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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정승처럼 쓴다

권영길 대표 성대모사로 인기상승, 분식집 창업해 불우이웃 돕는 김학도

■ 글·조득진 기자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3.05.14 14:47:00

개그맨 김학도가 최근 분식집을 열고 개업일 수익금 전액을 사회복지단체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해 화제다.
또 매월 수익금의 1%를 이 재단에 내놓기로 약속했다. MBC '코미디하우스' ‘삼자토론’ 코너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의 성대모사로 데뷔 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를 만났다.
권영길 대표 성대모사로 인기상승, 분식집 창업해 불우이웃 돕는 김학도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검은 뿔테안경 너머 반달 모양의 눈매, 다소 어눌한 말투, 그리고 말끝마다 혀를 내밀어 입술을 적시는 모습까지, 영락없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의 모습이다.
지난 2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MBC ‘코미디하우스‘의 신설 코너 ‘삼자토론’이 인기몰이중이다. 개그맨 박명수, 배칠수, 김학도가 대선 기간에 열린 TV토론회를 패러디, 각각 이회창·노무현·권영길 후보로 변신해 정치풍자에 나서고 있는 것. 그 중에서도 노무현 후보의 패러디 ‘맞습니다. 맞고요’를 단 일주일 만에 제치고 시청자의 웃음보를 터뜨리고 있는 사람은,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로 권영길 후보 성대모사에 나선 개그맨 김학도(33)다.
“데뷔 10년 만에 이런 바람은 처음이에요. 연습할 때 박명수와 배칠수가 워낙 잘해 성공을 예감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요. 권영길 후보 성대모사가 가장 걱정이었는데 녹화 당일 집어넣은 ‘국민 여러분, …’의 호응이 커 다행이죠.”
아이디어는 가수이자 개그맨인 박명수가 먼저 내놓았다. 가수로 변신, ‘바다의 왕자’ ‘바람의 아들’ 등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의욕적으로 활동을 했으나 별 재미를 보지 못한 그가 가수생활을 접으며 내놓은 야심작이다.
“처음엔 노무현 후보 패러디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배칠수가 자기는 노후보 흉내에 자신 있다며 양보하라는 거예요. 박명수는 그나마 이회창 후보랑 비슷하고…. 하는 수 없이 권영길 후보 패러디를 맡았죠.”
그동안 정주영, 이주일, 이덕화 등의 성대모사로 그 실력을 인정받은 그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다른 두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졌고, 캐릭터 분석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권후보의 특징이 무엇이며, 그 특징을 시청자들도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일단 비디오 분석을 통해 연설의 특징을 잡아냈죠. 권후보 성대모사는 단어보다, ‘나 좀 알아봐 달라’고 애걸하는 듯한 어투가 더 중요해요. 또 한 문장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문장이 들어가는 것도 특징이죠. 그리고 긴장하면 입술을 적시는 버릇도 있더라고요. 대선 직전 마지막 연설에선 2분 동안 무려 열다섯번이나 혀를 날름거리시더군요.”
정치풍자에 목말라 있던 시청자들에게 그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그러다보니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삼자토론’에 대한 ‘토론’이 따로 열리기도 하고, 팬클럽도 많아졌다. 그가 성대모사하는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도 유행어가 되었다. 라디오 광고를 비롯해, 휴대전화 음성서비스 등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 이렇게 입소문을 타자 민주노동당에서 홍보대사직 제의까지 들어왔다.
“요즘 제가 끼고 나오는 뿔테안경은 권후보가 TV토론 때 실제 사용했던 안경이에요. 권후보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당의 이미지 개선에 공헌을 했다며 아주 고마워하시더군요.”

권영길 대표 성대모사로 인기상승, 분식집 창업해 불우이웃 돕는 김학도

그는 방송이 없는 날이면 늘 가게에 나와 손님을 맞는다.


창업 결심은 정치 패러디인 ‘삼자토론’을 시작하면서 하게 됐다. 마침 일어난 대구지하철 참사와 함께 그에게 ‘사회봉사’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었다고.
“10년의 개그맨 생활 동안 제 뜻대로 못할 때가 가장 힘겨웠어요. 의욕은 넘치는데 불러주는 데가 없어서 출연료 20만원으로 한달을 버텨야 했던 적도 있었죠. 안정적인 수입원에 대한 생각이 늘 간절할 수밖에요. 그런데 정치 패러디를 하면서, 대구 지하철 참사를 보면서 ‘나 혼자 잘사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돈도 벌고,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도 돕자는 결심을 하게 됐죠.”
아이템은 분식집으로 정했다. 학창시절, 어려운 살림 속에서 어머니가 분식집을 열어 찐빵이며 핫도그를 팔아 자식들을 학교에 보냈던 기억이 김학도의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금이 문제였다. 지난 2001년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신 뒤 3개월 만에 간암선고를 받은 어머니의 치료비를 대느라 어렵게 장만했던 집도 팔았고, 요즘도 만만치 않은 돈이 치료비로 들어가고 있어 여유가 없었던 것.
“사실 그래서 분식집으로 정한 측면도 있어요. 창업하는데 1억원이 조금 넘게 들었는데, 집 팔고 남은 돈에다 여기저기서 조달했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게 맛 아니겠어요? 유명한 분식집을 다 뒤져 맛도 보고, 서비스도 배웠죠. 그 중에 가장 솜씨가 좋은 주방장을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도 했고요.”
한달간의 준비 끝에 지난 3월 중순,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 부근에 ‘김학도와 와와’라는 분식집을 열었다. 현재 진행중인 SBS 라디오 프로 ‘김학도와 배칠수의 와와쇼‘에서 이름을 빌려온 이곳은 30평 규모에 총 48석의 좌석이 마련됐다. 메뉴는 볶음밥, 김밥, 떡볶이, 냉면, 우동, 라면 등 여느 분식집과 비슷. 그러나 일급 주방장의 감칠맛 나는 솜씨가 느껴진다는 그의 자랑이 대단하다.
“지난 한달 매출을 분석해보니 모듬볶음밥이 가장 많이 나갔더군요. 그 다음이 양푼이비빔밥. 한달 매출을 분석해 ‘인기메뉴 톱 10’을 만들 계획이에요. 처음 오신 분들이나 ‘뭘 먹을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서요.”
첫날 매출은 89만원. 그는 수익금 전액을 사회복지단체인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대구참사 희생자 가족들에게 기부했다. 또 ‘나눔의 가게’로 등록, 매월 수익금의 1%를 이 재단에 내놓기로 약속해 연예계에 잔잔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가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기 때문인지 가난하고 힘겨운 삶을 사는 분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더군요. 하지만 마음만 간절했지 이를 실천하기가 어려웠어요. 이번 분식집 개업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는 길이 생겨 기뻐요. 앞으로 장사가 잘 돼서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전국 곳곳에 체인점을 내는 게 그의 사업목표. 체인점 모두 ‘나눔의 가게’에 등록해 어려운 이웃과 함께한다는 것이 ‘CEO’ 김학도의 경영철학이다.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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