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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달콤한 신혼

전도유망한 사업가와 결혼한 전 KBS 기상캐스터 한우경

■ 기획·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글·김미선 ■ 사진·최문갑 기자

2003. 01. 14

KBS 기상캐스터로 널리 알려진 프리랜서 MC 한우경이 지난 12월10일 사업가 김종우씨와 웨딩마치를 울렸다. 그와 남편 김씨는 성격, 취미 등 비슷한 게 너무 많아 ‘남매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지난 7월 처음 만나 5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와 깨소금 볶는 신혼생활 이야기.

전도유망한 사업가와 결혼한 전 KBS 기상캐스터 한우경

날씨를 예보하는 KBS 기상캐스터로 널리 알려진 프리랜서 MC 한우경(28)이 새내기 주부가 되었다. 지난 12월10일 서울 서초동 메리어트 호텔에서 사업가 김종우씨(36)와 결혼식을 올린 것. 3박4일의 짧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에게선 이제 갓 결혼한 새색시의 설레는 마음이 느껴졌다.
“결혼하고 마음이 편해졌어요.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오빠한테 잘해주고 싶어요. 원래 아침을 안 먹는 사람이지만 현미로 지은 밥도 차려주고 싶고, 요리도 배워서 해주고 싶고,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은 게 많아요. 그리고 제 성격이 강한 편인데 져주면서 맞춰주고 싶어요.”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조금 엉뚱하게 이뤄졌다. 그가 남편 김씨를 소개해주려고 한 사람은 선배 아나운서 손미나였던 것. 아는 언니로부터 ‘좋은 남자가 있다’는 말을 들은 그는 손 아나운서에게 소개해주기 전에 어떤 남자인지 미리 살펴보기 위해 먼저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그가 첫 만남에서 받은 김씨의 인상은 한마디로 ‘아저씨’. 더욱이 두 사람은 일이 끝나는 밤 10시경 편안한 복장으로 마주했기 때문에 긴장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는 첫눈에 ‘뿅’ 갔다거나 극적인 감동은 없었지만 김씨가 믿음직스러워 좋았다고. 남편 김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열심히 사는 그의 모습이 예뻐 보였다’고 말했다.
선배 아나운서 소개해주기 전에 미리 만난 자리에서 ‘눈 맞아’
“첫인상요? 한마디로 아저씨였어요. 처음엔 지배인이나 사장님인 줄 알았다니까요. 그런데 인연이었는지 만나게 되더라고요. 처음 만나고 이틀 후에 전화가 왔는데, 저도 내심 기다렸던 것 같아요. 그후로 거의 매일 만났어요. 처음엔 ‘아저씨’라고 불렀는데 그때마다 기겁을 해서 한달 뒤에 ‘오빠’로 호칭을 바꿨죠. 마침 그때가 제가 바쁠 때라 차 안에서 잠깐씩 보는 식으로 데이트를 했어요. 대신 시간이 나면 카페에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보면서 보통 연인들처럼 데이트를 했고요.”
첫키스는 만난 지 한달 만에 그의 집앞에서 이루어졌다. 먼저 분위기를 잡은 건 김씨. 갑자기 으슥한 곳으로 들어간 김씨가 영화속 한 장면처럼 터프하고 멋지게 기습 키스를 감행했다. 그러고는 입술의 핑크빛 립스틱 자국을 닦은 휴지를 고이 간직하고 다니면서 “우린 밀약을 했다” “결혼하기로 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저희는 서로 통하는 게 많아요. ‘아’하면 ‘어’하는 사람 있죠? 성격이나 식성, 취향도 비슷하고 제가 좋아하는 건 다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의 쿨한 성격과 유머러스하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좋았어요. 한마디로 트인 사람이에요. 그리고 부잣집 아들답지 않게 열심히 사는 모습, 똑바른 생각들이 믿음직스러웠어요. 오빠는 제가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서 좋았다고 해요.”
남편 김씨는 한국이태리타올 창업자 고(故) 김필곤 회장의 3남중 막내로, 현재 이 회사의 상무로 재직중이다. 이런 이유로 김씨는 집안에서 주선한 맞선만 수십 번을 봤지만 워낙 중매결혼이 싫고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커 지금까지 ‘솔로’를 고집해왔다고 한다.
한우경은 남편 김씨에게 남자로서의 매력을 별로 느끼지도 못했고 나이 차도 많아 결혼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난 5년 동안 휴가도 없이 바쁘게 살아온 만큼 자리를 완전히 잡은 다음 결혼하고 싶었다고. 이런 그의 마음을 바꿔놓은 것은 무엇일까.
“만나면 만날수록 남편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위에서도 서로 닮았고 말투나 생각까지 비슷하다며 ‘남매 같다’는 말을 많이 했죠. 제게 그 사람은 남자친구이면서 동생, 오빠, 엄마, 아빠이기도 했어요. 부산 남자인데도 무뚝뚝하지 않고 애교가 많거든요. 같이 있으면 너무 재미있어요. 저랑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고 쇼핑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전도유망한 사업가와 결혼한 전 KBS 기상캐스터 한우경

그는 낲편 김종우씨와 있으면 너무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고 했다.

