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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아이 만드는 비결

‘말하기 교실’연 전직 아나운서 윤채현씨가 일러주는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승민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3.05.12 14:26:00

모두 부러워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버리고‘말하기 선생님’으로 새롭게 출발한 윤채현씨.
그는 아이들과 부대끼며 말하기 습관을 바로잡아 주는 일이 아나운서 생활보다도 더 즐겁다고 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말하기 교실을 연 이유 & 말 잘하는 아이 만드는 비법 공개.
말 잘하는 아이 만드는 비결

제가 아나운서를 그만뒀다고 하면 모두들 ‘왜 그랬냐’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어요. 고소득에 안정된 직장, 사회적 명예도 있는데 하면서요. 저보다 더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죠.”
윤채현씨(34)가 아나운서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91년. 그때부터 그는 2000년까지 꼬박 10년을 마이크 앞에 앉았다. 마산 MBC의 간판 프로그램인 ‘라디오 광장‘을 비롯해 지난 10년 동안 안 해본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오던 아나운서가 되기는 했지만 ‘방송의 일부분으로 내가 있을 뿐 나 자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쉰이 되었을 때 나의 모습은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니 아나운서로 계속 있는다는 것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막연히 ‘내가 모든 것을 만들고 계획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2000년 5월 무작정 사표를 내던졌다. 7년 동안 주말부부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모여 살아야겠다는 것도 사직의 또 다른 이유. 그는 친정에 맡겨놓았던 두 딸을 데려와 서울에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혀 짧은 소리 하는 큰딸 가르치면서 말하기의 중요성 깨달아
“막상 회사를 나오고 보니 세상이 너무 무서웠어요. 무슨 일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조금씩 자신이 할 일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친정에서 지내온 큰아이가 혀 짧은 소리를 하고 주눅이 든 모습을 보인 것. 친구들한테 맞아도 ‘아프다’는 말조차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 이런 딸의 모습을 본 그는 ‘엄마는 말로 먹고 사는 직업을 가졌었는데 딸이 말을 잘 못하면 안되지’ 하는 생각에 아이에게 말하기 요령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입모양을 확실히 하고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면서 이야기하기 등등, 자신이 10년 동안 갈고 닦았던 말하기 노하우를 아이 수준에 맞게 알려주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도 조금씩 달라졌다고 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집에 돌아오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들려줘 엄마를 기쁘게 한다고.
“그러면서 대학에서 특강을 할 기회를 갖게 되었어요. 신문방송학과나 방송반 친구들에게 그간의 경험을 들려주는 자리였는데 참 재미있었어요.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자신의 아이를 가르쳤던 경험으로 다른 아이들도 가르쳐보고 싶어 여기저기 초등학교를 찾아다녔다. 그간의 경력을 이야기하며 방과후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처음에는 쉽지가 않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처음 당해보는 푸대접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 초등학교에서 ‘말하기 교실’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20명의 아이들로 시작했지만 1년이 지난 후에는 1백이 넘는 아이들이 그의 열렬한 팬이 되어 있었다. 그후 백화점 문화센터나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강의 요청이 들어왔고, 이에 용기를 얻은 그는 올해 1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서울 서초동에 ‘윤채현 말하기 교실’의 문을 열었다.
“강의를 다니면서 살펴보니까 말하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무척 많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무작정 공부하라는 주문만 받잖아요. 고학년이 될수록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게 되고요. 그러다보니 사회에 나가 면접을 보거나 활동을 할 때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거예요.”

말 잘하는 아이 만드는 비결

윤씨는 아이들이 ‘말하기 교실’의 재미에 빠져 매일 공부하고 싶다고 말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윤채현씨는 아나운서로 활동한 1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맞는 교수법을 터득해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교실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아이들이 직접 라디오 방송을 진행해보도록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무대 위에 올라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녹화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처음에는 말을 시켜도 우물쭈물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신없게 이야기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또 ‘말하기 교실’의 재미에 푹 빠져 매일 공부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욱 더 뿌듯하다고.
“말하기 교실의 목표는 아이들을 웅변가나 구연동화가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에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지요. 동화책이나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글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입말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뉴스 앵커 되기, 성우가 되어 연기하기, 글쓰기와 그리기를 접목한 말하기 등등 윤채현씨의 말하기 교육은 입체적이다.
윤채현씨가 부모들에게 당부하는 한마디는 ‘절대로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변화무쌍한 존재라서 가르친다고 해서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어떤 아이는 한달 만에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1년이 되어서야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강요한다고 해서 변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말하는 것이 참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느긋하게 지켜봐 주세요.”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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