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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컴백 인터뷰

3년 만에 영화 <이중간첩>으로 스크린 복귀한 한석규

“심은하가 돌아올 계기를 제가 만들고 싶습니다”

■ 기획·이영래 기자(laely@donga.com) ■ 글·고규대 ■ 사진제공·쿠앤필름

입력 2002.11.10 20:22:00

한석규가 99년 영화 <텔미썸딩> 이후 3년 만에 영화 <이중간첩>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아내의 셋째아이 임신 등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지난 3년간의 생활, 그리고 심은하, 고소영 등
동료 여배우에 대한 그의 평가까지 한석규가 직접 체코의 고도 프라하 촬영현장에서 털어놓은 이야기.
3년 만에 영화 으로 스크린 복귀한 한석규

한석규는 위장귀순한 이중간첩 림병호 역을 맡아 또 한번의 열연을 선보일 예정.

한석규(38)가 3년 만에 영화 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한석규는 그동안 영화 출연은 물론 언론과의 접촉도 없던 터라 그의 스크린 복귀는 그의 근황을 궁금해하던 영화팬들에게 반가운 뉴스가 되고 있다. 내년 1월경 개봉되는 영화 (감독 김현정)이 한석규의 복귀작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워낙 한석규의 모습을 기대했던 팬들이 많았던 터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발표된 티저 포스터의 홍보 문구도 ‘그가 돌아온다’이다.
‘돌아온’ 한석규를 지난 10월1일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체코의 프라하에서 만났다. 프라하는 족히 5백년의 풍상을 겪은 것 같은 고풍스러운 건물로 가득한 도시. 서울에서는 인터뷰는커녕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던 배우 한석규를 만나기 위해 20시간 가까운 거리를 날아가야 했다.
한석규는 영화 의 림병호 역에 푹 빠져 지낸 탓인지 까칠까칠한 피부에 텁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이동통신이나 커피 CF에서 보던 부드러운 모습은 이미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극중 간첩 림병호 같은 차가운 눈빛이 느껴졌다. 그래도 딱 부러지는 말투나 편안하게 허허거리는 웃음소리는 여전했다.
“프라하는 저도 처음이에요. 오자마자 집사람에게 프라하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했는데 체코 간다더니 프라하는 왜 갔냐고 묻더라고요(웃음).”
한석규는 그동안 별다른 활동 없이 조용히 지내왔다. 가끔 딸을 낳았다, 수재의연금을 냈다는 등의 짧은 소식들은 들렸지만 신문, 잡지, TV 등 언론매체를 통해 얼굴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혹시 인터뷰에 대해 기피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특별히 할 말이 없어요. 팬들도 알다시피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안하는 편이고요. 관객들도 그런 한석규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인터뷰는 안할 것 같은데…. 인터뷰를 하려고 하면 꾸며서 이야기한 게 아닌가, 아니면 너무 무슨 체한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서요. 사실 생각을 그대로 전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말하기보다 영화로 팬들과 대화하고 싶다는 그의 설명도, 또 그 완고함도 여전했다.
지난 3년 동안 한석규는 영화와 TV 대신 CF를 통해서 활동해왔다. 때문에 영화배우로서 활동도 안하고, 궁금해하는 팬들에게 근황조차 전하지 않으면서 오직 돈버는 데만 집중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팬에 대한 의무는 없고, 열매만 따 먹는 것 아니냐’는 이런 비난에 대해 그는 확고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다.
을 놓친 게 가장 아쉬워
“사실 광고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에요. 1년에 3∼4편 정도? 하지만 광고도 영화나 TV만큼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입, 관객과의 연결고리, 또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주잖아요. 그래서 광고도 영화를 선택하는 것 이상으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너무 ‘약지 않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은 그래요.”
에서 시작 그리고 전작 에 이르기까지 그는 로맨스 코미디, 느와르, 깡패영화, 멜로, 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왔다. 그리고 그 한편 한편은 한국 영화의 흐름과 맞물리며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 때문에 그에게 쏟아지는 치사 중 하나가 ‘한국 영화의 장르를 다양화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장르 개척자’로서 그의 역할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정도의 톱스타가 무려 3년이나 쉬었다는 것은 관객 입장에서든, 한국 영화계의 입장에서든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
“왜 쉬었는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제가 출연한 여덟 작품이 바로 제 영화관인데, 제 영화관에 맞는 작품을 기다리다 보니 3년이 지나갔어요.”
쉬는 공백 기간에도 그는 꾸준히 영화계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어떤 영화가 시작되든지 그의 이름은 늘 캐스팅 1순위로 꼽혔다. 그도 그럴 것이 한석규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고, 투자자를 찾는 것도 쉽기 때문이다.

