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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씨가 털어놓은 ‘황수정과 나’에 대한 8시간 풀 인터뷰

■ 글·이영래 기자(laely@donga.com) ■ 사진·최문갑 기자

입력 2002.12.11 09:46:00

“황수정의 최근 모습, 정식 프러포즈 위한 준비, 그간 우리 두사람이 마음속에 담아놓았던 모든 것…”
지난해 11월13일, 톱탤런트 황수정이 강정훈씨와 함께 필로폰 복용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후, 지금까지 연예계 최고의 뉴스메이커는 단연 황수정이었다. 두 사람은 그간 전혀 속내를 털어놓지 않아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사건 발생 1년, ‘이제는 모두 잊고 싶다, 우리를 놓아달라’며 강씨가 고백한 황수정과 그, 두 사람의 속내와 근황 그리고 인생설계.
강정훈씨가 털어놓은 ‘황수정과 나’에 대한 8시간 풀 인터뷰

11월16일 저녁, 세간에 ‘황수정의 남자’로 알려진 강정훈씨(35)와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와 황수정이 구속된 건 작년 11월13일. 이른 바 ‘황수정 스캔들’이 터진 지 벌써 1년여가 지났다.
그와의 인터뷰는 두달에 걸쳐 이루어졌다. 지난 10월 18일, 한 지인의 주선으로 처음 만나게 된 강씨는 “만일 인터뷰에 응하면 이제 (매스컴이) 우리를 놔주겠느냐?”며 조심스레 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는 계속 멈칫멈칫 말을 끊으며 불안해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준비도 필요하고…. 생각도 좀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당시 나눈 이야기만으로도 기사를 쓸 수 있다고 말했을 때 그는 “나에게 준비가 필요하다. 그 준비가 끝나면 수정이와 함께 인터뷰에 응하겠다. 한달만 기다려달라”고 사정조로 얘기했다.
강씨를 만나서 다소 놀랐던 건 그가 세간에 알려진 이미지와는 무척 다르다는 것이다. 누구도 그에게 ‘단란주점 영업사장’ ‘마약’ 그 이상의 꼬리표를 달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그의 실제 모습은 이들 단어와는 한참 거리를 느끼게 했다.
지난해 11월, 강씨가 구속됐을 때 그의 절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청담동의 모 성형외과를 찾은 적이 있다. 그 성형외과는 밀려드는 취재진 때문에 결국 한달간 문을 닫아야 했다. 당시 그의 친구 구모 원장은 “정훈이가 단란주점 월급사장이라니까, 조폭이니 양아치니 하는데 직접 가서 그 친구 얼굴을 봐라. 당신들이 얼마나 엉뚱한 추측들을 하고 있는지 알 것이다”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강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당시 구원장의 말이 자꾸 생각났다. 강씨의 얼굴 생김이나 말투, 그리고 몸가짐은 일견 어눌해보일 정도로 순박해보였다. 구원장의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눈에 띄게 죄스러워했다.
누구보다 떳떳하게 프러포즈할 계획
강정훈씨가 털어놓은 ‘황수정과 나’에 대한 8시간 풀 인터뷰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강씨가 의외로 순박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저 때문에 한달간 병원 문을 닫았잖아요. 그 신세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요. 여동생이 한명 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자라면서 마음 둘 데가 친구들밖에 없었어요. 게다가 동생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영국으로 공부하러 갔죠. 지금 동생은 은행에 다니는데 결혼을 하고도 결혼식을 못했어요. 그래서 동생 결혼식을 치러준다고 어머니가 식장을 예약했는데 그만 제가 정이(그는 황수정을 이렇게 불렀다)하고 결혼한다고 알려지면서 결국 결혼식을 못했어요. 동생이 11월말 출산 예정이라 어머니가 영국에 가실 거예요.”
마약에 손을 대는 사람 중엔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먼저 쾌락에 대한 집착이 왕성한 전형적인 에피큐리언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쾌락을 위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스럽다. 그리고 또 다른 종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의지가 약한 인물이다. 그는 후자의 인물로 보였다.
한달 후 그에게 받은 메시지는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생각해봤는데 역시 안되겠다. 수정이가 원치 않는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냥 술이나 한잔 하자”는 그와 만나 한시간 남짓 설득한 끝에 그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죄를 짓는다는 게 그런 거더군요. 수많은 기사들이 나왔고, TV만 켜면 수의 입은 정이의 모습이 나왔어요. 이제 마약 이야기만 나오면 정이 이야기가 나오고요. 무슨 마약의 대명사가 황수정인 것 같아요. 그게 다 제가 그렇게 만든 거 아닙니까?”
부산에 있을 때 ‘황수정을 망친 강씨를 용서할 수 없다’며 한 팬이 그의 집 근처의 차 14대를 파손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날 자신의 차만 그 자리에 없어 피해를 면했다고 했다. 그 이후 “서둘러 이사했다”는 그의 표정이 어두었다.
“전 정이 부모님 이해해요(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부모가 유흥업에 종사하고, 마약 하는 사람에게 딸을 주려고 하겠어요? 사실 아직도 정이 아버님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전 과정을 제대로 밟을 겁니다. 제가 말한 준비란 다른 게 아니고 아버님이 저를 인정하실 수 있게 뭔가 해보겠다는 거예요. 내년 초 회사를 차릴 계획이에요. 친구가 음반복제 방지기술로 특허를 따냈는데, 동업으로 사업체를 차릴 생각이거든요. 제가 자리 잡으면 그때 가서 인사드리고, 당당하게 프러포즈할 겁니다.”
