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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기획특집 │우리가족 겨울여행

“총총한 밤하늘 별빛과 자연 속에서 보낸 잊지못할 하룻밤”

개그맨 김정렬 가족의 겨울 별자리 여행 생생 체험기

■ 글·장옥경 ■ 사진·최문갑 기자 ■ 촬영협조·중미산 천문대(031-771-0306)

입력 2002.12.13 10:19:00

지난 99년 가을 가족과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올해초에 돌아온 개그맨 김정렬. 방송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분주했던 한해를 뒤로 하며 아내, 두 딸과 함께 겨울밤 별빛 여행을 떠났다.
볼거리 가득한 중미산 청정 자연학습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생생 여행기.
어느날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 보니 어둠 속에서 별들이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그래, 하늘에 별이 있었지’ 새삼스럽게 별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보고 싶어진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숭구리 당당 숭당당’을 외치던 개그맨 김정렬(41)이 가족과 함께 별자리 여행을 떠난 것은 임오년 달력이 두툼했던 몸피를 거의 벗은 겨울이었다. 알싸하게 매운 산바람이 볼을 때리고 발을 동동거리다 ‘후’ 입김을 불면 서리가 맺힐 듯 날씨는 추웠지만, 잠시 일상을 멈추고 하늘의 별을 보며 세상사를 잊는 내면 여행은 추울수록 의미가 깊을 듯했다.
가장 신나는 사람은 기연(중학교 2학년), 도형(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미국에서는 틈만 나면 가족여행을 떠날 수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천체 관측도 흥미로웠지만,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기연이와 도형이의 기분은 하늘을 찌를 듯 ‘업’되어 있었다. 서울을 출발하여 양수대교, 국수리, 비행기 카페를 지나 양평 한화리조트 입구에서 유명산 방면으로 5km 정도 직진하면 중미산 천문대. 이곳에 다다르는 1시간 반 남짓한 시간이 자매에겐 서너 시간 이상으로 길게 느껴졌다. 야호, 드디어 천문대 도착! 아빠가 브레이크를 잡기 무섭게 아이들은 쪼르르 달려나갔다.
숲 체험 코스의 나무 이야기, 너무 재미있어요
어두어지기 전에 숲 체험 학습을 하자며 ‘숲 해설가’라는 이색 직업을 가진 최문섭씨가 김정렬씨 가족을 숲속으로 인도했다.
“숲에 대한 것도 해설합니까?”
김정렬씨의 질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꽤 많다’며 웃음을 짓는 최문섭씨. 그런 질문을 받으면 감히 대자연의 숲을 해설한다는 것이 외람된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최문섭씨는 숲을 막연하게 돌아보는 것보다는 숲 해설가의 도움을 받으면 숲속에 사는 생물 하나하나를 재미있게 관찰하고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숲속에 들어서니 빽빽이 들어선 잎갈나무들이 막바지의 낙엽을 떨구고 있었다. 잎갈나무는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와 같은 침엽수림에 속한다. 그런데 침엽수가 낙엽을 떨구다니….
“이곳은 화전민들이 살던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간첩 김신조 일당이 습격을 하면서 일대가 불타버렸고 화전민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지요. 숲이 파괴되자 복원을 위해 속성수종인 잎갈나무를 심게 되었고 그래서 이곳 일대는 잎갈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침엽수임에도 불구하고 잎을 떨구는 수종이 몇가지 있는데 잎갈나무가 그중 대표적인 나무입니다.”
최문섭씨의 설명을 들으며 김정렬씨는 “아하, 잎을 간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잎갈나무구나” 무릎을 친다. 눈치 빠른 개그맨의 재치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물박달나무 앞에 이르러 최문섭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도시에도 거지가 살지만 숲속에도 거지가 삽니다. 이 나무를 보면 껍질이 다 벗겨져 마치 옷이 다 떨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거지나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이 나무의 진짜 이름은 물박달나무입니다. 별명은 거지나무지만 깨끗한 지역에서만 살아서 환경지표수로 꼽히는 나무랍니다.”
최문섭씨의 설명에 기연이가 “그렇다면 선생님 이곳은 거지나무가 사니까 그만큼 공기가 좋겠네요” 하고 질문을 한다. 끄덕이는 최문섭씨, 학습 효과가 100% 나자 기분이 좋은 눈치다. 거지나무의 껍질에는 기름 성분이 있어서 화전민들이 불쏘시개로 사용했다는 설명을 듣곤 모두들 거지나무의 껍질을 손으로 쓰다듬어본다.
“나무에 표고버섯이 달렸어요” 하며 한발 앞서 걸어간 도형이가 신기한 듯 아빠, 엄마를 부르며 손짓한다. 숲 해설가 최문섭씨의 설명에 의하면 참나무에는 6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흰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큰참나무, 상수리나무. 참나무에 버섯을 인공 재배하는데 나무에 구멍을 뚫어 표고버섯 종균을 넣고 습도를 맞춰주면 표고버섯이 자란다는 것. 참나무에 돋아난 표고버섯을 바라보는 자매는 그저 신기하기만한 눈치다.
숲길 가운데 책상, 걸상이 놓여진 숲속 학교가 나왔다. 잠시 다리를 쉴 겸 가족들이 걸상에 앉자, 재빨리 아빠가 생강나무를 뜯어와 최문섭씨로부터 배운 지식을 털어놓는다.
“이건 생강나무 잎이에요. 잎을 잘라보면 생강 냄새가 나서 생강나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향이 좋아서 예전에는 이 잎을 짠 기름으로 머리를 단장했어요. 할머니들이 동백기름을 머리에 발랐다는 얘기는 들어보았죠. 생강나무도 동백기름의 일종인데 주로 부잣집 마나님들이 사용했대요.”
아빠의 명강의가 끝나자 딸들은 ‘짝짝짝’ 박수를 쳤다. 그다음 가족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뿌리가 뽑힌 채 숲속에 가로로 누워 있는 잎갈나무 한 그루. “어째 이런 일이…” 말문을 잇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최문섭씨는 이번 태풍에 쓰러졌다는 설명을 한다.
“키가 큰 나무일수록 뿌리를 아래로 깊숙이 뻗어야 하는데 이 나무의 경우 뿌리가 아래로 내리지 못하고 옆으로만 발달했어요. 그래서 강풍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버린 겁니다.”
기연이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스친다. 지금은 전봇대가 콘크리트로 돼있지만 아빠가 어렸을 때는 이 나무로 전봇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도형이는 나무를 일으켜 세워보자는 제안을 한다. 키 순서대로 조르르 서서 ‘영치기 영차’ 쓰러진 잎갈나무를 세워보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총총한 밤하늘 별빛과 자연 속에서 보낸 잊지못할 하룻밤”

