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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특별한 고백

남편‘외도’로 마음고생한 전원주가 털어놓은 부부 위기 극복 체험담

“남편이 여자와 호텔에서 나오는 걸 봤다는 말을 들을 때 심정은 아무도 몰라요”

■ 글·김순희 ■ 사진·정경택 기자

입력 2003.06.03 10:21:00

대다수의 주부들은 ‘다른 남자들은 다 바람을 피워도 내 남편은 예외일 것이다’ 하면서 믿고 산다.
탤런트 전원주도 그렇게 남편을 믿고 살았다. 그러나 결혼 25년 만에 맞닥뜨린 남편의 외도.
이를 알게 된 후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는 전원주가 털어놓은 가정파탄의 위기 극복하고 살아온 결혼생활.
남편‘외도’로 마음고생한 전원주가 털어놓은 부부 위기 극복 체험담

“제친구가 ‘네 남편이 어떤 여자와 호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다’고 알려주는데 눈앞이 캄캄하고 속이 뒤집어집디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가지쯤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게 마련이다. 옆집 아줌마처럼 편안한 모습의 탤런트 전원주(64)가 평생 감춰두고 싶었던 ‘비밀’은 어쩌면 남편(68)이 한때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아닐까.
5월초 KBS ‘논쟁 버라이어티 당신의 결정’에서는 어느 날 아버지의 외도를 알게 된 한 여대생이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말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 20명의 카운슬러들이 논쟁을 벌였다. 이날 카운슬러 중 한명으로 출연한 전원주는 “한때 남편의 외도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다. 어머니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그 여대생은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고민이 되지요. 하지만 딸이 받는 고통에 비해서 그 엄마가 남편이 바람 피운 사실을 알았을 때 당하는 고통이 훨씬 무겁고 견디기 힘들어요.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죠. 모르고는 살 수 있지만 알고는 살기 힘든 게 남편의 외도인 거 같아요. 뉴스를 통해서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으로 치닫는 주부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하기도 하잖아요.”
10여년 전. 전원주는 한 친구의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다른 남자들은 다 바람을 피워도 내 남편만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철썩같이 믿었던 남편이 호텔에서 한 여자와 나오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는 친구의 전화였다. 그는 전화를 받는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친구의 전화를 끊은 후 마음을 가다듬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말로 하면 서로 감정에 상처를 주면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큰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부부싸움이 격해지면 걸러지지 않은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게 되잖아요. 저도 ‘야, 이놈아. 난 살려고 애쓰는데 너는 그 짓을 해? 그러고도 인간이야’ 하면서 욕이란 욕은 다 할 것 같더라고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른 채 ‘우리가 열심히 살아와서 이렇게 화목하고 아름다운 가정이라는 꽃을 피웠는데 꽃밭에 비료는 못 줄 망정 독약을 뿌리느냐. 난 우리 가정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는 요지의 편지를 썼어요. 그런데 쓰다보니 왜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편지지 10장을 써서 남편의 눈에 잘 띄는 소파 옆 탁자에 올려놓았어요.”
남편‘외도’로 마음고생한 전원주가 털어놓은 부부 위기 극복 체험담

전원주는 후배 탤런트 강민석, 이현실 결혼에 주례를 섰다. (사진제공 크림웨딩).


편지를 읽은 남편의 반응을 기다리던 전원주는 그때까지만 해도 마음속으론 “아냐, 당신이 잘못 알고 있어. 그것은 오해야” 하고 말하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편지를 읽은 후 안방으로 들어온 남편의 눈빛은 그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남편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던 것.
“남편의 얼굴을 보니까 ‘정말 그런 일이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순간 가슴을 큰 바윗돌이 짓누르는 듯한 아픔이 엄습합디다. 그때 다급한 남편이 변명을 한 게 ‘술집 여자가 술값 받으러 왔다’는 것이었어요. ‘술집 여자가 문산(전원주의 남편은 문산에서 사업을 했다)에서 서울까지 술값을 받으러 왔다는 게 말이나 되냐, 날 바보로 아냐’면서 눈을 부라리고 따져 물었죠. 딴 때 같으면 불같이 화를 냈을 남편이 그냥 물끄러미 날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전원주는 그때가 결혼생활 중에 가장 견디기 힘든 위기의 순간이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속내를 털어놓을 때면 “그걸 그냥 놔두냐. 나 같으면 당장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을 거야” 하고 입에 거품을 물었던 그였지만 막상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하자 쉽게 결단을 내리기 힘들었다는 것.
“결혼생활 25년 만에 위기가 찾아 온 건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잠을 못 이뤘어요. ‘여태껏 가정을 잘 꾸려왔는데 여기서 무너지나, 무너뜨리면 안되는데’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자기반성도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그동안 가정과 남편에게 충실하게 살아왔나, 남편에게 얼마나 따뜻하게 대해주었나 등등…, 제 자신을 뒤돌아보니까 남편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마음이 얼마나 공허했으면 다른 여자와 그랬을까, 내가 빈자리를 채워주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구나’ 싶었던 거죠.”

