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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고 인기! 혼전 동거 소재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히로인 정다빈

“부모님이 받을 충격 생각하면 실제 혼전 동거 꿈도 못 꿔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최문갑 기자

입력 2003.07.02 11:41:00

대학생들의 혼전 동거를 소재로 해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MBC 미니시리즈 ‘옥탑방 고양이’의 여주인공 정다빈. 하루 2시간밖에 못 자는 강행군을 하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드라마의 인기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른다는 그를 만났다.
요즘 최고 인기! 혼전 동거 소재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히로인 정다빈

“여기 좀 보세요. 다리가 온통 멍투성이에요. (김)래원이 구하는 장면 찍다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어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민소매 셔츠,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나타난 탤런트 정다빈(23)은 만나자마자 바지를 걷어올렸다. 극중에서 경민(김래원 분)을 구하려고 건장한 사채업자들에게 겁없이 달려드는 장면을 찍다가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군데군데 멍이 들었다고 한다. 드라마를 위해 몸을 던진 영광의 상처인 셈.
몸에 멍이 들고, 드라마 촬영과 MBC ‘생방송 음악캠프’ 진행을 병행하느라 하루 평균 2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있지만 그는 지금의 생활이 싫지 않은 눈치다. 육상, 태권도, 인라인 스케이트 등 못하는 운동이 없을 만큼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처음 주연을 맡은 드라마의 반응이 좋아 힘이 절로 난다고.
“드라마 게시판에 민망할 정도로 많은 칭찬들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어디서 구했는지 촬영 현장인 옥탑방 사진들을 올려놓은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관심들이 참 고마워요. 그럴수록 ‘정다빈, 진짜 잘해야겠다’ 하고 생각하죠.”
‘옥탑방 고양이’는 인터넷에서 인기를 모았던 연재 소설에서 제목과 혼전 동거라는 소재를 따온 작품. 정다빈이 연기하는 주인공 정은이, 친구 혜련(최정윤 분)을 짝사랑하는 고시 준비생 경민(김래원 분)과 뜻하지 않게 하룻밤을 보낸 뒤 동거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는 대학생들의 혼전 동거를 소재로 했다고 해서 기획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시트콤 ‘뉴 논스톱’으로 시청자들에게 ‘정다빈’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확실히 알리긴 했지만 그가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 그는 “시간이 갈수록 실제 생활에서도 정은이가 되어가는 것 같다”며 “음료수 하나를 먹어도 남에게 사달라고 하고, 아무데다 철퍼덕 잘 앉고, 더 씩씩해졌다”고 말했다.

과분할 정도로 칭찬 들으면서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 들어
그는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늘 웃는 얼굴이지만 일에서만은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 그래서 생방송 오프닝 멘트를 하다 실수를 하면 방송 내내 신경이 쓰여 실수를 거듭하게 된다고 한다. 이번에는 주인공을 맡아 드라마를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인 만큼 그는 촬영 전부터 드라마 속 정은과 비슷한 캐릭터를 담고 있는 드라마와 영화를 찾아보고 배역의 성격을 분석했다. 특히 심은하와 이성재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춘희를 주의깊게 보았다고. 그러고 보니 춘희의 화장기 없는 얼굴, 털털하고 엉뚱하지만 악착같은 성격이 ‘옥탑방 고양이’의 정은과 비슷하다. 게다가 정다빈은 심은하라면 죽고 못사는 심은하의 열렬한 팬이다.
요즘 최고 인기! 혼전 동거 소재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히로인 정다빈

정다빈은 상대역 김래원과 호흡이 척척 맞아 촬영이 즐겁다고 한다.


그가 연기자의 꿈을 키운 것도 초등학생 때 보았던 ‘마지막 승부’의 다슬이, 심은하를 보면서라고. 정다빈도 이제 적지 않은 팬을 확보한 연기자가 됐지만 지난해 우연히 심은하를 만난 건 그에게 아직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심은하가 압구정동에 있다’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그때 어딜 가고 있었는데 가다 말고 불법유턴까지 하면서 차를 돌려 친구가 말해준 압구정동의 한 애완동물 병원으로 찾아갔죠. 그 곳에 정말 심은하 언니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그는 심은하에게 말 한마디 못 걸고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다고 한다.
“가까이 가지 못하겠더라고요. 목소리만 들었는데 눈물이 주르르 흘렀어요.”
그가 꼭 해보고 싶은 것도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가 맡았던 역할. 그래서 ‘뉴 논스톱’이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는 기회가 됐지만 그로 인해 귀여운 푼수로 이미지가 고정되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고 한다.
“전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씨가 맡았던 역할을 꼭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뉴 논스톱’ 이후 그 목표에서 많이 벗어나는 것 같아 염려돼요. 하지만 서두르지 않기로 했어요. 일단 많은 분들이 저의 그런 이미지를 좋아하시니까 연기력을 인정받으면 목표에 다가가는 게 훨씬 수월해지겠죠.”
그는 애절한 이별을 담은 슬픈 이야기의 청순 가련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은 꼭 하고야 마는 성격이라는 그는 다른 사람이 우는 것만 봐도 눈물이 날 정도로 예민한 자신의 감수성이 제대로 발휘될 거라며 맡겨만 준다면 잘 해낼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친다.