사실 그는 처음 자신에 대한 기사가 나왔을 때 ‘단란주점 월급사장’ 운운하는 말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한다.
“아는 분이 권해서 ‘가라오케’ 운영에 지분을 가지고 참여했어요. 당시 제가 보험회사 일도 했고, 인터넷 솔루션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었는데, 가라오케 사장이라는 것만 부각시켰더라고요(그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저를 괴롭히는 건 몰라도 이제 가족들은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어요. 그간 양가 부모님들이 많이 고통받았잖아요. 우리 어머니 쪽으로 선을 댄 기자들이 있었고, 정이 아버님 쪽으로 선을 댄 기자들도 있었어요. 그 양쪽 기자들이 만들어낸 기사 때문에 두 분이 서로 공박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어요. 그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정훈씨가 털어놓은 ‘황수정과 나’에 대한 8시간 풀 인터뷰
“정이하고는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만나고 있어요. 전 부산을 오가며 지내는데 임시로 거처할 데는 만들어놨어요. 거기서 주로 만나죠. 정이 아버님이 하는 사업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자세하게는 모르는데 최근 아버님이 댁에 계시는 시간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정이도 아버님 식사 차려드리면서 집에만 있어요. 주로 책 읽고 지내요. 저 만나러 올 때도 항상 책들고 다니고.”
황수정의 연예계 복귀설에 대해서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황수정은 아직 정신과 치료를 요할 만큼 힘든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황수정 정신과 입원’ 운운하는 기사가 나올까봐 병원에 갈 엄두도 못내고 있다는 것. 황수정은 아직 일을 하겠다는 의욕이 전혀 없는 상태로, 다만 사건 이전처럼 ‘보육원 봉사활동을 다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봉사활동 또한 ‘컴백 수순을 밟는다’는 식으로 매스컴에 보도될까봐 포기했다고.
“떳떳하게 둘이 외출해본 적이 없어요. 레스토랑 같은 데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러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번도 못해봤어요.”
몇잔의 술이 돌고 그는 점차 얼굴이 벌개졌다. 그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이야기는 점차 민감한 부분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최근 한 연예 기획사가 그와 헤어지는 조건으로 황수정에게 거액을 제시했다는 기사가 스포츠신문에 실렸다. 그는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할 생각까지 했다”며 흥분했다.
“정이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 이익을 위해서, 유명해지려고 수정이를 이용하는 게 문제예요. 지금 소문을 내고 다니는 사람이 김모라는 친구인데, 제가 알기로 그 친구 어려울 때 정이가 도와줬어요. 그런데 지금 할리우드 진출이 어쩌네, 연예 기획사와 계약을 하네 마네 이상한 소리를 하고 다녀요. 물론 사실도 아니고, 근거도 없어요.
역술인 조씨의 경우도 그래요. 그 사람 소개로 우리 둘이 만났는데, 나중에 간통 증인으로 법정에 나왔잖아요. 그 이후 서로 얼굴 볼 일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몇달전에 다시 정이에게 연락을 해온 거예요. 그때 일이야, 그때 일이고 오래 얼굴 본 사람끼리 정이 있잖아요. 그래서 집으로 불러서 같이 밥도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이 사진 찍어다 한 잡지사에 갔다줬더라고요.”
잡지 발간 전에 이를 알고 조치를 취한 덕에 사진은 게재되지 않았지만 황수정은 다시 한번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고 한다.
“조씨는 정이를 두번 배신했어요. 이제 좀 좋아진다 싶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정이가 어떻게 사람을 믿을 수 있겠어요? 연예계 복귀요?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해요. 정이는 지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이야기 도중 그는 한숨을 내뿜었다. 조씨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두 사람이 만난 과정에 대해 물어보았다.
“제가 보험 일을 하니까 조씨가 소개해준 거예요. 제가 처음 정이하고 만나면서 호감을 느꼈던 건, 정이가 효녀라는 점이었어요. 정이가 장녀인데,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했어요. 부모님 생각을 끔찍하게 해요. 그런 점들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정이는 드라마 출연하랴, 라디오 하랴 바쁘고 힘든데 마음 둘 데가 없으니까 저한테 기대게 됐던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해서 내 딴엔 좀 편하게 해준다고 한 게…. 생각해보면 다 제 잘못이죠. 제가 파멸시킨 거예요. 연예계 복귀한다고 하면 제가 어떻게든 옛날 정이 자리까지 올려놓고 싶어요. 사실 정이는 제가 만든 피해자니까요.”
피해자라는 말에 귀가 쏠렸다. 재판 당시 황수정과 그의 진술은 엇갈렸다. 재판 초기, 황수정은 약을 ‘모르고 먹었다’고 주장했다. 증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강씨 외엔 없었으므로 강씨가 끝까지 버텼다면 황수정은 무죄로 석방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강씨는 황수정도 알고 먹었다고 진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이는 모르고 먹었던 것 같아요. 지금 이 말은 법정에서 한 말을 뒤엎는 게 아니라 다만 심정적인 추측일 뿐이에요. 그걸 이야기하면 복잡해지잖아요. 변호사 선임이라든지 당시 상황 대처에 있어 정이가 저를 믿고 따라와줬어요. 그 이야기는 안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정이는 내가 만든 피해자라는 거예요.”

