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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법조인 곽상언씨와 결혼한 노무현 대통령 딸 정연씨

“결혼 후에도 우리 부부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하던 일을 계속할 겁니다”

■ 글·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사진·국회공동사진기자단

입력 2003.02.28 15:57:00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성탄절에 장남 건호씨를 장가 보낸 데 이어 지난 2월8일 딸 정연씨를 시집 보냈다. 1천2백여명의 하객들로 성황을 이룬 결혼식 풍경과 40여일 만에 연이어 혼사를 치른 노대통령 내외 표정 등 결혼식 뒷이야기 생생 스케치.
예비 법조인 곽상언씨와 결혼한 노무현 대통령 딸 정연씨

혼인서약문을 낭독하는 노정연·곽상언 부부


노무현 대통령의 딸 정연씨(28)가 지난 2월8일 오후 3시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 강당에서 사법연수원생인 곽상언씨(32)와 결혼식을 치렀다. 정연씨와 곽씨는 지난해 7월말 양쪽 어머니와 모두 친한 지인의 소개로 만나 평생 반려자가 된 것.
결혼식 취재를 위해 오후 1시30분경 사법연수원을 찾았다. 이미 정문과 후문엔 경호원들이 지키고 서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결혼식장인 체육관 입구에선 청첩장을 소지한 하객에 한해 비표 스티커를 붙여주었는데, 비표를 붙인 사람만 2대의 금속탐지기를 통과해 식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또한 손가방 등 소지품은 X레이 검색대로 검사를 하는 등 지난해 12월25일 치러진 장남 건호씨의 결혼식 풍경과 똑같았다.
식장 앞엔 6개의 축하화환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다. 김대중 전대통령, 한화갑 민주당 대표, 박희태 한나라당 총재권한대행이 보낸 것 외에 정연씨가 근무하는 주한영국대사관, 곽상언씨가 있는 사법연수원, 그리고 대법원장의 화환이 눈길을 끌었다.
식장 입구에 축의금 창구가 없는 것도 건호씨 결혼식 때와 똑같았다. 노무현 대통령측은 물론 신랑 곽씨측도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랑측 하객들은 신랑 어머니에게 따로 축의금을 전달하려 하고, 가족들은 이를 만류하는 실랑이가 여러 차례 벌어지기도 했다.
건호씨 결혼식 때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 피로연이나 음식대접을 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하객들에게 식사대접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지하 식당에서 하객들에게 뷔페식으로 음식을 대접했는데, 식당 관계자에 따르면 1천명분의 식사를 예약했으며 식대는 1인분에 1만5천원이라고 했다.
이날 청첩장을 소지하고 온 하객만 1천여명. 여기에 취재기자와 관계자들까지 합쳐 1천2백명 정도가 몰려들어 결혼식은 성황을 이루었다. 하지만 식장이 건호씨가 결혼식을 올린 연세동문회관보다 훨씬 널찍했기 때문인지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하객이 몰렸음에도 오히려 여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노주현, 노영국, 강문영 참석 눈길
노무현 대통령측은 청첩장을 돌리는 데도 나름대로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였다. 하객 몇명을 만나보았는데, 대부분 건호씨 결혼식 때는 청첩장을 받지 못한 친인척들이었고, 두번 모두 참석한다는 친인척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하객들 중에서 탤런트 노주현과 노영국이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 “어떤 관계로 초대를 받았냐”고 묻자 노주현은 “노씨 문중이어서 왔다”며 웃었다. 권양숙 여사의 친척으로 건호씨 결혼식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던 탤런트 강문영씨도 이날 어머니와 함께 참석했다.

예비 법조인 곽상언씨와 결혼한 노무현 대통령 딸 정연씨

딸 노정연씨를 사위 곽상언씨에게 보내는 노대통령(왼쪽). 권양숙 여사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가운데). 양가 가족들(오른쪽).


