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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 죽음을 보는 동성애 연예인 홍석천의 솔직한 심경

■ 글 ·최호열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장소협찬·아워 플레이스(02-792-7888)

입력 2003.05.07 18:07:00

작고한 홍콩 스타 장국영이 동성애자였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방송인 홍석천이 다시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그가 “장국영은 내 첫사랑”이라고 말한 것을 놓고 국내 장국영 팬들 사이에서 논쟁이 일기도 했다.
그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장국영을 보내는 심경과 장국영 사건을 계기로 다시 느낀 한국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아픔.
장국영 죽음을 보는 동성애 연예인 홍석천의 솔직한 심경

홍콩 스타 장국영에게 17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문득 떠오른 사람이 방송인 홍석천(33)이다. 2000년 가을, 공인으로는 처음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그였기에 장국영의 죽음을 보며 느끼는 심정이 남다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국영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언론에 그가 “장국영은 내 첫사랑”이라고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또한 장국영의 죽음에 대한 국내 언론과 팬들의 반응을 보며 그가 느끼는 심경도 남다를 것 같았다. 홍콩에서 장국영은 동성애자라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추앙을 받는데 비해 자신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을 당하고,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심경을 듣기 위해 그가 이태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 아워 플레이스를 찾았다. 오후 2시경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빡빡머리를 한 그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장국영의 자살 소식을 듣고 심정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그날이 만우절(4월1일)이라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어요. 그러다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사흘 동안 술에 의지해 살았을 정도로 슬픔이 컸어요. 일반 사람들은 몰라요, 장국영의 심정을. 17년 동안이나 남자친구가 있으면서도 감춰야 하고…, 그런데서 오는 중압감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겠어요. 저도 2000년 가을 커밍아웃을 하기 전까지 그렇게 숨겨왔기 때문에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해요.”
- 장국영의 장례식엔 참석했나요?
“처음엔 가려고 했어요. 진행하고 있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에도 장례식에 가야 한다며 양해를 구했죠. 하지만 결국에는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게 싫어서 안 갔어요.”
- ‘장국영은 내 첫사랑’이란 기사가 나간 후 사람들 반응이 안 좋았나요?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인터넷에 장국영 팬들이 올린 글을 보면 70%가 저를 비난하는 것이었어요. ‘왜 장국영 죽음에 홍석천이 나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 ‘장국영이 동성애자라는 소문을 확실하게 하기 위한 언론의 수작 아니냐’는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그분들은 장국영이 동성애자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겠죠. 그런데 그가 동성애자인지 아닌지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 장국영이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동성애자라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 아닌가요?
“언론에 계속 그렇다고 나오지만 제 입으로 그가 동성애자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도 소문을 들었지만 같이 잔 것은 아니니까 100% 확신해서 말할 수 없다는 거죠. 또한 기사가 나간 후 안티팬들이 워낙 많은 공격을 가해 저도 감정적으로 힘들거든요. 더는 힘들고 싶지 않아요.”
- 홍콩에선 ‘장국영이 동성애자냐 아니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많기 때문이겠죠.
“맞아요. 한국에서는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려고 해요. 하지만 홍콩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그가 동성애자든 양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상관없이 자기들의 우상이 죽었기 때문에 애도하는 것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를 갖고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안돼요. 하루는 밤에 술을 마시면서 ‘만약 내가 죽었다면 어떻게 이야기가 나올까’를 생각을 해보았는데, ‘그 호모 잘 죽었다’ 그럴까봐 겁이 나더라고요. 신문에도 ‘연기자 홍석천 사망’이 아니라 ‘동성애자 홍석천 사망’이라고 나오지 않을까요?”

장국영 죽음을 보는 동성애 연예인 홍석천의 솔직한 심경

홍석천은 장국영처럼 자신을 동성애자가 아닌 연기자로 봐주길 바란다는 심정을 털어놓았다.


- 장국영이 첫사랑이라는 건 무슨 말인가요?
“고등학교 때 저는 성적으로 혼란기였어요. 여자친구도 좋아하고 남자친구도 좋아했죠. 그런 시기에 ‘영웅본색‘에 나온 장국영을 처음 보는 순간 ‘확’ 빠져들었어요. 그가 입었던 감색 티셔츠를 사기 위해 동네시장을 헤매고 다닐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제가 장국영하고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열광적인 팬으로서 그를 사랑했던 거죠. 그런데 사람들은 제가 누구를 사랑한다고 하면 꼭 섹스까지 연결지어 상상하더군요. 그게 이해가 안돼요.”
- 팬으로 좋아하는 정도 가지고 첫사랑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잖아요?
“장국영 추모 사이트에 들어가면 팬들이 추모글을 올리면 대개 ‘잘가요, 내 사랑’ 그러잖아요. 저도 똑같아요. 그런데 저는 연예인이고 커밍아웃을 했기 때문인지 언론에서 부각을 시킨 거죠.”
- 장국영이 동성애자라는 소문은 언제 들었나요?
“제가 알고 있는 홍콩 친구가 배우예요. 제가 커밍아웃을 한 후 사회적 편견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니까 그 친구가 위로를 하면서 장국영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소문으로 처음 들은 건 96년경이었어요. 소문이 아니더라도 저희들끼리는 느낌으로 같은 부류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저에게 그가 큰 힘이 된 것은 사실이에요. ‘저 사람처럼 나도 잘해서 팬들의 진정한 사랑을 받아야지’ 하는 모델로 생각을 했어요.”
- 직접 만난 적은 없나요?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그가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연예인들과 만난다고 해서 그 장소와 시간까지 알아놓았는데 가지는 못했어요. 사실 이번에 사스 파문이 끝나면 홍콩 배우인 친구를 만날 계획이었는데, 그 친구가 자신이 장국영과 친하다며 홍콩에 오면 함께 식사할 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홍콩에 가서 장국영을 만나고 싶은 것은 홍콩 팬이 한국에 와서 이병헌을 보고 싶어하는 것과 같은 거죠.”
- 장국영 추모행사를 할 것인가?
“동성애자 친구들과 함께 4월18일에 추모행사를 가졌어요. 처음엔 소식을 듣자마자 이 카페에서 장국영 사진을 전시하면서 추모행사를 하고 싶었는데, 주위에서 말리더라고요. 자꾸 동성애 쪽으로 주목을 받지 말라고. 그래서 안했는데, 솔직히 언론에 안 알리고 조용히 행사를 치르고 싶었어요.”
홍석천은 현재 동성애자 인터넷 사이트 해피이반(www.happyeban.com)을 운영하며 인터넷 방송국에서 하루 2시간씩 동성애자 관련 방송을 하는 등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동성애와 관련해 대학 특강도 나간다. 그는 동성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깨뜨리는 게 자신의 할 일이라고 믿는다.
그는 인터뷰 내내 간절하게 호소했다. “동성애는 개인적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이제는 동성애자 홍석천이 아닌 배우 홍석천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장국영의 죽음을 계기로 이제 우리 사회도 한층 더 성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그가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를 따지면서 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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