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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남자의 꿈

80억원 들여 록·재즈 라이브클럽 연 가수 이승철 사랑과 야망

“가수로서의 절정기에 좌절 겪었지만 이젠 사랑과 성공, 모두 이룰 겁니다”

■ 글·이영래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3.06.03 17:11:00

‘네버 엔딩 스토리’로 화려하게 부활한 그룹 부활의 보컬 이승철이 경기도 평택에 80억원을 투자, 록·재즈 전용 라이브클럽을 열었다.
지난해 55억원 규모의 녹음실을 오픈하는 등 음악을 매개로 가수와 사업가의 길을 병행하면서, 양쪽에서 모두 ‘대박’을 터뜨린 이승철.
그가 털어놓은 ‘내 인생의 명암, 사랑, 그리고 성공.’
80억원 들여 록·재즈 라이브클럽 연 가수 이승철 사랑과 야망

뮤지션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말하는 꿈이 있다. 자신만의 녹음실과 콘서트홀을 하나 가지고 싶다는 것. 규모나 시설이 아무리 작고 조악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나이가 들어서 인기가 수그러들더라도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놓고 싶은 것이 그들의 꿈인 탓이다. 물론 이는 보통 말뿐인 희망으로 끝난다.
그러나 평생의 꿈 두가지를 모두 이룬 사람이 있다. 부활의 보컬 이승철(37). 그는 지난해 국내 최고 수준의 전용 녹음실 ‘루이’를 갖게 된 데 이어 5월2일 평택에 록·재즈 전용 라이브클럽 ‘네버 엔딩 스토리’를 오픈했다. 대지 5천평, 건평 1천5백평 규모로 시설 투자에만 무려 8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는 80억원이 넘게 들었죠. 땅 주인은 따로 있고, 저는 시설에만 투자했어요. 이게 잘되면 이 주변의 배밭으로 계속 넓혀나갈 생각이에요. 돈이요? 펀딩도 받고, 은행에서 빌리기도 하고, 뭐 사기도 치고(웃음)…. 사업하면서 돈 만들 방법이야 여러가지 있죠. 제 돈은 거의 없어요. 빚만 한 1백억원 될 거예요(웃음).”
서평택 인터체인지에서 5분, 이미 평택의 명소가 됐다는 ‘네버 엔딩 스토리’가 배밭 사이로 시야에 들어왔다. 갓 지은 새 건물과 말쑥한 주차장의 모습, 그리고 아직 잔디를 심지 못해 붉게 속살을 드러낸 주변의 황토가 묘한 대비를 이루며 펼쳐져 있다. 최근 이승철은 거의 매일 이곳으로 출근한다고 한다.
약속 시간은 오후 3시였지만, 그보다 먼저 도착한 탓에 그의 출근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인사를 남기고 사무실로 들어가 관계자들과 서류를 앞에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수라기보다는 사업가의 풍취가 느껴지는 모습. 그는 인터뷰 중에도 직원에게 여러가지 자료를 갖다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문득 생각났다는 듯 “케이크 냉장고는 알아봤냐” “와인은 어떻게 준비됐냐”며 지시사항을 체크하기 바빴다.

교육자 집안 출신으로 앨범 제작 통해 사업가적 수완 발휘
80억원 들여 록·재즈 라이브클럽 연 가수 이승철 사랑과 야망

이승철이 세운 록·재즈 라이브클럽 ‘네버 엔딩 스토리’는 이미 평택의 명소가 됐다.


“제 이름만 건다고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연예인이라고 다 큰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만큼 세세한 계획과 수익 전망이 나와야 가능한 거예요. 많은 분들이 ‘이 정도 규모로 투자하면서 왜 평택에다 지었냐’고 물으시는데, 이 옆으로 4차선 도로가 들어와요. 수원이 5분 거리고, 반경 1시간 거리에 4백만명이 살아요.”
사업가로서 그의 수완이 최근 쌓인 것은 아니다. 88년 솔로 1집 때부터 그는 자신의 음반을 직접 기획 제작했다. 물론 당시엔 상당한 재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집안의 도움을 받았다. 모 학교재단 설립자가 그의 할아버지. 그러나 그는 “교육자 집안에 돈이 많으면 안되죠(웃음). 집에서 도움받은 건 처음에 악기 살 때하고 앨범 제작할 때 빼곤 없었어요”하며 철저히 집안에서 독립해 사업을 벌여왔다고 했다.
앨범을 직접 제작한 것도 ‘가수는 앨범을 직접 제작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가 없다’는 사업적 판단 때문이었다고 했다. 지금이야 ‘부활’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지만, 그는 데뷔 당시 앨범을 내놓고 노심초사하던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앨범이라고 내놨는데 시중 유명한 레코드 가게를 돌아봤더니 박스도 안 뜯고 그대로 뒀더라고요. 그냥 그대로 반품하려고…. 박스 뜯어서 매장에 놓으라고 말하고, 앨범 홍보하려고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그러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그거 다 거치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이번에 노래가 제대로 걸려서 부활이 다시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제가 좀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대마초 파동도 있고…. 그런데도 제 음악을 팬들이 다시 받아주잖아요. 결국은 음악하는 사람은 음악을 통해 말하는 거죠. 이번에 이 근처에 있는 칠곡 저수지 옆에 집을 하나 지을려고 해요. 땅을 한 2백평 구해놨는데 거기다 집짓고 후배들 데려다놓고 연습시키려고 해요. 뒤통수 때려가면서 가르쳐야죠. ‘야! 이놈들아! 대마초 하지마!’(웃음)”