그가 결혼을 결정한 데는 몇 가지 감동적인 사연이 있다. 먼저 지난 9월24일 그의 생일날 오토바이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일어났는데 그만 공인이라는 이유로 불리한 입장이 되면서 옥신각신한 끝에 법적인 문제가 결부되는, 복잡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이때 김씨가 자신의 일도 뒤로 미룬 채 한달 동안 뛰어다니면서 문제를 해결해준 것.
또한 남편 김씨는 콧소리를 내는 그에게 ‘비중격만곡증’(?)이라는 처방을 내리고 10월초 병원으로 데려가 수술을 받게 했다. 알고 보니 코안의 뼈가 심하게 휘어져 있었던 것. 이후 그는 숨쉬기가 훨씬 편해졌다고 한다. 더욱 신기한 건 그의 병명이 김씨가 말한 바로 그 병이었던 것. 또 남편 김씨는 건강관리 차원에서 같이 운동을 하자며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메리어트호텔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해주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미용실이건 피부관리실이건 늘 함께 다녀 ‘닭살 커플’로 불리던 두 사람도 혼수 준비를 하면서는 여느 커플처럼 트러블을 겪었다.
“사실 너무 힘들었어요. 저희집도 아버지가 의사고 엄마가 약사라 여력이 없지는 않았는데 오빠 집과 차이가 많이 났어요. 특히 예단이나 혼수 등을 준비할 때는 그 차이가 너무 커서 중간에서 힘들었죠. 그래도 오빠가 중재를 잘해줬어요. 가구도 장식장 같은 건 필요없고 TV, 침대 등 몸에 닿는 것만 좋은 걸로 하라고 했거든요. 오빠가 일부 채워 넣기도 했고요.”
사귀기 시작하면서부터 김씨가 결혼할 사이라고 공공연하게 떠들어왔기 때문에 특별히 포러포즈라고 불릴 만한 이벤트는 없었다. 두 사람은 10월 중순경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드린 뒤 곧바로 양가 상견례에 이어 결혼식을 올렸다.
양가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맺어진 두 사람은 궁합 역시 찰떡궁합. 사업을 하는 김씨의 고문 무속인과 그의 어머니가 만난 무속인 모두 점괘를 보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로 궁합이 좋았다고. 모두 이구동성으로 삼합이 들어서 꼭 결혼해야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결혼식은 김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채 1년이 안돼 치러졌기 때문에 소박한 가운데 진행됐다. 그러나 결혼식장에서도 김씨의 장난기는 예외 없이 발동됐다. 신랑입장을 하면서 하객들에게 윙크를 하는가 하면 퇴장 때도 떨고 있는 신부 옆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오며 손을 흔드는 여유를 부렸다는 것.
“사람들이 오빠가 너무 여유만만하니까 ‘두세 번 장가 갔다온 신랑 같다’며 웃더라고요. 그리고 사회를 아나운서실의 성세정 선배가 봤는데, 오빠가 사전에 정재계 쪽에서 하객들이 많이 오시니까 만세 삼창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웬걸 결혼식 때 성선배가 만세삼창을 주문한 거예요. 그러자 오빠가 큰 소리로 ‘한우경 만세’를 외치더라고요. 다들 웃고 난리가 났었어요. 정말 같이 있으면 너무 많이 웃어서 주름이 늘 정도예요.”
첫날밤을 메리어트호텔에서 지내며 오붓한 시간을 갖기로 했던 두 사람은 심심하다는 이유로 새벽 2시경 호텔 밖으로 뛰쳐나와 차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리고 다음날 신혼여행을 떠난 이들은 홍콩과 중국으로 이어지는 짧은 신혼여행을 즐겼다. 그곳에서도 두 사람은 새벽 일찍 일어나 호텔 주변을 돌아다니거나 야시장 등을 다니면서 재미있게 보냈다고 한다.
“결혼 전에 자기는 여자한테 선물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정말 그러더라고요. 뚜렷한 주관이라나요? 그런데 신혼여행은 꼭 홍콩으로 가야 한다면서 그동안 가방 하나 못 사준 게 한이 돼서 다 해주고 싶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신혼여행 동안 하루 스케줄을 완전히 비워서 옷이랑 가방을 비롯해 이것저것 많이 사줬어요. 일일이 골라주고 세심하게 체크해주는 거 있죠. 너무 좋아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뿐만 아니다. 남편 김씨는 국산차를 타면서도 그에게는 결혼선물로 BMW를 선물했다. 지난 9월 그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이후 늘 불안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낄 때는 백원, 만원짜리 하나도 아끼지만 쓸 때는 제대로 쓸 줄 아는 남자라는 것이 남편 김씨에 대한 평가. 그런가 하면 일할 때의 모습은 또 다르다고 한다. ‘독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단호하고 정확한 스타일이라고.

