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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집중 취재

길은정·편승엽의 ‘사기결혼’ 공방

■ 기획·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글·조희숙 ■ 사진·정경진, 굿데이 제공

2002. 11. 15

“편승엽은 혼인빙자·금품갈취한 사기꾼” VS “세 여자의 거짓말 법정에서 가리겠다” 길은정의 인터넷 공개일기 파문으로 시작된 길은정과 편승엽의 '사기결혼' 공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0월초 길은정이 편승엽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두 여인과 함께 폭로 기자회견을 가진 것. 이에 편승엽은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세명(길은정과 두 여인)을 고소,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쟁점별로 본 양측 입장 & 편승엽 아내 이유정 심경 눈물 고백.

길은정·편승엽의 ‘사기결혼’ 공방
지난 9월2일 길은정이 전남편 편승엽과의 결혼생활 뒷이야기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지운 것이 네티즌에 의해 퍼져나가면서 촉발된 길은정과 편승엽의 ‘사기결혼’ 공방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길은정과 함께 다른 두 여인이 편승엽으로부터 ‘혼인빙자 간음’과 ‘금품갈취’ 등 피해를 당했다며 10월2일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것. 91년부터 6년간 편승엽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는 채모씨와, 같은 시기에 결혼을 전제로 편승엽과 교제하던 중 폭력과 금품갈취에 시달렸다는 김모씨가 그 주인공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길은정은 “이 자리는 여러 번 생각한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피해자는 엄연히 우리(길은정과 두 여인)임에도 편승엽이 가정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인 우리들이 한 가정을 깨뜨리는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며 기자회견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채모씨와 김모씨는 가수 편승엽이 91년부터 길은정과 결혼발표를 하기 직전인 96년까지 두 사람을 동시에 만나왔다고 주장했다. 채모씨와는 6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김씨에게는 총각이라고 속인 채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해왔다는 것. 또한 두 사람 모두 편승엽으로부터 배신당하기 전까지 금품갈취와 폭력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했다. 그후 정신적 충격으로 대인기피증, 남성혐오증, 불안장애 등으로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도중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세 여인들은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하거나 흐느끼며 통곡하는 등 격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세 사람이 서로 알게 된 것은 길은정의 공개일기 파문이 있은 후. 안산에 살고 있는 채씨가 먼저 길은정의 홈페이지에 ‘안산 동거녀’라는 이름으로 위로의 글을 남겼고, 뒤이어 김모씨도 길은정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서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날 처음 만났다는 세 여인은 상대방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너무 놀란 듯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길은정측의 공개 기자회견 사실이 알려지자 편승엽은 “사실이 아니다”며 즉각 정면 대응하고 나섰다. 지난달 편승엽은 본지 10월호를 통해 “한때 사랑했던 여자를 더이상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다”라고 했었다. 그리고 “길은정이 아픈 사람이기 때문에 맞대응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와 함께 본지에 사과편지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길은정과 두 여인의 공개 기자회견이 열리자 10월4일 오후 강남 삼정호텔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가졌다. 부인 이유정씨(30)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몸과 마음이 아픈 길은정은 이해한다 해도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채모씨와 김모씨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며, “아내와 아이까지 비방한 일부 네티즌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편승엽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길은정과 결혼할 당시 함께 산 집을 주선해준 부동산 중개업자를 대동하기도 했다.
한편, 편승엽의 매니저 김주성씨는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김모씨는 편승엽과 만나기 전 홍모씨라는 사람과 사기결혼 구설수에 휘말린 적이 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10월9일 편승엽은 길은정과 두 여인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혐의’로 형사고소장을 성남지법에 접수하고, 10월16일 5억원의 손해배상 민사청구소송을 냈다.
편승엽측 이재만 변호사는 “편승엽씨의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고소를 취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난 10월18일 분당 경찰서에서 이미 고소인(편승엽)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길은정의 매니저 구자형씨는 “한때 길은정씨가 편승엽에 대해 혼인무효소송과 명예훼손에 대한 맞고소 의사를 비추기도 했으나 일단 더 지켜보기로 했다”며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편승엽이 공개사과하고 가수생활을 그만둔다면 용서하겠다는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전했다. 다음은 쌍방의 기자회견 내용을 주요 쟁점별로 나누어 정리한 것이다.

