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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꿀에 관한 꼼꼼정보

중화요리사 여경옥씨 가족의 경북 칠곡 벌꿀박물관 & 양봉장 체험

“신비한 꿀벌의 세계에 놀라고, 다양한 꿀맛에 반했어요”

■ 글·장옥경 ■ 사진·지재만 기자 ■ 도움말 & 촬영협조·안상규 벌꿀(054-976-9898, www.beeman.co.kr)

입력 2003.05.12 19:26:00

MBC '느낌표'의 ‘하자하자’로 친숙해진 중국요리 전문가 여경옥씨가 가족과 함께 경북 칠곡에 위치한 ‘안상규 양봉장’과 벌꿀박물관을 찾았다. 안씨는 지난해 22만마리의 꿀벌을 몸에 붙이고 45m 높이에서 번지점프를 해 화제가 됐던 인물.
여씨 가족은 신비한 벌과 양봉 세계를 탐구하느라 하루해가 저무는 줄도 몰랐다.
중화요리사 여경옥씨 가족의 경북 칠곡 벌꿀박물관 & 양봉장 체험

안상규씨의 양봉장에서 나란히 놓인 벌통을 살펴보고 있는 중화요리사 여경옥씨와 작은아들 여현, 아내 김진연씨, 큰아들 여준이(사진 오른쪽부터).


‘느낌표‘의 ‘하자하자’ 코너를 비롯해 ‘찾아라 맛있는 TV‘ ‘요리천국‘, 푸드채널 등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얼굴이 알려진 여경옥씨(40·신라호텔 중식조리팀 과장)는 2001년, 중국동방요리 국제미식대전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바 있는 중국요리 전문가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다양한 중국음식 요리법을 소개하는 ‘여경옥과 함께 하는 중국요리 강좌(www.cook21c.com)’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여씨는 지난해 타조를 이용한 요리를 개발해 새로운 맛을 찾는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기 위해 항상 눈과 귀를 열어놓아야 한다는 그는 서울에서 칠곡까지 짧지 않은 거리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아이들에게 자연학습의 기회를 주자는 생각에 주저하지 않고 여행길에 올랐다.
연년생인 여준(7) 여현(6) 형제에게 아빠는 언제나 인기만점이다. 쉬는 날이면 직접 장을 봐다가 탕수육, 새우칠리소스, 게살수프 등 맛좋은 요리를 만들어주기 때문. 아이들 표현대로 ‘요리 짱!’인 아빠와 함께 떠나는 여행에 형제는 출발 전부터 들떠 있었다.
“우리가 가려는 양봉장에는 벌수염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이 올라있는 아저씨가 있단다. 아, 너희들 지난 월드컵 때 얼굴에 벌을 붙이고 번지점프한 아저씨, 텔레비전에서 본 거 기억나니?”
“아하, 수영복 입고 벌 붙였던 아저씨!”
“그래, 그 아저씨가 준이와 현이한테 벌집도 보여주고 꿀도 보여주실 거야.”
“야호! 신난다.” 두 꼬마의 환호성에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승용차 안은 들썩거렸다.
“지금은 나무 벌통이 칠곡에만 놓여있지만, 날이 더 따뜻해지면 음성, 용인, 이천, 여주, 철원 민통선까지 북쪽으로 이동을 합니다. 꿀을 딸 수 있는 밀원지를 찾아 이동을 하는 것이지요.”
칠곡군 동명면의 산자락에 3백여 통의 나무 벌통을 두고 있는 안상규씨(41). 1년 단위로 꽃과 벌을 따라 전국을 도는 생활이 고달플 만도 한데 안씨는 “언제나 그 끝엔 달콤한 꿀이 가득하다”며 웃는다.
“아저씨 저 안에 벌들이 몇 마리나 살고 있어요?”
어른들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 줄지어 놓여있는 나무 벌통을 바라보던 준이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중화요리사 여경옥씨 가족의 경북 칠곡 벌꿀박물관 & 양봉장 체험

벌의 몸통을 가르니 꿀이 맺혀있다. 안씨가 직접 자신의 팔에 벌침을 높은 뒤 핀셋을 들자 팔에 벌의 장기가 빠져있다(사진 왼쪽부터).


