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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남편 vs 아내

너무 따지는 아내 vs 대충대충 넘어가는 남편

■ 글·최희정 ■ 일러스트·정지연

입력 2003.05.12 16:24:00

서로 다른 성격 때문에 갈등을 겪는 부부들이 의외로 많다. 결혼 전에는 매사 꼼꼼하게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반대로 느긋한 성격이면 편안해서 좋다고 했지만, 결혼 후에 상대방의 이런 성격이 도를 지나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성격을 이해하고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상대방이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너무 꼼꼼하거나 아니면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나 몰라라 하는
유형이어서 갈등을 겪는 부부들의 사연과 함께 해결법을 알아본다.
너무 따지는 아내 vs 대충대충 넘어가는 남편

유기농 식품만 고집하는 아내, 너무 까다로워!
결혼 전 아내가 유난히 음식에 까다롭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요즘 들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물론 인스턴트 음식을 안 먹는 것이 좋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아내는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유기농 사랑(?)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아내는 쌀 한톨을 먹더라도 농약을 하나도 뿌리지 않고 농사지은 쌀을 먹어야 하고, 야채나 과일, 고추장, 된장 등 모든 음식물은 반드시 유기농 생산지에서 직접 생산된 식품을 구입한다. 생선이나 고기 등도 국산이 아니면 절대 입에도 대지 않는다.
그나마 요즘에는 유기농 생산지와 직거래로 연결된 식품매장이 많이 생겨서 제품을 구입하기가 비교적 수월해졌지만 몇년 전만 해도 일일이 식품을 구하러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다. 황금 같은 일요일에 집에서 쉬지도 못하고 직접 생산지까지 가서 식품을 사야만 하는 고충은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는 것은 좋지만 그런 만큼 몸은 정말 피곤하고 힘들었다.
언젠가는 아내가 쌀이 떨어졌다며 저녁밥을 해놓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쌀이 떨어졌으면 슈퍼에서 사서 먹자”고 했더니, “어떻게 믿을 수 없는 음식을 사서 먹느냐?”며 정색을 했다. “그럼 배가 고프니 라면이라도 끓여 먹자”고 했더니 “라면은 인스턴트 식품이라 안된다”며 그냥 굶자고 했다. 이러니 내가 미치지 않겠는가?
여섯살 난 우리 아들이 아직까지 사탕 하나, 그 흔한 과자 하나 제대로 먹어보지 못했다면 믿을 사람 하나도 없을 것이다. 아내가 과자라면 질색을 하고 못 먹게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직장 동료 집에 갈 일이 생겨 가족과 함께 갔을 때였다. 동료 부인이 아들에게 주라며 과일과 과자를 내왔는데 아내가 그것을 못 먹게 했다. 과자를 먹고 싶은 마음에 엄마 눈치를 살피는 아들에게 아내는 “이거 농약 뿌린 과일이니깐 먹지 마! 그리고 엄마가 과자는 안 된다고 했지. 응?” 하면서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하게 했다.
아내의 이런 태도에 민망해하는 동료와 그의 부인을 보면서 나는 정말 미안하고 얼굴이 붉어져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그렇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할 때도 생기고 그게 사람 사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내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음식에 있어서 털끝만치 양보도 없는 아내가 부담스럽다.(35세, 결혼 7년차, 구로구 구로동 P씨)