오후 2시쯤 되자 건호씨 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건호씨는 양복을, 배정민씨는 궁중의상으로 디자인한 한복을 입고 있었다. 배씨는 시집온 지 한달 만에 맞는 첫 시집 경사에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집안 어른들의 얼굴을 익히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몇몇 기자들이 다가가자 두 사람은 여전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부담스러운 듯 자리를 피했다.
“정신도 없고, 아무 할 말도 없다”는 건호씨에게 어렵게 말을 건넸다. “요즘 신혼 재미가 어떠냐”며 묻자 그는 환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동생이 결혼하는데 제가 더 정신이 없는 것 같아요(웃음). 매제와는 몇번 만나 같이 술도 먹었어요. 성격이 좋고 동생에게 잘 해줘서 제 마음에 쏙 듭니다.”
기자의 질문에 몇 마디 간단하게 대답을 하던 건호씨는 이내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내저으며 더 이상의 인터뷰를 사양했다.
신부대기실은 정연씨의 친구들로 북적거렸다. 친구들은 고등학교 동창들과 대학,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고루 있어 그의 성격을 짐작하게 했다. 마침 곽씨의 여동생이 정연씨를 보기 위해 신부대기실에 들렀다. 두 사람은 이미 몇번 만나서인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큰소리로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정다운 시누이와 올케 사이로 보였다.
2시 30분경 노무현대통령 부부가 도착했다. 노대통령은 양복을, 권여사는 밝은 색 한복을 입었는데, 먼저 와서 하객들을 맞고 있던 신랑측 가족들과 인사를 한 후 하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결혼식에 참석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권여사도 대통령의 부인이기에 앞서 어머니이기 때문일까. 하객들을 맞이하다 짬을 내 신부대기실을 찾았다. 딸을 시집 보내는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권여사는 “큰애(건호씨)를 낳고 사법연수원에서 장가를 보냈으면 했는데 딸이 여기서 결혼식을 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더 기쁘고 행복하다. 안 그래도 여기 오는 차 안에서 남편과 함께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이야기를 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연씨에게 “어머니 품을 떠나는 게 섭섭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섭섭하기보다 행복감이 더 큰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물론 섭섭함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그렇지만 축하하러 온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는 없잖아요. 식장에 들어가서는 어떨지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은 밝고 행복한 모습만 보이고 싶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3시 정각, 곽씨가 식장으로 들어서고 뒤이어 노대통령의 손을 잡고 정연씨가 신부입장을 하는 것으로 예식이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혼인서약문을 번갈아 낭독하며 행복하게 살 것을 다짐했는데, 낭송 중간에 주례가 곽씨에게 목소리가 작다며 더 큰소리로 읽으라고 해 하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예비 법조인 곽상언씨와 결혼한 노무현 대통령 딸 정연씨

폐백을 올리는 노정연씨 부부(아래).


주례는 곽씨의 대학 은사인 권오승 서울대 법대 교수가 맡았다. 그는 “두 사람이 부모를 의식하지 말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주위사람들이 도와달라”고 하객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주례사가 끝난 후 정연씨의 친구가 단원으로 있는 국립오페라합창단의 축가가 이어졌다. 그전까지 밝은 미소를 띠고 있던 정연씨였지만 축가가 울려퍼지는 사이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 때문일까, 내내 남편의 손을 잡고 딸의 결혼식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권씨도 손수건을 눈가로 가져가야 했다.
결혼식 중간중간 손으로 ‘브이’자를 그려보이며 기쁨을 표시하던 노대통령은 예식이 끝난 후 축하인사를 건네는 한화갑 민주당 대표에게 “우리 딸 예쁘죠?” 하고 묻는가 하면 “아들 하나 더 얻었다”고 하는 등 시종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권여사는 식장을 나면서도 고개를 돌려 딸을 바라보는 등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여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예식중 정연씨와 권여사 끝내 눈물 보여
이날 정연씨의 웨딩드레스는 황재복드레스에서, 폐백한복은 김예진한복에서 디자인한 것이었다. 한복디자이너 김예진씨는 정연씨 부부의 폐백한복뿐 아니라 양가의 한복을 모두 디자인했다. 김씨에 따르면 정연씨는 심플한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옛날 공주가 입었던 활옷 바탕으로 심플하게 디자인을 했고, 곽씨의 한복은 영의정이 입는 관복으로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국모가 밝아야 나라가 밝아진다는 의미에서 권여사의 한복은 밝은 색으로 디자인을 했어요. 권여사의 경우 키는 작아도 체형이 한복이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어서 디자인하기에 수월했어요.”
야외촬영은 투체스튜디오에서 했는데,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엔 정연씨가 노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고 한다. 1월29일 야외촬영을 할 때 권여사가 따라와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것. 대통령의 딸이라면 웨딩드레스와 한복, 사진촬영 일체를 무료로 협찬받을 수 있었을 텐데 정연씨는 세곳 모두 직접 들러 계약하면서 제값을 지불했다고 한다.
정연씨 부부는 3박4일간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정연씨는 주한영국대사관에서 계속 일할 것이며, 곽씨 또한 내년 2월 사법연수원 과정을 수료하면 법률사무소에 취직해 변호사로 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평범하게 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신혼집도 마포구 창전동에 있는 24평 아파트이고, 살림살이도 대부분 집에서 쓰던 것을 가져갔으며, 대통령 가족에게 따라붙는 경호조차 부담스럽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아버지가 대통령일 뿐 자신들은 평범하다”고 강조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결혼식이 끝난 후 곽씨의 친척인 듯한 중년의 남자가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을 데리고 곽씨에게 오더니 느닷없이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순간 곽씨는 뜨악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으며 사인을 해주었다. 그때 중년 남자의 말이 기자의 귀에 들어왔다.
“국회의원 되면 꼭 이 애를 보좌관으로 써야 한다!”
웃고 넘길 수 있는 작은 에피소드였지만 그 모습을 보며 새삼스럽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통령의 가족으로 산다는 게 참으로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곽씨가 앞으로 5년 동안 끝없이 이어질 유혹과 청탁을 슬기롭게 이겨내길 바라며 식장을 나섰다.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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