전도유망한 사업가와 결혼한 전 KBS 기상캐스터 한우경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린 뒤 홍콩과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그렇다면 이들의 부부학개론은 어떨까. 결혼 전 이미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부부십계명 같은 건 없다. 대신 간단한 요구사항 정도는 있다. 먼저 그가 내세운 건 일주일에 한번씩 외식할 것, 아침밥은 먹지 않는 대신 선식과 모닝커피는 꼭 마실 것 등이다. 김씨는 일주일에 운동하지 않는 화, 목요일에는 저녁을 꼭 해줄 것, 자기를 따라주고 무슨 일이든 함께 의논하자는 것 등을 주문했다.
“아이는 1~2년 정도 신혼을 즐긴 뒤에 낳기로 했어요. 저는 딸을 원하는데 그 사람은 무조건 아들 둘을 원해요.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을 꿈꾸는 사람이기 때문에 뭔가 이루어서 아들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요. 앞으로 1∼2년 동안 원 없이 여행을 다니기로 다짐했어요. 둘 다 여행에 한이 맺혀 있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 구상 때문이기도 하고요.”
새롭게 둥지를 튼 신혼집은 방배동에 위치한 75평 빌라. 방 4개, 욕실 2개로 두 사람이 살기엔 너무 넓지만 1백평 이하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김씨로서는 많이 양보한 평수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에게는 혼수 준비에 마음고생을 했다는 그의 말이 공감이 가는 평수임에 틀림없다. 인테리어는 그가 좋아하는 엔티크 스타일과 김씨가 좋아하는 젠 스타일로 조화를 이뤄 꾸몄다고.
인터뷰 내내 남편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르던 그는 하고 싶은 건 다할 수 있도록 후원해주겠다는 남편과 앞으로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한다. 형식적인 부부가 아니라 정말 좋아서 사는 부부, 친구 같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부부이고 싶다고. 그리고 자신을 친딸처럼 아껴주고 예뻐해주시는 ‘엄마’ 같은 시어머니에게 좋은 며느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오빠가 친정 부모님한테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이 엄해서 어려울 텐데도 엄마한테 “장모님 사랑해요”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남동생 불러내서 같이 술 마시고, 아버지도 찾아뵙고 그래요. 제 친구들한테도 얼마나 잘하는지 저보다 오빠를 더 좋다고 해요. 그리고 자기 일 열심히 하고 가정의 화목과 사랑을 중요시 여기고 저를 끔찍하게 아껴주니까 행복해요.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진짜 만점 신랑이에요!”
현재 그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던 KBS <뉴스 9>의 기상캐스터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중이다. KBS <한우경의 날씨이야기>를 비롯해 wbs FM <한우경의 날씨 이야기>, SDN <알기 쉬운 경제특강> 등을 진행중인 것. 연세대 한국사이버대학교(KCU)에서는 교양과목 ‘날씨와 생활’을 강의하고 있다.
“제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방송 진행인데, 기상캐스터를 계속 하다 보면 다른 방송활동을 못 하거든요. 물론 전문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니까 다른 방송을 하는 게 해가 되기도 해요. 보도국쪽에서도 DJ는 안했으면 하셨거든요. 그렇지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아쉽게도 기상캐스터를 그만두게 됐어요. 저는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말을 믿어요. 그래서 초심의 자세를 다시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밝고 건강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 MC가 되고 싶다는 그는 아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은 꿈을 간직하고 있다. 아울러 새해에는 남편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결혼과 함께 더욱더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한우경. 그는 지금 행복동 1번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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