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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행복한 이 여자

연극무대에 서는 신애라

“방송 중단 후‘주부’로 살면서 깨달은 결혼의 진실, 부부생활 8년 보고서”

■ 글·최숙영 기자(ary95@donga.com)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3.04.04 18:35:00

오랜만의 외출이다. MBC 드라마 '남의 속도 모르고' 이후 4년 만에 신애라가 연극무대에 선다.
부부간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 '희한한 구둣방집 마누라' 공연에 앞서 털어놓은 남편 차인표와의 결혼생활 8년, 그의 속 깊은 이야기.
연극무대에 서는 신애라

여자 나이 서른네살,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더구나 20대처럼 발랄하게 통통 튀기 어려운 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신애라는 통통 튄다. 청재킷을 입고 자신이 직접 만든 비즈 귀고리를 달고 “어머, 안녕하세요?”하며 눈앞에 나타난 그는 밝고 명랑하고 쾌활했다. 저 여자가 어떻게 서른네살이란 말인가.
4월17일부터 5월4일까지 ‘희한한 구둣방집 마누라‘로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연극공연을 하는 신애라는 만나자마자 수다를 떨듯 연극 얘기부터 했다. MBC ‘남의 속도 모르고‘에 출연한 지 4년 만에 다시 연기를 시작한 탓인지 그의 표정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렸어요. 인표씨하고 호주로 CF촬영을 가기 전에 극단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대본을 읽어보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희극인데다 열여덟살의 젊은 여자가 쉰세살의 늙은 구둣방 아저씨와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신선하더라고요. 앞으로 언제 이런 통통 튀는 역할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어서 하기로 결정을 내렸죠. 연습한지 일주일도 채 안 되지만 재밌어요. 기왕 하기로 한 것, 연극하는 동안만이라도 실컷 통통 튀어보려고 해요.”
남편 차인표는 그가 연극을 하기로 했다는 말에 처음에는 “왜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연극이 쉬운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의 아그네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넌센스‘ 등의 작품으로 연극무대에 선 경험이 있는 그도 그때마다 무척 힘들어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차인표도 반대를 했던 것인데, 그러나 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힘들더라도 이번 작품은 꼭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고 한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대사도 많고, 연기는 4년 만에 다시 하는 것이지만, 연극은 ‘넌센스‘ 이후로 7년만에 하는 것이라서 마음의 부담이 컸죠. 근데 해보니까 하던 가락이 있어서인지 의외로 빨리 익숙해지더라고요. 다행이죠. 극중에서 상대배우가 김일우씨인데 워낙 재미있는 분이고 연습할 때도 저한테 높임말을 쓰세요. 제가 말씀을 낮추라고 해도 계속 높임말을 쓰시니까 그 자체도 코미디인 것 같고, 어떨 땐 진짜 김일우씨가 제 남편 같아요.”
까르르 웃는 신애라, 연극을 하기로 한 뒤 체력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다. 연극이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비타민과 단백질 식품으로 영양보충을 하고 가급적 과로하지 않으려고 한다. 극중에 대사가 많다보니까 목이 아프고 칼칼해질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손에는 생수 한병이 들려 있었다.
“요즘은 아들 정민이(6)의 얼굴 볼 시간도 거의 없어요. 다행히 엄마보다는 친구들하고 있는 걸 더 좋아하는 나이라서, 연극 연습을 하고 집에 가도 별로 반가워하지 않고 친구들하고 놀 때가 더 많은데, 그럴 때면 좀 서운하죠. 하루는 제가 정민이한테 ‘엄마, 연극한다’고 하니까 ‘무슨 연극이냐’면서 자기도 와서 보겠대요. 말을 안해서 그렇지, 엄마한테 거는 기대가 큰가 봐요.”
연극을 한 뒤로는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것 같아 남편 차인표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없이 잘 참아주는 남편이 고맙다고 한다. 그 말을 하는 그의 표정이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표정이다. 이 두 사람이 왜 금실 좋은 부부로 소문이 났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서로 배려하고 아껴주는 마음, 그 때문이지 않을까.

