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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황주리의 그림 에세이

“유효 기간 없는 행복한 최면에 빠져들고 싶다”

2003. 06. 03

“유효 기간 없는 행복한 최면에 빠져들고 싶다”

‘해피 칼라’라는 이름의 찻집이 생각난다. 제목 탓인지 들어서는 순간 나는 마치 누군가 내게 행복의 최면을 건 듯 행복해졌다. 맛있는 커피 한잔으로도 행복해지는 것을보면 행복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술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최면의 유효기간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사람일 것이다. 그것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랑의 새순이 돋고 있는 즈음의 사람들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하다. 모든 시작은 아름다워라. 그러나 마치 천년 동안의 전생을 아로새긴 듯한 그 향기로운 시간들이 지나면 어느새 행복과는 정반대인 갈등의 시기로 접어들 것이다.
행복에 이르는 길이 너무 어려운 까닭에 인간 복제 시대에 아직도 사람들은 명상과 평화로움에 관한 책들을 찾는다. 안간힘을 쓰면서 행복해지려고 노력하지만 우리는 너무 짧은 순간 외에는 대체로 행복하지 못하다. 행복의 정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를지 모른다.
스타 중의 스타 장국영이 그렇게 쉽게 세상을 떠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사람이 남긴 마지막 말은 세상 사는 일이 너무 피곤하여 더는 살아낼 기운이 없다는 거였다. 마릴린 몬로, 마리아 칼라스, 다이애나 황태자비도 스스로에게 행복의 최면을 걸지 못했던 우울한 스타들이다. 섬광처럼 지나가는 짧은 순간이 아니라 긴 행복의 최면을 걸 줄 알았던 사람들은 오히려 불구의 몸이었던 헬렌 켈러, 혹은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 몸과 마음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실천했던 테레사 수녀 같은 사람들이다. 행복한 사람들 중에는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름없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늘 고마워할 줄 알고,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소중한 소망의 깃발 하나 간직하며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짧았던 봄이 또 서럽게 떠나가는 6월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비록 완성되지 않는다 해도 해피 칼라로 칠해보는 도화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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