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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고 집안 꾸미고 정원 가꾸는 ‘살림 솜씨’로 성공한 마사 스튜어트

“평범한 주부가 세계 모든 여성이 선망하는 ‘살림의 여왕’이 되기까지…”

■ 기획·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글·이명희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AP 제공

입력 2002.12.17 10:11:00

최근 미국 언론을 뜨겁게 달구는 여성이 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여성의 우상으로 군림하다 주식 내부자 거래 혐의로 큰 위기를 겪고 있는 마사 스튜어트다.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던 살림 노하우를 팔아 미국에서 가장 돈 많은 여자가 된 마사 스튜어트는 누구인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성공 뒷얘기.
요리하고 집안 꾸미고 정원 가꾸는 ‘살림 솜씨’로 성공한 마사 스튜어트

마사는 취미였던 쇼핑하기와 요리하기, 집안 꾸미기를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마사 스튜어트(61)는 참 ‘묘한’ 사람이다. 미국 여성 중 절반은 그녀를 ‘완벽한 여성의 살아있는 표본’이라고 하고 나머지 절반은 ‘집안에 틀어박혀 살림만 하는 굴욕의 여성을 대변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마사를 좋아하는 여성들은 “마사가 삶의 모범이 되었다”고 말하고 반대편 여성들은 “일과 가정 살림을 완벽하게 병행해 우리자신을 실패자로 느끼게 하는 마사만 보면 화가 난다”고 말한다.
미국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절반은 아내를 비난하며 “왜 ‘나’는 ‘그녀’가 차려주는 것 같은 훌륭한 밥상을 받을 수 없냐”고 따지고 다른 절반은 “마사가 거둔 엄청난 사회적 성공에 위협을 느낀다”고 말한다. 아무리 잘난 ‘남자’라도 맨손으로 시작해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묻고 싶어진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 신문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마사 스튜어트라는 여자가 도대체 누구냐고.
마사 스튜어트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요리하고 집안 꾸미고 정원 가꾸는 살림 노하우를 팔아 억만장자가 된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MSO(Martha Stewart living Omnimedia)라는 기업의 소유주이자 최고경영자(CEO)로, 한해 연봉이 33억원이며 5백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MSO는 한해 매출 3천5백억원, 순수익 1백90억원이 넘는 탄탄한 기업으로, 부채 없이 현금만 1천6백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MSO는 4가지 종류의 생활 잡지와 TV 프로덕션,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으며 침대 시트에서부터 페인트, 꽃병, 국자 등 각종 생활용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마사표’를 단 제품들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일본 등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수십만에 이르는 마사의 팬들은 TV와 라디오, 신문을 통해 마사에게 살림 센스를 배운다.
폴란드 이민 2세대인 마사는 1941년 미국 뉴저지 주 외곽의 가난한 동네에서 육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경제력 없는 남편을 무시하며 사는 어머니 밑에서 행복하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낸 마사는 버나드 여대에 입학하면서 지긋지긋한 집으로부터 탈출한다. 학비를 벌기 위해 입주 가정부, 모델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마사는 대학 3학년 때, 예일 법대생인 앤디 스튜어트와 결혼한다. 당시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결혼과 임신, 출산의 과정을 거치면서 마사는 일을 그만두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게 된다.
여느 주부들처럼 쇼핑하기, 수다떨기, 요리하기, 집안 꾸미기가 취미였던 마사는 결혼 10년째 되던 해, 생애 첫 집을 구입한다. 경제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던 마사 부부는 동네에서 가장 싼, 지은 지 1백년 넘은 집을 선택했다. 이후 2년 동안 마사 부부는 집수리에 몰입했다. 뒤틀린 마루 바닥을 직접 까는 건 물론이고 수도배관을 설치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잡초만 무성하던 마당은 부부의 손을 거쳐 세잔의 풍경화처럼 꽃과 나비가 가득한 로맨틱한 정원으로, 볼품없던 낡은 집은 동네에서 가장 세련된 집으로 탈바꿈됐다.
이 집은 곧 동네의 명소가 됐다. 주부가 직접 디자인하고 리노베이션했다는 사실이 이웃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마사는 이후 주문요리 사업을 시작한다. 집에서 주부가 직접 만든 것 같은 요리에 뛰어난 감각의 상차림까지 서비스하는 마사의 주문요리 사업은 날로 커졌다.
그러던 어느날, 마사는 자신의 집에 남편의 친구들을 초대해 조촐한 가든 파티를 열었다. 평소 요리하고 손님 접대를 즐기던 그는 타고난 솜씨와 센스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에 감탄한 한 출판사의 사장으로부터 요리책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얼마 후 출간된 요리책은 전 미국을 뒤흔드는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미국 각지의 신문들은 마사의 살림 노하우를 담은 칼럼을 앞다퉈 연재하기 시작했다. 곧 그의 이름을 내건 TV쇼도 생겼다.
이후 마사는 요리는 물론 정원 가꾸기, 꽃꽂이, 결혼식, 파티, 수납, 아이방 꾸미기 등의 노하우를 담은 34권의 책을 차례로 출간했는데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91년에 창간한 생활 잡지 은 발매하기도 전에 예약 주문이 폭주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마사는 이후 자신의 이름을 단 ‘마사표’ 생활용품을 직접 제작,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사는 그 사이 남편과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마사의 인기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요리하고 집안 꾸미고 정원 가꾸는 ‘살림 솜씨’로 성공한 마사 스튜어트

