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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기획특집 │신동호 아나운서의 국선도 체험

“ 흰 띠만 10여년, 하지만 평생 수련할 각오로 조바심 내지 않습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몸과 마음 편한히 다스리는 웰빙(Well-being)

■ 글·장옥경 ■ 사진·정경택 기자

2002. 11. 11

MBC 신동호 아나운서와 국선도와의 인연은 참으로 깊다. 89년 국선도 수련원을 찾았다가 도복이 마음에 들어 입문, 지금까지 수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매고 있는 띠는 아직도 초보를 뜻하는 흰색. 불규칙한 방송생활 때문에 더 높은 단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평생 정신을 가다듬으며 탐구하는 자세를 버리지 않겠다는 그의 국선도 이야기.

“ 흰 띠만 10여년, 하지만 평생 수련할  각오로 조바심 내지 않습니다”

김영환 사범의 지도로 입단행공 자세를 취하는 신동호씨.

그릇이 작으면 많은 물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이 짧으면 깊은 곳의 물을 길 수 없다. 언뜻 보면 사람의 외양은 같아 보이지만, 사고의 폭과 깊이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에 큰 차이가 난다. 우주 중심적으로 큰 사고를 하는 사람과 자기라는 좁은 틀에 갇혀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 매달리는 사람은 그만큼 인생의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
MBC ‘2001 아나운서 대상’ 수상자인 신동호씨(38)는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섭외에 난항을 겪는 동안은 훤칠한 마스크, 부드럽고 편안한 이미지와 멋진 저음으로 수많은 여성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MBC의 간판급 아나운서답게 자리를 가리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어렵사리 그와의 만남이 이루어졌을 때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지나치게 미화되는 것이 싫고 새로운 얘깃거리가 없어 인터뷰를 기피한다고 밝혔다. 또 몇년 전 아내와 딸의 사진이 잡지에 노출되었다가 불미스러운 일을 당할 뻔한 경험이 있어 가족 인터뷰는 더더욱 사절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신동호 아나운서 가족이 모두 국선도에 심취해 있고 아내, 딸도 함께 수련을 하지만, 가족 인터뷰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씨는 자신이 체험한 국선도에 관한 인터뷰에 성심성의껏 임해주었다.
“국선도가 좋다는 것은 말로만 해서는 잘 모릅니다. 본인이 직접 수련을 해야 아, 정말 좋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국선도 수련의 좋은 점이 아픈 몸을 치유해주는 것도 있지만, 제게는 우주를 안다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정신세계와 부합된다고 할까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70, 80년을 살다 가면서도 자신의 존재가 무엇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와 우주는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도 우주학자는 우주의 구성원리에 대한 지식을 갖고, 사회심리학자는 인간의 마음에 대한 지식을 갖고, 인류학자는 고대국가의 시원에 대한 지식이라도 갖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런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을 갖거나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기 자신을 양생시키고 바깥까지 트인다’는 국선도 이념에 그는 크게 공감했다고 한다.
10여년간 흰 띠만 매면서 국선도를 고집한 이유
“ 흰 띠만 10여년, 하지만 평생 수련할  각오로 조바심 내지 않습니다”
그가 국선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89년, 경희대 영문과 재학 시절부터.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시작된 존재에 대한 고민은 그때까지도 그를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그는 철학을 공부하면 해답이 구해질까 싶어 서양철학에 대한 책을 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학적이고 사변적인 내용은 그에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동양철학 쪽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단전호흡에 관한 책을 읽다가 ‘숨을 발뒤꿈치로 쉬어야 한다’는 구절에 문득 눈이 끌렸다.
“무슨 이런 거짓말이 있나 싶었어요. 발뒤꿈치엔 호흡기관이 없잖아요. 하지만 그 구절이 묘하게 가슴에 남았어요. 그러고 나서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김정빈의 <단>을 읽고 혼자 면벽을 하고 아예 이 길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어르신들이 불교 신자라 어렸을 때부터 불교적 마인드가 강했던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생각하는데, 부모님은 당연히 ‘개똥철학’이라고 말렸지요(웃음).”
암자에 가서 수련하며 살겠다는 뜻을 못 이룬 그는 어느 날 종로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취한 와중에 한 건물 간판에 쓰인 ‘돌’이란 단어에 눈길을 주게 된다. 호기심에 이끌려 건물로 올라갔더니 그곳은 국선도 본원이었다. 도복이 마음에 들어 국선도를 하고 싶었는데 반응이 냉담했다.
“어느 단체든 관심이 있어 찾아가면 적극적으로 ‘하라’고 권유하며 홍보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 ‘해도 좋고 안해도 좋고’ 하는 식이었어요. 몸에 좋은 건데 하면 좋지만 안해도 굳이 말리지는 않는다는 식이었지요. 오히려 그 태도에 신뢰감이 들어 세번을 찾아 간 끝에 입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허리디스크도 있고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석달간 수련을 하다보니 발걸음도 가볍고 악력도 세지고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어요. 특히 단전호흡을 하며 배에 깊숙이 호흡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 체험을 잊을 수가 없어요.”
호흡과 마음이 일치하며 몸 전체가 따뜻해지며 잡념이 없어지고 마음이 깊숙이 가라앉는 경지. 1분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뭔가 맺힌 것이 확 풀려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몸이 확장되는 것 같기도 하고 존재의 근원으로 다가가는 것 같기도 한 의식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해준다. 대학 때 느꼈던 그 호흡, 그 느낌, 바로 그것을 찾고 싶어서 그는 지금도 10여년을 흰 띠만 매면서도 국선도를 접지 못하고 수련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한다.
국선도의 수련단계를 보면 목화토금수의 오행사상에 따라 흰 띠, 노란 띠, 빨간 띠, 파란 띠, 검은 띠의 5단계로 구분된다. 흰 띠는 금(金)을 상징하며 1년 동안 매일 빠짐없이 수련을 했을 때 토(土)를 상징하는 노란 띠를 매게 된다. 매일 6개월을 쉼없이 수련했을 때 화(火)를 상징하는 빨간 띠로 가게 되며 1년 반을 쉼없이 수련했을 때 빨간 띠에서 목(木)을 상징하는 파란 띠를 매게 된다. 파란 띠에서 수(水)를 상징하는 검은 띠로 가기까진 역시 1년 반이 소요되어 검은 띠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5~6년 동안 매일 수련을 쌓아야 한다.

