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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후 최고의 인기 누리는 개그맨 이혁재

“결혼 7개월 만에 얻은 ‘속도위반’아들, 예쁜 아내 덕에 힘든 줄도 모르고 살아요”

■ 글·정지연 기자(alimi@donga.com)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01.14 13:52:00

SBS <뷰티풀 선데이> KBS <토요대작전> 등 무려 4개 오락 프로그램의 MC로, 대하드라마 <야인시대>의 천하장사 ‘김무옥’으로 종횡무진 활약중인 개그맨 이혁재. 그가 지난 11월25일 ‘아빠’가 됐다. 하루 2~3시간밖에 못 자면서도 아내와 아들을 보면 힘이 불끈 솟는다는 이혁재가 어여쁜 부인 심경애씨와 아들 태연이를 전격 공개했다.
데뷔 이후 최고의 인기 누리는 개그맨 이혁재

요즘 브라운관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누굴까. 난다 긴다 하는 잘생긴 남녀 스타들 가운데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말자. 정답은 눈빛으로 승부하는 개그맨 이혁재(30)다.
SBS 드라마 의 ‘김무옥’으로 출연해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본업인 개그맨, MC로 활약하는 프로그램만 SBS 를 비롯해서 총 4개. 일주일에 4일 이상 꽉 차는 스케줄로 하루 수면시간이 채 3시간도 못 된다니, 확실히 뜨긴 떴다. 이렇게 방송을 ‘접수’하려면 몸이 남아 나지 않겠다 싶은데, ‘방송중에 쓰러져 링거 신세를 졌다’는 그 흔한 뉴스 한번 이혁재와 관련해서 들어본 일이 없다. 철마다 보약이라도 지어 먹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에 “데뷔 후 보약 같은 건 한번도 먹어본 일이 없다”는 항변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혁재의 ‘수퍼울트라메가톤 파워’는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밤 10시. 바쁜 스케줄 탓에 그 시간밖에 인터뷰가 안된다는 이혁재를 따라 인천 주안동에 위치한 그의 집을 찾아가니 그 힘의 원동력을 알 수 있을 듯싶었다. 예쁜 아내 심경애씨(26·초등학교 교사)와 태어난 지 한달된 아들이 반겨준다. 이들이야말로 그에겐 둘도 없는 보약이요,영양제인 셈이다.
“제 아이라서가 아니라 진짜 너무 예쁘지 않아요? 촬영장에서도 아이 얼굴이 눈에 밟혀 죽겠어요. 이것 보세요. 눈매가 절 빼닮았죠? 아주 남자답다니까요.”
아닌 게 아니라, ‘쪼그만’ 녀석(?)이 기자와 눈을 맞추더니 눈에 힘을 딱 준다. 그럴 땐 영락없는 ‘미니 이혁재’.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으니 건강하게만 나와다오’라고 출산 내내 기도했다는 이혁재는 아들이라는 말에 솔직히 안도했다고 한다.
“딸도 좋아요. 그런데 솔직히 절 닮은 딸을 생각해보세요. 너무하잖아요(웃음). 그런데 이렇게 절 닮은 아들이라니, 얼마나 좋아요~.”
연신 아이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는 걸 보니 누가 ‘초보 아빠’ 아니랄까 싶다. 아이 이름은 태연. 클 태(太)에 연나라 연(燕)을 쓰는데, 이혁재의 팬을 자처하는 유명한 성명학자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또 다른 팬은 직접 수놓은 십자수 배냇저고리며 아이 베개, 모자를 세트로 가져와 수위실에 맡기고 갔다고 한다. “그분은 이름도 안 알리고 그냥 가셨는데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라면서 이혁재는 “지금 아이가 우유도 잘 먹고 잘 자고 쑥쑥 커서 걱정이 없지만 출산 전까지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다”고 말을 이었다.
“출산예정일이 많이 지났는데도 진통 기미가 없어서 유도분만을 해야 했어요. 첫 출산이니까 얼마나 겁이 나고 초조하던지…. 그때는 정말로, 출산 직전까지 하루에 20통씩 경애한테 전화를 했던 거 같아요. 그러던 중에 진통이 시작됐다는 연락을 받았죠. 녹화를 끝내고 부랴부랴 달려가서 밤 12시부터 밤새도록 곁에 있었어요.”
아내 사랑이 지극하기로 소문난 이혁재답다. 그러나 막상 탯줄을 끊을 때가 되자 기겁을 하며 도망을 갔다는 비화도 숨어 있다.
지난 4월 결혼한 이혁재 심경애 부부는 인하대 캠퍼스에서 미팅으로 만나 4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케이스. 인하대 기계공학과 복학생이었던 이혁재의 ‘불도저식 구애’에 심씨가 결국 항복했다고 하는 편이 진실에 가까울 터다. 실제 이혁재는 어느 오락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결혼과정을 영화 에 비유하며 “눈 위에 무릎을 꿇고 사랑을 구걸하던 황장군처럼 아내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취방 앞에 앉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데뷔 이후 최고의 인기 누리는 개그맨 이혁재

아무리 일이 늦게 끝나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태연이를 보면 피곤이 풀린다고.