“3년 동안 1백여편쯤 되는 것 같아요. 아니 한 40~50편일까? 읽은 것만 50편? 물론 형(힘픽쳐스 한선규 대표)이 검열, 아니 고르지만요. 항간에는 형의 간섭이 심하다는 말도 있는데, 형과 저는 영화관이 비슷해서 제가 많이 맡기는 편이에요. 일단 제의해온 시나리오는 끝까지 읽습니다. 영화 10편 가운데 8편은 흘러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추억에 남는 그 두편을 만들고 싶은 거죠. 이창동 감독의 은 제가 놓쳐서 너무 아쉽게 느끼는 작품이에요. 당시 과 비슷한 시기에 기획된 탓에 놓치고 말았죠.”
‘10편 중 8편은 흘러가는 영화’라는 말은 다른 영화인 입장에서 듣자면 무척 거북한 말이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용기, 어쩌면 오늘의 한석규가 있을 수 있는 것도 그런 자기 일에 대한 완고한 완벽주의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1백여편의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도 요지부동이던 그가 3년 만에 복귀를 결심한 영화 은 어떤 영화일까?
“80년대 남북상황을 배경으로 한 어느 사람의 일대기입니다. 톤은 낮지만 굉장히 강한 주제를 가지고 있어요. 지문과 대사에서 힘과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병호란 인물의 매력에도 빠졌고요.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한가지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다 좌절하는 인물입니다. 6~7년 전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씨 같은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림병호야말로 비슷한 인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까지 안하면 충무로를 떠나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단 며칠 만에 출연을 결정했죠.”
한석규의 스크린 복귀작 은 위장 귀순한 남파공작원 림병호가 남에서도 북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 이야기를 그린 대작이다. 기존의 남북관계를 다룬 영화들과 무엇이 다른가 물었다.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는 통일이 된 후에도 무궁무진한 영화적 소재로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영화가 이데올로기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은 신념이 강한 사람이 이상과 현실 속에 좌절을 겪는, 다시 말해 갈등적인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가 부정적인 시선에서 대결 구도를, 가 긍정적인 시선에서 화해를 담았다면 은 남쪽에 의해 희생되는 한 개인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다를까요?”
아무래도 3년 만의 복귀인 탓에 그는 많은 감정상의 기복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 하지만 천생 배우인 것을 어쩌랴. 촬영이 진행될수록 잡념은 사라지고 그냥 덤덤해졌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엔딩을 향해 달려갈 뿐”이란 생각으로 마음을 비웠다고 한다.
“전 5억원짜리 배우입니다(웃음)”
“아무래도 공작원이니깐, 또 사상 투철한 북한 군인 출신인 만큼 샤프하고 차가운 인물로 비쳐져야 했어요. 그런데 귀순자를 통해 북한무술을 배우다 보니 저절로 4∼5kg 정도 살이 빠지더라고요. 말투를 놓고 고민을 했었는데, 서울말을 쓰기로 해서 특별히 더 준비한 건 없었죠.”
한석규는 이번 배역을 맡은 이후 촬영에 들어가기 전 실제 남파공작원으로부터 3주 정도 실전 무술 훈련을 받기도 했다. 몸을 태워 말라보이게 만든 것도 림병호라는 배역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촬영에 들어간 이후에는 매일 시나리오를 한번씩 읽으면서 고치고 싶은 부분은 감독에게 물어보고, 서로간의 생각을 조율하기도 했다.
“신인 감독(김현정 감독은 이 작품이 데뷔작이다)과 작업한다고 해서 두려움은 없습니다. 워낙 제가 신인 감독들과 작품을 많이 해봤잖아요. 촬영감독과는 네번째 작품이고요. 스태프들도 충무로에서 최고 멤버입니다. 이런 팀으로 시원치 않게 만든다면 부끄러워해야죠. 적어도 ‘쓰레기 같은 영화’는 되지 않을 겁니다.”
더욱이 제작진이 자신의 영화관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서 촬영에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이번 영화에서 새로운 연기는 아마 없을 거예요. 한석규라는 배우의 틀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연기 변신을 하려고 노력해도 큰 변신은 없겠죠. 그래서 에서도 새로운 인물이나 새로운 연기는 없어요. 단지 새로운 소재의 이야기와 새로운 소재의 인물이 있을 뿐이죠.”
한석규는 이번 영화를 통해 영화 속에서 남한 내에 암약하는 여간첩 윤수미 역을 맡은 고소영과 가슴 시린 멜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석규와 고소영은 맥심 커피 CF를 통해 호흡을 맞춘 적은 있지만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3년 만에 영화 으로 스크린 복귀한 한석규