남편‘외도’로 마음고생한 전원주가 털어놓은 부부 위기 극복 체험담

전원주는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고 편지지 10장의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또한 그는‘남자들의 바람은 길을 걷다가 무심결에 침 뱉는 것과 같은 행위’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남편의 ‘바람’을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마음먹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전 가정을 위해서 열심히 살았는데 남편이 딴 짓을 했다고 하니 속이 안 뒤집어지겠어요? 그 배신감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의외로 이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고, 어떻게든 이 사태를 잘 해결하고 남편의 마음을 돌이켜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편이 그 여자에게 마음까지 줬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남편이 가정을 깰 사람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남편의 한번 잘못으로 인해 가정까지 깨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그는 남편이 어설픈 변명으로 둘러댔지만 ‘자백’하지 않았음을 오히려 고맙게 여겼다고 한다. 더 이상의 것들을 알게 된다면 견뎌낼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남편이 사실대로 얘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전처럼 부부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저처럼 아이들과 저에게 무척 잘해주는 자상한 남편이 바람을 피웠을 경우에는…. 밝은 대낮에 벼락을 맞은 심정이더라고요. 남편을 용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속에 묻어둔 분노가 울컥 치밀어올라요. 남편이 미운 짓을 할 때면 그 일이 왜 그리 자동으로 떠오르는지…. 오랜 세월이 흘러도 가슴속에 멍울은 남아있어요.”

“나는 잘못한 것 없나 스스로 반성”
그가 남편을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아이들과 자신에게 쏟은 사랑 때문”이었다고 한다. 남편도 그 사건 이후 가정생활에 더욱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말없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남편을 보며 전원주도 잃어버린 부부간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남편은 집에 일찍 들어오는 것은 물론, 지금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수시로 전화를 해 알려주는 등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을 안하려고 애를 썼어요. 남편이 스스로 오해를 살 만한 일을 줄여나갔던 게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는 친한 친구에게조차 남편이 바람 피운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다고 한다. 자존심 때문이었다. 친구들이 ‘네가 얼마나 매력이 없으면 남편이 딴 여자에게 눈을 돌리겠냐’고 비아냥거릴 것만 같았다는 것이다.
“친구나 동료 연예인의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딴 남자는 다 그래도 우리집 남자는 아니다’고 만날 뽐냈거든요. 남편과는 연애결혼을 했는데 결혼생활 내내 저에게 잘해줘서 저에게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나리라 확신을 했던 거죠. 그런 제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얘기를 해봐요. 저를 얼마나 우습게 보겠어요. 이 사실을 장성한 두 아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오로지 혼자서만 속으로 끙끙 앓았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 그때 그렇게 용서하기를 잘했구나” 하고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긴다는 전원주는 “남편을 용서해준 것이 남편과 나를 위해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참을성도 많고 이해심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도 그 일을 통해 얻게된 작은 소득 중에 하나였다고 한다.
주변사람들이 부부간의 갈등이나 인생의 어려운 고비에 부닥쳤을 때 괴로움을 호소하면 “참고 견뎌보라”고 조언을 했던 그는 그동안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사태수습’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고통에 대해 입에 발린 조언을 한 것에 대한 자기반성도 곁들였다는 것.
“그 일을 통해서 보통 여성들보다는 조금 더 이성적으로 행동을 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랄까, 뭐 그런 거 말이에요. 참, 또 한번 남편을 의심한 적이 있었어요. 남편의 친구가 죽었는데 그의 부인이 자꾸 우리집으로 전화를 해서 남편을 찾는 거예요. ‘그 여자가 왜 매일 당신에게 전화를 하느냐’고 남편에게 쏘아대면 ‘혼자서 얼마나 힘들겠어. 불쌍하잖아. 도와 줄 수 있으면 도와줘야지. 당신은 내가 있잖아’ 하고 대답을 하더라고요. 그 말에 더 화가 나서 ‘그렇게 불쌍하면 데리고 살지’ 했더니 ‘에이, 그걸 말이라고 해’ 하며 웃어넘기고 말더라고요.”
죽은 남편 친구의 아내가 남편과는 ‘아무런’ 관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혼자 된 여자가 남편에게 자주 전화를 거는 것조차 무척 신경이 쓰였다는 전원주. 그는 “‘그 여자’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 마음 편하게 의논할 수 있는 상대가 없었기 때문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알 수 없는 ‘질투심’과 함께 ‘혹시나’ 하고 남편을 의심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남편‘외도’로 마음고생한 전원주가 털어놓은 부부 위기 극복 체험담

