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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무엇에 중독돼 있을까?’ 자가진단법 & 원인 분석·치료법

인터넷중독,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쇼핑중독…

■ 기획·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 글·최은성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 도움말·신영철(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전문의) 정우균(회정의원 알코올중독 클리닉 원장)

입력 2002.11.11 10:21:00

우리사회가 심각한 중독증을 앓고 있다. 특히 인터넷 보급률이 최고 수준에 이르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에 빠져 직장이나 가정을 등한시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여성들은 쇼핑, 남성들은 알코올과 도박에 탐닉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중독증의 유형들과 그 원인, 치료법과 대책이 무엇인지 취재했다.
‘나도 무엇에 중독돼 있을까?’  자가진단법 & 원인 분석·치료법
근무시간에 틈만 나면 인터넷으로 채팅이나 게임을 하다가 여러 차례 경고를 받은 김모씨(38)는 올초 사이버 주식투자에 빠졌다가 결국 1억 여원의 빚을 져서 집을 팔아야 했다. 주부인 윤모씨(36)는 쇼핑중독에 빠져 카드 결제 대금만 3천 만원에 달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당했다.
최근 우리 사회가 심각한 중독증을 앓고 있다. 홈쇼핑중독으로 남편과의 잠자리에서도 쇼 호스트의 상품멘트가 아른거린다는 주부에서부터 사이버 채팅이나 게임에 빠져 직장을 때려치우는 샐러리맨까지. 여기에 범죄시돼 왔던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들도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표적인 중독의 유형
인터넷 중독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지나칠 정도로 인터넷에 몰두하는 인터넷 중독 현상 또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인터넷에 접속해있으면서 항상 몽롱함을 느끼고 환각증세, 원인불명의 무력감, 끝없는 환상에 도취되는 등 현실감을 잃은 무중력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
또 인터넷 채팅에 흠뻑 빠져들면서 실생활의 인간 관계에 무심해지고 단절되는 대인기피증에 걸리기도 한다. 실제로 초등학생부터 주부, 50~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한번 시작하면 자리를 뜨지 못하는 채팅 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천리안의 경우 하룻밤 사이에 개설되는 채팅망 수는 1만 여 개에 달하고 있으며 하루 채팅 시간이 20시간이 넘는 사람들도 있다. 채팅을 하다 즉석에서 약속을 정해 만남을 갖는 소위 번개팅족도 늘고 있다. 이런 번개팅을 통해 유부남, 유부녀가 불륜을 저지르거나 10대들과 원조교제를 갖는 등 인터넷 채팅이 탈선의 온상이 되고 있다.
채팅뿐 아니라 온라인 게임에 빠져 밤새워 게임을 즐기다 학교나 직장에 늦는 청소년이나 직장인들도 많다. 청소년들 중에는 게임 때문에 학교에 결석하는 경우까지 종종 생기고 있다. 요즘 게임들은 입체영상으로 돼있어 생생한 현실감을 전해줄 뿐 아니라 컴퓨터가 아닌 온라인 상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어 한번 시작하면 웬만한 의지력으로 끝내기 어렵다.
자가진단 체크 리스트
‘나도 무엇에 중독돼 있을까?’  자가진단법 & 원인 분석·치료법
아래항목을 체크한다. 항목에 5개 이상 ‘예’라고 대답한다면 인터넷 중독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의 상담을 필요로 한다.
●항상 인터넷에 대해 생각한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접속한다.
●인터넷 사용을 조절하거나 끊거나 줄이기 위해 반복적으로 노력하지만 항상 실패한다.
●인터넷 사용을 중지하거나 중단하려면 불안하고 우울하며 짜증나는 느낌을 받는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을 더 늘려야 만족스럽고 계획했던 일을 완수할 수 있다.
●중요한 인간관계나 직업, 교육, 경력상의 기회가 인터넷 때문에 위협을 받거나 위험 에 처한 적이 있다.
●자신이 인터넷에 빠져있다는 것을 주변사람들에게 감추거나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처한 문제나 불쾌한 기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한 적이 있다.
도박중독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중독 중 하나가 도박이다. 경마, 카지노, 인터넷 도박 등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국내에서 최근 성인 7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박중독에 대한 연구를 보면 전체의 4.1%가 병적으로 볼만큼 심각한 상태로 분류됐다. 특히 최근 내국인을 위한 카지노가 생기고 수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마다 경마, 경륜장이 생긴 현실을 보면 중독자의 수가 더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도박이 성행하고 있는데 접근이 쉽고 적절한 통제의 수단도 없을 뿐 아니라 실제로 돈이 나간다는 감각이 무디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후유증을 나을 수 있다.
도박중독은 병이다. 그냥 병이 아니고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정신질환.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사회는 아직 도박을 질병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단순한 습관의 문제나 본인의 의지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도박중독은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한다. 경제적 파산, 실직, 이혼과 같은 가정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도박중독자의 자살률도 월등히 높다.
자가진단 체크 리스트
다음 중 5개 이상 항목에 해당하면 도박중독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도박에 집착한다. 예를 들면 과거의 도박 경험을 계속 떠올리고, 돈을 걸었을 때 승산을 예상하거나 계획하며, 도박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항상 생각한다.
●도박을 할 때마다 돈의 액수가 점점 커진다.
●스스로 도박행동을 조절하거나 중지하려는 노력이 거듭 실패로 돌아간다.
●도박을 줄이거나 그만두려고 하면 안절부절하게 된다.
●무기력감, 죄책감, 불안감, 우울감 등과 같은 정신적 문제에 부딪쳤을 때 도박을 한다.
●도박으로 돈을 잃고 나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도박판으로 간다.
●자신이 도박에 빠져 있는 것을 숨기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기, 도둑질, 공금횡령과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른다.
●도박으로 인해 대인관계가 위태로워지거나 직업, 교육, 출세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도박으로 파탄한 경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린다.

