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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기르기 통해 생명존중 배우는 곤충동호회 ‘천안곤충’

“초등학생 자녀들 못지 않게 어머니들이 좋아해요”

■ 글·박윤희 ■ 사진제공·천안곤충

입력 2003.05.13 11:45:00

요즘 개,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 못지않게 장수풍뎅이, 왕사슴벌레 등의 애완곤충 사육이 인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천안곤충’은 나비, 풍뎅이, 사슴벌레 등을 직접 채집해 키우며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 학생과 직장인은 물론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들에게 인기가 더 높은 이색 곤충 동호회를 만나보았다.
곤충 기르기 통해 생명존중 배우는 곤충동호회 ‘천안곤충’

‘요즘 하늘소 유충이 거의 번데기 방을 트네요. 근데 하늘소를 첨 키워봐서 몰랐던 건데, 가로로 번디방을 트는 넘들이 있는 반면 세로로 트는 넘들도 있네요. 새롭네요. 경험해 보셨나요?’(아이디 julius)
‘오늘 관악산에 채집을 갔습니다. 잡은 거는 모르는 애벌레 3마리. 애벌레는 길이가 15mm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자료실에 캠사진 올리구 십내영. 다음에두 채집가야긋당 ^0^’(아이디 장히)
‘장수풍뎅이 애벌레는 발효톱밥의 수분에 매우 민감합니다. 조금 적은 수분은 괜찮지만 수분이 너무 많으면 죽습니다. 수분에 좋지 않은 세균의 번식과 숨구멍이 막혀서 질식해서 죽죠. 또한 너무 많이 만지면 쉽게 죽을 수 있으니 조심하시구요.’ (아이디 『♡_♡』)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마련된 천안곤충(cafe.daum.net/ julius770518)은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 각종 곤충을 직접 채집하고 기르는 곤충 마니아들의 동호회. 지난 2001년 개설된 이 모임은 현재 회원수만 해도 약 5천명에 달한다.
천안곤충 대표 이종훈씨(26·대학생, 아이디 julius)는 ‘나처럼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란 의구심에서 출발해 온라인 모임방을 만들었는데, 전국 단위로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 놀랐다고 한다.
“제가 키우던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들이 약 3백마리 가량 번식을 해서 어린아이들에게 나눠주면 좋겠다고 생각해 동호회를 통해 나눠주었거든요. 그것을 계기로 회원이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충남 천안지역의 작은 소모임이었던 천안곤충이 이제는 대한민국 최대의 곤충카페가 되었어요.”
천안곤충 회원들의 연령층은 1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하게 걸쳐 있는데 취미삼아 곤충을 키우는 초등학생들과 학부형들도 이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도시에 사는 주부회원들이 좀 극성인가요? 아이들에게 곤충을 키우게 하는 일이 좋은 자연학습이라고 생각하는지 아이들보다 더 적극적입니다. 집에서 곤충을 키우면서 조금이라도 변화가 오면 온라인 게시판에 질문을 남겨 궁금증을 해결하죠. 제가 보기엔 아이들이 곤충을 키운다기보다 엄마들이 더욱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어요.”
천안곤충의 온라인 게시판은 채집일지, 곤충자료, 사육 노하우, 한국곤충도감, 외국곤충도감, 벌레 사고 팔고 등 15가지 코너로 짜여 있어 방대한 분량의 온라인 곤충도서관을 연상하게 한다.
‘채집일지’에는 전국 각지의 회원들이 국내외를 돌며 채집한 곤충들의 모양새와 생태를 모아두었고, ‘사육 노하우’에는 초보 곤충애호가들이 곤충을 기르는 데 필요한 발효톱밥, 온도, 먹이, 산란방법에 관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올라와 있다. 회원들 모두 장수하늘소, 사슴벌레 등을 대중적으로 키우는 추세이고 희귀한 거미와 전갈을 키우는 회원도 있다.
‘전갈은 딱정벌레류처럼 다른 곤충을 잡아먹고 살아갑니다. 소식을하는 편으로 먹이의 크기에 따라 1주일에 한번 정도 먹죠. 먹이는 많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전갈을 키우게 되면 먹이용 곤충도 같이 사육을 하는 게 좋습니다. 한국에서 주로 키워볼 수 있는 전갈은 극동전갈, 황제전갈, 아시안 포리스트. 모두 독이 약하며 독침에 쏘여도 성인인 경우 별 이상이 없습니다. 저도 황제에게 쏘여봤는데 약간 뻐근함을 느꼈습니다.’ (아이디 julius)

