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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눈사람’ 실제 모델 서울 서부경찰서‘강력반 탱크’ 이대우 경사

■ 기획·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 글·조희숙 ■ 사진·김형우 기자, MBC홍보실 제공

입력 2003.02.28 17:25:00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미니시리즈 <눈사람>의 주인공 조재현의 실제 모델이 있어 화제다. 한번 맡은 사건은 해결할 때까지 밀어붙이는 ‘탱크형사’, 서부경찰서 이대우 경사가 바로 그 주인공. 일반인에게 범죄현장을 직접 체험하게 해주는 이색동호회 ‘범죄사냥꾼’을 운영하기도 하는 신세대 형사 이대우 경사를 만났다.
드라마 ‘눈사람’ 실제 모델 서울 서부경찰서‘강력반 탱크’ 이대우 경사

성명 이대우(37). 소속 서울 서부경찰서 형사계 강력 4반 경사. 별명 탱크캅. 휴대전화 끝자리 0112. “일산에서 범인을 검거하느라 인터뷰 시간에 다소 늦었다”는 이대우 형사의 첫인상은 의외로 깔끔하고 부드러웠다. 드라마 속에서 형사로 출연하는 조재현처럼 더벅머리도 아니고 수염도 덥수룩하지 않은 말끔한 그에게 “생각보다 너무 깔끔한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네자 “얼마 전부터 경찰서 내 사우나 시설이 생겼다”고 너스레를 떤다.
MBC 미니시리즈 ‘눈사람’의 주인공 조재현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그는 올해 경력 14년차인 강력계 베테랑 형사다.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 작가 김도우씨에게 경찰의 생활상에 대해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면서 그의 별명이나 경찰 입문 계기 등이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 주인공의 캐릭터에 적용됐다.
“김도우 작가가 경찰과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제가 운영하는 카페를 알게 됐던 모양이에요. 이것저것 묻길래 몇 마디 대답해줬죠. 얘기를 나누다가 형사들이 사용하는 은어가 튀어나오면 ‘하나 건졌다’며 좋아하더라고요. 며칠 전에는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서 슬쩍 알려주더군요(웃음).”
현직 경찰인 그는 인터넷 동호회 운영자이기도 하다. 2000년 5월 오픈한 범죄사냥꾼(cafe.daum.net /tankcop)은 일반인에게 범죄현장을 직접 체험하게 해주는 이색 인기 동호회로 현재 3천명의 회원수를 자랑한다. 그가 동호회를 만들게 된 것은 경찰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다는 단순한 계기에서 출발했다.
“경찰에 대해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에요. 제가 긍지를 갖고 일하는 직업에 대해 사람들이 나쁜 선입견을 가지는 것이 싫더라고요. 제가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저의 일을 함께 체험해보면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겁니다.”
경찰에 대한 편견 없애려고 만든 ‘범죄사냥꾼’
인터넷 동호회 범죄사냥꾼은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주축을 이룬다.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사설 경호원 출신자 등 경찰과 관련된 사람들뿐 아니라 초등학생이나 50대 아저씨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활동도 두드러져 남녀노소 모두에게 경찰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하고 있는 셈.
실제로 ‘버터공주’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여성회원은 “직접 경찰서에 와보니까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데 비해 보수가 너무 작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동호회 덕분에 경찰서를 스스럼없이(?)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동호회 회원들은 경찰에 관련된 정보를 나누기도 하지만 동호회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일반인에게 범죄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지금까지 범죄사냥꾼 회원 중 30여명이 현장체험을 경험했다.
현장체험이란 범인검거를 위해 형사들과 함께 잠복근무를 하거나 때에 따라 형사들과 공조해 직접 현행범을 검거하는 등 사건해결의 전과정을 밀착 체험하는 것을 말한다. 운 좋은 회원들 중에는 이 형사의 배려(?)로 범인의 손목에 직접 수갑을 채워보는 행운을 얻은 사람도 있다.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건은 주로 삐끼강도, 아리랑치기, 차량절도단, 마약사범 등으로 지난 1월까지 총 34명의 범인이 회원들의 현장체험을 통해 검거됐다. 대학생은 주로 방학을 이용하고 직장인은 주말을 이용해 현장체험을 신청하는 편. 현장체험 이후에는 동호회 게시판에 흥미진진한 현장체험담이 속속 올라오는 탓에 신청자는 항상 만원이다.