“ 흰 띠만 10여년, 하지만 평생 수련할  각오로 조바심 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입문 3개월을 넘어서며 취직시험 준비 등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수련을 지속하지 못했다. 92년 MBC 아나운서가 된 후 매일 밤 12시에 귀가하는 등 입사 초기의 바쁜 생활 속에서도 ‘그때 호흡의 느낌’을 떨칠 수 없어 여의도에서 종로 3가 국선도 본원까지 가기 위해 일부러 전철 패스를 끊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뿐인 경우가 많아, 사나흘 수련하고는 일주일을 빠졌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며칠 수련하고는 또 한두달 빠지는 식이었다. 들락날락하는 사이 세월은 무심히 흐르면서 계속 흰 띠 단계에 머물게 되었다. 국선도 본원의 변천사를 자신만큼 잘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에게는 그만큼의 아쉬움도 남는다.
99년 여의도에 전수장이 생기며 본원 대신 이곳을 찾게 되었지만, 들락날락은 이곳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신동호 아나운서는 5년 반 동안 오전 7시에 시작되는 ‘신동호의 FM 모닝쇼’를 위해 새벽 6시경이면 회사에 출근해야 했다. 눈도 안 떠지는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고된 생활과 방송에 대한 부담 때문에 수련에 빠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랜만에 와서는 마음은 급하고 욕심은 많아서 갑자기 열심히 하다 오히려 호흡이 상기되어 저압력 상태를 유지해야 할 흉강에 압력이 생겨 두통이 오고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했던 경험도 있었지요(웃음). 그 이후에는 무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제가 못하는 대신 MBC 아나운서들에게 많이 소개했어요. 최우철, 이윤철, 최재혁 선배, 후배 박경추 등 저 때문에 도복 산 사람 많아요. 모두 저보다 열심입니다.”
숨쉬는 것이 쉬워 보여도 제대로 숨을 쉬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그. 단전호흡을 하는 사람과 그냥 호흡을 하는 사람은 생나무와 마른 나무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거라고 한다. 마른 나무는 쉽게 꺾이고 벌레나 좀이 침입하기 쉽지만 생나무는 잘 꺾이지 않고 벌레나 좀이 쉽게 침입하지 못한다. 호흡의 원리는 우주 생명의 원리로 들숨과 날숨을 통해 생명력을 유지시킨다는 것. 그래서 입문과정에서 호흡이 깊고 수련이 자연스러운 단계로 접어들게 되기까지 많은 공을 들이게 된다고 한다.
“사이비 종교 아니냐”던 아내도 친정 아버지 모시고 올 정도로 푹 빠져
신동호 아나운서는 대학 4학년 때 캠퍼스 커플인 음대 작곡과 여대생 김재원씨(34)와 결혼했다. 도서관에서 매일 만나 얼굴을 보면서도 집에 가서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잠을 자지 못해 날이 훤히 밝을 때까지 전화통을 붙잡고 살았을 만큼 열렬한 연애를 거쳐 결혼에 이르렀다. 결혼생활 11년째로 눈빛만 봐도, 숨소리만 들어도 속내를 읽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각별한지라 방송가에서도 잉꼬부부로 소문나 있다.
처음에 김재원씨는 그가 국선도에 심취하자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염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을 따라 수련을 하는 와중에 깊은 호흡의 맛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올 만큼 열성 수련생이 됐다고.
신동호 아나운서는 시간이 여의치 못해 전수장에 나오지 못하거나 마음이 공허할 때는 집에서 테이프를 들으며 복식호흡과 명상에 들어간다고 한다.
“국선도 수련을 통해 건강을 찾는 것은 부수적인 일입니다. 멀리 우주의 비밀을 들추기 전에 나라는 것이 누구인가 들여다보고 인생의 깊은 곳까지 관조해보고 싶은 것이 바람이죠.”
수련을 하고 나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아웅다웅 다투며 발버둥치는 삶을 깨끗이 잊을 수 있다고 한다. 마음의 짐을 벗은 듯 막혔던 것이 뚫리고 긍정적이며 관대해진다는 것. 물론 30분 지나면 다시 세속의 자신으로 돌아오지만 바로 그 정화되는 맛에 수련을 그리워하게 된다고 한다. 10년 이상 흰 띠를 매고 있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지만 오늘 수련하다 끝낼 것이 아니라 평생 수련을 할 요량으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여유를 보이며 다음의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흔히 TV를 보여지는 매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악하고 바르지 못한 사람이 혼자 예쁜 척, 어진 척 미사여구를 잘 골라 사용한다 해서 그 사람이 진정 예쁘고 말 잘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말투를 사용해도 왠지 끌리고 호감이 가며 느낌이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는 그 사람이 평상시 수양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 살아야 TV에서도 잘 보여진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항상 마음자세를 가다듬고 살고 싶습니다.”



김영환 사범에게 배우는 장 기능 촉진시키는 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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