“한개의 벌통 안에 약 2만마리의 벌들이 살고 있단다. 한겨울이면 벌은 벌통 안에서 꼼짝 안 하지. 겨울잠을 자는 셈이야. 그러다 봄이 오면 여왕벌이 알을 낳고 점점 수가 늘어나면서 4월 중순 무렵부터 유채꽃, 아카시아꽃 등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따기 시작한단다.”
본격적인 벌집 탐구에 앞서 달려드는 벌을 피하기 위해 가족들은 한사람씩 머리에 망을 쓰고, 안씨는 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훈연기에 불을 붙였다. 훈연기 안에는 쑥이 들어있는데, 쑥을 태울 때 나는 연기는 꿀벌들을 일시적으로 마취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안씨는 벌통을 열고, 아이들에게 여왕벌을 보여줬다.
“얘들아, 꿀벌 사회는 계급사회야. 여왕벌, 수벌, 일벌, 이렇게 세 계급으로 나뉘는데 여왕벌은 몸길이가 약 15∼20mm로 수벌보다 약간 길단다. 수벌은 길이가 15∼17mm 정도이고, 겹눈이 크다는 게 특징이지. 일벌은 몸길이가 약 12∼14mm로 가장 작아. 수벌이 교미를 하면 여왕벌은 알을 낳고, 일벌은 벌통 청소와 아기 벌 기르기, 벌꿀과 꽃가루 모으기, 적의 침입 막기 등 궂은일을 도맡는단다.”

중화요리사 여경옥씨 가족의 경북 칠곡 벌꿀박물관 & 양봉장 체험

안상규씨가 벌통을 열어 여왕벌을 가리키고 있다.


여왕벌은 많을 때에는 하루에 약 2천~3천개나 되는 알을 낳고, 그 수명이 3~4년에 이르지만 다른 벌의 수명은 이보다 짧다. 안씨에 따르면 일벌의 경우 가을에 우화(번데기가 탈피하여 성충으로 변함)한 것은 다음해 봄까지 살지만, 여름에 우화한 것은 노동에 시달려 50일밖에 못 산다고 한다. 한 벌집 안에 벌이 많아지면 새 여왕벌이 키워지고 기존의 여왕벌은 새 여왕벌이 우화하기 전에 일벌에 둘러싸여 새 집단을 이루고 떠나가는데 안씨는 이것을 분봉이라고 설명한다.
안씨의 설명은 벌집 육각형 구조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어진다. 다윈은 이 벌집을 두고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구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안씨가 벌집을 들어 위에 살얼음처럼 굳어있는 밀랍을 걷자 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와, 꿀이다.” 아빠 여경옥씨도, 엄마 김진연씨(39)도, 준이와 현이도 손가락에 꿀을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벌집에서 막 딴 꿀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얘들아, 꿀벌이 한번 여행에서 얼마나 많은 꿀을 몸에 담아오는지 아니? 이번엔 그걸 보여줄까?”
안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아이가 그에게 바짝 다가선다.
“꿀벌은 한번에 2만2천리까지 날아가는데 귀소본능이 강해서 절대 집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단다. 꿀벌은 꽃의 꿀샘에서 꿀을 ‘쪽’ 빨아들여 배에 있는 꿀 저장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벌집의 육각형 구조 속에 다시 뱉어내는데 이게 바로 너희들이 아는 꿀이야. 다리에는 꽃가루를 묻혀와 벌집에 옮겨두는데 벌들에게 꽃가루는 빵이고, 꿀은 음료가 되는 셈이지.”
옛날 이야기처럼 줄줄 이어지는 아저씨의 설명에 두 아이의 눈빛이 반짝인다. 안씨는 꿀벌 한 마리에 꿀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직접 보여주기 위해 벌의 몸통을 갈랐다. 그러자 정말 그 안에 꿀이 맺혀있는 게 보였다. 그러나 아이들의 얼굴엔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애걔, 저렇게 조금?”
“그래, 1kg의 꿀을 얻기 위해서는 1마리의 꿀벌이 4만번 이상 꿀 수집에 나서야 하는 거야.”
안씨의 설명을 듣던 여씨가 “이젠 한 방울의 꿀도 아껴 먹어야겠네”라고 한마디 던진다.


