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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연예인 연루 의혹 제기된 영화 투자자 서씨 피살 사건의 전말

■ 글·김범석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일간스포츠 제공

입력 2003.06.11 11:07:00

지난 5월 연예계는 ‘서씨 피살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살해당한 서씨는 물론 피의자 김씨 또한 다수의 연예인들과 친분을 유지해온 숨은 연예계 인사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사람과 절친하게 지내온 연예인들은 혹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까, 숨죽이며 사건의 추이를 지켜봤다는 후문이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세간에 도는 소문의 진상은 무엇일까?
여자 연예인 연루 의혹 제기된 영화 투자자 서씨 피살 사건의 전말

살해당한 서씨는 영화 ‘색즉시공’에 1억원을 투자하는 등 연예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경찰은 사건 신고 이틀만인 5월6일, 피의자 김씨에게 범행일체를 자백받고 긴급 체포했다.


지난 5월4일 오전 10시20분. 매니저 이모씨는 끔찍한 장면을 두눈으로 목격해야 했다. 자신이 형처럼 따르던 M가라오케 사장 서종도씨(가명·45) 집인 서울 논현동 한 빌라를 찾았다가 피비린내 물씬 풍기는 살인사건 현장을 처음으로 목격한 것이다. 당시 서씨는 주방 식탁 근처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이를 보고 화들짝 놀란 이씨는 경비실로 내려와 112로 급박하게 신고를 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4월29일 자신과 서씨 등 네명이 함께 골프를 치기로 약속했는데 당일 서씨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았고 그날 이후로도 계속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아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서씨 집에 찾아갔다가 시체를 목격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고 접수를 받은 강남경찰서는 즉시 현장에 경찰을 급파했고 현장 감식에 들어갔다. 바로 사고 현장에 도착한 형사 1계 김인중 수사관은 “흉기에 찔린 시체는 상당히 부패된 상태였다. 끔찍한 살인사건이라는 직감이 들었고, 범인이 남겼을 흔적과 단서를 보존하기 위해 감식반원이 올 때까지 현장을 봉쇄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살된 서씨가 서울 강남의 유명 유흥업소인 M가라오케 사장이고 영화 ‘색즉시공’에 1억원을 투자한 점을 중시, 술집 영업과 연예계를 둘러싸고 벌어진 원한에 얽힌 살인사건으로 보고 초동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서씨가 한 매니지먼트사가 제작한 영화에도 투자했지만 개봉이 늦춰지고 흥행성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 원금을 회수받은 적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M가라오케는 탤런트 황수정의 애인이었던 강모씨가 영업사장으로 있던 곳으로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곳. 또한 각종 드라마와 영화의 종영 파티 장소로 애용됐을 뿐 아니라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룸이 많아 많은 연예인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지난 2월엔 작곡가 출신 연예인 J가 지분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 독촉과 신체 비하 발언에 격분, 우발적으로 범행했다”
한편 피살된 서씨는 8년 전 이혼, 전 아내와 자녀들은 모두 미국에서 살고 있으며 작년부터 범행 현장인 45평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왔다. 경비원은 “서씨가 평소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사오는 등 집에서 밥을 해 먹는 날이 드물었다. 또 그의 집에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고 평소 그의 생활을 전했다.
그는 치과용 시트 생산업체인 G 회사의 부회장을 겸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직원은 기자에게 “신문에 난 피살자 서씨가 우리 부회장인 줄 몰랐다”며 서 부회장은 이곳 경기도 사무실에 주요 업무가 있을 때만 가끔씩 왔을 뿐 거의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남경찰서 황운하 수사과장은 사건 신고 이틀 만인 5월6일, 사건의 개요와 수사 방향에 대해 브리핑했다.
그는 “4월27일 자정께 발생한 사건이며 칼을 14차례나 휘둘렀다. 강도가 침입한 흔적이 없는 점과 심야에 문을 열어준 점 등을 미뤄 얼굴을 잘 아는 면식범에 의한 소행으로 본다. 보통 한두 방에 끝내는 킬러에 의한 청부 살인보다는 원한에 얽힌 우발 범죄로 보고 최근 서씨와 악감정을 가졌거나 금전관계가 복잡했던 사람 서너 명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경찰서에 유력한 용의자 한명을 임의 동행 형식으로 연행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장에서 235mm 족적이 발견됐다. 핏자국 위에 찍힌 이 발자국은 여성이나 발이 작은 남자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죽은 서씨 오른손에서 나온 머리카락 두올과 현장 곳곳에서 발견된 각종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고 덧붙이며 수사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는 연예계와 관련된 수사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각종 연예계와의 의혹을 제기한 매스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황운하 과장의 자신감을 입증이라도 하듯 경찰은 자신들이 조사중인 김승완씨(가명·46)를 상대로 5월6일 오전, 범행 일체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고 그를 긴급 체포했다.

