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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알 낳아도~”로 사투리 신드롬 일으킨 뉴스타 김시덕·이재훈

■ 기획·정지연 기자(alimi@donga.com) ■ 글·조희숙 ■ 사진·최문갑 기자

입력 2003.01.15 10:14:00

사투리 한마디가 전국을 강타했다. “내 알 낳아도~!”
인터넷에서는 자그마치 1만2천명이 ‘내 알 낳아도’라는 대화명을 쓰고 있고, 핸드폰 인기 벨소리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 사투리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KBS 신인 개그맨 김시덕, 이재훈. 이들 ‘사투리 브라더스’가 털어놓은 생활사투리를 탄생시킨 배경과 낯선 서울에서 개그맨의 꿈을 키우기까지 지난 세월 이야기.
“내 알 낳아도~”로 사투리 신드롬 일으킨 뉴스타 김시덕·이재훈

“요즘 길거리에 나가 보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내 알 낳아도!’예요. (김)시덕이나 제 이름보다 첫 방송 때 나간 사투리를 더 많이 기억하시더라고요.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이자는 생각이 제대로 적중한 거죠.” (이재훈)
사투리 한마디로 인기 급상승중인 개그맨 김시덕(22)과 이재훈(28). KBS ‘박준형의 생활사투리’ 코너에 출연중인 두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어도, 그들이 만들어낸 “내 알 낳아도”나 “몇살이고?”와 같은 사투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박준형의 생활사투리’는 민병철의 생활영어를 패러디한 개그. 네이티브 스피커를 자청하는 전라도 총각 이재훈과 경상도 사나이 김시덕을 내세워 사투리를 재치 있는 개그로 풀어 선보이는 코너다.
코너를 선보인 지 두달이 채 안됐지만 생활사투리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 녹화장에서는 그들이 걸쭉하게 내뱉는 사투리 한마디에 관객들이 수초간 웃음을 그칠 줄 모른다. 그 여파에 힘입어 두 사람의 팬클럽 회원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심지어 핸드폰 인기 벨소리에도 ‘내 알 낳아도!’가 추가되었을 정도라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이재훈·김시덕 콤비의 인기몰이 뒤에는 선배 개그맨 ‘갈갈이’ 박준형이 있다. 전라도 전주와 경상도 울산 출신인 이재훈과 김시덕에게 민병철의 생활영어를 패러디한 사투리 개그를 하자고 제안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사실 경상도에서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그냥 ‘사랑하는데요’라고 하지만 개그로선 빵점이잖아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내 아이를 낳아주세요, 하는 식으로 몇번의 비약을 거쳐 ‘내 알 낳아도’가 탄생된 거예요.” (김시덕)
전라도와 경상도 출신이라 사투리에는 정통하지만, 사투리 한 마디로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내기 위해 머리를 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수십번씩 아이디어가 교환되는데, 그 중에는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알토란같은 아이디어들도 적지 않다. 방송에 부적절한 ‘비방용’이기 때문.
“예를 들면 ‘인상 좀 펴세요’ 같은 것을 경상도 사투리로 한다면 ‘X 마렵나?’ ‘휴지 주까?’로 할 수 있지만 솔직히 방송하기는 그렇잖아요. 그런 식으로 우리끼리 웃고 넘긴 게 많아요. 사투리에서 재미난 억양만 빌려와 일상 생활 속에서 찾아낸 소재와 결부시키는 것, 그게 생활사투리의 핵심이죠.”(이재훈)

“내 알 낳아도~”로 사투리 신드롬 일으킨 뉴스타 김시덕·이재훈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 공연중인 이재훈(맨왼쪽)과 김시덕(왼쪽에서 두번째).


