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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스타들의 소박한 밥상 ⑤

주부 대상 인기 강사 정덕희

“김치볶음밥 하나를 만들때도 자기만의 아이디어와 센스를 발휘해보세요”

■ 기획&글·함영주 ■ 사진·최문갑 기자

입력 2002.10.09 12:32:00

“사랑하소서∼”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여자 정덕희.
강단에 서서 사람들과 호흡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그만큼의 행복으로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 때를 꼽는다. 이 땅의 모든 ‘가정경영사’들을 위해 그가 앞치마를 두른 채 음식강좌에 나섰다.
주부 대상 인기 강사 정덕희
톡톡 튀는 여성학 강의로 장안에 화제가 되었던 정덕희 교수(49). 우아하게 틀어올린 머리에 롱 원피스… 강연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의 그가 일명 ‘이희호여사 커피’를 권한다. 프림과 설탕을 팍팍 넣은 다방커피를 그렇게 부른다며 유쾌한 설명을 늘어놓는 모습이 역시 정덕희답다.
TV에서는 활동이 뜸하지만, 강연으로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가 얼마 전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을 위해 잠시 시간을 냈다.
“우리 집은 각자 알아서 챙겨먹고 다니는 편이에요. 그런데 김치볶음밥만큼은 제가 직접 만들어줘요. 우리 아들이 엄마가 만들어준 김치볶음밥이 제일 맛있다나요. 찬밥이나 신 김치, 먹다 남은 반찬 처치할 때도 김치볶음밥만큼 좋은 메뉴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주 해먹죠.”
정덕희표 김치볶음밥의 특징은 달걀지단을 넓적하게 부쳐 오므라이스 식으로 마무리한다는 것. 이를테면 김치볶음밥과 오므라이스가 어우러진 퓨전이다. 달걀지단이 먹음직스럽게 덮인 김치볶음밥 한 접시가 완성되자 이내 케첩병을 들고 그럴싸한 모양의 하트와 J라는 이니셜을 새겨 넣는다.
“좋았어∼, 내가 원하는 딱 그 모양이야.”
쾌재를 부르는 정덕희.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데커레이션까지 완벽하게 끝낸 김치볶음밥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맛도 맛이지만 그의 아들이 엄마가 만들어준 김치볶음밥을 가장 좋아한다는 이유를 알 만하다.
이처럼 일상에서 흔히 만들어 먹는 평범한 음식에도 아이디어와 센스를 발휘해보자는 것이 그의 주장. 그렇다보니 자녀를 기르는 동안 그의 도시락은 늘 반짝 아이디어가 빛났다.
“살림에도 프로의식이 필요해요”
“딸아이가 수능시험을 볼 때였어요. 내가 이렇게 긴장되는데 딸아이는 어떨까 싶더군요. 그래서 점심시간에라도 긴장을 풀어주고 싶어 도시락을 어떻게 쌀까 연구를 했죠. 결과는 빅히트였어요. 흰 쌀밥 위에 흑미로 하트 장식을 했거든요. 종이를 하트모양으로 오려서 흰밥 위에 얹고, 그 위에 검은 밥을 올린 다음 종이만 싹 빼낸 거죠. 도시락을 열어보고, 딸아이 말로는 그야말로 ‘감동의 물결’이었대요. 아이가 재수를 해서 이듬해 시험볼 때엔 완두콩을 이용해 초록색 네잎 크로바를 만들었죠.”
“전 주부라는 말을 안 써요. 대신 ‘가정경영사’라고 얘길 하죠. 고유명사라고 할지라도 주부라는 말이 여자들에게 프로의식을 못 갖게 만들거든요. 아름다운 가정을 만드는 직업도 아주 괜찮은 직업이에요. 그러니까 음식 하나를 만들더라도 프로근성을 갖고, 누구보다 잘하고, 맛있게 할 수 있는 가정경영사가 되자는 거예요. 음식은 정성이고 경륜인 것 같아요. 음식을 참 잘하는 주부가 있었는데 취직을 한다니까 아이들이 말렸다잖아요. 엄마는 지금 월급 7백만원짜리라고 말이죠.”
직업은 속일 수가 없는 모양이다. 앞치마를 두르고도 여성들의 프로의식과 주체성을 강조하는 정덕희. 어느새 여성학 강의를 할 때와 같은 말투와 제스처로 분위기를 사로잡는다.
그는 서른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오로지 살림밖에 모르고 살던 여자. 가난하게 자라서 부잣집에 시집온 탓에 시집살이도 만만치 않았다.
“시집식구들을 많이 어려워했어요. 임신했을 때는 어찌나 먹성이 좋아지던지, 나중에는 눈치가 보여 못 먹겠더군요. 지금도 기억나는 게 초봄에 어머니가 열무김치를 해놓으셨는데, 거기에 밥을 비벼먹으면 그렇게 맛있는 거예요. 한번은 식사한 지 얼마 안 돼 또 당기는데, 대놓고 먹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거실에 식구들 없을 때 몰래 비벼 갖고 방으로 가져와서 먹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열무김치하면 어린 시절의 향수가 떠오르기도 한다.
“옛날에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우물물이 냉장고였어요. 엄마는 온갖 김치를 만들어서 마당에 있는 우물물에 담가놓곤 하셨는데, 그 우물물에 담가둔 열무김치를 꺼내먹으면, 아고∼ 말도 마유. 얼마나 맛있는지….”

