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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 탈퇴 후 1년 만에 영화 현장 복귀한 배우 문성근

■ 글·조득진 기자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 2003.05.07 17:22:00

문성근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5월,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중도 하차한 뒤 근 1년 만에 연예계에 컴백한 것.
지난 4월초에 있었던 영화 '질투는 나의 힘' 시사회장에 나타난 그에게는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노사모’ 탈퇴 후 1년 만에 영화 현장 복귀한 배우 문성근

지난 4월3일, 신예 박찬옥 감독의 영화 ‘질투는 나의 힘‘ 기자시사회가 있었다. ‘질투는 나의 힘‘에서 문성근(50)은 남의 애인을 빼앗는, 중년의 잡지사 편집장 한윤식을 연기했다. 묘한 미소가 곁들여진 능글맞은 연기는 그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바람 못 피우고 아내한테도 못하는 놈보다, 바람도 피우고 아내한테도 잘하는 놈이 백번 낫다”며 배종옥과의 불륜을 스스로 정당화하거나, 호텔 프런트에서 여자와 함께 있다가 장인에게 들킨 뒤에도 “후회하면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며 뻔뻔스럽게 말하는 모습은 ‘영화배우’ 문성근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그러나 이날의 시사회는 여느 시사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시사회가 끝난 후, 박찬옥 감독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과 함께하는 기자간담회 자리가 마련됐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문성근에게 집중됐다. 결국 박찬옥 감독과 배종옥, 박해일은 따로 자리를 잡아야 했다.
1시간 이상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영화에 관련된 간단한 질문이 있은 후, 최근 그가 보이고 있는 행보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내용.
-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지난해부터 몸이 많이 안 좋아졌거든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공부도 좀 하고 싶은데 책이 잘 읽히지 않아요.”
-오랜만의 시사회일 텐데 느낌이 어떤가요? ‘노사모’ 회원만 봐도 이번 영화는 ‘대박’이라는 농담도 있는데요.
“신인배우가 된 것 같아요. 촬영은 아주 편안했지만 개봉을 앞두고 이런 자리에 나설 때는 매번 긴장되고, 마음이 초조해져요. 사실 이렇게까지 제게 관심이 많을 줄은 몰랐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그런 계산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오래 느껴왔던 부분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흥행 부분은 잘 모르겠어요, 하하.”
-영화를 고르는 데 까다롭다고 알려졌는데, 이번 영화는 어떤 점이 좋아 출연했나요.
“시나리오가 깔끔하고 구성이 좋아요. 연출자가 영화 ‘오! 수정‘에서 조감독으로 함께 일했던 박찬옥 감독이라는 점도 감안했죠. 당시 후배에게 맞는 장면을 찍으면서 10여 차례 NG가 났는데 박감독이 대뜸 ‘그렇게 맞을 때 배우의 실제 감정을 알고 싶다’고 하더군요. 순간 ‘이 친구 좋은 감독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의 감성과 감정의 흐름에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캐치할 줄 아는 감독인 것 같아요.”
-극중 한윤식이라는 배역은 실제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배역의 캐릭터와 말투도 굉장히 독특한데….
“윤식은 ‘많이 편안하게 사는 사람’이죠. 배우에게 가장 큰 재미는 자기와 다른 인물을 표현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촬영 당시 대본을 중심으로 했지만 정서적으로 제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감독에게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술자리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물어보는 장면이나, 호텔방에 들어오자마자 여자가 옷을 벗으며 ‘왜 웃냐’고 했을 때 ‘좋아서’라고 말하는 대사는 애드리브죠. 현장 상황에 맞춰 대사를 잡아낼 때의 쾌감이 좋거든요.”
-영화 ‘진술‘에 캐스팅된 상태인데….
“후배 연극인인 박광정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제겐 뜻깊은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아마도 촬영이 조금 지연될 듯한데….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영화를 찍는 일인 것 같아요.”

‘노사모’ 탈퇴 후 1년 만에 영화 현장 복귀한 배우 문성근

1년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문성근. 당분간은 배우로서의 삶에 치중할 생각이지만 사회참여활동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대선이 끝난 이후 누구보다 할 말이 많아 보였던 그. 한때 노무현 정부의 실세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는 정작 지난 몇달간 언론과의 접촉을 끊어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누구보다도 ‘노사모’ 활동에 열성적이었던 그가 3월31일 ‘노사모’ 홈페이지에 ‘탈퇴의 변’을 남기면서 가져온 파장은 컸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지난 대선과 관련된 질문에 답변을 하는 동안 담배를 연거푸 입에 물었다.

-지난 연말 노후보의 대선 승리 당시 소감은 어땠나요. 새 정부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의외인데….
“그를 뽑아준 국민에게 마냥 감사할 뿐이었어요. 당시 노후보는 소수정파였어요. 저 같은 사람들도 돕겠다고 나서야 할 정도로.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사실 처음에는 ‘경선 때까지만’ 생각하고 뛰어들었는데 그게 조금씩 길어진 것 같아요.”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 입문에 대한 소문이 많습니다. 정말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건가요.
“벌써 10년째 받는 질문이에요. 전혀 없어요. 정치인은 희생 정신, 공인으로서의 부담, 사람을 만나고 갈등을 조정하는 등 여러가지 덕목을 가져야 하는데, 저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에요. 정치인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았죠. 정치인은 정치인으로, 문화예술인은 또 그들대로 역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노무현 대통령과 이창동 문화부장관의 1개월을 평가한다면.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는 ‘참여’라는 좋은 풍토를 갖게 됐죠. 그러나 반대로 ‘그런 참여 열기 때문에 매사에 조급하게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노대통령은 역사적인 긴 맥락으로 봤을 때 잘하고 있다고 봐요. 이창동 장관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노사모’ 탈퇴 이후 사회참여활동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제가 ‘노사모’를 탈퇴한 것은 파병안 문제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의 뜻은 아니에요. 다만 정리할 때가 됐다고 느낀 것뿐이에요. 아버지(고 문익환 목사)께서 만든 ‘통일맞이’의 경우는 큰형(고 문호근)이 재작년 돌아가신 후 제가 맡을 수밖에 없게 됐어요. 그 단체를 운영하는 일은 제게 운명 지워진 것 같고요. ‘생명의 전화’와 ‘국민의 힘’ 활동도 계속할 생각이에요. 문제는 시간과 체력 배분인데, 본업 80%, NGO 활동 20% 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영화 출연이에요. 시나리오가 두어 개 들어왔는데 배역이 조폭 두목과 망가진 아버지 역할이어서 썩 내키지 않더군요. 연극에도 관심이 많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힘들고, 감독 욕심은 버렸어요. 만들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여건이 되면 제작할 생각이에요.”

지난해 대통령 선거라는 격동의 현장에서 가장 선두에 섰던 문성근. 그는 약속대로 ‘땀냄새 나는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사회참여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방송가에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로의 컴백도 거론되고 있다. 배우로서, 개혁적 인사로서 그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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