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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에서 주연 맡은 신인 배우 박해일

■ 기획·구미화 기자 ■ 글·김연희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 2003.05.07 17:35:00

영화 관계자들과 관객들이 이구동성으로 2003년 가장 주목할 만한 배우로 꼽은 신인 배우 박해일.
올해 초 '국화꽃 향기'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데 이어 새 영화 '질투는 나의 힘'에서 문성근, 배종옥과 어깨를 나란히 한 그를 만났다.
'질투는 나의 힘'에서 주연 맡은 신인 배우 박해일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 오랜 시간 한 여인을 향해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해온 남자로 등장해 우수 어린 눈빛으로 은막을 적셨던 박해일(27). ‘국화꽃 향기‘에 이어 ‘질투는 나의 힘‘의 주연을 꿰찬 그의 영화 경력은 2001년에 개봉된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의 조연 연기가 전부다.
‘질투는 나의 힘‘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같은 남자(문성근 분)에게 애인을 두번이나 뺏기는 대학원생 이원상. 처음에는 애인을 뺏겼다는 질투심으로 연적에게 다가가지만 점차 심리적 변화를 겪으며 연적을 선망하게 되는 역할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20대 중반 청년의 불안한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해냄으로써 영화평론가들과 관객들로부터 남다른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위의 호평과 “내면 연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무척 쑥스러워했다.
“글쎄요… 요즘 워낙 잘생기고 매력 있는 배우들이 많은데 저는 그와는 대비되는 외모를 지니고 있잖아요(웃음). 저의 외적인 단점을 알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쪽에 노력을 더 기울여서 그런 게 아닐까요?”
사실 박해일은 고등학교 시절에 뮤지션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94년, 수능시험 소집일에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 큰 교통사고를 당해 시험당일 양호실에서 시험을 치르고 들어간 대학(남서울대학)에서도 전공인 영어 공부보다는 밴드 활동에 더 열심이었다. 그러나 다섯 시간이 넘는 통학시간과 무료한 학교생활, 연주보다 잡일을 더 많이 해야 했던 밴드 초년병 생활의 답답함 때문에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음악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입학한 재즈아카데미에서 마저 음악적 갈등을 겪으면서 중도에 포기했다. 그 후 뷔페식당 웨이터, 전단지 돌리기 등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다. MBC ‘테마게임‘의 촬영부 보조로 들어가 몇 개월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방송사를 드나들다가 가수 활동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그래서 안무와 노래연습을 했지만 몇달 만에 음반제작이 좌절되는 시련도 겪었다.

'질투는 나의 힘'에서 주연 맡은 신인 배우 박해일

'질투는 나의 힘'의 박찬옥 감독, 배종옥, 문성근과 함께 포즈를 취한 박해일.


우여곡절 끝에 그가 둥지를 튼 곳은 동아예술단이라는 어린이 극단이었다. 비록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했지만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는 연기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1년에 6,7 차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함으로써 차근차근 연기수업도 받을 수 있었다. 극단에서 보낸 시간은 이제 ‘영화배우’가 된 박해일에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연극을 보는 아이들의 반응, 무대 위에서 내 것을 전파하는 느낌, 선배들과 밤 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들은 지금도 소중해요.”
그러던 99년, 극단 동숭무대 소속 배우의 눈에 띄어 박해일은 성인극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는 ‘청춘예찬‘에서 나이 먹기를 거부하는 고등학생 역을 연기해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그는 타고난 배우였을까. 이 연극을 눈여겨본 임순례 박찬옥 봉준호 감독 등이 차례로 그를 자신의 영화에 출연해줄 것을 제의했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그의 첫 영화였을 뿐만 아니라 극중 배역이 뮤지션을 꿈꾸던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그 감회가 남달랐다. 비록 조연이었지만 기타를 치면서 열정적으로 노래하던 그의 모습은 인상적으로 기억되었고 그 뒤 작품들에서도 그는 특유의 섬세한 내면연기로 영화에 새로운 색깔을 덧입혔다.
“사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제 나이보다 어린 고등학생 역할이라서 그 감성을 표현하는 게 어렵기도 했어요. ‘국화꽃 향기‘에서는 제가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결혼생활과 죽음을 앞둔 아내를 향한 사랑과 슬픔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힘든 점이 더 많았죠. 부족함도 많이 느꼈고 ‘배우라는 직업은 정말 많은 경험이 필요한 거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잘 모르는 부분들은 연극하는 선배님들이나 감독님에게 물어보면서 배우기도 했고요. ‘질투는 나의 힘‘에서는 주인공의 성격과 비슷한 제 성격이 조금 반영된 부분도 있었지요.”
그러나 겸손한 말과는 달리 그는 영화 속에서 안정적이고 집중력이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 연극무대에서 다져진 탄탄한 연기를 보고 일부에서는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의 뒤를 잇는 배우가 될 것이라며 치켜세운다. 이런 상황에 힘을 실어주듯 그는 얼마 전 촬영감독들이 주는 황금촬영상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27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앳된 얼굴에,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그는 평소 친한 사람들과 탁구 치는 것이 취미일 정도로 소박한 청년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만은 신인답지 않은 연기로 빛을 발하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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