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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새로운 출발

‘폭행사건’후 남편과 이혼하고 방송 복귀한 이경실 첫 심경 고백

“아직 몸과 마음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아이들 아빠를 원망하진 않아요”

■ 글·최숙영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05.07 16:43:00

개그우먼 이경실이 방송에 복귀했다. 남편 손광기씨에게 야구방망이로 폭행을 당한 이후 2개월 만이다. 남편과 이혼하고 방송활동을 재개한 이경실의 첫 심경 고백.
‘폭행사건’후 남편과 이혼하고 방송 복귀한 이경실 첫 심경 고백

웃어야 할지, 어두운 표정을 지어야 할지, 이경실(37)의 얼굴에 착잡함과 어색함, 당혹스런 웃음이 스쳐지나간다. 지난 3월31일 MBC ‘TV 특종 놀라운 세상‘과 SBS ‘콜럼버스 대발견‘의 녹화장에서 이경실을 만났을 때 그는 애써 활기찬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얼굴은 약간 야윈 듯했으나 남편 손광기씨(37)의 폭행으로 골반과 갈비뼈 골절상을 입고 입원해 있던 때에 비하면 건강한 모습이었다. 걸음걸이에서도 골절상 후유증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께 MBC ‘TV 특종 놀라운 세상‘의 녹화가 시작되자 이경실은 “여러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이 자리에 다시 나왔습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할게요”라는 말로 컴백 후 첫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전에는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긴장한 흔적이 역력했으나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NG 없이 능숙한 말솜씨로 방송을 진행했다.
녹화중 막간에 방청객을 향해서 “오늘 내가 크게 못 웃어도 이해해 달라. 아무래도 저번 일도 있고 하니 자숙하는 것처럼 보여야 되니까…”라며 재치 있는 애드리브로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경실은 ‘TV 특종 놀라운 세상‘ 녹화를 마친 뒤 등촌동 SBS 공개홀로 옮겨 오후 7시부터 ‘콜럼버스 대발견‘ 녹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후 9시께 모든 일정을 마치자 인터뷰를 시작했다.
기자와 마주 앉자 이경실은 좀전과는 다르게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 아직도 마음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듯 말하는 도중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방송을 재개한 지금의 심정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우선 많은 분들께 예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걱정과 염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아직도 마음을 추스릴 부분이 많지만 일하면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방송활동을 재개한 거예요. 지금은 열심히 하겠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어요.”
-남편이었던 손광기씨로부터 폭행당해 병원에 입원한 후 두달 만에 방송활동을 재개했는데 오늘 녹화를 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요.
“저는 언제나 MC를 보기 이전에 먼저 프로그램의 성격을 많이 생각해요. 오늘 프로그램이 둘다 오락 프로그램이었기에 일부러 더 활기차게 하려고 애썼어요. 사람들이 이런 저를 보고 ‘이경실의 마음이 아직 저 정도는 아닐 텐데…’라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프로이고 싶어요. 오늘 방송을 하면서 개인 감정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오늘도 저는 ‘내가 설 곳은 역시 무대’라는 생각을 했어요.”

‘폭행사건’후 남편과 이혼하고 방송 복귀한 이경실 첫 심경 고백

오랜만에 방송 현장에 복귀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담소를 나누는 이경실.