강정훈씨가 털어놓은 ‘황수정과 나’에 대한 8시간 풀 인터뷰

내년 초, 사업체를 차리고 자리를 잡으면 강씨는 황수정에게 정식으로 프러포즈할 생각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지난 1월28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당시, 세간엔 두 사람이 헤어지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석방 직후 강릉의 별장으로 향하던 황수정은 중간에 마음을 바꿔 부산으로 향했다. 당시 황수정과 동행했던 측근은 훗날 “황수정이 강씨를 만나 물어볼 말이 있다고 했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순리라고 생각해 말릴 수 없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때 두 사람은 부산에서 이틀간 같이 보냈다. 당시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일까?
“수정이 마음속에 저에 대한 원망이 없으리라 생각 안해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 이해가 안되실지 모르지만, 약속한 듯이 당시 일에 대해선 서로 입도 뻥긋 안해요. 어떻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너무 엄청난 일이었으니까요. 싸울 겨를도, 무언가를 따져볼 겨를도 없었고…. 사랑으로 극복했다고 해야 할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앞서 언급한 황수정의 측근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강씨를 만나면 저절로 알 수 있는 게 많다. 강씨에게 짜증은 낼 수 있다. 하지만 미워하기는 쉽지 않은 사람이다.”
그의 자신의 가정사에 대해서도 주저하지 않고 털어놓았다.
“어머니에 대해서 많은 소문이 났던 걸로 아는데 다 말할게요. 사실 저는 우리 부모님 재산이 얼마인지 몰라요. 어머니께서 부산에서 ‘경경건설’이라는 건설회사를 운영했어요. 부산 지하역 상가도 지어서 시에다 분양하고 그랬거든요. 재력은 있는 걸로 알아요. 다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구두쇠인 거죠.”
마약 복용 혐의를 인정한 지난해 12월말, 두 사람은 보석으로 풀려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외의 사건이 벌어졌다. 침묵을 지키던 그의 부인이 작년 12월26일 간통죄로 두 사람을 고소한 것. 위자료 협의가 안돼 두 사람의 석방은 다시 한달간 뒤로 밀려야 했다. 어머니가 재력가라면 왜 위자료가 문제가 됐을까.
“어머니하고 아이들 엄마하고 고부 갈등이 심했던 것 같아요. 제가 아버님 사업 이어받으려고 일본에 가있던 95~96년쯤에 사이가 더 나빠졌나봐요. 제가 돌아왔을 때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어머니가 못주겠다고 버텼고, 저는 돈이 없었고…. 아이들 엄마나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아버지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일본에 아버지가 계시냐고 물었다.
“아버지가 일본 분이라 제가 어머니 호적에 올라가 있어요. 아버지는 일본에서 플라스틱 회사, PVC나 TV 커버 같은 거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세요. 미츠비시 등에 납품하는 회사인데, 물려받으려고 갔다가 하는 일이 저하고 너무 적성에 안맞아서 그냥 돌아왔어요. 이런 얘기는 정말 처음 하는 이야기예요. 변호사한테도 숨겨달라고 했던 이야기예요. 이제 더 할 말이 없어요. 이제까지 수정이에 대해 실린 기사 중에 좋은 기사를 본 적이 없어요. 언론 플레이가 뭔지, 매니지먼트가 뭔지 모르지만, 제가 나서서 뭔가 할 수 있다면 뭐라도 해주고 싶어요. 제가 이렇게 처음으로 마음 털어놓고 이야기 했는데 이상한 기사가 나가면 정말….”
그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일이 꼬일 때 누군가를 탓하며 신경질적이 되는 사람이 있고, 탄식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는 후자였다.

여성동아 2002년 12월 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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