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동아 로고

Celeb 생활 속의 매너

하품, 우아하게 참기

입력 2002.11.21 12:32:00

매너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매너나 에티켓이라고 해도 알지 못하면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삶의 질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생활 속의 예절 이야기.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하품. 태어나는 순간 하품과 더불어 비로소 폐호흡을 시작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탯줄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는 의존적 존재에서 온전한 생명체나 인격체로 진일보하는 신호탄이 바로 하품인 셈.
하품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으로 불가사의하고 괴상한 생리현상의 하나다. 전염성 하나만 봐도 그렇다. 하품의 놀라운 전염성은 집단 중의 누군가가 하품을 하면 주변 사람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전염되어 하품바다를 이룬다.
재채기가 짜릿한 쾌감을 우발적으로 준다면 하품은 느긋한 포만감이나 지긋한 충족감을 제공하는 생리현상이다. 하품 역시 재채기와 마찬가지로 중간에 소멸될 조짐을 보이면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방비 상태에서 하품을 즐길 때 어려운 사람을 만난다든지 누군가 말을 시키면 그것만큼 난처하고 혈압이 오르는 일이 또 있던가?
하품은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다. 연구자들의 집요한 관찰에 따르면 개나 소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 심지어 물고기도 하품을 한다. 그렇다면 하품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본 도쿄대학의 도키자네 도시히코 교수는 위턱과 아래턱을 크게 벌리는 하품의 전형적 동작이 뇌를 자극해 결국 두뇌활동을 활성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실제로 하품이 두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과학기술원을 포함해 두뇌의 발달이 특별히 요구되는 집단이나 사람들은 하품을 체계적으로 열심히 해보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혹 가능하다면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국가가 앞장서서 대대적인 하품장려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하품이 두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시도 때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해대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신세대 학생들이 아무데서나 하품을 해대는 아줌마와 아저씨를 꼴불견 베스트로 꼽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실 성직자들은 설교나 설법을 할 때 하품하는 신도를 만나는 것만큼 김새고 황당한 적이 없다고 한다. 강사들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강의 도중 노골적으로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청중이나 학생들을 보면 순간적으로 힘이 좍 빠지고 할말을 잃는다. 비단 강의 때뿐 아니다. 생면부지의 여성일지라도 남정네인 필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무방비상태로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 얼른 뛰어가 손가락을 집어 넣고픈 충동을 참느라 이를 악문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입을 한껏 벌리고 하품을 하면 복이 나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하품을 할 때는 입을 가리는 등 여간 조심하는 게 아니다. 그런가 하면 서양에서는 하품을 악마의 술책으로 여기고 두려워했다. 즉 서양인들은 하품을 할 때 영혼이 빠져나가거나 악령이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해 하품을 할 때는 입을 가리거나 큰소리를 냈다. 때가 되지도 않았는데 아까운 영혼이 미리 탈출하는 사태나 아무리 봐도 반갑지 않은 악령이 침입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남유럽에서는 이것으로도 미덥지 않아 정식으로 성호를 그으며 빗장수비를 펼친다고 한다.
아무튼 사정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아줌마, 아저씨들은 하품에 대해 여간 천연덕스러운 게 아니다. 복이 나가도 좋고 악령이 들어와도 눈도 깜박하지 않는다는 ‘막가파’가 적지 않다. 워싱턴의 국회도서관에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15세 때 육필로 베껴 쓴 라는 노트가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 노트에는 다양한 행동지침과 더불어 “기침이나 재채기, 한숨이나 하품을 할 때에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남몰래 해야 한다. 특히 하품을 하면서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구절이 깨알같이 적혀 있다.
어릴 때부터 갈고 닦은 이러한 조신한 마음가짐, 매사를 삼가는 자세로 임하고 주변을 배려하는 세심한 마음씨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게 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워싱턴이 대통령이 되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은 아닐까?
아무쪼록 기억하기 바란다. 아무리 우아하게 하품을 해도 결코 우아하지 않은 게 하품이라는 사실을. 물론 이 주문은 대권을 꿈꾸는 용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라 성공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통하는 진리다.

여성동아 2002년 11월 467호
Celeb 목록보기 좋아요

Print Edition

How to be a woman

생각하는 여자가 읽는 매거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번호목차이번 호 구입하기

독자알림

더보기

Follow up on SNS

여성동아 에디터가 핫뉴스, 최신 트렌드와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전해 드립니다.

  • 여성동아 페이스북
  • 여성동아 인스타그램
  • 여성동아 유튜브
  • 여성동아 네이버포스트
  • 여성동아 네이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