길은정·편승엽의 ‘사기결혼’ 공방
돈과 명예를 노린 사기결혼이었다?
길은정 “96년 5월 내가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획적으로 접근했다. 내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자 혼인신고와 결혼식도 서둘렀다. 6개월 안에 내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면 내 유산도 상속받고 사람들에게 암환자와 결혼한 아름다운 남자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빨리 죽지 않자 그는 언어폭력, 욕설, 방치 등으로 나를 학대했고 ‘너 때문에 내 인생 망쳤다’는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나는 그가 주도한 사기결혼의 피해자이고 그는 사기꾼이다.”
편승엽 “그녀가 몸이 아픈 것을 모른 채 석달 정도 교제 후 결혼했다. 그후 암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것도 운명이고, 그녀를 지켜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97년 2월 결혼했지만 혼인신고는 96년 11월에 했다. 투병하는 그녀에게 내가 영원히 함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싶었다. 서로 합의해서 결혼했기 때문에 이혼도 합의해 할 수 있었다.”
김모씨 “91년부터 편승엽과 만나 결혼을 전제로 교제해왔다. 길은정과 결혼발표 기사가 신문에 실리자 내게 ‘길은정과의 결혼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너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시 하루에 수십 차례 전화를 했고, 길은정씨와 결혼발표를 하기 3시간 전까지도 내게 사랑한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결혼발표 후에는 ‘내가 백기 들고 가면 받아주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김모씨는 내연녀인가 스토커인가?
김모씨 “처음 2년간은 남녀관계가 아니었다. 그는 내가 무슨 일(금융업)을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고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내 환심을 사기 위해 포도를 알알이 따서 티슈로 닦아 씨를 빼서 먹여줄 정도로 잘해주었다. 그와 교제를 시작했고 동생은 그를 형부라고 불렀다. 결혼하자던 그와 커플링 반지까지 나누어 꼈으며 주변에서 그와 결혼할 것이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편승엽 “95년 계속 누가 한번만 만나달라고 해서 한번 만나 차를 마신 적이 있다. 사채업을 하는 김모씨였는데 횡설수설하는 사람이라 더 이상 만날 수가 없었다. 그후 내가 만나주지 않자 전화로 협박을 해왔다. 김모씨가 주장한 91년에는 만난 적도 없다. 당시는 내가 가수로 세상에 알려지기도 전이었다. 법정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김모씨를 성폭행하고 금품갈취했다?
김모씨 “현금을 만지는 직업이라 지갑에 항상 현금 4백만∼5백만원은 들어있었다. 만날 때마다 그는 내 지갑에서 몇백만원을 자기 돈처럼 꺼내가곤 했다. ‘찬찬찬’이 뜨자 외제차를 타야 한다며 캐딜락을 사달라고 요구했다. 그후 내가 만나주지 않자 나를 우이동 어느 산자락으로 데리고 가서 방범요원들이 가지고 다니는 전기봉을 들이대며 만나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그리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울먹이며) 이것은 성폭행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를 자기가 일하는 밤업소에 데리고 다녔다.”
편승엽 “산에서 강간을 하고 돈을 갈취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만약 김모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가해자는 연예인이고 자기는 보통사람이다.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도 충분히 법으로 응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안했는지 모르겠다. 그 부분은 정확히 법으로 가려질 것이다.”
4년 동안 아이를 돌봐준 채모씨를 버렸다?
채모씨 “91년 남편과 별거중에 편승엽과 처음 만나 93년부터 사실혼 관계에 들어갔다. 그와 나의 시작은 사랑이었다. 안산에서 6년 동안 같은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나 연예인 회오리 축구단에서도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는 내게 자신의 아이들에게 친모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92년부터 96년 길은정씨와 결혼발표가 나기 직전까지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돌봤다. 어젯밤까지 내 옆에서 자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길은정씨와 결혼한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결혼발표 기사가 난 후 ‘나에게 제발 시간을 달라’고 애원했지만 편승엽은 ‘너무 늦었다’며 ‘다음 세상에서 만나자’고 했다.”
편승엽 “내 아이 셋을 3년 동안 키웠다고 하는데, 그는 나와 만나기 전에 두번 결혼해서 각각 아이가 있었다. 그래서 집안에서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서, 아이들과 잘 살 수 있나 알아보기 위해 잠시 그곳(채모씨의 집)에 가서 살았다. 나중에 아이들 말이 그 여자는 내가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많이 달라 힘들었다고 했다.”
편승엽 때문에 1억원의 빚까지 졌다?
채모씨 “그와 동거를 시작할 당시 그는 가진 게 없었고, 나는 안산에서 의류매장을 하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찬찬찬’으로 인기를 얻자 그는 품위 있게 살아야 한다며 넓은 집으로 이사가기를 종용했고, 내가 하던 옷가게도 정리하라고 했다. 큰집으로 이사하고 옷가게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길은정씨와의 결혼발표 기사가 났다. 그 일로 진 빚 1억원을 지금까지 갚고 있다. 함께 산 6년간 그의 복잡한 여자관계 때문에 속앓이도 많이 했다.”
편승엽 “나 때문에 채모씨가 1억원의 빚을 졌다고 하는데 진실은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오히려 채모씨가 일수를 얻어 쓰다 도망가 사채업자들이 나에게 협박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밝혀줄 증인도 있다.”

