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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당당한 주장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일러주는 일하는 엄마들이 꼭 알아야 할 육아법

“함께 보낼 시간이 적다는 자책감 떨치고 자신에게 맞는 육아원칙을 정해 실천해보세요”

■ 기획·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글·임소영 ■ 사진·박성배

입력 2002.12.12 11:40:00

일하는 엄마의 하루는 피곤하다. 가정과 직장을 뛰어다니며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지만 좀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내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인 것. 이처럼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엄마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나선 사람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짜리 딸을 키우는 소아정신과 전문의 박순영씨로부터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 잡는 법을 들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일러주는 일하는 엄마들이 꼭 알아야 할 육아법

박순영씨는 일하는 엄마들에게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아울러 저녁시간과 주말은 되도록 가족을 위해 쓰라고 권한다.

일하는 엄마들 대부분은 ‘나는 나쁜 엄마가 아닐까’ ‘좋은 엄마가 되려면 일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일을 해서 아이가 뒤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죄의식에 시달린다. 이런 현상은, 육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소아정신과 전문의 박순영씨(38)의 생각은 다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그저 먹이고 입히는 게 전부가 아니잖아요. 한 인간이 독립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면 엄마뿐만 아니라 가족, 사회의 세세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죠. 그런데도 주변을 돌아보면 ‘좋은 엄마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들이 참 많아요. 또 일하는 엄마들 대부분이 ‘아이에게 헌신적이지 못하다’며 자책하고요.”
전라남도 광주에서 소아정신과를 운영하는 박순영씨는 그 자신도 초등학교 4학년짜리 딸 지후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 그는 최근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마음고생이 심한 여성들을 위해 라는 책을 펴냈다.
그에 따르면 일하는 엄마든 전업주부든 혼자서는 누구도 엄마 역할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기에 자신의 육아원칙에 자신감을 갖고 일하는 엄마로서 당당하게 행동하고 자신이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일하는 엄마든 전업주부든 누구도 완벽한 엄마는 될 수 없어요”
박씨는 ‘일과 육아는 병행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천부적인 엄마 역할과 생계와 자아성취를 위해 일을 갖는 것은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일과 가정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서 순위를 매겨보세요.”
그래서 우선 순위에 따라 방법을 찾으라고 권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엄마가 당분간 일을 줄이고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남편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오더라도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변함 없이 엄마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살펴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 또한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성장과정과 육아에 대해서 공부하면 아이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가 말이 늦거나 떼가 심하고 또래 친구와 어울릴 줄 모르면 무슨 대단한 장애라도 있는 것처럼 걱정한다. 특히 일하는 엄마는 자신 때문에 아이가 뒤떨어진 것이라고 자책하며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박씨는 그럴 때일수록 아이의 발달단계와 특징을 공부하고 느긋하게 대처하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발달시기마다 나타나는 모습이 달라요. 유난히 엄마와 안 떨어지려는 시기가 있고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하는 시기가 있죠.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하는 엄마의 아이라고 해서 정도가 심하지는 않아요.”
아이의 발달시기에 맞춰 적절한 도움을 주려면 아이의 발달과 양육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이럴 때는 인터넷을 활용하면 좋다. 일하는 엄마를 위한 사이트에 아이들의 발달시기별 특징과 도와주는 방법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필요하다면 온라인 상담도 가능하다. 또한 다른 엄마들의 육아에 대한 고민과 해결방법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그는 힘든 직장생활은 물론 살림과 육아까지 도맡아야만 하는 수많은 엄마들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 자기에게 알맞은 육아원칙을 세우세요.”
박씨는 일하는 엄마들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적다는 자책감에 아이가 원하는 것을 무조건 사주거나 잘못된 행동을 묵과하면 자칫 아이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좌절을 경험해보지 않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참는 능력이 발달하지 못하므로 아이의 욕구나 행동을 조절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둘째,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일정하게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좋다. 박씨가 주로 했던 놀이는 종이인형 역할놀이. 엄마와 아이가 서로 역할을 바꿔 놀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의 갈등이 해소되었다고 한다.
“놀이를 하는 동안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말고 무조건 아이가 원하는 대로 놀아주세요.”
어떤 엄마는 아이의 인지적인 발달만을 중요시하여 책을 읽어주거나 퍼즐놀이 같은 게임만을 요구한다. 시끄러운 것을 싫어해 공격적인 놀이를 못하게 금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좋지 않다. 엄마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고 아이와 노는 동안 놀이에만 충실하는 것이 좋다. 마음이 딴 곳에 있으면 아이가 금세 싫증을 내기 때문이다.
“요리나 목욕, 장난감 치우기 등도 아이와 역할놀이로 하면 더욱 재미있어요.”
이중 박씨가 적극 추천하는 역할놀이 테마는 ‘요리’다. 아이들은 구강기적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으면서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또한 함께 요리한 음식을 먹을 때도 “우리 아가 입 속에 맘마 요정이 얼마나 들어있나 볼까?” 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면 아이가 훨씬 흥미있어 한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 목욕시키기, 장난감 치우기, 청소하기 등을 아이와 놀이처럼 한다면 훨씬 재미있고 능률적으로 할 수 있다.
“일할 때는 자신 있게 열심히 하고 일을 마친 후 현관문을 여는 순간 직장 일은 모두 잊고 아이에게 달려가세요.”
한마디로 자신의 원칙을 갖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라는 것. 박씨는 되도록 저녁시간과 주말은 가족을 위해 쓰라고 권한다. 일과 가정 사이에 확실하게 선을 긋는 엄마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는다고.
아빠들을 육아에 참여시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아빠들은 양육자로서의 역할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엄마들 역시 가사와 육아를 자신만의 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퍼우먼이라도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 결국 지쳐서 직장일, 육아, 집안일 등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는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직면한다. 따라서 박씨는 일하는 엄마들은 남편을 자녀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라고 강조한다.

