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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IQ 157 영재소녀’ 하린이 엄마가 얘기하는 ‘영재 아이 육아법’

“시시콜콜 얘기하는 ‘수다교육’으로 예의바르고 겸손하게 키우려고 해요”

■ 글·박진숙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3.06.05 11:58:00

하루에도 몇 군데의 학원으로 뛰어다니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영재 소녀 하린이는 집에서 놀면서 공부한다.
하지만 1~2학년 때 치른 기말고사에서 전과목 만점을 받았고 정확히 이틀 공부하고 치른 7급 한자시험도 가뿐하게 통과했다. 최근 동시집 ‘마음은 이상해’를 발표하고 꼬마 시인으로도 첫발을 내디딘 하린이와 어머니 김영주씨 인터뷰.
‘시 쓰는 IQ 157 영재소녀’ 하린이 엄마가 얘기하는 ‘영재 아이 육아법’

지난 4월의 어느날, 초등학교 3학년인 전하린(8)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하지만 떠들썩하게 논 것도 잠시. 생일잔치를 시작한 지 두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친구들은 학원에 가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결국 남은 사람은 그날의 주인공인 하린이뿐. 하린이는 ‘사교육의 중심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살고 있지만 어떤 사교육도 받지 않는다.
최근 동시집 ‘마음은 이상해’를 낸 하린이는 만 5세에 조기 입학해 1~2학년 기말고사에서 혼자 전과목 만점을 받았다. 또한 만 5세 때 한국어린이시사랑회 주최로 열린 ‘한국어린이 시문학상’에 참가해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린이의 수상작 ‘엄마와 나’란 시에는 하린이의 천부적인 재능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엄마 몸 속에서/태어났기 때문일까?/엄마가 오늘/슬픈 얼굴을 하고 계시니까/나도 자꾸만/슬퍼진다’
“하린이는 만 3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엄마인 제가 한 일이라곤 노트 한권을 사준 것뿐이에요. 특별한 교육요? 그런 것 없어요. 사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킬 자신도 없고 형편도 안돼서 조기입학을 시켰을 뿐이에요.”
하린이 엄마 김영주씨(36)는 일찍부터 아이가 남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영재교육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지능지수 검사를 받은 것도 조기입학에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 외에 받는 수업으로는 학교 방과후 실시하는 특기적성교육 영어와 컴퓨터가 전부. 월 2만원을 내고 주 2회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돌잔치에서 15곡의 동요를 불러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한 아이
“하린이는 원리를 파악하면서 공부를 해요. 영어를 시작한 후 영어발음이 단어에 따라 왜 틀린지 물어보더군요. 이러이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줬더니 영어사전을 사달래요. 그리고 영어사전을 보면서 발음의 원리를 스스로 깨우쳤어요. 영어수업은 고학년들과 함께 받는데 하루에 영어단어 50개씩 줄줄 외워요.”
한자공부도 마찬가지. 하린이의 영특함을 지켜보던 이웃 엄마가 보다못해 한자시험에 등록해주고 문제집도 사줬다. 이때가 시험을 치르기 이틀 전. 하린이는 5백자나 되는 한자를 머릿속에 사진을 찍는 것처럼 이틀에 걸쳐서 외웠다. 시험 결과 발표 날. 하린이는 정확히 7개만 틀린 채 7급 한자능력시험을 통과했다. 믿어지지 않았던 김씨는 벼락치기 공부라 오래 못 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며칠 뒤 집에서 다시 시험을 봤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 한자도 틀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린이는 키 49.2cm에 몸무게 3.05㎏으로 평범하게 태어났다. 하지만 생후 1개월부터 천재성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난히 빨리 뒤집기를 하더니 백일에 첫 말을 뗐고, 8개월 때는 아빠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아빠,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하고 정확히 말했다고. 또한 돌잔치에서 15곡의 동요를 불러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한글은 언제 뗐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15개월 무렵 주차장에 씌어 있는 ‘주차금지’ 표지판을 읽어냈다.