“호흡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요. 촬영장에서 작품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생각에 사적인 이야기를 더욱 많이 하는 편이죠. 연기자로서 고소영씨요? 음, 3년간 쉬면서 생각 많이 했어요. 연기를 잘하면 얼마나 잘하고 못하면 또 얼마나 못하겠는가 하고. 꼭 1등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그걸로 된다고 보거든요. 고소영씨도 오랜 경험이 있으니까 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
한석규는 영화 등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점차 한국영화계의 대들보가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송강호, 최민식 같은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펼치는 것을 보면 초조함이 없었을까?
“나름대로 밥그릇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 제 자리를 찾아서 일을 하는 거죠. 그만큼 남자 배우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서 좋다고 생각해요. 전 3년 동안 쉬면서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많아요. 이젠 편안해졌고, 제 위치에서 제가 해야 할 것을 충분히 정리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반면 여배우 기근은 걱정이 돼요. 그런 의미에서 심은하가 복귀하길 저도 바랍니다. 심은하가 훌훌 털어버리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 빗장을 푸는 계기를 제가 마련했으면 하고, 어떤 식으로든 기회가 닿는다면 같이 연기를 하고 싶어요. 사실 저희 형을 통해 심은하에게 시나리오를 건넨 적도 있습니다.”
한석규는 한국 영화에서 가장 고액의 개런티를 받는 배우다. 한국 영화가 고액의 배우 개런티에 묶여 발전이 더디다는 비판이 나올 당시 국민배우 안성기는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자신의 개런티를 고정시켰던 적이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매번 한계치를 갱신하는 그의 개런티 또한 구설의 개연성이 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4억5천만원+α’라는 파격적인 개런티를 받았다.
“비행기를 타고 오다 기사를 봤어요. 배우들의 고액 개런티가 한국영화계에 위기를 몰고 올 거라는 기사였는데, 전 영화시장이 점차 커져서 개런티가 더 올랐으면 좋겠어요. 이건 농담인데, 전 5억원짜리입니다(웃음). 어찌됐건 저는 합당하다고 봐요. 조금 건방진 말이지만 저는 받은 가격 이상으로 투자자에게 돌려드릴 생각입니다. 그렇게 안되면 자연스럽게 제 개런티도 내리막을 걷지 않겠어요? 물론 언젠가는 내리막이 있는 거지만요. 돈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요. 돈을 생각하면 돈의 노예가 된다는 말을 믿거든요. 사실 개런티 부분은 형이 관여하는 부분이라 잘 몰라요. 대신 저는 영화에 대해서 까다롭죠.”
역시 한석규답게 정면 돌파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시장 원리에 충실하면 되지, 그 이상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가 한국영화에 정착시킨 러닝 개런티 제도 또한 좋은 대안의 하나다. 그는 이번에도 역시 개런티 이외에 런닝 개런티를 보장받았다. 손익분기점을 넘을 경우 관객 1인당 5백원.
셋째 가졌다는 소식 전해
그리고 ‘돈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한석규의 말은 허언만은 아닐 듯싶다. 실제로 돈을 따른다면 광고 출연을 많이 하겠지만 사실 그는 광고에 자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한 의류업체와는 그동안의 인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액수로 모델 계약을 맺은 적도 있다.
사생활 공개에 인색한 한석규는 인터뷰 말미에 자신의 가정사를 살짝 공개했다. 한달 전 부인 임명주씨(36)가 셋째아이를 가졌다는 것이다. 한석규는 4형제인데, 모두 딸만 낳고 아들을 낳지 못했다. 때문에 현재 네살, 두살 난 두 딸만 있는 한석규가 혹시 아들을 낳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그건 본인만 알 문제.
이날 한석규는 오랜만에 인터뷰 자리에 나선 터라 대답하기 곤란한, 혹은 어려운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예의 허허거리는 큰 웃음을 터뜨리며 때론 자신감 있게, 때론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신비주의다, 까다롭다 등 세간의 편협된 시선에도 불구하고 사생활을 지키겠다는 그의 의지는 단호해보였다.
사적인 인물보다는 영화배우로서, 말보다는 연기로 평가받고 싶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한석규. 내년 1월 영화 을 통해 그가 우리에게 어떤 ‘추억’을 남겨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여성동아 2002년 11월 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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