내 남편은 털어도 먼지 안 나는 사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내 남편은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하나도 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완벽하다. 아니 깔끔하다 못해 거의 결벽증에 가깝다.
하루 입은 옷은 그 다음날에는 절대 입지 않는다. 넥타이만 해도 한번 매면 보름 동안은 절대 같은 것을 매는 법이 없다. 양복바지는 늘 주름이 칼처럼 잡혀 있어야 입는다. 그러다보니 옷장 안은 남편의 옷으로 가득하다.
나에게도 늘 자신과 같은 차림새를 요구한다. 어쩌다 내가 아침에 화장 안한 얼굴로 밥상을 차리면 기분이 나쁘다며 아예 나와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 “게으른 여자는 자신도 제대로 가꾸지 못한다” 고 핀잔을 주어, 몸살이 나서 몸이 욱신욱신 쑤셔도 화장만은 꼭 해야 한다. 어느 날은 반찬에 머리카락이 들어갔다며 밥상을 뒤엎은 적도 있다.
다른 집 남편은 퇴근 후 동료들과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와 탈이라는데, 남편은 지금까지 회사 업무 외에 개인적인 일로 인해 늦게 들어온 적이 한번도 없다. 언제나 정확한 시간에 들어와서 집안을 살펴보는 게 남편의 일이다. 탁자 위를 손으로 문질러보면서 먼지가 있나 없나 살펴보고, 침대 위에 머리카락이 떨어졌는지도 꼼꼼히 검열(?)한다. 이렇게 집안 구석구석을 일일이 살핀 다음엔 매일 한시간씩 샤워를 한다. 남편의 위생관념이 투철한 것은 좋지만 그것도 도를 넘어서다보니 너무 짜증이 난다.
이러니 둘이 번번이 부딪힌다. 나는 아침잠도 많고 약간 게으른 편인데 남편은 어김없이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는 사람이다. 자기가 일어났을 때 내가 먼저 일어나 화장하고 밥 차리고 출근준비를 해주어야 뒤탈이 없다.
어느 날은 자기가 찾는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았다며 큰아이를 야단치는데, 얼마나 매섭게 화를 내는지, 그나마 있던 정도 다 떨어질 정도였다. 심한 경우에는 “물건을 제자리에 놓지 않고 아무 데나 놓는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이다” 하는 말로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싱크대 서랍 첫째 칸에는 나무젓가락, 둘째 칸에는 가위, 칫솔꽂이에도 첫번째 칸은 누구, 둘째 칸은 누구 칫솔 등 자리를 일일이 정해놓고 반드시 정해진 자리에 해당 물건을 놓게 한다. 어쩌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그 날로 당사자는 쓸모없는 사람이 된다.
내 친구들은 남편과 술자리도 자주 갖는다는데…. 남편은 “여자가 무슨 술이냐?”며 말도 못 꺼내게 한다. 남편이 꼼꼼하고 깔끔해 허튼 짓은 하지 않아 좋은 점도 있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니까 힘들 때가 많다.(34세, 결혼 6년차, 은평구 구산동 주부 S씨)

게으르고 만사 천하태평인 남편 때문에 너무 힘들어
남편은 천성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다. 결혼 전에는 내 눈에 콩깍지가 씌워 남편의 게으른 성격이 소탈하고 여유롭게 보여 좋았다. 남자가 아등바등 부지런을 떠는 것보다 어느 정도 틈새도 있어야 내가 살기 편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온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남편의 게으름, 우유부단한 성격은 결혼생활 7년 동안 나를 너무나 많은 곤경에 빠뜨려 힘들게 했다.
남편은 늘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으로 일을 처리한다. 집안일이야 그렇다 쳐도 회사 일이야 어디 그런가? ‘공과 사’의 구별이 뚜렷해야 하고, 자기가 맡은 일을 깔끔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남편은 늘 대충 일을 처리한다.
첫번째 회사에서는 ‘하루 정도 공금을 쓰는 것이 뭐 어떠랴?’고 생각하고 수금한 돈으로 술을 마신 일이 들통나 해고당하기까지 했다.
한 집안의 가장이 직장에서 해고된 일이 어디 그냥 넘어갈 일인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당장 먹고 살 일이 급한데, 남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하태평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주방보조 일을 해서라도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식당 일에 지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남편은 밥이라도 해놓고 있어야 하는데, 밥은커녕 아이 점심도 굶기고 낮잠만 자기 일쑤였다.
그런 모습을 1년 정도 지켜보면서 해도 너무 한다 싶어 이혼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아이를 생각해서 꾹꾹 참았다. 그러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더니 남편이 직장을 갖게 되었다. 남편이 직장에 첫 출근하는 날 “아이도 커가고 당신 나이도 드니, 이번 직장이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확실하게 하라”고 말했다. 그럴 때 남편이 빈말이라도 “알았다”고 대답해주면 어디 덧날까? 이번에도 역시 “세상일은 다 운에 달려 있으니 잘 되면 좋고 안 되도 어쩔 수 없다” 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후 2년 동안은 별탈 없이 직장에 다니는 것 같았다. 집에서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게을렀고 친구가 불러내면 마다하지 못하고 정신을 놓치도록 술을 마시고 들어왔지만, 워낙 그런 사람이려니 싶어 포기하고 살았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남편이 나 몰래 친구 보증을 섰는데, 그 친구가 빚을 갚지 않고 자취를 감춰버리자 남편에게 그 빚이 떠넘겨진 것이다. ‘다른 것은 다 돼도 보증 서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고 누차 강조했음에도 남편은 내 말을 듣지 않고 ‘그냥 잘 되겠지’ 하는 생각에 덜컥 보증을 서버린 것이다.
때문에 월급까지 차압되는 지경이었건만 남편은 별 걱정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일만 저지르는 남편과 계속 살아야 할지 정말 고민이다.(37세, 결혼 8년차, 서대문구 남가좌동 주부 J씨)

