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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육아체험담 나누며 함께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모임

사이버 커뮤니티

■ 글·박윤희 ■ 사진·우리 어린이집 제공

2003. 01. 15

“아이들에게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면서 어른도 자라요” ‘내 아이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고 있다면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이트에 접속해보자. 아이에게 억압적이지 않은 어른들, 어른들로부터 주눅들지 않은 자유로운 아이들이 ‘공동육아’라는 울타리 안에서 ‘따로 또 같이’ 자라고 있는 모습과 만날 수 있다. ‘공부’보다 ‘놀이’를, ‘경쟁’보다 ‘공생’을 자녀교육의 목표로 삼은 엄마, 아빠들의 생생한 육아 체험담이 이곳에 있다.

생생한 육아체험담 나누며 함께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모임

내아이가 토끼와 강아지를 보살펴주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텃밭에 배추와 무를 기르면서 자연의 생명력을 몸에 익혀가기를 소망하는 엄마, 아빠들이 있다. 지식이 독이 되지 않는 교육, 앎이 남을 억누르는 권력의 수단이 되지 않는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공동체와 공동체교육(www.gongdong. or.kr)’ 조합원들이다. 여기 모인 엄마, 아빠들은 아이가 남들보다 한글 몇 자 일찍 깨우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을 ‘자연의 친구’로 키우려고 서로 머리와 손을 맞대고 ‘공동육아’에 힘을 기울인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지난 94년 신촌에 ‘우리 어린이집’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현재 각 지역별로 46곳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주부 박미숙씨(36·가명)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중 한 곳인 ‘소리 나는 어린이집’에서 4년째 공동육아를 하고 있는데, 4년 전 자신이 내린 선택에 대해 크게 만족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억지로 한글이나 영어를 가르치지 않고 매일 자연을 벗삼아 마음껏 놀게 하는 게 가장 마음에 들어요. 한겨울에도 볼이 발갛게 되어서 들로 산으로 놀러 다니니까 아이가 감기 한번 안 걸리고 건강하거든요.”
지난해 11월말, ‘소리 나는 어린이집’에서는 여느 유치원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이곳에 다니는 3∼7세 어린이들이 1년 내내 가꾼 배추와 무, 파를 수확해 엄마, 아빠, 어린이들이 한데 모인 가운데 김장을 한 것. 직접 배추나 무를 뽑고 파를 까는 작업은 아이들에게도 재미나는 놀이였지만, 이를 지켜보는 엄마, 아빠들한테도 신나는 풍경이었다.
“김장 다 하고 남은 파를 선생님이 나눠줘서 집에 가져왔더니 아이가 그 파를 보고 ‘엄마, 이 파를 우리 친구들이 얼마나 정성껏 길렀는데 친구들한테 말도 안 하고 함부로 가져오면 안되죠’하는 거예요. 자기네들이 소중하게 길렀다 이거죠. 자연친화교육의 장점이 그런 데서 언뜻언뜻 드러나는데 그런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즐거워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신현주씨(38)도 공동육아에 대만족을 표시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씨는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에 다니는 두 아이를 두고 있는데 두 아이 모두 일반 유치원 대신 신촌에 있는 우리 어린이집에서 공동육아를 경험하게 했다. 신씨는 94년 당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었고,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여러가지 대안을 찾다가 공동육아가 자신이 일하면서 아이도 잘 키울 수 있는 공간이라고 확신하고 이 일에 선뜻 뛰어들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아이들만 성장하는 곳이 아니고 어른들도 함께 성장하는 곳이어서 마음에 들어요. 특히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곳이죠.”
‘아마 활동’은 공동육아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커뮤니티가 최고의 힘과 장점을 발휘하는 프로그램이다. ‘아마’는 아빠와 엄마의 줄임말로 ‘아마 활동’은 부모 일일 교사를 뜻한다. 어린이집 교사가 생리휴가나 월차를 내서 어린이집에 나올 수 없는 경우 이 시간을 학부모들이 채워주기도 하는데 모든 부모가 의무적으로 1년에 4회 정도 봉사활동을 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다. 이 시간에 직업이 바둑 강사인 사람은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쳐 주고 치과 의사인 사람은 충치 예방법에 대해 강의를 한다. 내과 의사로 일하는 한 아이의 아빠는 아마 활동 시간에 독감 예방 주사를 준비해와 아이들에게 독감 예방 접종을 하기도 했다. 또 한의사가 직업인 사람은 아이들을 동네 뒷산으로 데리고 올라가 약초를 캐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덕분에 이 한의사 아빠는 아이들로부터 ‘허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고.