연극무대에 서는 신애라

신애라는 요즘 들어 부쩍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많이 한다. 이번에 무대에 올리는 연극이 부부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이야기라서 그런 모양이다. 오랜 생각 끝에 나름대로 얻은 결론이 있다면, 이 세상에는 결혼생활에 만족하면서 사는 부부가 없다는 것. 아무리 사랑해서 한 결혼이라도 살다보면 좋을 때가 있는가 하면 싫을 때도 있는 법이며, 그것이 곧 결혼생활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사실 말이지, 약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어느 부부인들 문제가 없는 부부가 어디 있겠는가. “서로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행복의 순위도 달라지는 것 같다”면서 “결혼해서 느끼는 행복은 그야말로 백지장 한장 차이”라고 똑부러지게 말한다. 이럴 때의 신애라는 참 영리해 보인다. 세상을 꿰뚫어보는 눈과 어떤 상황에서도 재치있게 처신을 할 줄 아는 지혜, 그것이 그의 매력이지 않나 싶다.
“부부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참는 것이에요. 나만 참는 게 아니라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참고 견뎌야겠죠.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서로 불쌍하게 여기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편 차인표가 영화 촬영차 중국에 갔을 때 새로운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남편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왜 같이 있었을 때 그걸 몰랐을까, 후회도 많이 했다. 남편은 평소 그하고 같이 운동도 하고 싶어하고 술 한잔 걸치고 싶은 날이면 같이 호프집이나 포장마차에도 가고 싶어했는데 그는 싫다고 질색을 하지 않았던가. 왜 그랬을까,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런 것까지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그 뒤로 결심한 게 있어요. 인표씨하고 앞으로 운동도 같이 하고 술도 종종 같이 마셔야겠다고요. 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부부가 뭘 같이 한다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살다보면 점점 대화가 없어지거든요. 저도 그런 걸 느껴요. 결혼 초기에는 미주알고주알 밤이 새도록 할 얘기도 많았는데 이제는 별로 대화거리도 없고, 그나마 할 얘기가 있어도 아들 정민이가 있으니까 자꾸만 아이쪽에 초점이 맞춰지게 돼요.”
그것이 안타까운 모양이다. 부부간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록새록 실감한다는 그이다.
더구나 파경을 맞은 연예인들을 볼 때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한다. 같은 여자로서 심정적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고, 부부가 살다 보면 누구나 이혼할 뻔한 위기를 한번쯤 겪기 때문에 그들을 욕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뭐랄까, 안타까울 뿐이다.
“정말 이혼을 많이들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친구들 중에서도 ‘누가 헤어졌대’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파요.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있을 때는 더 그렇죠. 차라리 그런 경우는 이혼을 하더라도 나이 들어서 아이들 다 키워놓고 하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부부 사이는 당사자들 빼고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부득이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까 이혼을 했겠죠. 심정적으로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에요.”
신애라는 연예인이지만, 결혼후 방송을 중단하고 한동안 살림만 했기 때문에 전업주부들의 심정도 잘 알고 있다. 남자들이야 스트레스가 쌓이면 밖에서 풀 수 있는 방법이 많지만,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자들은 어디 그런가. 또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남편들보다 아내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한다.

연극무대에 서는 신애라

'희한한 구둣방집 마누라'에서 통통 튀는 18세 주부 역할을 맡은 신애라.


그런 점에서 보면 그는 행복한 축에 속한다. 집에서 살림을 도와주는 아줌마도 있고, ‘연기자’라는 직업도 있고, 게다가 친구들도 많기 때문이다. 자주 어울리는 연예계 친구들은 유호정 오연수 최지우 이혜영 김남주 메이크업아티스트 이경민 등 모두 6명.
얼마전에는 유호정이 그가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를 왔다. “그것도 한집 건너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면서 “가까이 사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자랑을 한다.
“내 속을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힘들 때도 얘기하면서 위로를 받잖아요. 나만 고민이 있는 줄 알았는데 상대방도 나와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면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되죠. 저는 친구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힘들고 외로울 때도 힘이 되잖아요. 그럴 때마다 서로 얘기를 하면서 고민을 털어내야지 안 그러면 병에 걸려요. 진짜예요.”
그런 그가 요즘에는 친구들한테 ‘왕따’를 당하고 있다. 연극을 하면서부터 만날 시간이 없으니까 미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왜 우리 허락도 없이 연극을 했냐”면서 “원성이 자자하다”고 하는데 그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이 행복해 보인다.
“저는 순간순간 행복해해요. 지금 인터뷰를 하는 이 시간도 지나가면 과거가 되잖아요. 물론 과거는 아름답죠. 소중한 추억으로 남으니까요. 하지만 과거보다는 현실에 더 충실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아들 정민이를 키우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다. 쪼르르 달려와서 엄마 품에 안기고, 얼굴에 뽀뽀를 해대고, 어디서 말은 그렇게 다 배웠는지 쉬지 않고 재잘재잘 떠들 때면 대견하면서도 한편 인생의 쓸쓸함도 느낀다. 아들의 이런 앙증맞은 모습을 보는 것도 잠깐이겠거니, 하고 말이다.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면 괜시리 눈물이 나고, 그래서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고백한다.
“여자가 점점 나이를 먹으면 우울증이 생긴다고 하는데 저는 다행스럽게도 그런 게 없어요. 나중에 늙어서도 가족이 있고 여행갈 친구가 있으면 쓸쓸하지 않을 것 같아요. 친구들은 벌써부터 아이 빨리 키워놓고 같이 여행을 다니자고 하는데,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그런 게 삶의 즐거움이 아니겠어요.”
연극이 끝나면 당분간 가족하고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낼 계획이다. 드라마 섭외는 많이 들어오는데 연속극은 배역도 그렇고 시간도 많이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단막극이라면 또 모를까, 아직까진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다.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는 신애라, 나이와는 상관없이 언제나 재기발랄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여성동아 2003년 4월 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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