요즘 최고 인기! 혼전 동거 소재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히로인 정다빈

지금은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비련의 주인공을 연기하고 싶다는 정다빈.


그가 연예계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고3 때 청담동 로데오 거리에서 우연히 한 잡지 기자의 눈에 띄어 잡지 표지를 장식하면서다. 그후 ‘최진실과 닮았다’며 영화사에서 연락이 와 영화 ‘단적비연수’에서 최진실의 아역을 맡았다. 그의 연예계 진출은 이렇듯 갑작스럽게 이뤄졌지만 그는 별로 걱정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저는 제가 잘할 줄 알았어요.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그냥 넘기는 일이 없었거든요. 등장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고, ‘내가 저 사람이라면’ 하는 상상을 늘 했어요.”
남을 의식하지 않는 밝은 성격 덕에 학교 다닐 때 응원단장은 맡아놓고 했다는 그. 무엇보다 어릴 적부터 연기자를 꿈꿔왔기 때문에 연예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뛸 듯이 기뻤다고. 하지만 마침 고3 때라 부모는 썩 내켜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엔 공부하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너무 좋아하시죠. 돈 벌어다드리니까요(웃음).”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지난해 여름, 그는 큰 효도를 했다. 새로 지은 빌라를 사서 이사를 한 것.
“짓자마자 저희가 처음 입주했어요. 남한산성과 접하고 있어 공기가 좋아요. 무엇보다 엄마가 좋아하시니까 저도 좋죠.”
군에 입대한 남동생도 누나 덕을 보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전경으로 복무하고 있는데 한번 휴가 나오면 사인을 1백장씩 해줘야 해요. 또 휴가 나올 때마다 꼭 부대에 전화를 걸고는 제 눈치를 살펴요. 그러면 제가 바꿔달라고 해서 고참들과 통화를 하죠. 그렇게 하고 돌아가면 고참들이 동생을 엄청 예뻐한대요.”
이제 그의 열렬한 팬이 된 엄마는 촬영이 있을 때마다 간식을 챙겨준다. 아침마다 쇼핑백 가득 과일이며 삶은 감자, 얼린 녹차, 과자, 빵, 케이크 등을 싸주는 것.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는 드라마 속 정은과 그의 실제 모습에서 발견한 공통점이다.
‘방콕’이 취미라는 그는 종종 집에서 엄마와 술친구가 된다고 한다. 가끔은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처럼 지내는 친구와 동네 노래방에 가곤 하는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하고 가는 바람에 단골 노래방 주인조차 그의 얼굴을 알아본 적이 없다고.
“저희 동네 사람들은 아마 제가 그 동네에 사는지도 모를 거예요. 촬영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다른 스케줄로 나올 때 아니면 집을 나서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집을 벗어나서 즐기는 유일한 취미는 드라이브. 국산 스포츠카인 투스카니를 운전하는 그는 쉬는 날이면 엄마랑 경기도 양수리로 드라이브를 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강릉으로 훌쩍 떠나기도 한다. 스피드를 즐기는 그는 서울에서 강릉까지 두시간 이면 주파한다고 자랑이다. 그렇게 엄마랑 지내는 걸 좋아하고, 방에만 콕 박혀서 노는 그에게 남자친구가 끼어들 틈이 있을까 싶다.
“스물한살 때까지는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쪽 생활을 통 이해해주지 못하더라고요. 연예인이 아니었거든요.”
그는 이해심 많은 사람, 돈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남자친구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엄마한테 먼저 소개하는 스타일이라고. 그러나 드라마에서처럼 동거를 할 자신은 없다고 했다.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사는 걸 나쁘게 보지는 않지만 부모님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로 쉴새없이 달려온 탓에 한번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는 그는 이번 드라마가 끝나면 처음으로 휴가 여행을 가볼 계획이라고 한다. 마침 그가 1년 동안 MC를 맡았던 ‘생방송 음악캠프’도 방송 개편을 맞아 진행자가 바뀌는 바람에 이래저래 휴가가 만들어질 것 같다고.
“삼촌이 계시는 뉴욕에 가보고 싶어요. 싱가포르 같은 동남아에 가서 푹 쉬었다 오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물론 CF를 얼마나 하느냐에 달렸죠(웃음).”
빡빡한 스케줄,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고 꾸밈없이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기분을 좋게 했다. 더욱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은근한 세심함까지 엿보여 그와의 만남은 찌뿌드드한 여름날, 시원한 청량제 같았다.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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