‘사투리 브라더스’ 이재훈과 김시덕은 KBS 공채 개그맨 16기 동기생이다. 이재훈은 KBS 에서 병든 박신양 흉내로 데뷔했다. 김시덕으로부터 ‘할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재훈은 동기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연장자. 반면 이재훈보다 6살이나 아래인 김시덕은 동기생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특히 김시덕은 개그맨이 되기 전에는 태권도 기대주였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까지 태권도 특기생이었는데 부상으로 고3때 퇴출당했어요. 학창시절 내내 공부는 안하고 운동만 했는데 막상 운동을 못하게 되니까 할 게 없더군요. 그때 친구들이 개그맨 시험이나 한번 보라고 해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게 됐어요.”
무릎 연골이 찢어지기 전까지 전도유망한 태권도 선수였던 김시덕은 평소 ‘한방에 날리는’ 유머감각으로 이미 교내에서 명성이 자자했다고. 덕분에 MBC 대학 개그제에 입상, 개그맨으로서 자질을 인정받은 후 이듬해 개그맨으로 당당히 전업에 성공했다. 반면 이재훈은 데뷔 동기를 선배 개그맨 김용만에게 돌린다.
“대학시절에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무작정 극단을 찾아가 아마추어 연극배우로 활동하기도 했고요. 나중에 국군 홍보단에서 복무했는데 같이 있던 선배들 중에 심현섭, 김용만 선배가 있었어요. 우연히 김용만 선배님을 알게 되면서 개그맨의 꿈을 키웠죠.”
두 사람의 성격도 데뷔 동기만큼이나 다르다. 김시덕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성격이라면 이재훈은 스스로 혼자 있기 좋아하고 극도로 소심한 성격이라고 평한다. 성격에 맞게 김시덕이 5천권이 넘는 만화책 속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낸다면 이재훈은 가만히 앉아 몽상을 즐기며 개그 소재를 궁리한다고.
국군 홍보단에서 주로 사회를 맡았던 이재훈은 할 줄 아는 게 많은 재주꾼이다. 한때 MBC 모창대회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던 그의 노래실력은 수준급. 가수 이승환, 김종서 등의 모창은 눈감고 들으면 구분이 안될 정도로 똑같다고 한다.
데뷔 2년째인 새내기이지만 이재훈과 김시덕은 신인 개그맨치고는 무명시절이 짧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지방 출신인 두 사람이 낯선 서울에서 개그맨으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나름대로 고충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남자는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는 부모님의 독특한 교육철학 때문에 중학교 1학년때 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는 김시덕은 자칭 어린 나이에 ‘눈물 젖은 빵’ 맛을 절감한 케이스. 무일푼으로 상경해 개그맨이 되기 전까지 경제적인 어려움도 적잖았다.
“개그맨이 되고 나서도 몇달간 일이 없었어요. 그때는 이틀에 한끼 정도 먹으며 지냈는데 어지러우니까 항상 일찍 잠자리에 들었죠. 힘들 때마다 불러내면 맛있는 거 많이 사주던 박성호 선배가 제일 고마워요.”
집안의 지원이 없었던 것은 이재훈도 마찬가지. 집에서는 장남인 그가 개그맨이 되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때문에 그는 개그맨이 되고 나서도 한동안 부모에게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전주와 서울을 오갔다고.
“지금은 집에서도 암묵적으로 인정해주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집안의 반대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제가 개인적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을 때예요. 데뷔 후에도 운 좋게 일이 끊이지는 않았지만 선배들 앞에서는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에 주눅들어 있었거든요.”
현재 두 사람은 에서 생활사투리 외에도 ‘도레미 트리오’(이재훈)와 ‘청년백서’(김시덕)에 출연중이다. 두 사람은 녹화날을 빼면, 일주일 내내 대학로에서 보낸다. 대학로 갈갈이홀에서 선배 개그맨 박준형을 비롯해 ‘우격다짐’ 이정수, ‘옥동자’ 정종철 등 신인 개그맨들과 함께 매일 개그콘서트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TV를 통해 방송되는 3분을 위해 꼬박 일주일을 소극장 무대에서 보낸다는 사투리 브라더스. 그들이 품고 있는 앞으로의 포부도 당차다.
“어릴 때부터 주성치를 좋아했어요.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멋지잖아요. 개그맨으로 만족하고 싶지 않고 나중에 돈도 벌고 나이 들면 꼭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김시덕)
“가장 훌륭한 프로그램은 자기 이름 석자 뒤에 ‘쇼’가 붙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마흔살쯤 됐을 때 그런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이재훈)
훗날 관객들의 ‘박장대소’를 터뜨리기 위해, 지금 당장 관객들의 ‘실소’에 결코 겁먹고 싶지 않다는 이재훈, 김시덕은 앞으로 새롭게 선보일 ‘시네마 토크’ 역시 기대해 달라는 귀띔을 잊지 않고 총총히 공연장으로 사라졌다.

여성동아 2003년 1월 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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