80억원 들여 록·재즈 라이브클럽 연 가수 이승철 사랑과 야망

가수로서 그가 얼마나 대단한 성공을 거뒀는지는 재론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러나 가수로서의 절정기에 그는 대마초 파동, 이혼 등의 아픔을 겪으며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린 댄스그룹 노래로 뒤덮인 베스트 앨범에 간혹 자신의 노래 한곡 껴 있던 시절”을 보내야 했던 것. 당시 그는 마포에 갈비집을 열기도 했다.
물론 이런 시간이 그에게 단순히 소모된 시간은 아니었다. 그는 이 시기를 통해 가수로서 더욱 성숙해질 수 있었고, 또 사업가적인 기질을 발휘할 시간을 얻을 수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서울 강남에 55억원을 들여 문을 연 녹음실 ‘루이’다.
“갈비집은 지금 형님이 하는데, 제 욕심엔 그게 좀 규모가 작더라고요. 뭔가 큰 거, 거창한 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난해 강남에 ‘루이’를 낸 거죠. 55억원 들었는데 지난해 수해 때 침수 피해를 입어서 또 5억원 정도가 들어갔어요. 그러니까 대충 60억원 들어간 사업인 거죠. 그것도 지금 잘 돌아가요. 전 마이너에서 시작해서 메이저로 가겠다는 건 안 믿어요. 사업이란 메이저에서 메이저로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결혼은 27세 여자친구와 할 생각이지만 아직은 내가 너무 바쁘다”
그의 기획사 음반을 비롯, 국내 톱클래스 뮤지션들의 앨범 녹음은 대부분 ‘루이’에서 하고 있다. 문을 연 지 1년 남짓밖에 안됐지만 ‘루이’는 벌써 안정된 기반을 잡았다.
“사실 루이를 통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어요. 그래서 라이브홀도 낸 건데, 이것도 단순히 뮤지션의 열정만으로 낸 건 아니에요. 이제 우리 놀이문화가 나이트 위주에서 변하고 있거든요. 외국처럼 라이브 음악을 즐기며 여가를 보내는 문화가 정착될 거고, 이미 시작됐다는 거예요. 제가 라이브홀 두세 개만 가지고 있으면 제 음악 인맥을 살려서 라이브 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봐요. 그럼 규모를 더욱 키워서 프랜차이즈 사업도 가능한 거죠.”
라이브홀의 대중화를 표방한 만큼 그가 무엇보다 신경을 쓰는 것이 공연 내용이다. 라이브홀 ‘네버 엔딩 스토리’에선 그의 공연을 비롯, 이은미 김종서 전인권 체리필터 싸이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의 공연이 매주 펼쳐진다. 더구나 매일밤 8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버클리 음대 출신의 한상원 밴드, Brid, 최원혁 재즈 쿼텟 등의 재즈, 블루스 연주무대도 마련돼 있다(공연 문의 031-657-6232∼3). 또 여름에는 ‘드림홀 음악제’를 열어 신인 뮤지션들도 발굴할 계획.
“잠은 6시간 이상 안 자요. 제가 좀 부지런한 편이라 계속 일을 벌여요. 이제 팀이 있으니까 저는 벌이고 수습은 실무팀이 하는 거죠(웃음). 쉰다고 해도 별게 있나요? 스포츠센터 다니거나 겨울에 스키 타는 게 고작이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못해요. 이렇게 바쁘게 살다 보니 여자에 대한 생각도 바뀌더라고요. 이제는 그냥 편하게 절 받아주는 여자가 좋아요. 지금 물론 여자친구가 있어요. 결혼하기엔 제가 너무 바쁜데, 아마 결혼하면 이 친구하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공공연히 “같이 밥을 먹다 여자친구의 수저에 김치를 찢어 놓을 수 있는 다정다감한 성격”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거기에 단서를 하나 붙였다. “나는 한 여자에게만 잘한다”고. 그리고 지금 ‘잘해주고 있는’ 여성도 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나이는 27세, 사업가. 그는 그 이상은 “알 필요 없다”며 웃었다.
사업상 바빠 요즘은 여자친구와도 자주 못 만나지만 애정 전선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데이트할 때도 별다른 것은 없는데, 전에는 같이 드라이브도 하고 놀거리를 찾아 방황하기도 했지만 이제 여자친구와 집에서 비디오를 보며 안온한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여자친구하고 있을 때가 가장 편하고 행복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요즘은 그냥 집에만 있고 싶어요. 나이가 드니까 점점 더 그런 것 같아요. 사업하니까 내조가 더 절실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또 아니에요. 전 밤에도 가끔 기분 내키면 차 타고 어디 구경 가고 그러거든요. 그럴 때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안정이 되면 그 아이디어가 멈출 것 같아요. 일단 지금은 사업에 전념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한편, 그는 올해 8월 부활 2집을 내고 음악 활동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원래 부활 결성 15주년을 기념, 스페셜 앨범으로 낸 ‘네버 엔딩 스토리’가 ‘대박’을 터뜨리는 바람에 ‘재결성 아닌 재결성’이 돼버렸지만, 과정이야 어찌됐건 앞으로도 그룹 부활은 계속 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여성동아 2003년 6월 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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