여자 연예인 연루 의혹 제기된 영화 투자자 서씨 피살 사건의 전말

살해당한 서씨는 영화 ‘색즉시공’에 1억원을 투자하는 등 연예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강력 4반장 김성주 경위는 김씨의 족적을 재본 결과 현장에서 발견된 맨발 족적과 정확히 일치했고 범행 후 김씨가 사용한 그랜저 XG 차량에서 사건 현장의 것과 동일한 혈흔이 발견됐다며 검거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원금 5천8백만원을 빌린 뒤 세달 만에 갚아야 할 돈이 7천5백만원으로 불자 채무 일정을 늦춰줄 것을 간청했다가 서씨에게 치욕스런 말을 듣고 격분,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2002년 7월경 처음 만났다고 발표했지만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3년 전부터 알고 지냈고 평소 친하게 지냈는데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경찰에서 김씨는 자신이 강남에 위치한 연예기획사 P엔터테인먼트 대표라고 진술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물론 P엔터테인먼트 신모 회장과 각별하게 지내며 연예사업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 회사에 등재된 정식 직원은 아니었던 것. 김씨는 오래 전부터 공중파 드라마국 고위 간부들과 친하게 지냈고, 그간 여러 연예인의 캐스팅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전역한 장성급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고, 일본과 영국 등지에서 사진을 공부한 유학파 엘리트였다. 뚜렷한 직업 없이 자신 소유의 상가 임대 사업을 해왔던 그는 아내와 두 아이를 둔 평범한 가장이자 아빠였다.
그를 잘 아는 N가라오케 정모 사장은 “김씨는 5년 전부터 사업이 기울어 아파트와 상가를 모두 처분, 최근 경제력이 급격하게 기울었는데도 씀씀이는 커 돈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이 과정에서 여자 연예인 H와의 관계도 자연스레 끝난 것으로 안다. H는 현재 다른 스폰서를 만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피의자 김씨 폭탄 발언 “서씨는 여자 연예인 S와 깊은 사이다”
그가 끔찍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된 것은 돈때문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죽은 서씨로부터 사업 명목으로 빌린 돈을 갚기로 한 기한 내에 못 갚자 채무 독촉 과정에서 모욕적인 폭언을 듣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소아마비를 앓은 적이 있는 김씨가 서씨로부터 “XX 새끼야. XX 같은 놈!” 등 자신의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신체 비하 발언을 듣고 순간적으로 격분, 칼을 휘둘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 하루 전인 4월26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서씨 집을 방문, 채무 독촉을 늦춰달라며 매달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음날 또 찾아갔다가 거절당하자 범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사건 당일 김씨가 CCTV에 노출되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다는 점을 중시, 범행을 계획했는지 여부를 수사중이다”고 밝혔다.
검거 이튿날 기자들을 처음 만난 김씨는 수사 방향을 연예계 쪽으로 트는 폭탄 발언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도 되냐”고 물은 뒤 “죽은 서씨는 쓰레기 같은 사람이었다. 내가 죽이지 않았어도 누군가에 의해 죽었을 것”이라며 증오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서 “그는 여자 연예인 S와 깊은 관계였다. 평소 자신의 입으로 M가라오케에서 S와 성관계도 가졌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와 연관된 여자 연예인들을 캐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왜 그렇게 끔찍하게 죽였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나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협박했다. 걸핏하면 건달들을 동원하고 심지어는 중학생인 내 아들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너무 불안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살인범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했고 모든 것을 체념한 듯했다. 그는 육안으로는 일반인과 똑같았지만 걸을 땐 소아마비 증세 때문에 왼쪽 다리를 약간 절었다.
이에 경찰과 기자들은 이 사건이 연예인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고 숨가쁘게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여러 여자 연예인들의 이니셜이 등장했고 일부 매스컴에선 추측성 보도까지 내보내며 궁금증을 잔뜩 부추겼다.
실제로 경찰은 은밀히 M가라오케의 단골 연예인 리스트를 입수, 내사에 들어가기도 했고 스포츠 신문에 보도된 여러 이니셜의 연예인들과 일일이 대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S 외에도 K, C, A, H 등의 연예인 이름이 등장했다. 또 여자 탤런트 K와 이혼한 정치인 출신 남성도 서씨와 친했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에 오르내렸다.
한편 김씨가 언급한 여자 연예인 S의 매니저는 “왜 우리를 걸고 넘어지는지 모르겠다. M가라오케에 자주 간 것은 사실이지만 서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적은 없다.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한 김씨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하며 분노를 터뜨렸다. 또 서씨와의 관계를 의심받은 한 여자 연예인도 “연예계 단짝 친구 A와 함께 서씨의 술집에 자주 간 것은 맞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 신문에 나온 것처럼 서씨로부터 골프채를 선물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가. 평소 큰오빠처럼 잘 따랐을 뿐이다” 하며 소문을 일축했다. 그는 괜히 이런저런 소문에 시달릴까봐 사건이 잠잠해질 때까지 집에서 두문불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또 죽은 서씨 휴대전화 단축번호 1번의 주인공인 ‘경아’ 때문에 ‘경’자가 들어간 이름의 여자 연예인들이 난데없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경’자가 들어간 한 여자 영화배우는 “서씨와 일면식도 없는데 왜 이런 오해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연예인이 된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결국 ‘경아’는 용산구에 사는 평범한 유부녀이며 경리 직원이었던 것으로 경찰에서 확인되며 해프닝으로 끝났다.