어려운 부탁을 거절 못하고 들어준 후 끙끙대는 아내
아내는 사람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종종 받곤 한다. 성격이 똑 부러지지 못해 누가 어려운 부탁을 해도 거절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남의 어려운 부탁을 다 들어주다가 결국 병이 나서 앓아 누운 적도 있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는 생각으로 일을 떠맡지만 결국에는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아내는 5녀 중 셋째딸로 어려서부터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치받치며 살아서인지 지금도 동생들한테도 제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일이 있을 때마다 언니들 눈치 보기 바쁘다. 자기 주장을 하나도 펴지 못하는 가운데 이리저리 따르다 손해는 혼자 다 보고 결국 무시당하기까지 한다. 아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시받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오죽 줏대가 없으면 저러나’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가슴에 쌓아두고 두고두고 끙끙거리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퍼붓기 시작하면 정말 혼이 쏙 빠져나갈 정도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왜 남편인 나에게는 이말 저말 가리지 않고 막 해대는지 정말 그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다. 백화점에서 고등학교 친구를 우연히 만나 쇼핑을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자기 카드가 안 되니까 대신 아내에게 카드 대금을 매달 부쳐줄 테니 결제를 해달라고 한 모양이다. 아무리 고등학교 때 친구라지만 10년이 넘도록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그 친구를 뭘 믿고 덜컥 카드를 내주었는지. 그날 그 친구가 카드로 산 물건값은 1백30만원 정도였는데 1년이 지나도록 카드 대금을 한푼도 주지 않고 있다. 물론 아내는 그 친구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니 내 속이 안 타겠는가? 남이 부탁을 했을 때, ‘이건 되고, 저건 안되고’ 하는 것도 판단을 하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마음이 약해서 거절을 못하고 일을 저지르는 건지 이젠 정말 모르겠다.
연애시절에는 아내의 이런 모습이 순진하게 보여 좋았지만 살다보니 순진한 게 아니라 답답하다. 똑 소리나게 완벽하지는 못해도 상황에 따라 자기 처신을 잘하는 아내였으면 좋겠다.(35세, 결혼 3년차, 경기도 성남 K씨)

