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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생 곽상언씨와 결혼 앞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딸 정연씨

“대통령의 딸이 아닌 평범한 며느리로, 아내로, 직장인으로 살 겁니다”

■ 글·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3. 01. 29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장남 건호씨에 이어 딸 정연씨도 대통령 취임식 전인 2월8일 결혼식을 올린다. 배우자는 지난해 7월 어머니 친구분의 소개로 만난 사법연수원생 곽상언씨. 정연씨가 직접 털어놓은 두 사람의 만남부터 신혼생활 계획, 현재 심경.

사법연수생 곽상언씨와 결혼 앞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딸 정연씨

대통령 당선 후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의 노 당선자 가족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역시 ‘하면 한다’는 사람이었다. 지난해 8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자녀들 이야기가 나오자 “올해 안에 아들과 딸을 다 치워버겠다”고 웃으며 말했었다. 그런데 그의 호언처럼 장남 건호씨(30)가 지난해 12월25일 장가를 간데 이어, 딸 정연씨(28)도 오는 2월8일 결혼식을 올린다. 정연씨의 배우자는 사법연수원 33기생인 곽상언씨(32). 결혼식은 상언씨 대학 은사의 주례로 일산에 있는 사법연수원 강당에서 치를 예정인데, 대통령 선거 유세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예약해둔 상태라고 한다.
정연씨는 서울 여의도여고와 홍익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2001년 3월 영국대사관에 입사, 현재 대사관 과학기술환경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가 하는 업무는 주로 과학기술 분야와 환경산업 분야의 양국 협력활동을 지원하고, 관련된 행사를 주관하는 일이다. 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정연씨는 “원만하고 편안한 성격으로 다른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고 한다.
권양숙 여사는 과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연이가 대학에 다닐 때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보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굳이 외국에 나가 어학연수를 해야 할 필요를 모르겠고, 그럴 돈도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자 직접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해 어학연수를 갔다”며 정연씨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걸 보면 자립심과 추진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연씨는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부터 대선 때까지 직장생활을 하는 틈틈이 시간을 쪼개 적극적으로 아버지를 도왔다. 그때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에 따르면 성격이 활달하고 직선적인 것이 아버지를 빼닮았다고 말한다.
정연씨의 배필이 될 상언씨는 키가 180cm가 넘고 체격도 좋은 건장한 청년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건 정연씨가 재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갔는데, 곽씨 역시 90년 신목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재수 끝에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에 입학했다는 사실이다. 곽씨는 1학년을 마친 뒤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18개월 단기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상언씨의 대학 동기는 그의 학창 시절에 대해 “뿔테안경을 낀 과묵한 친구”로 기억했다. 상언씨가 대학에 입학한 91년은 수서비리사건과 강경대군 치사사건으로 대학가가 술렁이던 해였다. 그래서인지 대학 동기는 “적극적인 운동권 학생은 아니었지만 나서야 할 때 나설 줄 알았던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97년 2월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에 진학한 그는 공부와 사법고시 준비를 병행, 2001년 12월 제43회 사법고시에 최종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다. 2002년 3월 사법연수원에 들어가 현재 예비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는데, 대학시절 국제경제학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연수원에서 국제거래법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법연수생 곽상언씨와 결혼 앞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딸 정연씨

노정연씨와 결혼하는 곽상언씨.