‘시 쓰는 IQ 157 영재소녀’ 하린이 엄마가 얘기하는 ‘영재 아이 육아법’

아이의 천재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5개월 된 하린이는 음악에도 재능을 보였다. 한마디로 ‘절대음감’을 타고난 것. 아빠 차 안에서 이동중에 들었던 조관우의 ‘꽃밭에서’를 올 때, 갈 때 두번 듣고 정확히 따라 했다. 음정, 박자, 가사 하나 틀리지 않았다. 한달 전에 지하철에서 들었던 곡을 우연히 다시 듣곤 “엄마, 이거 비발디의 바이올린 13번이죠?”하고 물을 때는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 김씨도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하린이는 영재이긴 했지만 시와 음악에 재능이 많은, 색깔이 조금 다른 영재였다.
“처음엔 그저 조금 빠른 아이겠거니 했어요. 남편도 그렇게 여겼죠. 자기 자식은 누구나 천재로 보이잖아요. 하지만 생후 1, 2개월 때부터 아이가 예사롭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그때마다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았어요. 친정엄마도 오랫동안 아이를 지켜보고 나서 결국 인정하시더군요. 키, 몸무게, 인지 능력 모두 빨랐어요. 또래보다 1년6개월 정도 빨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애지중지하며 곱게 키우지 않았어요.”
하린이를 낳기 전 1년 동안 친정언니를 대신해 조카를 ‘바람 불면 날아갈까’ 곱게 키웠던 김씨는 막상 자신에게 딸이 생기자 ‘막’ 키웠다고 했다. 생후 4개월까지 모유를 먹인 후 이유식도 잠깐, 밥을 먹였다. 그리고 어딜 가든지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볼 것과 못 볼 것을 가리지 않았고, 먹을 것과 못 먹을 것 또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가 영재라고 과보호는커녕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막’ 키웠다.
하린이가 별난 교육을 받았다면 그것은 어머니 김씨의 ‘수다 교육’이었다. 임신중에 했던 태교도 ‘수다’였다. 하찮은 물건을 계산할 때도 뱃속 아이에게 물어가며 셈을 치렀다. 이런 방식은 하린이가 태어난 후에도 계속됐다. 아기인 하린이에게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서 암산으로 계산하는 법을 가르쳤고, 비오는 날 헌옷을 입고 나가 흙탕물에서 실컷 뒹굴며 놀게 했다.
두 사람은 지금도 ‘수다’가 많은 모녀지간이다. 하다 못해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그들의 수다는 끝날 줄 모른다. 두 사람은 일주일에 한번씩 5백원을 들고 나가 불량식품을 사먹고 동네 한바퀴를 돌면서 함께 논다. 이것도 모자라 아침이 되면 김씨는 하린이 가방에 쪽지편지를 넣고 하린이는 그날 밤 답장을 엄마의 머리맡에 놓아둔다.
‘하린아, 하린이가 어른 프로그램 보려고 해서 엄마가 야단 심하게 쳤지? 특별한 제약 없이 뭐든지 보여주는 엄마지만 너무 오래 보는 건 반성할 일이야. 몸도 마음도 눈도 모두 건강해야 할 우리 딸에게’
‘엄마, 그래도 너무 많이 혼내셔서 속상했어요. 엄마 말씀처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나이니까 노력할게요. 엄마, 그런데 저 아폴로 과자랑 바비 인형 옷 하나만 사주세요.’
이처럼 김씨는 하린이의 능력계발보다 인성교육에 무척 신경을 썼다. 또래보다 늘 한발 앞서 있는 하린이가 행여 자만심을 갖게 될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린이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고 예의 바르며 겸손하다. 그러나 김씨의 조심스러운 마음이 지나쳤던 것일까. 간혹 아이는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친구들에게 양보를 해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어느날 손가락이 퉁퉁 부어서 집에 왔어요. 반 친구가 밟고 지나갔대요. 너무 부어서 며칠 동안 구부리지도 못할 정도였죠. 아프지 않았냐고 했더니 너무 아파서 울었대요. 하지만 자기가 너무 많이 울면 밟은 아이가 미안해할까봐 조금만 울었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어찌나 속상하던지 선생님에게 말했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하린이가 ‘그 아이가 장난꾸러기이긴 하지만 날 미워해서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선생님에게 말하면 자주 말썽부리던 아이라서 그 아이가 혼났을 걸’이라고 하대요.”
김씨는 하린이에게 양보하기와 절제하기를 철저히 가르쳤다. 하나뿐인 딸이 원하는 것을 사주지 못할 형편은 아니었지만 1만원이 넘는 물건을 살 때면 하린이를 기다리게 했다. 한번은 하린이가 아기인형 유모차를 갖고 싶어했다. 당시 15개월이었던 하린이는 여섯 달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렸다. 시장에 갈 때마다 팔리지 않았나 확인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김씨는 기다려보게 하고 그래도 사겠다는 아이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때 사줬다.