마사는 99년 자신의 회사 MSO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돈 많은 여성이 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마사의 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이들은 마사가 쓰는 신문 칼럼의 독자가 되었고 라디오 프로그램의 청취자가 되었다. 또한 TV쇼의 시청자가 되었고 잡지 구독자가 되었다. 그리고 ‘마사표’ 상품의 열광적인 고객이 되었다. 마침내 99년 마사는 월스트리트에 상장된 MSO의 주가가 1포인트당 18달러로 시작해 52달러까지 폭등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돈 많은 여성이 된다.
미국에서 마사 스튜어트만큼 유명한 여자는 없다. 2년전 뉴욕주 상원의원에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이 살림은 잘 못한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마사에게 가까이 이사와 지원 유세해줄 것을 부탁했을 정도다.
하지만 ‘살림의 여왕’ ‘미국 제일의 살림꾼’ ‘가정생활의 퍼스트 레이디’ 등으로 불리며 미국인의 의식주를 좌우해온 마사가 최근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주식 내부자 거래 혐의로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려 전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한 것. 이로 인해 ‘마사가 요리를 하듯 즐거운 순간’이라는 뜻으로 쓰이던 ‘마사 같은 순간(Martha Moment)’이라는 말도 최근에는 ‘당혹스럽고 궁지에 몰린 순간’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주식 내부자 거래 혐의는 마사 스튜어트만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설문 조사에서 미국 CEO들 대부분이 주식 내부자 거래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스스로 고백했을 정도다. 그런 가운데도 마사는 다른 CEO들에 비해 강도 높은 비난을 받고 있는데 이를 놓고 미국 내에서도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마사는 내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아이를 잘 키우고 살림을 잘하는 것도 바깥일 못지않게 훌륭한 일이라고 말해줬어요. 가정 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주부라서 스스로 위축되고 남들에게 능력 없어 보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내게 마사라는 존재는 큰 위안이 되었죠.”
마사의 열성적인 팬의 말대로 마사의 최근 행적에 대해 온갖 비난을 퍼붓는 미국 언론도 ‘토털 라이프스타일리스트’로서의 마사의 타고난 감각과 요리하고 집 꾸미고 정원 가꾸기 같은 살림 전분야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거대 사업으로 일군 사업 능력, 하찮은 것으로 여기던 집안 살림을 가치 있는 분야로 격상시켜 ‘가정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야말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 미국인에게 각인시킨 능력은 감히 부정하지 않고 있다.


여성동아 2002년 12월 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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