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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프라이버시 인터뷰

데뷔 18년째 정상에 서 있는 톱스타 배종옥 프라이버시 인터뷰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 돈이나 윤택한 생활이 아닌 좋은 ‘작품’이에요”

■ 글·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사진·조영철 기자 ■ 메이크업·김경화 헤어·박은경 (02-517-4400) ■ 의상협찬·에트로 주얼리 협찬·애니 보석 ■ 장소협찬·플라스틱(02-3446-4646)

입력 2003.04.08 09:07:00

생기발랄한 표정과 말투, 날씬한 몸매만 보면 그가 정말 불혹(不惑)의 배우인가 싶다. 영화 '질투는 나의 힘'으로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종옥.
그가 이번에는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자유분방한 사진작가로 변신한다.
자기관리 잘하고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 배종옥을 햇살 따뜻한 봄날에 만났다.
데뷔 18년째 정상에 서 있는 톱스타 배종옥 프라이버시 인터뷰

그는 요즘 들어 지난해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드라마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종옥(40)이 올봄 영화 한편을 가지고 우리 앞에 선다. 97년 개봉한 ‘깊은 슬픔‘ 이후 6년 만에 출연한 작품은 ‘질투는 나의 힘‘. 4월 개봉하는 이 작품에서 그는 유부남 한윤식(문성근 분)과 연하의 대학원생 이원상(박해일 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자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시나리오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거절을 했어요. 그때 두편의 드라마를 하고 있던 터라 ‘에너지’가 없었거든요. 괜히 의욕만 앞세워 하기로 했다 남의 작품 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다 우리 매니저 농간(?)에 넘어갔죠. 작품이 마음에 들었던 매니저가 영화사측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더군요. 전 ‘절대 안할 거니까 꼭 그렇게 전하라’고 했는데 말이에요(웃음).”
그에 따르면 매니저의 전략은 나름대로 치밀했다. 우연을 가장해 자꾸만 그의 눈에 띄는 곳에 시나리오를 둔 것. 결국 호기심을 느낀 그는 시나리오를 읽어봤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도 그의 결론은 역시 ‘하지 말자’였다. 의외의 복병을 발견했기 때문.
“원래 시나리오에는 가슴을 노출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건 제가 지난 10년 동안 영화에 거의 출연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죠. 90년대 이후에 나온 영화를 보면 꼭 그런 장면이 하나씩은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것에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에요. 만약 감독님이 그 장면을 고집했다면 이 작품도 안했을 거예요.”
속옷만 입고 나오는 장면 위해 특별히 몸매 관리에 신경 써
대신 문제의 장면은 브래지어를 착용한 채 촬영했다. 유부남인 한윤식과 여관방에 들어간 장면에서 나오는 것.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사진작가로 등장하는 그는 한윤식과 정사를 나누기 위해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겉옷을 척척 벗고 속옷 차림이 된다.
영화 개봉에 앞서 지난 3월초 가진 시사회에서 여성 관객들로부터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 대목도 바로 이 장면. 조금은 민망한 속옷 차림의 그는 40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군살 하나 없는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요? 다행이다. 18년 동안 연기를 하면서 그 정도 노출신도 처음이라 쑥스러웠거든요. 사실 그 부분 촬영을 위해 몸매 관리를 했어요. 마른 체격이기는 하지만 아이까지 낳았는데 처녀처럼 날씬한 리가 없죠. 알고 보면 배도 나온 걸요. 그 장면 촬영을 할 때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는데 각도를 잘 잡아서 날씬하게 나온 거 같아요(웃음).”
그가 극중에서 맡은 성연은 무심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이지만 내면에는 자기문제를 안고 늘 외로워하는 인물. 한윤식의 일상적인 유혹에 망설임 없이 응하면서도 이원상의 순진한 구애에 마음이 끌리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쉽지 않은 캐릭터다.
이 영화의 촬영이 시작된 것은 2001년 가을. 당시 KBS 드라마 ‘우리가 남인가요‘와 SBS 시트콤 ‘웬만해선 막을 수 없다‘에 출연하던 그는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질투는 나의 힘‘의 촬영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죠. 그런데 하다보니 너무 즐겁더군요. 무엇보다 작품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현장에 가면 일단 맥주 한잔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 뒤 촬영을 시작했죠. 어차피 영화에서 술에 취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많아 연기에도 도움이 됐고요.”