시집에 들어가 사는 동안에는 실수도 많았다. 한번은 불 위에 미역국을 올려놓았다고 당부를 하고는 시어머니께서 외출을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불 위에 올린 미역국을 까맣게 잊고, 남편과 밀어의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미역국을 다 졸게 만들었다.
“그때 어머니랑 살면서 음식 만드는 거며 살림하는 요령을 많이 배웠는데, 음식을 장만할 일이 있으면 어머니는 필요한 양념과 재료를 며칠 전부터 미리 준비하곤 하셨어요. 그렇게 하면 훨씬 덜 번거롭더라고요. 또 북어머리를 따로 모아두었다가 국물 낼 때 쓰곤 했는데, 그 맛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어요. 아마 우리 집만큼 북어머리를 귀하게 대접해주는 곳도 없었을 거예요(웃음).”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솜씨 중 가장 손꼽을만한 것이 탕국이다. 여느 집에서는 제상에나 올리는 탕국이 정덕희씨네 집에서는 별미 중 별미란다. 특히 무가 맛있는 겨울에는 이 탕국만한 보약이 없다고.
“무를 듬성듬성 썰어 넣고 우려낸 국물에 사태고기와 북어, 다시마를 넣고 푹 고는 거예요. 마지막에 두부를 썰어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하는데, 그야말로 진국이죠. 추석 때는 여기에 토란을 집어넣고, 먹을 때 고사리나 도라지, 숙주나물 등을 넣어서 밥 말아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히지요.”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전업주부로 살았던 만큼 살림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다는 정덕희씨. 하지만 전문강사로 활동한 후, 처음에는 일과 살림, 모두 잘하려는 욕심에 몸살도 여러 번 났었다고. 그러면서 나름의 노하우와 지혜를 터득했다고 한다.
“파는 어슷썰기와 잘게 썰기를 해서 보관해두었다가 음식에 따라 사용하고, 마늘은 다져서 냉동실에 얼려두고 사용해요. 국은 한번 끓일 때 양을 넉넉히 해서 끓이는 편이데, 냉장고에 넣어두고 조금씩 덜어서 데워먹는 식이에요. 작은 뚝배기에 국하고 찬밥 남은 걸 함께 넣고 끓이면 별미 국밥이 되죠. 아침에는 이렇게 자주 해먹어요.”
밥을 지을 때도 빨리, 맛있게 지을 수 있는 그만의 비법이 있다고 한다. 우선, 뚝배기가 필수. 어릴 때부터 친정어머니가 해주신 뚝배기 밥맛에 익숙한 탓에 밥을 지을 때 그는 꼭 뚝배기를 사용한다.
“뚝배기에 씻어놓은 쌀과 물을 약간만 넣어 불 위에 올려놓고, 한쪽에서는 물을 끓이는 거예요. 끓인 뜨거운 물을 뚝배기에 부어서 밥을 지으면 20분이면 충분해요. 밥맛 좋지, 빨리 되지, 거기다 누룽지까지 생기지, 그야말로 일석삼조라니까요.”
‘영양가 있는 웃음’을 사정없이 던져주는 강사로 인기 만점인 그는 방방곡곡에 자신을 추종하는 아줌마팬들이 많다고 자랑이다.
“장맛 좋은 집에 갔을 때, ‘너무 맛있당∼’한마디만 해도 된장이고, 간장이고 마구 퍼주세요. 그래서 저희 집엔 맛 좋은 재래식 장이 떨어질 줄 몰라요. 장 담그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닌데, 이렇게 염치없이 팬들한테 죄다 얻어먹어요. 이런 걸 보면 세상은 참 따뜻해요.”
돌아가신 조상들한테 사랑을 받기 위해, 제사 때 빈대떡 한장을 부쳐도 온갖 정성을 들였다는 정덕희. 이렇게 욕심 많고, 작은 것에도 최선을 다했기에 지금의 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도 전국의 ‘가정경영사’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열심히 살림하는 그대여, 행복하소서∼”


여성동아 2002년 10월 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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