“아빠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정해주세요. 아이들 이빨은 아빠가 닦아준다든지, 잠들기 전 동화책은 아빠가 읽어준다든지, 주말 중 하루는 아빠와 보낸다든지….”
아빠가 육아에 참여했을 때의 장점은 아주 많다. 먼저 아빠는 비교적 의미가 정확한 어휘를 많이 쓰기 때문에 아이가 다양한 언어자극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아빠와 하는 놀이는 신체적이며 사회적인 활동이 많아 아이가 친구도 잘 사귀고 주변사람과 잘 어울리게 된다.
“아빠가 자녀양육에 적극적일 때 아이들도 똑똑하게 자란다는 통계결과가 있어요. 아빠가 다정하게 자녀를 격려해주고 잘 도와주는 경우, 자녀의 인지검사 점수가 높고, 아빠와 자녀의 관계가 민주적이고 친숙할 때 자녀의 학업성취 동기가 높게 나오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협력자로서의 아빠 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점이다. 아빠가 엄마와 함께 상의하고 엄마를 도와주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가족이라는 집단 내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때문에 하루에 몇분만이라도 아이가 뭐하고 놀았는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보고 아이의 문제를 부부가 함께 의논하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즘 같은 경쟁시대를 살아가려면 누구에게나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죠. 특히 일하는 엄마들은 그 불안감이 더 심해요.”
하지만 박씨는 아이들마다 발달속도가 다르므로 전문가들도 아이에게 어떤 자극을 주어야 할지 미리 알지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아이가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교육을 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그래야 아이가 자신감과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인위적인 프로그램보다는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는 자극을 중요시한다. 이런 자극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의 호기심, 욕구에 관심을 갖다 보면 찾을 수 있다. 즉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여러가지 위기상황에 부딪히죠. 하지만 이 모든 위기가 엄마가 일을 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에요. 일하는 엄마들이 이젠 그런 자책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여성동아 2002년 12월 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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