곤충 기르기 통해 생명존중 배우는 곤충동호회 ‘천안곤충’

곤충채집을 나선 천안곤충 동호회 회원들(왼쪽), 채집한 장수풍뎅이(가운데), 채집한 왕사슴벌레(오른쪽).


이렇게 회원들의 단순한 취미가 인터넷 게시판에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곤충학자 파브르조차 놀랄 만큼 다양한 곤충의 생태와 발로 채집한 일기, 사진 등이 전문가 뺨칠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곤충도감’ 게시판에는 회원들이 채집 과정에서 얻은 무궁화 하늘소, 붉은점 모시나비, 참매미, 칠성무당벌레, 꽃무지 등의 생태가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이보다 좋은 자연학습교재가 없을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종훈 대표만 해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곤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집에서 다양한 곤충을 키워보고, 한국에 서식하는 모든 곤충을 다 채집해 봤다고 한다. 이씨는 곤충 유충채집을 목적으로 미국, 중국, 호주, 일본에도 다녀왔고 이렇게 얻은 자료는 모두 ‘천안곤충 자료실’을 장식한다. 게다가 지금은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는 곤충을 채집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투숙하고 있을 정도다.
“기인이라고요? 곤충을 좋아한다거나 키운다고 하면 모두들 이상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키우고 있는 곤충 몇 마리만 보여주면 다들 ‘우와!’하고 감탄사를 내뱉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곤충을 제대로 보고 나면 ‘징그럽다’는 말보다 ‘멋있다’는 말을 더 많이 해요. 곤충의 세계는 아주 광범위해서 질리지도 않아요.”

곤충학자 파브르도 놀랄 만큼 방대한 곤충 자료 가득

천안곤충 회원들 모두 이씨처럼 곤충에 푹 빠져 있는 만큼 정기모임이나 번개모임도 곤충채집을 빌미로 이루어진다. 채집은 주로 밤에 산에서 이루어지는데, 그렇다보니 밤에 산을 타다가 길을 잃는 것은 늘 겪는 해프닝이다. 비가 오는 장마철에도 채집을 위한 정기모임은 중단되지 않는다. 회원들 모두 비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 쓴 채 포충망과 핀셋을 들고 온 산을 누비며 곤충채집에 몰입한다. 그렇다보니 이런 회원들을 ‘간첩’이나 ‘정신이상자’로 보는 일반인들의 오해도 더러 있고, 채집중인 회원들에게 다가와 “요즘은 건강에 좋다면 뭐든 다 먹는다니까” 하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회원들의 곤충 채집 목적은 단 하나. 곤충들이 살아가는 환경이나 곤충의 생활사를 알아보기 위한 것일 뿐이다. 천안곤충 회원들은 곤충이 좋은 만큼 곤충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서식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연과 자신은 한몸이라는 생명존중 사상을 체득하게 됐다고 한다.
“벌레가 왜 징그러울까?” 천안곤충 대표 이종훈씨는 곤충에 대해 혐오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물음을 던진다.
“곤충에 대해 ‘낯설다’는 느낌이 후천적 교육에 의해 ‘혐오감’으로 발전한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당장 왕사슴벌레 한 마리라도 분양받아 키워보세요. 갑충류 특유의 넓은 어깨, 턱의 굴곡과 모양새, 뿔의 형태 등 곤충에게서만 느껴지는 박력과 아름다움에 금방 반하실 거예요.”
곤충을 키워보고 싶은 사람은 천안곤충 인터넷 게시판 ‘벌레 사고 팔고’를 클릭해보자. 이곳에선 자신이 직접 키운 각종 곤충의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는데, 지난 3월 ‘개구리’라는 닉네임의 한 회원은 초등학생 회원들에게 왕사슴벌레를 무료로 분양하기도 했다.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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