데뷔 18년째 정상에 서 있는 톱스타 배종옥 프라이버시 인터뷰

그는 영화 '질투는 나의 힘'에서 박해일의 구애를 받는 연상의 사진작가로 나온다.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상황이 이해가 안되면 몸이 굳는다는 그는 연기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할 때 가장 화가 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MBC 미니시리즈 ‘위기의 남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 프로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현장에 도착해서야 대본을 받아보는 상황이 계속되자 막판에 무척 흔들렸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작품이 시청률에 연연해 애초의 기획 의도에서 멀어질 때 속이 상하다고 한다. 작품을 고를 때 누구보다 신중하지만 스스로 ‘실패작’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이 종종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
“그동안 시청률과 무관한 드라마를 많이 해서 그런지 시청자들의 반응에 신경 쓰는 드라마를 보면 이해를 못하겠어요. 물론 저도 20대에는 ‘인기’에 연연했죠. 나름대로 인기 스타였고요(웃음). 그러다 30대가 되면서 하고 싶은 작품만 하게 됐어요. 돈이나 윤택한 생활이 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거든요. 그 바람에 본의 아니게 ‘언더그라운드 배우’가 된 것 같기도 해요.”
그가 작품을 고를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작품성. 작품이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이 드라마를 하고 싶은가,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는가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더 까다로워진 것도 사실. 앞으로 잘해야 10년 정도 드라마를 이끄는 주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질투는 나의 힘‘은 영화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흡족한 경우. 시나리오에서 표현되었던 그대로 모든 장면들이 잘 살아있었다고 한다. 또한 영화 촬영을 하는 내내 작품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을 벌이는 박찬옥 감독과 또 다른 남자주인공인 박해일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재미있었다고.
“예상대로 쉬운 작품은 아니었어요. 영화 자체가 다큐멘터리 느낌이 나서 연기하는 것 같지 않게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제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죠. 전 작품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하도록 벽으로 들어가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으면 좋겠어요. 그게 연기를 하는 참맛이죠.”
연기 못해 ‘그만두라’는 말 듣던 시절도 있어
배종옥 하면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소문났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3학년 때인 85년 12월 KBS 일요아침드라마 ‘해돋는 언덕‘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시작했지만 하도 몸이 뻣뻣하고 연기가 안돼 선배들로부터 ‘배우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89년 KBS 드라마 ‘왕룽일가‘에 출연하면서 이종한 PD로부터 야단도 많이 맞고 따로 연기 수업을 받으면서 연기의 재미에 눈을 떴다.
“지금 생각해보면 배우가 된 건 운명 같아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연극부를 만든 게 시작이었죠. 수업이 끝나면 흑석동에 있는 중대에 가서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공연을 많이 봤어요. 하루는 ‘피의 결혼‘이라는 작품을 보는데 너무나 예쁘게 생긴 언니가 근사한 드레스를 입고 공연을 하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제가 연극영화과에 가겠다고 했을 때 놀라던 고3 담임 선생님의 표정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제가 끼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으니까요.”
고집을 피워 응시하기는 했지만 그 자신도 합격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경쟁률이 12대 1이었는데 연기의 기본도 모르고 내세울 특기조차 없던 자신이 어떻게 붙었는지 지금까지도 의아하다고 한다.
당시 그를 연극영화과로 이끈 ‘예쁜 언니’는 훗날 전혀 엉뚱한 곳에서 다시 만났다. 그가 뮤지컬 ‘나도 출세할 수 있다‘에 출연할 때 홍보용 사진을 찍으러 ‘그 언니’가 왔더라는 것. 그는 자신을 연기의 길로 이끈 사람이 정작 다른 길로 간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게 생각된다고 한다.
“언니에게 아는 척은 못했어요. 사진을 찍는 언니의 모습이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괜히 아는 척해 언니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드레스를 입은 그 언니의 모습에 반해서 연극영화과에 갔다고 말하면 다들 놀래요. 믿어지지 않는다면서요. 사람들은 저를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저 현실감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에요.”
그래서일까. 그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에는 묘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대표작이랄 수 있는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외에 ‘위기의 남자‘ 영화 ‘질투는 나의 힘‘까지 순탄하지 않은 사랑을 그리고 있다. 지난 3월3일 방송을 시작한 MBC 아침드라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도 마찬가지.
“저는 사랑의 감정을 믿지 않지만 작품에 빠지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요. 박완서 선생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대…‘도 처음에는 두 남자에게 버림받고 미혼모로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라 답답하다 싶어 거절했는데 소설이 처음 나온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은 여자들의 삶을 생각하면 그런 여자도 있을 것 같아 하게 됐고요.”
그는 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그에게 현재 진행중인 사랑은 없다. 사랑을 믿지 않는 탓. 93년 결혼했다 1년 만에 이혼한 그는 인터뷰 때마다 “혼자 지내는 게 편하고 익숙하다. 1년간의 결혼생활이 난 혼자가 더 편한 여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고 밝혀왔는데 그 생각에는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데뷔 18년째 정상에 서 있는 톱스타 배종옥 프라이버시 인터뷰