길은정·편승엽의 ‘사기결혼’ 공방

편승엽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는 채모씨, 길은정, 김모씨(사진 왼쪽부터).


재결합 요구하며 뒤로는 첫사랑 남자를 만났다?
편승엽 길은정은 “이혼 후 나와 다시 합칠 것을 요구해왔다. 어머니에게도 그런 말을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헤어졌는데 어떻게 다시 재결합을 하냐고 하자 ‘연예인들은 다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심지어 내가 재혼하고 신혼여행간 다음날, 방송에서 예전에 함께 찍은 사진을 가지고 나와서 나와 헤어진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길은정 “그에게 다시 합치자고 요구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편승엽 “길은정과 완전히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 있었다. 이혼 후 어느날 나에게 갑자기 무릎을 꿇고 고백할 게 있다고 했다. 책에 나오기 때문에 미리 말을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첫사랑을 만났다는 것이다. 이미 헤어진 여자이지만 내가 보내준 미국 여행에서 첫사랑 남자를 만났고,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니까 배신감이 밀려왔다. 더구나 내가 싫다며 하와이에 가서도 그 사람을 만났다고 하니까 용서가 안되었다. 그후 그 남자의 전 부인이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길은정 때문에 가정이 파괴됐다고 했다.”
길은정 “그의 상상력에 놀랄 따름이다. 편승엽을 만나기 이전부터 방송밖에 모르고 살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변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내가 암에 걸렸을 때 그가 옆에 있어주겠다는 말에 잠시 감동했던 것이다.”
누가 진짜 가해자이고 피해자인가?
편승엽 “길은정의 주장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내 아내 이유정이다. 그쪽(길은정측)에서는 이유정이 길은정과 이혼하기 전부터 나와의 결혼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에 대해 가수 현숙, 한혜진이 증언하겠다고 했다. 내 아내가 왜 그런 파렴치범으로 오해를 받고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길은정 “사기결혼 후유증으로 이혼후 지금까지 10알의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가 있다. 대인기피증과 심각한 불안장애, 남성혐오증은 두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길은정과 채모, 김모씨)는 그가 TV에 나오면 발작을 일으킨다. 방송에서 ‘편’자만 들어도 끔찍하다.”
김모씨 “정신적인 문제로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다. 전기봉 위협에 놀란 충격으로 뼈가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는 불치병에 걸렸다. 의사로부터 뼈마디가 석고처럼 삭아서 넘어지거나 사고가 나면 소생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채모씨 “그의 결혼발표 이후 정신적인 공황상태였다. 그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두살된 내 아이는 전남편에게 보내기도 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한 기자가 안산까지 찾아와 편승엽과의 관계에 대해 물었지만 달래서 돌려보낸 적도 있다. 당시 길은정씨는 암선고를 받고 수술 후 힘없이 누워있는 여자였다. 그리고 출세를 위해 몸부림치는 남자 앞에 어떻게 내가 나타날 수 있었겠는가. 보상 때문에 기자회견에 나온 게 아니다. 일기를 읽고 길은정씨와 나만이 가진 아픔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젠 두번 다시 그를 보고 싶지 않다.”
공개사과냐, 법적 대응이냐
길은정 “물질적 보상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온 것은 아니다. 돈을 받을 생각도 없다. 우리의 요구는 두 가지다. 편승엽이 대중 앞에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사과할 것, 그리고 가수분과위원회는 편승엽을 영구제명하기를 바란다. 향후 편승엽의 대응태도를 지켜볼 것이며,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도 밟을 생각이다.”
편승엽 “이미 법원에 길은정과 두 여인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공개사과를 한다면 길은정측에서 해야 할 것이다. 심적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고소를 취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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