중미산 천문대는 별자리 탐험뿐만 아니라 삼림욕과 자연생태학습체험까지 겸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작은 연못에 가니 오리가 무리를 지어 놀고 있었다. 도심의 아파트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장면이라, 가족이 다가가자 오리들이 이내 도망간다. 원래 오리는 경계심이 강해 사람이 오면 피한다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무리 중에 대장이 있는 듯 한 오리를 따라 모두 단체행동을 하는 듯 했다. 열을 지어 함께 이동하는 오리의 습성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 중의 하나였다.
이번엔 언덕길을 올라 염소 집을 찾아갔다. 나뭇잎 먹이를 들고 찾아가자 염소들은 한걸음에 먹이 앞으로 다가온다. 역시 먹는 것 앞에서는 사람이나 짐승이나 마음이 똑같은가 보다.
떡갈나무가 보이자, 최문섭씨는 “떡갈나무가 왜 떡갈나무인지 아니?” 하며 기연이와 도형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옛날에는 먼 길을 떠날 때 떡갈나무 잎을 뜯어 떡이나 주먹밥을 한 덩어리 올려놓고 잘 접어서 삼베보자기에 돌돌 말고 옆구리에 차고 갔기 때문이란다.
‘아, 떡을 쌌던 잎’ 김정렬씨의 부인 왕옥진씨(34)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넓적한 잎은 떡갈나무잎뿐만이 아닌데 왜 떡갈나무잎으로만 쌌느냐, 그것은 떡갈나무에 천연 방부제 성분이 있어 음식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숲을 돌아 나오는 사이 어느새 어둠이 가득 찼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가족들은 기대에 차서 천문 체험에 나섰다. 천문팀장 이용해씨의 인도로 하늘을 올려다 보니 언제 저렇게 있었나 싶게 많은 별들이 반짝였다.
“와, 보석들 같아.”
기연, 도형의 감탄사가 이어지자 김정렬씨는 전날밤 인터넷을 뒤져 공부한 별자리 상식을 펼쳐 보인다.
“얘들아,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에 볼 수 있는 1등성의 수는 약 21개 정도란다. 그런데 겨울 하늘에는 8개나 있다. 그래서 사계절중 겨울밤 하늘이 가장 화려하단다.”
김정렬씨를 보며 ‘언제 그런 공부를 다 했느냐’는 시선을 보내는 왕옥진씨를 보며 “잠 좀 줄였지” 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김정렬씨. 내친 김에 겨울철의 대표 별자리인 오리온자리에 대한 신화도 펼쳐놓는다.
“오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힘이 센 사냥꾼 이름이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었는데 매우 잘생긴 청년이었단다. 오리온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사랑에 빠졌는데 아르테미스의 오빠인 태양의 신 아폴로는 둘을 떼어놓으려고 했어. 두 사람이 말을 듣지 않자 어느날 바다를 건너오는 오리온을 보고 계략을 꾸몄지. 활을 쏘는 솜씨가 아주 뛰어난 아르테미스에게 바다에 떠 있는 검은 점은 못 맞출 거라고 놀렸어. 그렇지 않다며 아르테미스는 활을 당겼고 그만 오리온을 명중시켰지. 오리온이 죽자 슬픔에 싸인 아르테미스는 오리온을 별자리로 만들었지. 달 밝은 밤에도 잘 보일 수 있도록 만들었기에 오리온자리가 밝은 거란다.”
김정렬씨의 설명에 맞장구치며 모두들 슬픈 눈빛을 보인다.
돔 안에 있는 대구경의 슈마트카세그레인 망원경으로 황소자리와 마차부자리 중간에 있는 토성의 띠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밤이 좀더 깊어길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사이 곤충 체험 학습장으로 갔다.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보는 순간 “무슨 애벌레가 저렇게 크지?” 가족들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곤충 전문 교사가 애벌레를 꺼내주자 뒷걸음질 치는 기연. 보기엔 징그럽지만, 새근새근 잠자는 아기와 똑같다는 말에 용기를 내어 손바닥에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올려본다.
사슴벌레를 보고 김정렬이 만지려 하자 도형이가 얼른 “아빠 손 잘려” 고함을 친다. 날카로운 집게에 혹시 아빠가 다칠까, 우려하는 모습에서 아빠에 대한 진한 사랑이 느껴진다.
무당벌레도 보고 뱀도 만져보고 나비 표본도 구경하는 사이 밤이 깊어갔다.
이들은 다시 천문대에 올라 대구경의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질렀다. 토성의 띠, 오리온자리의 오리온 대성운, 목성의 줄무늬 등을 관찰하면서 중미산 자락에서의 흥분은 식을 줄 몰랐고 그사이 겨울밤은 점점 깊어갔다.



여성동아 2002년 12월 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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