알코올중독
술은 담배와 더불어 가장 많이 남용되는 물질이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즐겁고 유쾌하지만 그 양이 많아질수록 정신운동 기능이 저하된다. 만성적으로 알코올을 과다 복용하게 되면 심리적 문제나 대인 관계 및 의학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음주는 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한국은 음주에 대한 태도가 관대한 편이라서 알코올 중독자라 해도 심각한 가정파탄이나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면 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음주율이 높고 문제성 음주자나 폭음자가 많다. 대부분 10대 후반에 음주를 시작하고 30~35세에 가장 많이 술을 마신다. 현재 국내 인구의 22%가 알코올 중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은 필요 이상으로 음주를 해 건강이나 직업, 사회 생활에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주를 계속하는 경우를 말한다.
정신의학적으로 알코올 중독은 알코올에 대한 의존성이나 내성, 금단증상이 있는지를 평가해 판단한다. 즉 알코올이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기 때문에 알코올을 찾는다면 심리적으로 의존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예전에는 심리적 효과를 얻기 위해 소주 반 병이면 됐는데 이제 소주 두 세 병을 마셔야 하는 경우 내성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즉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물질의 양이 늘어나게 된 것. 또 술을 계속해서 마시다가 끊게 되면 신체의 불균형이 생겨 식은 땀, 손 떨림, 불면, 간질발작, 의식의 혼탁 등 금단증상이 생기게 된다. 이 정도가 되면 신체적으로도 의존돼있다고 봐야 한다.
자가진단 체크 리스트
아래항목을 체크한다. 최근 6개월 동안 다음 문항들에서 4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알코올 중독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자기 연민에 잘 빠지며 술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
●혼자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술 마신 다음날 해장술을 마신다.
●취기가 오르면 술을 계속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든다.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 생기면 참을 수가 없다.
●취중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6개월에 2회 이상 있다.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술이 해로웠다고 느낀다.
●술로 인해 직업과 관련한 일에서 손해를 본 적이 있었다.
●술로 인해 배우자가 나를 떠났거나 떠난다고 했다.
●술이 깨면 진땀, 손 떨림, 불안이나 좌절, 혹은 불면을 경험한다.
●술을 깨면서 몸이 떨리는 것을 경험하고 헛것을 보거나 헛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쇼핑중독
취미로 쇼핑을 하는 주부들이 꽤 많다. 하지만 취미 수준을 넘어 저렴한 옷이라도 1주일에 서너번은 사야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경우부터 한달 생활비에 맞먹는 고가의 옷을 카드로 척척 구입하는 경우까지 쇼핑중독의 증세를 보이는 주부들도 늘고 있다. 때문에 최근 아내의 쇼핑중독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에 의하면 국내에서 쇼핑중독에 빠진 경우를 전체의 6.6%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홈쇼핑의 등장 후 홈쇼핑 중독도 심상치 않다. 소비자보호원이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 정도가 심각한 홈쇼핑중독 위험집단으로 분류됐다. 계획에 없었으나 가격할인 때문에, 쇼호스트의 멘트에 자극 받아 구매한다는 경우도 18.1%나 되어 홈쇼핑의 경우 소비자의 충동구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진단 체크 리스트
아래 항목 중 2개 이상에 해당하면 쇼핑중독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하다.
●구입하는 돈의 액수가 점점 더 증가한다.
●자꾸만 쇼핑이 기다려지고 쇼핑할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
●친구나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쇼핑을 한다.
●쇼핑을 하지 않으면 화가 나거나 불안하다.
●불안이나 죄책감 등의 감정을 해소하거나 피하고 싶을 때 쇼핑을 한다.
●쇼핑 때문에 직업이나 중요한 대인관계를 잃을 뻔한 적이 있다.
●무리한 쇼핑 대금으로 돈을 빌리거나 카드대금이 연체된 적이 있다.
중독에 빠지는 이유
뇌질환
알코올, 도박 중독 등 중독은 악행이 아니라 뇌의 병으로 볼 수 있다. 생리학적으로 중독은 시상하부와 편도핵 등이 속한 변연계의 이상 때문에 생긴다. 특히 뇌에서 쾌락과 진통을 맡고 있는 쾌락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쾌락시스템은 자신이 원하는 자극이 없으면 침묵하고 특정자극이 생기면 다량의 쾌락물질을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꾸만 강한 자극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 즉 모든 중독은 두뇌 쾌락시스템이 고장이 나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가지 중독의 치료제가 다른 중독의 치료제로 쓰일 수도 있다.