-얼굴이 많이 핼쑥해졌는데 몸은 어떤가요.
“완전히 완치된 건 아니에요. 갈비뼈 3개가 부러졌는데 6번 뼈는 완전히 붙어서 정상이 됐고 7번 뼈는 어긋나게 붙는 중이고 8번 뼈는 반 정도 붙은 상태라는 얘기를 병원에서 들었어요. 골반뼈 타박상은 덜 낳았지만 방송 진행에는 큰 지장이 없을 만큼 많이 좋아졌어요.”
-방송 복귀를 앞두고 2박3일 제주 여행을 갔다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주도는 저 혼자 마음을 다잡으려고 갔어요. 이틀 동안 꼼짝않고 호텔방에 있다가 마지막날 체크아웃을 하고 나오는데 호텔 로비에 아는 기자가 앉아있는 거예요. 아는 척을 안 하길래 제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못 알아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부러 모른 척을 하셨나봐요. 다음날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그 말 끝에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이경실은 그날도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한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는 건 좋은 일이면서도 또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입술을 깨문다.
이경실은 지난 3월17일 두 아이의 양육권과 공동명의의 재산은 자신이 갖고 남편 손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혼에 합의했다. 손씨는 3월26일 선고공판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4백시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방송활동을 중단하는 동안 개그맨들이 대신 MC를 봐주었는데…
“너무 감사하죠. MC를 대신 봐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두고두고 감사하면서 그분들께 무슨 일이 생길 때, 물론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만약에 생기면 제가 발 벗고 나서서 도움을 드려야죠. 많은 격려를 해준 개그맨들에게 감사하고 팬들에게도 감사드려요.”
-지난 3월26일 손광기씨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는데 그후 연락은 했나요.
“저도 상처를 받았지만 그 사람도 상처를 많이 받았을 거예요. 한때 사랑한 사람이고, 지금도 미워하거나 원수로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 아빠인데 어떻게 만나지 않고 살 수 있겠어요.
하지만 아이들 아빠나 저나 아직 마음이 진정되지는 않은 상태예요. 아이들도 있고 하니까 부부의 인연은 끊어졌어도 엄마, 아빠로서의 역할은 잘 협의해서 해나갈 생각이에요. 아이들 엄마, 아빠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부모 역할은 잘 해나가겠습니다.”
-손광기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생했고, 인생을 살면서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었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또 아이들에게 건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해요.”

‘폭행사건’후 남편과 이혼하고 방송 복귀한 이경실 첫 심경 고백

NG없이 능숙한 말솜씨로 SBS '콜럼버스 대발견' 녹화를 하고 있는 이경실.


-현재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이혼한 사실을 알고 있나요.
“다섯살짜리 남자아이는 그날의 상황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알고 있지만 표현력이 없기 때문에 말을 하지는 않아요. 아홉살 딸아이는 보진 못했어도 말로 들어서 알고는 있는데 엄마한테 상처가 될까봐 말을 하지 않아요. 두 아이 모두 그때의 충격을 추스르기 위해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고, 저도 아이들하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대화를 통해서 아이들이 받은 상처를 풀어주려고 해요.”
-최근 가정폭력 사태가 심각한데 이번 일을 계기로 가정폭력을 퇴치하는 일에 앞장설 생각은 없나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와 비슷한 아픔을 겪는 여성들이 많다는 걸 새삼 알았어요. 하지만 제가 아이들 아빠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해서 가정폭력을 퇴치하는 일에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아이들 아빠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 것도 아니고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건데…. 아이들 아빠를 원망하는 마음도 없어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것이고 저도 그때의 충격으로 받은 상처를 털어내고 상처를 삶의 지혜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이경실은 이날 두 프로그램의 녹화를 시작으로 4월초에는 SBS ‘진실게임‘과 KBS ‘체험 삶의 현장‘에도 복귀했다. 하차 의사를 밝힌 SBS ‘토요스타클럽‘은 제작진과 협의를 통해 향후 방송출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하차 의사를 밝힌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토요스타클럽‘은 스타들의 사생활과 결혼생활 얘기를 많이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진행자도 사적인 얘기를 많이 해야 되는데 제가 원래 쉬쉬하면서 감추는 성격도 아니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제 얘기가 나오면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 아빠한테도 아마 상처가 될 거예요. 시청자들도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토요스타클럽‘은 더 생각해보고 복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제작진에게 말했어요.”
이경실은 “방송활동을 재개하지만 마음은 완전히 진정된 상태는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가 싶더니 잠시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이들 아빠도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살 거예요. 과거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현실에 충실하면서 방송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아이들과 함께 인생을 멋있게 살고 싶습니다.”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듯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서 말하는 이경실. 가슴속에 깊은 슬픔을 묻어두고 애써 웃어보이는 그를 보니 참 ‘똑똑한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이경실은 인터뷰를 마치고 제작진과 다른 출연진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는 밖으로 나갔다. 바깥은 이미 한치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 어둠 속으로 당당히 걸어나가는 이경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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