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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흉내로 무명 생활 끝내고 ‘스타’ 된 개그맨 김상태

■ 기획·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글·최숙영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3.03.06 10:41:00

노무현 대통령을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한 외모와 말투로 단숨에 ‘떠버린’ 개그맨 김상태.
노대통령을 흉내낸 “맞습니다, 맞고요”라는 말투는 이제 장안의 유행어가 됐다.
99년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무려 4년 동안이나 ‘개그콘서트’ 녹화장에서 바람잡이를 했던 그가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노무현 대통령 흉내로 무명 생활 끝내고  ‘스타’ 된 개그맨 김상태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더니 방송국 로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몸집이 작고 귀엽게 생긴 남자, 자세히 보니 KBS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코너에 ‘노통장’으로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김상태(30)가 아닌가.
양복 대신 아이보리색 면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분장을 하지 않은 맨얼굴의 그는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앳돼 보였다. “진짜 김상태씨가 맞냐?”는 질문에 “맞습니다. 맞고요∼”라고 특유의 익살을 떨 줄 알았는데 그냥 빙그레 웃고 만다.
“그동안 단역만 해오다가 ‘노통장’으로 갑자기 인기를 얻으니까 기분이 좋아요. 정말 인기가 있는지 아직도 실감이 안 나고요. 꿈만 같아요.”
어릴 적부터 개그맨을 꿈꿨던 그는 까불까불대며 사람들을 곧잘 웃겼다. 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이나 친구들로부터 “개그맨이 되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고 한다. 열망이 깊으면 꿈이 이루어지는 걸까.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99년 KBS 공채 14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그러나 오랫동안 무명의 설움을 겪어야 했다. 무려 4년 동안이나 ‘개그콘서트’ 녹화장에서 바람잡이를 했던 것이다. 녹화를 시작하기 전에 방청석의 분위기를 띄우고 선물을 나눠주며 방청객들이 오버해서 웃을 수 있도록 미리미리 양념을 쳐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김영철, 김대희 같은 동기들이 한창 뜰 때, 무대 뒤편에서 바람잡이나 하며 동기들을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아야 했던 그때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는 “가슴이 정말 아팠다”고 한다.
개그맨으로 주목받지 못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많았다. 간간이 단역으로 출연하고 리포터로 활동했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아서 지난해 4월부터는 ‘부업’을 시작했다. 그룹 ‘쿨’의 김성수와 함께 서울 청담동에 ‘모야’라는 포장마차를 연 것.
아닌 게 아니라 가까이서 보니 살이 많이 빠지고 얼굴이 부석부석했다. 하지만 짜증스러운 기색은 전혀 없었으며 “포장마차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인다.
“개그맨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대사 한마디 없이 잠깐 무대 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단역만 맡았지만 개그맨으로 성공하려면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믿었거든요. 동기들이 잘 나가는 걸 보면 부럽기도 했지만 저는 제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죠.”
그러한 성실함 때문이었을까. 그가 지난 1월19일 ‘봉숭아학당’ 코너에 ‘노통장’으로 나와서 노무현 대통령의 말투를 흉내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8대2 가르마에 이마의 굵은 주름살, 노란 넥타이의 양복차림인 그가 팔을 크게 벌리며 “맞습니다, 맞고요”라고 할 때마다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노무현 대통령 흉내로 무명 생활 끝내고  ‘스타’ 된 개그맨 김상태

노무현 대통령 흉내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2월초 한 TV 토크쇼에 출연한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개그 소재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해 말이었어요. 노대통령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죠. 선거전 때 유세 장면이나 TV 토론회 장면을 보고 연구를 많이 했어요. 노대통령의 말투는 원래 경상도 억양인데 서울 말씨를 하려다 보니 높낮이가 분명하고 말처리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반복어를 많이 사용하는 게 특징이죠.”
노무현 대통령을 흉내내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기우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회의에서도 그의 개그가 화제에 올랐기 때문이다. 급기야 그가 TV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한 노대통령을 찾아가 인사를 했을 때는 노대통령이 “노통장께서 인기가 많아야 그에 힘입어서 저도 인기를 얻지 않겠습니까”라고 했을 정도다.
“‘노통장’으로 뜨고 난 후에 주위 시선이 달라졌어요. 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다고 할까요. 길을 지나가다 학생들이 저를 보면 ‘노통장이다’ 하고 아는 체를 해요. 저야 고맙죠. 하지만 씁쓸할 때도 있어요. 전에 알고 지내던 여자들이 제가 무명이었을 때는 아는 척도 안 하다가 요즘 인기가 있다고 하니까 전화를 해서 막 친한 척을 할 때면…. 하하하, 씁쓸하죠.”
그는 예전에 비해 엄청 바빠지기도 했다. 너무 바빠서 ‘부업’으로 하고 있는 포장마차에 못 가는 날도 많다고. 그럴 때면 손님들한테 가장 미안하다고 한다.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포장마차에 오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사귀는 여자친구가 없다는 그는 포장마차를 하고는 있지만 술을 한잔도 입에 대지 못하며 담배도 안 피운다. 게다가 지난해 이사를 할 때는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부모님의 가구며 살림살이를 싹 바꿔드렸다고 한다. 한마디로 ‘성실맨’에 소문난 ‘효자’.
“어릴 때 가난하게 살았어요. 지금은 아버지가 운수업을 하시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어머니와 같이 리어카를 끌고 장사를 하신 적도 있죠. 2남 중 제가 장남인데 ‘장남’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책임감이 무거웠어요. 그 때문에 ‘노통장’으로 뜨기 전에도 수입은 별로 없었지만 개미처럼 돈을 모았죠. 돈이 생기면 무조건 은행에 저축했어요.”
고생을 해봐서인지 그는 겸손할 줄도 안다. 특히 무명시절에 도움을 줬던 사람들한테는 반드시 ‘의리’를 지키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솔직히 대통령을 개그 소재로 삼는다는 게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요즘 왜 대사를 조금밖에 안 하느냐고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대통령 취임식 이후에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생각이에요.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뭔가 재미있는 것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은 눈치지만 더 이상 밝히기를 꺼렸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잘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게 제 계획이에요”라고 말하고는 “녹화 연습을 해야 한다”며 ‘개그콘서트’ 녹화장으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대본이 어찌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몹시 구겨져 있었다. 어릴 적부터 개그맨이 꿈이었던 그가 또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을 웃길지 기대된다.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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