“누구나 현장체험을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내부적으로 정한 기준에 적합한 회원에 한해서만 허용하고 있고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가끔 일반인이 참여하면 범인 검거에 방해가 되지 않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예요. 여성 회원들과 함께 잠복하면 범인들로부터 의심을 덜 받기도 하거든요(웃음).”
회원들의 도움은 현장체험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형사는 동호회 게시판에 ‘사건추리도전’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현재 맡고 있는 사건을 올려놓고 회원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기도 한다. 회원들 중에는 전문가 못지않은 상상력을 발휘해 실제 이 형사에게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14년째 하고 있으니 경찰이 천직이죠”
드라마 속 조재현의 경찰 입문기 역시 그의 실제 이야기에서 따온 것이다. 극중 조재현처럼 그는 경찰이 되기 전까지 수십 가지 직종에 종사한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공장의 직원부터 영업사원, 노점상, 술집 웨이터, 자가용 운전사 등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지만 모두 3개월을 못 넘겼다고 한다.
“군생활 동안 형사기동대에서 차량을 운전했어요. 그때 경찰업무를 가까이 지켜보면서 참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제대 후 바로 형사기동대 공채시험을 치렀고 지금까지 14년째 경찰생활을 해오고 있으니까 이만하면 제게는 천직이라고 할 수 있죠.”
지난 89년 형사기동대로 입문, 93년부터 서울 서부경찰서 강력반 형사로 활동하는 동안 숱한 사건과 사고들이 그를 거쳐갔다. 형사 1인당 주어진 사건은 평균 10∼20건. 과중한 업무량으로 모든 사건을 100% 해결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일단 맡은 사건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성격 탓에 그는 선배들로부터 ‘탱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몇년 전 미궁 속에 빠진 뺑소니 사건을 담당했을 때는 현장에서 1주일간 숙식하며 사건을 해결한 적도 있었다.
“강력반은 주로 살인사건을 많이 담당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사건을 해결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억울함을 풀어줬을 때가 가장 보람이 크죠. 반면 용의자가 지목됐음에도 물증을 잡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처리될 때는 마음속에 숙제가 쌓이는 느낌이에요.”
태권도 공인 3단자인 그는 만능스포츠맨으로 씨름과 럭비, 권투 등 모든 운동에 능하다. 덕분에 거친 강력사범을 상대하면서도 지금껏 크게 다친 적이 없었다고. 비결이 있냐고 묻자 탱크형사의 대답이 걸작이다. 눈앞의 범인을 ‘그냥 때려잡는 것’이 비결 아니겠냐는 것.
그의 바람은 드라마에 나오는 조재현처럼 ‘가정적인 형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처럼 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 그 역시 직장에서는 백점짜리 형사이지만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자신을 주저 없이 ‘빵점 아빠’라고 못 박는다.
“지금까지 아이들 학교 입학식과 졸업식에 가본 적이 없어요. 이상하게 무슨 날만 되면 꼭 사건이 터지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은 경찰은 죽어도 안한다고 해요. 집사람과 살면서 기념일 한번 제대로 못 챙겨주고 아이들과 실컷 놀아주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려요.”
얼마 전부터 그는 범죄사냥꾼 회원들이 올려놓은 제보나 각종 피해사례의 해결사로 나섰다. 최근에는 술 취한 손님을 유인해 금품을 갈취한 삐끼 일당과 주민등록증 위조범이 회원들의 제보를 거쳐 이형사의 손에 검거되기도 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신뢰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경찰 스스로 변해야겠죠”라고 강조하는 이대우 형사는 “오늘도 파이팅!”을 외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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