생생한 육아체험담 나누며 함께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모임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은 이곳이 아이들만 성장하는 곳이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성장하는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미숙씨는 부모들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이유로 이 아마활동과 함께 ‘별명 부르기’를 꼽는다.
“선생님, 엄마, 아빠, 어린이 모두 이름 대신 서로 지어준 별명을 불러요. 우리가 쓰는 언어에도 계급이 정해지게 마련인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별명을 부르며 높임말을 쓰지 않으니까 서로 가족처럼 더욱 다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붙여준 별명은 정말 기상천외하다.
“한 아빠가 아마활동을 하다가 아이들 앞에서 딱 두번 방귀를 뀌었나 봐요. 그날 이후 그 조합원은 아이들 사이에서 ‘똥낄라’가 됐잖아요. 아이들에게 유기농 식품을 배달해주는 생협 아저씨가 있는데 그 아저씨 이름은 ‘고추장’. 선생님 이름도 ‘까치’ ‘생쥐’등 정말 다양해요. 그만큼 아이들의 상상력이 자유롭고 창의성이 풍부하다는 반증이겠죠.”
이런 모습을 두고 외부에서는 ‘버릇없다’고 지적하는 시각도 있지만, 어른으로부터 자신의 인격을 존중받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하는 어린이들로 자라나게 하는 데는 자연친화교육뿐만 아니라 말 속에서 권위주의를 없애기 위한 이런 별명 부르기가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공동육아 과정에서 일어나는 색다른 실험과 아기자기한 공동체 분위기는 온라인에서도 고스란히 읽혀진다. 공동육아 공동체교육 사이트에 접속해 ‘함께 크는 우리 아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자유토론방’ 등을 클릭해보면 각 지역별 공동육아 활동을 한눈에 엿볼 수 있다. 흙놀이하러 놀러 오라는 초대장부터 서로 품앗이 형태로 아이를 돌봐주자는 제안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모든 고민과 창의적인 대안이 온라인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또 조합원 가운데 변호사로 일하는 누리 아빠는 사이트 안에 ‘누리 아빠의 보육 및 교육법률 상담실’을 무료로 운영, 게시판을 통해 무료 법률 상담도 실시한다.
꼭 조합원이 아니어도 공동육아나 공동체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공동육아 어린이집, 공동육아 방과후, 대안초등학교, 지역공동체학교, 품앗이 공동육아 등의 코너를 클릭해 보면 자녀교육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어 갈 수 있다.
공동육아를 고민하는 조합원들은 이 사이트 이외에도 각 지역별로 다음, 프리챌 등에 모임방을 만들어 아이들의 교육 방향을 함께 모색할 뿐만 아니라 서로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각자 먹고 살기 바빠서 옆집 사는 이웃 얼굴도 모르잖아요. 삶이 자꾸 삭막해지는데 이런 학부모 활동을 통해서 동네 이웃과 친해지고 그러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해요. 저희는 ‘품앗이’라는 것이 있어서 바쁜 일이 있을 경우 내 집 아이를 다른 조합원 집에 잠깐씩 맡기기도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생겨서 좋아요.”
이 밖에도 ‘소리 나는 어린이집’ 조합원들은 한달에 한번씩 ‘산책’이라는 모임을 열어 공동의 관심사를 함께 나눈다. 모임마다 발표자를 정해 맥주의 변천사, 와인 알고 마시자, 잘못 알려진 의학상식 등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세상살이의 황폐한 틈을 조금씩 메워 나간다.
‘소리 나는 어린이집’ 조합원들이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부모 모임을 이끌어나간다면 ‘우리 어린이집’ 조합원들은 학부모 모임을 통해 좀더 굵직한 목소리를 모아간다고 신현주씨는 말한다.
“해마다 열어온 어린이 전래놀이마당을 지난해부터는 ‘마을 축제’로 확대시켜 공동육아 조합원 가족이 아니어도 함께 놀 수 있도록 했고요.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마을학교, 마을도서관도 만들었어요.”
이처럼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을 통해 아이와 부모 모두 함께 사는 삶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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