중화요리사 여경옥씨 가족의 경북 칠곡 벌꿀박물관 & 양봉장 체험

벌꿀박물관에는 대형 말벌집, 수십 년 전에 썼던 벌통, 꽃가루, 그리고 거대한 밀랍 등 생소한 것들이 가득하고, 다양한 꿀을 직접 맛볼 수 있다.


양봉장에서 내려와 벌꿀박물관으로 들어서자 대형 말벌집이 눈길을 끈다. 안씨가 박제된 말벌을 가져오자 아이들에게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몸길이가 암컷은 약 25mm, 수컷은 약 20mm로 꿀벌에 비해 엄청 컸다. 꿀을 먹고 사는 꿀벌과 달리 말벌은 자신보다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산다.
벌꿀박물관에는 2백년 전에 사용되었다는 피나무 벌통이 놓여있었다. 준이와 현이는 조르르 달려가 벌통을 들었다 놓았다, 흔들어보기도 하고, 얼굴을 통안에 들이밀어 보기도 한다. 1950년대에 사용하던 벌통은 그 생김새가 한결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통 모양의 채밀기를 돌려 저장된 꿀을 뜨는 모습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아니, 이건 뭐지?” 박물관 한쪽에 굳어진 대형 양초가 두개 포개져 있었다. 여씨가 들어보려 했지만 꿈쩍도 안 한다. 부부가 힘을 합하고서야 간신히 양초가 바닥에서 조금 들렸다.
“이건 밀랍이에요. 집을 만들거나 수리를 할 때 꿀벌의 배에 있는 납샘에서 밀납이 분출되지요. 이건 나중에 따로 정제해서 화장품이나 고급 초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박물관 옆에는 벌꿀 매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피나무꿀, 아카시아꿀, 밤나무꿀, 대추나무꿀, 옻나무꿀 등 꿀의 종류가 아주 다양했다. 가족들은 제각기 맛과 향, 색깔이 다른 꿀들을 직접 시음해보기로 했다. 작은 종지에 담긴 꿀을 막대스푼으로 떠먹으니 긴 여정의 피로가 단번에 사라지는 듯했다. 여씨는 전문요리사답게 각각의 맛을 구별해 메모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여씨가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꽃가루. 꽃가루는 어른 벌이 어린 벌에게 먹이기 위해서 다리에 묻혀오는데 벌집 문 앞에 채분기를 설치해 수집한다. 수집한 꽃가루는 일정한 온도에서 수분을 건조시킨 뒤 포장하여 상품화하기도 하는데 꽃의 종류에 따라 꽃가루의 색깔과 맛도 다르다. 1cc의 벌꿀 속에 들어있는 꽃가루 입자는 최소 2천개에서 최대 60만개에 이른다. 약 2백여 가지 성분이 섞여있고 인체에 필요한 16종의 미네랄 중 12종을 함유하고 있어, 벌통 속의 영양덩어리로 불리기도 한다.
말린 꽃가루와 생 꽃가루를 비교하여 시식을 해보았다. 준이와 현이는 처음 먹어보는 맛에 얼굴을 찡그리는 반면 여씨는 “말린 꽃가루에 비해 생 꽃가루가 입안에서 촉촉하게 녹아들며 향이 살아있어 매력적”이라고 평한다. 그는 “요리에 장식이나 향으로 꽃가루를 가미하면 모양도 좋고 영양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벌수염 아저씨로부터 양봉의 역사부터 꿀 채취, 채밀 과정까지 벌과 양봉의 세계를 한눈에 보고들은 여씨 가족. 먼 길을 달려왔지만, 하루를 알차게 보낸 가족들의 얼굴에는 달콤함이 가득 묻어있었다. 여씨는 안씨에게 “서울에 오시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자장면을 대접하겠다”는 말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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