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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시련을 딛고 얻은 행복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8세 연상의 간호사와 결혼한 성덕 바우만

“제가 양부모에게 받은 사랑, 아내 다나의 두 딸에게 돌려줄래요”

■ 기획·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글·이성희 ■ 사진·KBS 제공

입력 2003.01.29 11:28:00

8년전 한국인 청년으로부터 골수를 기증받아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진 브라이언 성덕 바우만이 최근
8세 연상의 간호사 다나 머피와 결혼했다. 얼마전 KBS <일요스페셜>을 통해서도 방영되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던 성덕 바우만의 감동적인 결혼 뒷얘기.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8세 연상의 간호사와 결혼한 성덕 바우만

지난 2002년 12월21일 미국 미네소타주 파인의 한 교회에서 조촐하지만 아름다운 결혼식이 있었다. 8년전 한국인 청년으로부터 골수를 기증받아 기적적으로 새 생명을 얻은 브라이언 성덕 바우만(30)의 결혼식이었다. 성덕 바우만의 결혼은 그 나이의 남자에게는 당연한 과정이겠지만 백혈병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와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에게는 결혼 이상의 큰 의미가 있었다.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이 모인 이 결혼식에는 아내인 다나 머피의 두 딸과 그에게 골수를 나눠준 서한국씨(31)가 자리를 함께했다. 피로연에서 각각 12세와 10세인 머피의 두 딸 빅토리아와 케이트를 소개한 성덕 바우만은 “너희들을 만나서 너무 기쁘다. 좋은 아버지가 되어 언제나 너희를 사랑할 것이다. 가족은 혈연만이 아니라 강한 유대감이자 사랑 그 자체다”라고 말해 참석한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성덕 바우만의 반려자인 다나 머피는 두 딸의 어머니로 성덕 바우만보다 8세 연상. 백혈병에 걸려 파일럿의 꿈을 접은 후 현재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보안방화벽 구축전문가로 일하는 성덕 바우만은 지난 2000년 온라인 게임 도중 채팅을 하다 다나를 처음 만났다. 당시 두 사람은 각자 주위 사람의 권유로 에베퀘스트라는 온라인 역할극 게임을 시작했고, 이 게임을 즐기는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됐다. 두 사람은 그렇게 6개월 동안 온라인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갔고 2001년 2월 볼티모어에서 열린 에베퀘스트 컨벤션에서 처음 만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을 실제로 보는 것은 어쩌면 위험한 일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서 만난 거죠. 친구들과 우리는 다 같이 만나서 주말을 함께 보냈는데 매우 재미있었어요. 다나와 저도 그 만남에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죠. 그 후로 전화 통화도 많이 했고 5~6개월 정도 지난 후에는 함께 몇주 동안을 보내기도 했어요.”(성덕 바우만)
백혈병 완치된 순간보다 다나를 처음 만났을 때가 더욱 기뻐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 매우 사적이면서도 깊이있는 대화를 나눴어요. 첫번째 데이트에서 상대방에게 깊은 인상을 주려고 애쓰는 다른 남자들과는 전혀 못해본 대화였죠. 브라이언은 매우 섬세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에요. 그는 상대방의 기분이 어떨지 신경 쓰는 사람이죠. 딸애들도 그런 브라이언을 아주 좋아해요. 그는 아이들과 항상 같이 있으려고 애쓰고 있고 진정으로 사랑하려고 하죠.”(다나 머피)
두 사람은 백혈병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더욱 친밀해졌다. 아내인 다나는 간호사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데 미숙아를 돌보는 일을 맡고 있다. 성덕 바우만은 백혈병에 걸려서 수술에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자신이 기사화되었던 자료들을 온라인으로 보내주었다. 그는 아주 자세히 자신의 상태를 말했다. 그가 어렸을 때 입양되었다는 사실 역시 숨김없이 이야기했다.
“백혈병을 앓는 아이들을 돌본 적이 있어요. 그런 경험이 남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환자의 경우는 좀 다르죠. 왜냐하면 내 가족의 경우 다른 가족의 누군가를 돌보는 것보다 훨씬 더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이에요. 대체로 간호사들은 환자에게 심한 감정이입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렇게라도 보호막을 만들어두지 않으면 일하기가 힘들거든요. 하지만 가족이라면 이미 감정이 개입됐기 때문에 정말 힘들어요. 다행히 남편은 이제 거의 완치된 단계라 마음고생은 없지만요.”
이미 알려졌다시피 성덕 바우만은 세살 때 아동복지회 주선으로 지금의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활동적이고 똑똑했던 그는 언제나 우등생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학교대표 미식축구 선수로 뛰던 고등학교 때는 총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도 강했다. 어릴 때부터 파일럿이 꿈이었던 그는 자연스럽게 미국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는 졸업을 1년 앞두고 만성 골수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골수이식을 받지 않으면 5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살 때 미국으로 입양 온 그가 유전자 형질이 같은 골수를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이런 그의 딱한 사정은 국내에 알려졌고 그 와중에 친어머니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맞는 골수를 찾지는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더이상 희망을 갖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무렵 자신과 골수가 들어맞는 서한국씨를 만나게 되었고, 그의 도움으로 성덕 바우만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적을 이룰 수 있었다. 지난 97년의 일이다.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8세 연상의 간호사와 결혼한 성덕 바우만