여자 연예인 연루 의혹 제기된 영화 투자자 서씨 피살 사건의 전말

피의자 김씨와 관련된 연예인 스캔들도 폭로됐다. 몇몇 연예 관계자들만 알고 있던 은밀한 사실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널리 퍼져나가게 된 것. 김씨는 여자 연예인 H의 스폰서였다.
그는 지난 99년부터 2000년 가을까지 H의 경제적 후원자 노릇을 해주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H와 H가 속한 기획사 직원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서초동 오피스텔에 H를 위해 숙소까지 마련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씨는 지난 2000년 H의 매니저로부터 “보험용 비디오를 만들어두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고 H와 비디오까지 찍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겨줬다. 김씨와 절친했던 한 연예 관계자는 “내가 이 비디오를 갖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언젠가 공개할 의사도 있다”고 말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이 비디오는 당시 승완이가 자주 드나들며 운동하기도 했던 A호텔 객실에서 촬영했고 H는 당시 촬영되는 줄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됐다. 이 비디오는 VHS 테이프에 담겨져 있고 분량은 20분 남짓이다”고 설명했다.
연예인 관련 축소 수사 의혹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수사관은 “솔직히 연예인이 연루돼 있다면 우리로선 신이 난다.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사건도 커지기 때문에 우리가 외면할 이유가 없다. 다만 김씨가 자신의 입으로 비디오나 연예인과 관련된 부분이 범행 동기라고 말해야 하는데 초지일관 ‘돈과 모욕적인 발언 때문에 죽였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비디오나 연예인과 관련된 부분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며 단지 김씨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일 뿐이다” 하고 말했다.
경찰서에서 10일간 입감돼 있던 김씨는 보강 수사를 받고 지난 5월15일 검찰로 송치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아직도 많은 의혹을 남기고 있다.
첫째, 우발 범행 여부. 김씨는 자신의 신체를 모욕해 순간적으로 화가 나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했고, 경찰도 우발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사건 당일 CCTV를 피해 다리가 불편한 김씨가 5층까지 걸어 올라간 점, 그리고 한강에 버렸다는 칼과 옷가지 등을 찾지 못한 점 등을 미뤄 계획 범행 여부에 대한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두 사람을 모두 잘 아는 한 음식점 사장은 “평소 서씨는 언행이 거칠기로 유명하다. 범행 당일 욕을 들었다는 이유로 김씨가 느닷없이 격분, 칼을 휘둘렀을 가능성은 여러모로 희박하다. 뭔가 말 못할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공범 여부도 미심쩍긴 마찬가지다. 경찰은 단독 범행이라고 발표했지만 평소 술을 마시지 않고 다부진 몸놀림을 보였다는 죽은 서씨가 과연 한쪽 다리가 불편한 김씨의 공격에 무방비로 당했겠느냐는 점은 상당 부분 의심스럽다. 김씨는 현장검증에서 범행을 재연하며 많은 부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서씨를 세번 찌른 것만 기억날 뿐 그후로는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한결같이 현장에 공범 흔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셋째, 범행 동기다. 김씨 주위 사람들은 “김씨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 해도 7천5백만원 정도는 얼마든지 융통할 수 있다. 분명히 서씨로부터 다른 협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때문에 어쩌면 김씨와 4년간 스폰서 관계였던 여자 연예인 H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피의자 김씨는 영장 실질 심사를 마치고 돌아온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죽은 서씨도 인생을 잘못 살았고 나 역시 그렇다. 죗값을 달게 받겠다.”
이 살인사건은 검찰의 전면 재수사와 함께 조만간 제2막이 시작될 예정이다.

여성동아 2003년 6월 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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