너무 따지는 아내 vs 대충대충 넘어가는 남편

‘이에는 이’ 남편과 닮아가기
남편과 결혼하고 가장 애를 태운 일이 바로 남편의 이도저도 아닌 우유부단한 성격이다. 매사 욕심도 없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별로 없이 그냥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식’으로 계획성이 없는 남편을 볼 때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지. 앞으로 살아갈 일이 걱정’이라는 생각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남편은 남한테 싫은 소리를 절대 못하는 사람이고 자기 주장도 없다보니 종종 무시당하기 일쑤다. 자신이 무시당하는지도 모르고 헤헤거리며 웃는 남편을 볼 때마다 울화가 치밀어오른 적도 많았다.
남편이 늘 흐리멍텅하게 처신하니 형제들은 남편을 얕잡아보고 부모님 유산을 가로채기도 했고, 그것도 모자라 총각 때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꾸어가곤 슬쩍 넘어간 적도 있다.
그래도 그나마 정신이 멀쩡할 때는 나은 편이다. 남편은 술만 먹으면 평소보다 훨씬 줏대 없이 행동한다. 아내가 옆에 앉아 있건 없건 간에 옆에 앉은 아줌마가 따라주는 술을 있는 대로 다 마시고, 안주까지 받아먹으면서 내 속을 긁는다. 남의 집 남편은 그러고 싶어도 아내 눈치 때문에 절제하는데 도무지 남편은 그런 게 없다. 그저 누가 있든 없든 자기만 좋으면 되는 사람이다.
이대로 살다가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앞으로 남편과 같이 살려면 내가 남편의 성격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바꿔놓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나는 남편을 바꾸기 위해 작전을 짰다. 무엇보다 남편도 깜짝 놀랄 정도로 내가 남편과 닮아가는 것이다.
부부가 동행해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는 “당신만 마실 줄 아냐? 나도 마신다” 하면서 주는 술 다 받아먹고 남편에게 보란듯이 일부러 다른 아저씨들하고 더 친하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남편은 당연히 화를 냈다. 그때 나도 질세라 그 동안 남편에게 받았던 스트레스를 몽땅 털어놓았다. 그리고 “당신하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 부부는 닮아야 잘 산다는데 앞으로 당신하고 똑같이 행동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후 남편은 술자리에서 내 눈치를 보면서 술을 마신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유부단한 성격은 맘먹은 것처럼 그리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옛날에는 남이 부탁을 해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모두 다 들어줬는데, 이제는 나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본다.(33세, 결혼 6년차, 경기도 부천 주부 A씨)



남편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똑같이 요구한다
남편의 철두철미한 성격은 나를 숨막히게 만든다. 하나에서 열까지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남편. 그런 남편 앞에서 나와 아이들은 늘 주눅이 들었고 죄인처럼 지내야 했다. 어쩌다 아이가 실수로 시험문제를 틀리기라도 하면 그날은 당장 회초리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항상 물건은 제자리에 놓아야 하고, 매일 정확한 시간에 밥을 먹어야 했다. 정해진 시간 아니면 텔레비전도 못 보게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가족의 하루 계획을 확인하고 그대로 실천하도록 요구했다. 계획대로 실천하면 좋겠지만 어디 사람 사는 일이 맘처럼 쉽게 될까? 가끔 숨통을 트이게 해주어야 할 텐데, 남편은 자기 식대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나와 아이들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아빠 눈치보기에 정신이 없고….
남편의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는 별 수 없이 내가 나서야 했다. 몇날 며칠 방법을 궁리하던 끝에 일단 남편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기로 했다. 나는 남편이 하라는 일을 하고 거기에 합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했다. 아이들 과자 사 먹은 것까지 영수증을 챙기는 사람이니, 나의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산해 영수증을 끊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남편이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일일 시간표 만들어라, 바닥에 뭐 흘리지 말아라’ 하면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남편이 집에 온다는 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30분 간격으로 전화를 걸어 귀가 시간을 재차 확인했다. 이러기를 한달. 일일이 챙기고 신경 쓰느라 나도 힘들었지만, 남편이 먼저 피곤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 그렇지. 당신의 그 꼼꼼한 성격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번 더 느껴보라’고 생각하고 더욱 강도 높게 밀어붙였다.
결국 남편은 석달 만에 나에게 항복했다. 자기도 그냥 넘어갈 일은 넘어가겠으니, 일일이 자기가 하는 일에 간섭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고 남편의 꼼꼼하고 완벽한 성격이 완전히 고쳐진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제는 일일생활 계획표 따위는 쓰지 않아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38세, 결혼 10년차, 중랑구 면목동 주부 C씨.)

