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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노란 손수건’ 인기 여세 몰아 스크린 진출하는 한가인

■ 글·조득진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07.02 13:32:00

한해에도 수많은 신인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연예계. 그러나 최근 돋보이는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신인 연기자가 등장,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KBS 드라마 ‘노란 손수건’에서 추상미의 이복동생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한가인이 그 주인공.
신세대답게 똑 부러진 성격을 지닌 스물두살, 그를 만났다.
드라마 ‘노란 손수건’ 인기 여세 몰아  스크린 진출하는 한가인

약속시간을 정확히 맞추어 나타난 한가인(22)은 여느 신세대 스타와 다른 느낌이었다. 데뷔 초기의 황신혜나 김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조각미인 특유의 차가움이 다소 느껴졌지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런 느낌은 조금씩 사라졌다.
“사실 ‘차가워 보인다’ ‘나이보다 성숙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화장을 해서 그런 것 같은데, 화장만 지우면 여느 대학생처럼 앳된 모습이에요.”
그는 ‘아시아나항공’ ‘박카스’ 등의 CF로 먼저 알려졌다. 특히 ‘박카스’ CF에서 보여준 청순한 모습은 ‘박카스 걸’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유명세의 발판이 됐다. 그러나 그를 진정한 연기자의 길로 안내한 것은 드라마 ‘노란 손수건’. 배다른 언니 추상미에게 묘한 적개심을 가진 그는 머리 좋고, 집안도 좋지만 불량 학생 같은 파격적인 행동을 선보이고 있다. 한 남자를 두고 이유리와 머리채를 잡고 나뒹구는 거친 연기도 마다하지 않는 것.
“저와 180도 다른 성격이라 연기하기 힘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배역이죠. 나름대로 연구도 하고, 감정 몰입에 최선을 다하지만 요즘도 TV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면 너무 아쉽고 창피해요.”
하지만 그 독한 연기를 잘 소화한 덕분인지 길거리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들이 “박카스걸이다”며 알아보곤 했는데, 요즘엔 나이 든 시청자들도 알아봐 준다고.

“길 가는 사람들이 ‘독한 년’이라고 손가락질할 때 연기자의 보람 느껴요”
“식당에 밥 먹으러 가면 주인이 금방 알아보고 밥값을 깎아주기도 해요. 얼마 전엔 길 가던 아주머니가 ‘독한 년’이라며 손가락질을 하더라고요. 당황했지만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했죠.”
드라마 ‘노란 손수건’이 평균 20% 이상의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몰이를 하자 그에게 CF업계의 러브콜이 잇달았다. 신인 탤런트 조한선과 함께 KTF Na 모델에 발탁됐고, 최근엔 배우 송강호와 함께 로또복권 모델이 됐다.
그의 데뷔는 남다르게 이루어졌다. 돋보이는 외모 덕에 중학생 때부터 심심찮게 ‘길거리 캐스팅’ 제의를 받았던 그를 정작 방송에 데뷔시킨 것은 ‘KBS 9시 뉴스’. 방송국에서 그가 다니던 배화여고로 고교 평준화에 대한 취재를 나왔는데 당시 고3이었던 그가 학생 대표로 인터뷰를 했던 것이다. 인터뷰가 나간 뒤 학교로, 집으로 연예 매니지먼트사의 전화가 쇄도했다. 고3 수험생들이 그렇듯 대충 질끈 묶은 머리에 맨얼굴, 단 몇초간의 인터뷰였으나 한눈에 사람을 끄는 외모를 눈 밝은 연예매니저들이 지나칠 리 없었다.
“제 대답은 하나였어요. ‘공부할 거예요.’ 그때만 해도 연예계에 대해서 선입견이 많았거든요. 또 의대에 진학해 산부인과 의사가 되고 싶기도 했고요.”
그러나 인연은 질겼다. 수능시험을 치른 후 머리도 식힐 겸 명동거리에 나섰다가 캠코더를 들고 있던 매니지먼트사 직원의 눈에 띈 것. 캐스팅 담당직원의 부탁에 촬영을 허락한 것이 연예계 입문의 계기가 됐다.

드라마 ‘노란 손수건’ 인기 여세 몰아  스크린 진출하는 한가인

언뜻 올리비아 핫세를 연상시키는 그는 새침 떠는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으로 ‘꽤 괜찮은’ 느낌을 주는 배우다.


“정확히 1년을 고민하다가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을 했죠. 본명은 김현주예요. 그런데 워낙 유명한 김현주 선배가 있잖아요. 그래서 예명을 쓰기로 했어요. 소속사 식구들과 1백개 정도의 이름을 놓고 고민하다가 ‘한가인’으로 정했죠. ‘한국의 미인’이라는 뜻인데, 부르기도 좋고 뜻도 예쁘잖아요.”
가까이서 본 그의 얼굴은 ‘이름값’을 했다. 진한 눈썹과 맑고 또렷한 눈, 날렵하고 오똑한 코에 얼굴 크기와 잘 어울리는 조그마한 입술까지….
이렇듯 인형 같은 외모 때문에 데뷔 초 그는 성형수술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가인과 고교 동창인데 학교 다닐 때와는 얼굴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코와 눈이 자연산이라고 보기에 너무 완벽하다’는 글과 심지어는 ‘코끝의 점은 이승연과 고소영을 따라서 만든 것 아니냐’는 말까지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제가 일일이 대꾸를 하지 않자 이를 보다못한 친구들이 인터넷에 제 졸업앨범 사진과 뉴스에 나온 사진을 올렸어요. 그 뒤로 좀 잠잠해지더군요.”
기자에게 쌍꺼풀의 주름을 보여주고는 자신의 코를 익살스럽게 이리저리 비트는 걸 보니 그는 확실한 순수 자연미인이었다.
그는 CF와 드라마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스크린에 도전한다. 6월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톱스타 권상우와 이정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청순 가련한 여고생으로 출연하는 것.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번 영화는 70년대 후반, 개발이 한창인 서울 강남 지역을 배경으로 두 고등학생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한명도 아니도 두명의 스타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는 여인으로 캐스팅되니 기분 좋죠. 청순 가련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친구들과의 만남이 줄어드는 등 개인적인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그는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결코 서두르지 않을 거예요. 빨리 뜬 만큼, 빨리 잊혀지는 법이잖아요. 팬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며, 그렇게 늘 곁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그의 연기를 지켜볼 일이다.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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