선천적 질환
선천적으로 뇌 구조가 부실하거나 젖먹이 때 뇌 회로가 잘못 형성된 사람일수록 쾌락시스템이 고장 날 확률이 높아지며 이런 사람들은 중독 증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 욕구과다 특히 이룰 수 없는 꿈이 많은 사람,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 좌절감을 못 견디는 사람, 공주병 왕자병을 가진 사람, 왕따 등이 중독에 빠지기 쉽다.
좌절감, 박탈감의 회피도구
신경정신과 의사들은 중독 증상이 극단적인 좌절감이나 패배감에 휩싸인 사람들이 어느 한 곳에 몰두하면서 생긴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몇 십억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오히려 쇼핑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리적 반응
‘나도 무엇에 중독돼 있을까?’  자가진단법 & 원인 분석·치료법
어느 하나에 중독된 경우 대부분 다른 일상에는 흥미를 잃게 된다. 학생이나 직장인은 학업성적이나 근무에 소홀하게 되고 장래에 대한 관심이나 의욕이 떨어지며 일상의 친구들과도 멀어지게 된다. 이런 심리적 반응은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데, 가장 흔히 동반되는 질환이 우울증과 주의력 결핍, 대인공포, 대인기피증 등이다. 드물긴 하지만 완전히 현실감을 상실할 수도 있는데, 게임에 빠져 재미로 동생을 살해했던 중학생의 경우가 그 예다.
신체적 반응
인터넷중독은 안구 건조증이나 손목관절의 이상, 두통, 요통 등의 증상이 쉽게 생기고 알코올중독은 불규칙적 식사와 숙취로 인해 위장장애 및 영양의 결핍, 심한 경우 알코올성 치매, 환각, 환청 등의 금단 증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밤에는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낮 시간에는 졸음이 쏟아지는 등 생체 리듬이 불균형해지고 늘 피곤한 느낌을 갖게 되며 혈압과 맥박이 상승한다.
중독의 치료법
중독 치료의 시작은 자신이 중독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모든 중독의 치료법은 비슷하다. 우선 중독을 불러온 요소들을 알아낸 후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또 소외감이나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 같은 문제는 정신치료를 통해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독의 정도가 심한 경우 적절한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라면 일단 환자를 입원시킨 후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또 일부 병원에서는 알코올이나 약물, 도박 중독을 가진 환자들끼리 모임을 가지면서 서로의 치료를 돕고 있다.
중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알코올이나 도박의 경우 가장 심한데 이 경우는 재발방지에 초점을 맞춰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중독 치료에 있어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중독은 개인의 습관이나 성향이 아니라 일종의 병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도록 유도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따뜻한 마음으로 감시자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나도 무엇에 중독돼 있을까?’  자가진단법 & 원인 분석·치료법
활동하는 시간을 늘린다
운동은 활동량이 부족한 현대인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 평상시 걷기, 자전거 타기 등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을 적절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을 사용할 때도 50분에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데, 이때 스트레칭 등으로 굳은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현실에서의 대인관계를 돈독히 한다
사람들이 중독에 빠지는 가장 큰 요인은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인간관계의 의사소통 부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여 인간적인 유대를 쌓는다. 함께 운동을 하거나 외식, 나들이를 하는 것도 인간적인 신뢰를 쌓는데 효과적이다.
적절한 취미를 찾는다
사진 찍기, 봉사활동 등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릴 수도 있는 적절한 취미활동을 찾는다. 특히 정적인 것보다는 동적인 취미를 갖는 것이 잡다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성동아 2002년 11월 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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