바우만은 그들이 살 집도 자신이 직접 지었다고 한다.


이렇게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온 그에게 결혼은 큰 의미를 가진다. 그는 아내를 얻은 동시에 두 딸을 얻었다. 가족이 생긴 것이다.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아 먼 나라로 입양되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생면부지인 자신을 친자식처럼 키워준 양부모가 보여준 사랑과 피도 섞이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의 골수를 이식해준 고마운 이와의 만남은 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제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골수이식자를 찾았을 때도, 백혈병이 완치되었을 때도 아니에요. 물론 그때도 무척 기뻤지만 무엇보다 다나를 만난 순간이 가장 기뻤어요. 그리고 두 딸이 생긴 것 역시 제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지요.”
2001년 3월 이사해 다나, 두 딸과 살고 있는 그들의 보금자리는 그가 직접 지었다. 보통 미국인들이 그렇듯이 그 역시 스스로 집을 꾸민 것이다. 다나와 함께 마루를 직접 깔았고 벽의 틈새를 메웠다. 함께 미래를 설계할 집의 형태를 만들어가면서 그는 가정이 주는 따뜻한 기운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시간날 때마다 다나의 두 딸과 대화 나누며 가까워지려 애써
성덕 바우만은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하고 그들의 학교 생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딸 빅토리아와 케이트의 숙제나 준비물을 함께 준비하기도 한다.
“제가 부모가 되고 나니까 제가 어렸을 때 제 부모님의 심정이 어땠을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부모님과 통화하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하죠. 딸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요. 아마도 제가 해본 일 중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몰라요.”
딸들과 처음 대면하는 날,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예쁜 바비 인형을 선물했다는 그는 아이들을 위해 강아지를 살 생각이다. 전에는 진돗개를 키우기도 했는데 혹시라도 아이들을 물까 염려스러워 포기했다고. 대신 아이들이 원하는 독일산 셰퍼드 수컷 강아지를 새로 구입할 생각이라고 한다.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점에서는 한국 사람이나 미국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이혼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힘든 시기를 통해 오히려 결혼 생활을 더욱 굳건하게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행복한 가정을 지키는 것은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숙제 같은 거죠. 그 과정을 좋은 파트너와 하게 돼서 너무 기뻐요.”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시기부터 그에게 쏟아진 대중적인 관심은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이나 기쁨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감사한다고 말한다. 한번도 보지 못한 자신에게 많은 사랑을 보여준 사람들. 이제 그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아내와 딸에게 보여줄 생각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공개하고 싶어 결혼을 했다는 성덕 바우만. 아내, 두 딸과 함께할 제3의 인생은 분명 그에게 큰 기쁨과 행복을 줄 것이다.
“수술 후 서울을 방문했을 때, 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어요. 저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도해 준다는 사실에 감사했죠. 이제 제게는 가족이 생겼어요. 그들에게 내가 지금까지 받았던 사랑을 보여주려고 해요.”(성덕 바우만)
“남편이 입양과 백혈병이라는 큰 절망을 딛고 일어서 항상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온 사실이 자랑스러워요. 남편이 이 힘든 시절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내적 힘과 기본적인 성품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주저앉는데 반해 남편은 오히려 그것을 딛고 일어섰으니까요. 나는 브라이언을 브라이언이 아닌 다른 식으로 생각한 적이 전혀 없었어요. 이를테면 골수이식을 받은 한국인이나, 특정 피부색이나 문화를 가진 사람으로서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브라이언은 브라이언이에요. 나는 브라이언을 사랑해요.”(다나 머피)
부인 다나의 두 딸을 친딸처럼 생각한다는 성덕 바우만은 자신의 아이를 낳을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시련을 견디고 마침내 행복을 찾은 성덕 바우만. 그의 가정에 늘 행복이 깃들기를 바란다.

여성동아 2003년 2월 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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