“20대20의 과팅으로 만났는데, 오빠가 파트너가 됐죠. 처음 봤을 때는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그때는 지금보다 눈이 옆으로 더 찢어져 날카로운데다가 양복 입은 모습이 무슨 조직폭력배인 줄 알았다니까요. 그런데 자주 만나다 보니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인 거예요. 거기에 점차 마음이 움직였죠.”
미팅이 끝나고 인천 앞바다로 가자는 이혁재의 말에 처음엔 ‘그저 무서워서’ 따라갔다는 심경애씨. 그러나 교내에서 자주 부딪히는 ‘오빠’는 자상하고 배려 많은 가슴 따뜻한 남자였다.
연애기간 내내 이혁재는 ‘이벤트의 황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씨가 보고 싶을 땐 무작정 학교로 가 아이스크림과 과자 등을 잔뜩 사다가 안겼고, 심씨의 시험기간에는 녹차를 끓여 보온병에 담아주며 “시험 잘 보라”고 대입 뒷바라지하는 부모마냥 호들갑을 떨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그녀 옆에서 조용히 있다가 늦은 밤이면 집앞까지 바래다주는 속 깊은 보디가드 역할도 자임했다.
처음에는 ‘싫지 않다’ 정도였던 심씨의 마음이 점차 이혁재에게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학비는 장학금을 타서 메우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심씨는 연애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고 한다. 언젠가 헤어지자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 그러나 이혁재는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녀에게서 반 발자국 떨어진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던 중 두 사람 사이에 급속한 관계 발전이 이뤄진 ‘사건’이 발생했다. 가족과 떨어져 인천에서 자취를 하던 심씨의 집에 강도가 들었던 것. 심씨가 칼 든 강도와 맞서 당차게 대치하는 바람에 강도는 줄행랑을 쳤지만, 심씨는 손에 큰 상처를 입었다. 연락을 받고 깜짝 놀라서 경찰서로 달려간 이혁재는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결단을 내렸다.
“그 다음날로 부모님께 데리고 갔어요. 다짜고짜 결혼할 사람이니까 당분간 여기서 살게 해달라고 그랬죠. 부모님과 경애 둘 다 까무라치게 놀라대요. 하지만 제가 속전속결로 일을 진행시켰어요. 다행히 군대 간 남동생 방이 비어 있어서 경애가 머물기에도 편했어요. 결과요? 보시면 알잖아요(웃음).”
이혁재의 지극한 아내 사랑을 입증하는 일화는 또 있다. 공대생 이혁재가 개그맨이 된 진짜 이유는 바로 아내 심씨 때문.
“공대생은 취업을 하게 되면, 주로 마산, 창원 등의 산업공단으로 내려가야 해요. 그러면 경기도에 있는 초등학교로 발령받은 경애하고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야 하잖아요. ‘이건 안된다’ 하고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개그맨’으로 진로를 바꿨어요. 경애 역시 ‘오빠는 개그맨을 해도 잘할 테니까 얼마든지 도전해보라’고 응원해줬고요.”
그러나 초반에 주변에서는 ‘허황된 꿈’이라면서 다들 말렸다. 하지만 그는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개그맨 준비를 위해 아예 취직생각을 접었다. 마침 대학생들의 숨겨진 끼와 재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 KBS 의 ‘캠퍼스 영상가요’ 제작진이 인하대를 찾았고 그는 ‘차력쇼’를 준비해 1등상을 탔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특기로 무엇이 좋을까 궁리를 거듭하다가 ‘라틴댄스’를 택했다.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99년 MBC 개그맨 공채시험에서 이혁재는 5개월 동안 ‘갈고 닦은’ 춤솜씨를 선보였다. 무서운 눈매의 그가 통통한 팔 다리를 흔들며 ‘차차차’ ‘지루박’을 추는 모습에 시험 감독관들은 자지러졌고 그는 결국 2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개그맨이 ‘천직’이었던 모양이다. 이후 의 ‘국토대장정’을 통해 얼굴을 알리더니, 데뷔 4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내 심씨에게 “남편이 소위 ‘뜨고 나서’ 달라진 점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이 인상적이다.

데뷔 이후 최고의 인기 누리는 개그맨 이혁재

이혁재 어머니는 결혼 전부터 예비며느리 심씨를 데리고 살았다.