이혼 후 홀어머니를 모시고 딸 채은이와 함께 살아온 그는 지난해 11월 어머니를 암으로 잃는 아픔을 겪었다. 막내로 자라 어머니와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기에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은 더 클 듯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동안은 뒷정리를 하느라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요즘 들어 어머니가 얼마나 큰 존재였나를 느껴요. 그런데 제가 현실감이 없기는 없나 봐요. 요즘도 종종 어머니가 돌아가신 게 아니라 여행을 가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가 없을 때면 채은이를 지켜주던 어머니가 안 계시기는 하지만 딸에 대해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새 자라 초등학교 4학년인 된 데다 연기자라는 그의 직업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기 때문. 대신 그는 촬영이 없는 날은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그동안 읽지 못한 책들을 읽으면 딸과 함께 보낸다고 한다.
그는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도 원치 않아 토크쇼 출연은 절대 사절할 정도. 누군가를 정기적으로 만나고 챙기는 일에 익숙지 않은 그는 가장 친하다는 윤여정이나 박성미도 일년에 고작 한두 번 만난다고 한다.
연기 외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여행. 사람들 속에 묻혀 길을 다니고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사색하기를 좋아하는 그는 그래서 작품을 끝내고 시간이 있으면 외국 여행길에 오른다.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여유와 낭만을 누리기에 뉴욕만한 곳이 없다는 그는 자유로움 속에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뉴욕에 가면 언제나 행복하다고 한다.
너무 젊지도, 늙지도 않은 지금의 나이가 좋다는 그는 나이가 드는 것의 장점으로 깊이를 들었다. 나이를 먹는다고 연기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그는 앞으로도 정말 하고 싶은 작품만 하며 사는 게 꿈이라고 했다.
“‘질투…‘도 그런 선상에서 결정한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우린 서로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도 사실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제가 맡은 성연이라는 인물도 원상이에게 관심이 있다는 속마음을 끝내 털어놓지 않아 의외의 상황을 맞게 되죠. 저희 영화를 보면서 다들 그런 문제를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40대로 접어든 배우도 얼마든지 매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질투는 나의 힘‘에서 보여준 배우 배종옥. 그가 오랜만에 출연한 영화 ‘질투는 나의 힘‘도 그만큼이나 독특하고 특별하다.

여성동아 2003년 4월 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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