사법연수원 2년차가 되면 상반기 6개월 동안 변호사 사무실과 법원, 검찰청에서 각각 2개월씩 실습을 한다. 곽씨는 현재 모 변호사 사무실에서 실습중이다. 3∼4월엔 검찰청에서, 5∼6월엔 법원에서 실습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상언씨에 대해 좀더 알아보기 위해 사법연수원 동기들과 대학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대통령의 사위란 중압감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이미 지인들에게 부탁을 했기 때문인지 대부분 그에 대한 어떤 것도 이야기하기를 꺼려했다. 연수원생 홈페이지에 누군가 상언씨에 대해 올린 글이 있는데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미소년”으로 묘사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지난해 12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기자들에게 딸의 결혼사실을 밝히는 자리에서 사위가 될 상언씨에 대해 “평범한 집안 출신으로,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학창시절 본인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용돈을 조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두 사람의 만남과 결혼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정연씨과 상언씨 두 사람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삼갔다. 특히 상언씨는 기자임이 확인된 전화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받지 않는 식으로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어렵게 연결된 몇 차례 전화통화에서 그는 “저희 결혼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지만 우리가 연예인이나 기타 공적인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사적인 부분이 기사화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거듭 밝혔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 사실과 다른 추측성 기사가 나간 것에 대해 불쾌한 심정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된 설득 끝에 정연씨로부터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만나게 된 계기는 좀 복잡해요. 저희 양쪽 집안 어머니와 모두 친구로 지내는 분이 계셔요. 그분은 제 고등학교 동창 친구의 어머니이기도 하고요. 그분의 소개로 지난해 7월말쯤 만났어요.”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중매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뚜쟁이’에 의한 중매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는 “첫 만남은 어른의 소개로 이루어졌지만 집안 어른들의 특별한 간섭이 없었기 때문에 연애다운 연애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더구나 당시 사법연수원이 여름방학 기간이어서 상언씨가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아 비교적 자주 만날 수 있었는데, 주로 대학로나 일산 연수원 근처, 영화관에서 데이트를 즐겼다고 한다.
“오빠(정연씨는 상언씨를 이렇게 불렀다)의 첫인상은 ‘편안한 사람’이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여러 차례 만나면서 편안할 뿐 아니라 따뜻하고 변함없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사람이다’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오빠는 제가 자기를 잘 이해해주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어서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군요. 무엇보다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서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정연씨는 두 사람이 만난 지 한달여 만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그런 딸의 마음을 눈치챘고, 8월에 기자들에게 “올해 안에 다 치워버리겠다”고 호언을 했던 것이다. 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은 9월말 양가 부모님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양쪽 집안의 반응이 어땠냐고 묻자 “본인들의 애정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주셨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기뻐하며 결혼을 허락해주셨다”고 했다.
“오빠는 대통령 선거 기간 제 곁에서 든든한 애인이 되어주었어요. 또한 아버지가 당선되신 후 겪게 된 갑작스런 변화들로 인해 제가 부담스러워할 때 의지가 되어주었고, 결혼이 발표된 후에는 오빠에게 쏟아지는 세인들의 관심으로 부담감이 클 텐데도 내색을 하지 않아요. 한결같이 따뜻하게 대해줘서 더욱 고맙게 생각해요.”

사법연수생 곽상언씨와 결혼 앞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딸 정연씨

특권의식없이 평범한 보통사람으로 살겠다는 장남 건호씨와 딸 정연씨.


결혼준비는 잘 되고 있냐는 질문에 그는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결혼준비를 하면서 평범한 생활을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실감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대개 딸은 친정어머니의 도움과 조언을 받으며 결혼준비를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머니 권양숙 여사는 이미 공인이 되었기 때문에 함께 다니며 마음놓고 혼수장만을 하기는커녕 모녀간의 애틋한 시간을 갖는 것마저 어려워졌다고 한다.
“결혼준비는 주로 오빠와 의논하면서 하고 있어요. 양가 모두 간소한 결혼을 원해 그렇게 할 예정이에요. 신혼여행은 3박4일간 동남아시아로 가려고 계획하고 있고요.”
건호씨만큼이나 정연씨도 검소하게 결혼식을 치를 계획이다. 예물은 시계와 반지만 교환하고, 혼수도 시어머니에게 이불 한채, 신랑에게 양복 한벌을 해주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살림살이는 침대와 가스레인지만 새로 구입할 거예요. 그릇 등 여타 살림살이는 부모님이 청와대로 들어가시니까 당분간 필요없게 된 친정 물건들을 깨끗이 닦아 활용할 계획이거든요. 부족한 살림은 살면서 그때그때 조금씩 마련하면 되겠죠.”
상언씨는 홀어머니를 둔 장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분가해서 신혼살림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양가의 도움과 은행대출로 이미 강북지역에 24평 전세를 얻어놓았다는 것. 정연씨 측근에 따르면 시어머니가 아직 정정하고 자기 일도 가지고 있어 처음엔 분가해 살라고 했다고 한다.
“며느리가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에서 시어머니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대통령의 딸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 나름대로 며느리로서 행복한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고, 시어머니께서도 예쁘게 보아주시는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결혼 후의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단호하게 “어떤 잡지에서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는 추측기사가 나간 것으로 아는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도 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자신의 전문적인 역량을 키워가겠다는 것이다.
상언씨는 내년 2월, 연수원 교육을 수료하면 변호사로 진출할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의외였다.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면 사돈의 팔촌까지 온갖 청탁과 로비, 유혹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사위가 변호사로 활동하다 보면 자칫 구설수에 휘말리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상언씨는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여는 것도 아니고 법률회사에 취직해서 일할 생각이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냥 평범한 한명의 변호사로서의 곽상언만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한편, 정연씨는 상언씨의 여동생이 2001년 결혼해 딸 하나를 두고 있다는 것 이외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시집에 대한 어떤 것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부부도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언론에서 취재와 접촉을 삼가달라는 바람을 간절하게 피력했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도 모를 정도로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정연씨 부부의 바람이 앞으로 5년 동안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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