“처음에는 ‘같이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제게 그러더니, 요즘은 어깨에 힘이 딱 들어갔어요. 기고만장해서 ‘나보다 잘난 놈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이러면서 막 밀고들어온다니까요(웃음).”
이혁재 심경애 부부는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효자 효부. 인천 토박이인 이혁재는 신접살림을 부모님이 사는 인천집에 차렸다. 어머니가 ‘젊은 사람들끼리 편하게 나가 살라’고 분가를 권유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 부부는 굳이 들어가 살겠다고 우겼다.
“그런 면을 보면 경애가 너무 고마워요. 멀쩡한 가족을 두고 왜 따로 나가 사냐고 그러더라고요. 요즘 여자들 시부모 모시기 싫어한다는데, 얼마나 마음 씀씀이가 예뻐요. 힘든 내색 전혀 없이 집안일을 잘 챙겨주기 때문에 항상 고맙기만 해요.”
시부모 모시고 살자고 제안한 마음씨 고운 아내
결혼한 지 7개월 만에 덜컥 엄마 아빠가 되어버린 아들과 며느리에게 ‘속도위반’이라고 혼낼 법도 하건만, 그저 첫 손자가 좋아서 어르고 달래기 바쁜 이혁재의 어머니 역시 며느리 자랑으로 침이 마른다.
“애가 너무 착해. 나이는 어리지만 마음이 얼마나 의젓한지 몰라. 하는 짓을 보면 천생 여자고. 교사라서 그런지 아이들 가르치듯이 태연이한테도 존댓말로 말을 걸거든. 애 말로는 아기는 어리지만 다 알아듣는다는 거야. 고부갈등? 그런 게 어딨어. 이렇게 천사 같은 손자를 낳아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요즘 태연이는 하루 3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깨어나 우유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심씨는 잠이 모자라기 일쑤. 그래서 어제는 아예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푹 잤다고 한다. 이렇게 스스럼없이 그런 부탁을 할 수 있는 며느리가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그저 예쁘기만 하다고.
심씨는 1년의 육아 휴직 기간이 끝나면 학교로 복귀하고 싶어한다. 남편 이혁재야 조금 더 쉬면서 육아에 전념했으면 하는 눈치지만 엄마가 너무 아이만 싸고 도는 것도 좋은 건 아니라라는 게 그녀의 생각. 교사인 만큼 교육 하나는 똑 부러지게 시키겠다 싶은데, 이들 부부는 ‘치맛바람 교육은 질색’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혁재의 바람은 아들이 여자 위할 줄 알고,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한 멋진 남자로 커주는 것.
“막 바빠지기 시작할 때라서 태교를 같이 도와주진 못했어요. 아내 혼자 클래식 음악 듣고 아이에게 좋은 글 들려주며 태교를 했지요. 전 늦게 들어와서 뱃속 아이에게 말을 걸 수 없으면, 거실로 나가 초음파 비디오를 화면에 틀어놓고 보면서 화면 속의 아기에게 말을 걸곤 했어요. ‘네가 장래 무엇을 하고 싶어하든지 아빠는 너의 가장 좋은 후원자가 될 거다’ 다짐하면서요.”
한창 아내와 아기가 예쁠 때라 늘 곁에 있고 싶지만, 5개 프로그램에 매인 몸이니 여의치 않다. 쇼 오락 프로그램이야 대부분 촬영일이 고정되어 있어 시간을 빼기가 그나마 나은데, 그때 그때 사정이 바뀌는 드라마 촬영은 그럴 수도 없다.
“연기를 계속할 뜻은 없어요. 제 본업은 개그맨이니까요. 출연 요청도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그러다 연기도 개그활동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수락했지만요. 만약 제가 계속 연기를 하겠다고 그러면 시청자들도 ‘쟤 왜 저런대?’ 이런 반응을 보일 거예요.”
연기는 일단 이쯤에서 접고 본업에 충실할 계획이다. 남희석, 박수홍처럼 개그 예능 분야에서 활약하는 MC로 확실히 자리잡겠다는 목표 아래, 필요한 자질을 갖추는 데 주력하겠다고. 물론 좋은 기회가 온다면 드라마나 영화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전에 좀더 방송생활이 요구하는 자질을 쌓고 싶다는 것이다. 또 그는 내년에는 반드시 휴학 3년 만에 복학한 학교를 졸업해 학사모를 쓰겠다고 아내와 한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이제 아빠가 됐으니 총각 때나 신혼시절하고는 달라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요즘 분유값이 얼만데요(웃음). 사랑하는 아내와 아기를 위해, 있는 자리에서 늘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과욕 부리지 않고 순리대로 살면서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반드시 기다려줄 것이라고 믿어요.”
인내와 끈기로 성공을 거머쥔 사나이 이혁재. 앞으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켜낼 이 가정에 늘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대해본다.

여성동아 2003년 1월 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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