다” 하길래 살며시 눈을 뜨고 밥을 먹었지. 그런데 그날 따라 기도가 짧게 끝나는 거야. 갑자기 “아멘!” 하는데 밥을 먹다가 놀라서 친구들하고 후다닥 도시락 뚜껑을 덮었어. 그때는 죄 양은도시락이라서 소리가 요란하게 났지. 목사님이 들으시고 “맨뒷줄 다 일어서!”라는 거야.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지. 기도시간에 도시락을 먹다니 말야. 그날 우리는 교무실까지 끌려가서 그 앞에서 빈 도시락을 들고 벌을 섰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왜 그렇게도 웃음이 났는지 몰라.

‘달려라 울엄마’에서 갈래머리 여고생으로 변신한 서승현 김영애 이보희

도시락에 얽힌 비화는 나도 있어요. 도시락을 점심시간에 먹지 않고 2교시 끝나고 먹다가 선생님한테 들켰지 뭐야. 나도 언니처럼 빈 도시락을 들고 벌을 섰었어.
나는 수학여행 때 선생님들을 골려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요. 우리는 기차가 터널을 지나갈 때마다 선생님들 얼굴에 밀가루를 뿌렸어. 굴 속이 깜깜하니까 누가 뿌린지 모르잖아. 기차가 굴속에서 나오면 선생님들의 얼굴이 온통 밀가루로 범벅이 돼 있었죠. 그때는 그게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이보희 “학교 다닐 때부터 깍쟁이 같다는 오해 많이 받아”
수학여행 가서 다른 아이들은 술도 먹고 그랬다는데 난 기억이 안 나. 소풍을 갔을 때도 장기자랑을 안하고 대신 보물찾기를 했던 것 같아. 난 보물찾기를 해서 상품을 타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보물찾기를 잘하는 아이들이 엄청 부러웠어.
나는 보물찾기는 잘했어. 그때는 소풍 가면 꼭 가지고 가는 게 있잖아. 김밥하고 칠성사이다! 소풍의 필수 품목이었지. 친구들은 연예인들도 많이 좋아했는데 별 관심이 없었어. 연기자 동기들 중에서도 학생 때 사복 입고 영화관에도 갔다고 하는데 난 못 그랬지. 정말 모범적인 학생이었어.
내가 재밌는 얘기 하나 할까요. 학교 다닐 때 별명이 ‘털팔이’였어요. 하도 덜렁거려서 친구들이 ‘털팔이, 털팔이’ 그랬지. 그 당시에는 수업시간에 필기할 때 잉크를 썼잖아. 내가 덜렁대다가 잉크를 엎질렀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잉크가 엎질러지면서 사방에 튀는 바람에 앞에 앉은 애 교복까지 검게 잉크물을 들인 적도 있어요.
이번 시트콤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얄미운 역할이잖아요. 학교 다닐 때도 나를 잘 모르는 친구들은 나보고 깍쟁이 같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전 깍쟁이는 아니에요. 어떤 사람은 저를 얄밉게 보는데 솔직히 그럴 때 억울해요. 그런 타입이 아닌데 말이죠.
서승현 김영애 이보희는 다음 스케줄 때문에 더는 대담을 나누지 못했다.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다들 하는 말이 “여고시절을 떠올리면 마음 한곳이 따뜻해진다”고. 그것은 추억이 많아서가 아닐까.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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