너무 따지는 아내 vs 대충대충 넘어가는 남편

팍팍한 아내에게 사랑의 편지를…
내가 아내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사실 우리집에서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께서 아내가 너무 완벽주의자인 것 같고 기가 세 나를 옭아맬 것 같다고 생각해서다. 물론 나도 아내의 성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랑 앞에선 국경도 없다’는데 그까짓 성격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내가 워낙 꼼꼼해 나를 챙겨주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일일이 내 행동 하나하나에 간섭하고 잔소리를 해댈 때는 솔직히 너무 짜증이 났다.
매사 빈틈없이 처리하는 아내는 나에게도 그렇게 하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나는 약간 게으르고 소탈한 편이라 아내의 요구대로 움직여주지를 못했다. 그러다보니 우리 둘은 결혼하고 일년이 지나면서부터 삐그덕거리기 시작했고 언성을 높여 싸우는 일도 종종 있었다.
아내의 철두철미한 성격을 고쳐보려고 집에도 일부러 늦게 들어가고 이혼하자고 협박 아닌 협박도 했지만 도통 아내는 반응이 없었다. 그냥 포기하고 살까 생각했지만 그러자니 내가 평생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야 할 것 같아 어떻게 해서든지 고쳐보고 싶었다.
먼저 아내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고 편지를 쓰기로 했다. 그 동안 아내에게 성격을 고치라고 윽박지르기만 했을 뿐 아내를 이해하려는 마음은 부족했던 거였다. 그래서 매일 아내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내가 아내 때문에 받은 마음의 상처들을 솔직하게 써 내려갔고 한편으로는 아내가 잘 챙겨줘서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애교 없는 무뚝뚝한 아내를 감동시키고 싶어 이메일에 장미꽃도 그려 넣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넣어가면서 아내의 마음을 점점 열어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두달. 아내는 점점 나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완벽하고 꼼꼼한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했다. 잔소리도 줄이고 내 소탈한 행동에 대해서 짜증도 덜 내면서 노력하는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는 자신의 완벽한 성격 때문에 본인은 물론 나에게도 스트레스를 많이 주었는데 요즘 들어 그런 모습이 많이 없어졌다.(35세, 결혼 4년차, 강북구 우이동 M씨)

뭐니뭐니 해도 부부간의 대화가 최고!
게으르고 우유부단한 아내 때문에 내가 결혼 초부터 마음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 화가 치민다. 아내는 외동딸로 자라서 그런지 받으려고만 할 뿐 남에게 베풀 줄도 모르고 세상물정도 모른다. 또한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에이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하는 아내에게 사실 실망도 많이 했다.
결혼 3년 후. ‘아이가 생기면 나아지려나’ 하는 기대를 걸었지만 아내의 천하태평 성격은 잘 고쳐지지 않았다. 아이가 열이 40도가 넘어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도 해열제만 달랑 먹이고 병원 한번 데려가지 않았다. 귀찮은데다가 ‘시간이 지나면 열이 떨어지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아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내가 회사 일을 제치고 집으로 뛰어온 적도 허다하다. 그런 나를 보고 회사에서는 공처가라며 놀려댔고 나는 내가 마치 무능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아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이가 커가면서도 아내는 달라지는 모습을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내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어떻게든 고쳐보고 싶었다. 서로 다른 성격 때문에 갈등을 빚는 일이 너무 참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내 역시 내가 자신을 너무 윽박지르고 타박한다며 나를 멀리하고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우리 부부의 골은 점점 깊어져 갔다. 나는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으로 아내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대화기법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말이 안 통하고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운다고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얘기하면 어느 정도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다. 나는 아내에게 최대한 부드러운 태도로 이야기를 하려 애썼다. 그러면서 아내에 대한 나의 불만을 솔직히 얘기하며 아내에게도 나에 대한 불만을 말하라고 했다. 그리고 서로 얘기를 듣고 화를 내거나 싸우지 말자는 약속을 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혹은 같이 술을 한잔 하면서 우리 부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보니 서로 이해해주지 못했던 부분이 참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 원하는 것들도 차츰 알아나갈 수 있었다.
요즘 우리 부부는 서로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나는 아내에게 빡빡하게 구는 것이 많이 사라졌고 요즘은 아내도 나를 잘 챙겨주는 편이다. 어찌됐든 부부가 서로 갈등을 겪을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대화를 하면서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36세, 결혼 6년차, 마포구 공덕동 K씨)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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