방송에서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준 전원주는 남편의 외도로 남모를 아픔을 겪기도 했다.


“남편은 불쌍한 사람을 보면 입고 있는 옷이라도 벗어주는 사람이에요. 지금도 연말에 남편 앞으로 오는 편지들을 보면 ‘도와줘서 고맙다’는 얘기들뿐이에요. 한번은 불쌍한 사람에게 결혼반지까지 빼주고 왔더라니까요. 그런 성격의 사람인지라 ‘그 여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남편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여자 마음이라는 게 그게 아닌가 봐요(웃음). 하여튼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게 싫더라고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편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당시에 제 속을 끓인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가 훨씬 좋았던 것 같아요.”
전원주의 남편은 1년 전 고혈압으로 쓰러져 한쪽 다리가 성치 않은 상태다. 자존심이 강한 남편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꺼리고 문밖 출입을 삼간 채 주로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는 전원주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 남편에게 “당신은 좋은 일을 많이 해서 나보다 오래 살 거야” 하고 격려를 하지만 건강 때문에 모든 생활에 의기소침해져 있는 남편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몹시 아프다고 한다.
“부부가 살다보면 ‘으이구∼, 내가 저 인간과 왜 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싫을 때도 있잖아요. 어느 땐 남보다도 못한 게 부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결혼생활 35년 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서 그런지 남편만큼 소중하고 편안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남편이 쓰러진 후에는 부부간에 애틋한 마음이 더해지는 것 같아요.”
지난 5월17일 전원주는 생애 처음으로 새로운 경험을 했다. KBS 공채 탤런트 강민석·이현실의 결혼식에 주례를 선 것. 강민석은 “선배님이 살아온 인생이 존경할 만했고 무엇보다도 가정이 화목한 점이 마음에 들어 주례를 부탁하게 됐다”고 했다.
전원주는 주례사에서 “뜨거운 물이 빨리 식는 것처럼 사랑도 너무 빨리 뜨거워지면 식기 쉽다. 조금씩 조금씩 튼튼하게 사랑의 성을 쌓고,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믿고 살아가 달라. 부부간의 사랑이 죽을 때까지 변치 않기 위해서는 서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세상에 부부만큼 소중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아내가 참아야 할 때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며 신부에게 ‘특별한’ 부탁을 당부했다.
“얼마 전에 제가 평소에 좋아하던 후배 연예인의 이혼 소식을 들었어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어느 부부에게나 갈등은 있게 마련이죠.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즘엔 순간의 격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이혼으로 치닫는 젊은 부부들이 많은데, 한번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이후에 한 선택에 대해서는 후회가 적은 것 같아요.”
남편이 바람을 피운 지 1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남편이 여자와 함께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는 호텔 앞을 지날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는 전원주는 “잊으려고 노력해도 쉽게 잊혀지지 않고 배신감에 치를 떨게 만든 ‘사건’이었지만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를 했고 더 열심히 살았다”면서 “앞으로 남은 인생은 남편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는 “혹시 바람을 피운 남편 때문에 가정이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면 다시 한번 심사숙고 하기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여성동아 2003년 6월 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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