‘시 쓰는 IQ 157 영재소녀’ 하린이 엄마가 얘기하는 ‘영재 아이 육아법’

하린이가 학교 수업 외에 받는 수업은 학교 방과 후 실시하는 특기적성교육 영어와 컴퓨터가 전부다.


“제가 철이 없었을 때는 제가 잘나서 하린이를 낳은 줄 알았어요. 그래서 생각 없이 주변 엄마들에게 자랑도 하고, 걱정도 하면서 지냈어요. 하지만 엄마의 노력으로 차곡차곡 키워지는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 영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린이가 커갈수록 타고난 영재는 없다는 말이 맞다고 느껴요. 하린이 친구들만 봐도 알 수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아이에게 더 겸손하게, 항상 양보하면서 지내라고 말하게 되죠.”
하린이의 꿈은 ‘아나운서’와 ‘존경받는 사람’이다. 아나운서가 되면 외국에서 온 대통령들과 통역을 쓰지 않고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영어공부와 한자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그런 이유. “실험을 할 수 있는 과학과목이 가장 재미있다”는 하린이는 “노래는 친구들보다 제가 좀더 잘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공부는 그렇지 않아요” 하고 말했다. 친구들도 실력이 좋은데 시험을 볼 때 실수를 해서 더 틀리는 것뿐이라고.
“저도 학원 다니고 싶을 때 있어요. 외국인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영어학원이요. 학교 끝나고 나면 같이 놀 친구들이 없어서 심심하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먼저 배운 아이들이 손 들고 말하면 부럽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학교 끝나면 집에 와서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고 놀아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씨는 자신을 “보수적인 엄마”라고 말하며 웃었다. 학교만 다녀도 충분하다고 믿기 때문. 김씨는 하린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놀면서 배우도록 나둘 생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요즘 하린이가 언론이나 방송에 출연하는 일이 잦아져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다. 하린이가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서다. 단 한번도 시를 쓴 뒤 잘 썼는지, 못 썼는지 물어보지 않던 아이가 언젠가 TV에 출연할 때는 “엄마, 이 시 잘 썼어요?” 하고 물었다는 것. 그래서 그는 앞으로 아이를 노출시키지 않을 생각이라고 한다. 외국지사로 발령나 현재 일본에서 근무중인 남편 역시 무척 꺼린다고.
“아이의 재능은 너무 많은데 부모가 뒷받침을 못해주는 것 같아 미안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대신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요. 앞으로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살다 보면 공부를 남들보다 더 잘해서 빨리 성공할 수도 있고, 아니면 반대로 뒤처질 수도 있겠죠. 또 부모가 못마땅할 때, 힘들 때도 있을 거고, 다른 아이들이 부러울 때도 있겠죠. 혹시라도 그렇게 하린이가 좌절하는 순간이 올 때 방송이나 신문에 나갔던 자기 모습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갖게 되길 바랄 뿐이에요.”
김씨도 가끔 아이에게 적절한 영재교육을 시키지 않아서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단계별로 자극이 없으면 영재성이 죽어버리거나 환경에 적응을 못해 빗나갈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염려의 마음이 생길 때마다 ‘막’ 키운 덕분에 건강하게, 털털하게 자란 하린이를 보면서 한시름을 놓는다고.
하지만 어머니 김씨의 걱정과 달리 하린이는 무척 특별하게 자라고 있었다. ‘친구처럼’ 살아가는 그들 모녀의 수다가 오랫동안 두런두런 끊이지 않고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여성동아 2003년 6월 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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