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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폐기형으로 패혈증 앓는 11개월 된 홍준수군의 사연

“사경 헤매는 아기에게 분유 사줄 돈도 없는 엄마의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 기획·최호열 기자 ■ 글·안소희 ■ 사진·정경진

입력 2003.05.14 11:36:00

미숙아로 태어나 7개월간 인큐베이터에서 자란 준수군은 선천적 폐 기형으로 호흡을 못해 무의식 상태에 빠지고, 패혈증을 앓는 등 돌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수차례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런 준수를 바라보는 엄마 차명선씨의 안타까운 심경 고백.
태어나면서부터 폐기형으로 패혈증 앓는 11개월 된 홍준수군의 사연

1.17kg으로 태어난 준수는 병원에서조차 가망이 없다고 해 절망적인 상태였다고 한다. 칠삭둥이로 태어나 신체발달이 불완전한 미숙아였기 때문이다. 준수는 엄마 뱃속에서 7개월을 보내고, 꼭 그만큼을 인큐베이터 안에서 지내고 나서야 세상과 만날 수 있었다.
“임신 28주 만에 준수가 태어났을 때, 모든 것이 제 잘못인 것 같아 죄책감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날들이었습니다. 의사는 회생 가능성이 20%도 안된다고 했거든요.”
엄마 차명선씨(35)의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준수는 7개월간의 인큐베이터 생활을 잘 견뎌주었고, 생후 8개월 만에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때부터 차씨와 준수의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되었다. 준수는 잘 자지도 않았지만, 잠이 들더라도 30분을 넘기지 못했다. 두시간을 달래야 겨우 30분 동안 잠을 자니 24시간 내내 울고 깨기를 반복하는 셈이었다.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지가 없는 차씨는 혼자서 준수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차씨는 준수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준수에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었기에 감사하게만 생각되었다. 그렇게 집에서 지낸 시간이 보름쯤 되었을까? 또 한번의 시련이 다가왔다.
“그땐 하루 1시간이라도 잠을 푹 자는 게 소원이었어요. 준수는 깨어 있으면 계속 칭얼거렸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날도 잠든 모습을 곁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준수의 손을 꼭 잡고요. 웬일로 조용하더군요. 저는 정말 바보같이 준수가 잠이 든 줄로만 알았어요.”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 홍종필씨(35)는 준수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잠자는 준수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준수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숨이 멈춰버린 30분.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준수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했다.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준수는 좀처럼 숨을 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저 기도만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죠. 담당의사가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라며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들어가지 않았어요. 준수가 반드시 살아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30분 이상 무호흡 상태에 빠져있던 준수가 다시 실낱같은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이다. 보통 뇌에 산소 공급이 잠깐이라도 중단되면 뇌신경과 조직에 치명적인 손상이 가해져 목숨을 잃거나 식물인간이 되기 쉽다. 그런데 30분이나 호흡을 멈춘 준수가 다시 호흡을 하게 된 것은 정말이지 기적이었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은 계속되었다. 패혈증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패혈증이란 혈액에 균이 생겨 온몸으로 퍼지는 것으로 중환자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이다. 패혈증을 치료하기 위해 혈관에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지만 준수는 무호흡 상태가 오래되어 혈관이 수축되는 바람에 혈관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심장에 최대한 가까이 있는 혈관에 주사를 놓아야 했는데, 이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방법이다.
“링거바늘을 꽂았던 자리에선 피가 멎질 않아 계속 흐르고 심장 가까이에 아이 몸처럼 큰 주사기를 꽂는데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바로 옆 침대에 준수와 똑같은 증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더군요. 준수보다도 훨씬 큰 아이였는데 말이지요. 그땐 정말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태어나면서부터 폐기형으로 패혈증 앓는 11개월 된 홍준수군의 사연

준수를 바라보는 차씨의 심정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에도 준수는 다행히 고비를 잘 넘겼다. 패혈증 증세는 가라앉았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간신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준수의 의식은 돌아오질 않았다. 의사로부터 몇 번이나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외로이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기를 20여일. 드디어 준수의 의식이 돌아왔다. 그때가 12월25일, 예수탄생일이 준수에게도 제2의 탄생일이 된 것이다.
현재 준수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는 있으나 잘 먹고 치료도 잘 견뎌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 코에 삽입한 관을 통해 하루 1천2백cc의 분유를 먹고 있어 체중이 6kg까지 늘었다.
준수는 중환자실에서도 가장 작고 가녀려 간호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준수를 담당하고 있는 수간호사는 준수의 사진을 가지고 다닐 정도. 준수가 고통스러운 치료를 잘 견뎌주는 모습을 보면 대견해서 예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는 많고 험하기만 하다. 인공호흡기를 떼어낸다 해도 다른 이상은 없는지 정밀 검사를 해보아야 안심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집안형편으로 언제까지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태. 지금껏 준수 입원비와 치료비로 들어간 돈이 3천만원이 넘고 뒷바라지를 하며 들어간 돈도 수천만원에 달한다.
전셋집을 월셋집으로 바꾸고 씀씀이를 줄여보았지만 워낙 없는 살림이었기에 감당할 수가 없었다. 결국 카드며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끌어다 쓰게 되었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 3천만원이 넘는다.
건설회사에 다니던 홍씨는 몇 개월 동안 월급이 차압되기도 했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매서운 빚독촉이었다. 끊임없이 빚독촉에 시달려 결국 직장생활도 계속 할 수 없게 되었다. 요즘 홍씨는 일당 5만원의 막노동을 나가고 있다. 그러나 얼마가 지나야 건강해질지 기약이 없는 준수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오늘도 준수 분유가 떨어졌다고 간호사가 말했지만 분유를 살 돈이 없어서 빈손으로 왔어요. 언제까지 주변 분들께 신세를 지며 살아야 할지 부끄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준수만 건강해진다면 어떤 것도 참을 수 있어요. 절망적인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꿋꿋하게 버텨온 준수이기에 앞으로도 잘 견뎌내리라 믿어요. 하느님께서 이렇게 어렵게 지켜주신 생명이니 만큼 곱게 키워나가야지요.”
기도하듯이 두손을 꼭 쥐고 힘주어 말하는 차씨. 기적처럼 돌아온 작은 생명을 ‘사람이 만드는 작은 기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준수에게 따스한 도움의 손길이 모아지길 바란다.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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