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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인물 & 화제 | 발명이 좋아요

15개 발명상 받은 열세살 ‘발명 천재’ 신희택

“노벨상 받는 최초의 한국인 과학자 되고 싶어요”

■ 글·최영철 ■ 사진·조영철 기자

2002. 10. 08

13세 소년이 세계 최초로 ‘달나이표’를 만들어 화제다. ‘꼬마 발명왕’ 신희택군이 바로 그 주인공. 신군은 초등학교 시절에만 15개의 발명상을 받았고 그중 특허를 신청한 발명품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참가한 발명캠프를 계기로 ‘발명 천재’로 거듭난 신군은 날씨와 관계 없이 달의 모양을 알 수 있는 ‘달나이표’를 만드는 쾌거를 이뤘다. 신군의 발명 사랑 이야기를 들어본다.

15개 발명상 받은 열세살 ‘발명 천재’ 신희택

‘꼬마 발명왕.’ 경기도 평택시 송탄중학교 1학년 신희택군(13)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신군이 초등학교 시절 받은 발명상만 15개. 그중에는 특허를 신청한 발명품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발명을 시작했으니 적어도 3개월에 한번씩은 발명품을 출품하고 상을 탄 셈이다.
비록 열세살밖에 안됐지만 신군에게는 벌써 발명가다운 면모가 보인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학교 발명실로 달려가거나 집의 작업대에 앉아 밤을 새워 뚝딱거리는 모습에선 아이답지 않은 진지한 열정이 엿보인다. 워낙 좋아하는 일이라 피곤한 줄도 모른다. 완성한 발명품을 바라보면 시험에서 1백점 받았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다는 신군. 3년 사이 만든 발명품으로 자신의 방이 가득 차자 모교인 지장초등학교에 이를 기증했다. 모두 후배들을 위해서다.
“뭐, 별로 아깝지도 않아요.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고, 그것들은 나의 발명 인생에 습작품과 같으니까요. 그리고 후배들이 제 작품을 영원히 본다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고요.”
이런 신군도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발명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평범한 초등학생이었다. 그러던 신군이 갑자기 ‘발명 천재’로 거듭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발명캠프에 참가하면서부터. 평소 샘이 많던 신군은 발명캠프에 참가한 다른 친구들의 발명품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캠프에서 돌아온 후 바로 학교 발명반에 들어간 그는 신들린 듯 발명을 시작했다.
“사실 발명이 뭔지도 몰랐죠. 다만 캠프에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친구들을 보고 너무 부러운 나머지, 나도 꼭 저런 발명품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생각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어요. 우선 생활에서 제가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을 고치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발명을 시작하면서 ‘덜렁이’이라는 별명도 사라졌다. 발명을 시작한 후 주위에 펼쳐진 사물과 스쳐 지나는 일들 하나하나가 모두 그냥 보이지 않았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꼼꼼히 정리하다 보니 성격도 내향적으로 변해갔다. 차분하고 진지한 모습이 체구는 작지만 신중한 성인 발명가를 연상케 할 정도.
신군의 발명 열병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귀신 소동에 빠뜨린 해프닝은 신군의 발명에 대한 집념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4학년 겨울 방학 때의 일이다.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간편한 손난로를 만들려고 발명반에 남아서 늦게까지 일을 했어요. 그런데 학교를 순시하던 수위 아저씨가 저를 귀신으로 착각하고 학교에 소문을 냈지 뭐예요. 추운 겨울에다, 그것도 밤늦은 시간에 저 같은 꼬마가 남아서 일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겠지요. 어쨌든 나중에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렀어요.”
하지만 신군의 이런 발명 욕구는 곧 이론적인 한계에 부딪힌다. 일주일 1~2시간밖에 없는 과학시간은 그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없었다. 고민하던 그는 역시 학교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 나갔다. 선생님들을 물고 늘어진 것.
“모르면 물어라, 선생님이 모르면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 줄 것이다.”
그후 신군은 교감선생님께 과학이론에 대해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고, 이것저것 물어대는 그의 질문에 오히려 선생님들이 손사래를 칠 정도였다.
‘좀더 안전한 사다리는 없을까’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촛대는?’ ‘까치가 앉을 수 없는 전선줄은?’ 신군의 발명은 생활 주변으로 파고들었다. 호기심과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꼼꼼히 적어둔 수첩은 몇 권의 ‘발명수첩’으로 남았다. 그의 발명수첩에는 미래에 자신이 발명해야 할 목록이 빽빽이 정리돼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비공개’가 원칙. 그래도 보여달라고 재촉해 슬쩍 본 수첩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것들이 쓰여 있다.
“바다의 바닥을 청소하는 기계는 없을까” “자동으로 이를 청소해주는 이쑤시개, 끝에 거울이 달린 이쑤시개는 없을까” 등등.

꼬마 발명가 신군에게 역시 가장 어려운 일은 발명 재료 구하기. 무엇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도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호응을 하던 부모님도 신군이 발명에만 관심을 두자 도와주고 싶지 않은 눈치가 역력했다. 이때 그를 어려움에서 구해낸 것이 바로 청계천 상가. 대한민국에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청계천은 발명가에겐 보물 창고와 마찬가지였다. 청계천에도 없으면 인터넷을 이용했지만 13세 꼬마에게 발명이란 역시 쉽지 않은 일. 특히 집에서 혼자 발명품을 만들 때는 더욱 그랬다. 어차피 용돈을 아껴서 재료를 사야 했으므로 먹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은 포기해야 했다.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어린이 회장에도 출마해 회장 생활을 했고 학교 공부도 열심히 했죠. 그랬더니 부모님 역시 저를 지원해 주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신군은 밤하늘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매일 변해가는 달 모양을 밤하늘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평소 달과 별을 좋아했던 신군은 비가 오는 날이 가장 싫었다. 매일 변하는 달의 모양을 보는 것이 신군에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기 때문. 학교 선생님께 여쭤보기도 하고 과학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이메일도 보내봤지만 명쾌한 대답을 들을 순 없었다.
비밀은 뜻하지 않게 풀렸다. 학교 과학실 벽에 걸린 ‘별자리표’를 보는 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 신군은 별자리 대신 달을 그려 넣고 달에도 나이(월령)가 있다는 것을 참고해 ‘달나이표’를 만들어냈다. 날씨에 관계없이 아무때나 달의 모양을 알 수 있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세계 최초의 발명품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신군은 ‘달나이표’로 특허청 주최 대한민국 학생발명전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그후 제1회 경기 학생대상 초등학교 과학·발명 분야 교육감상,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 등 출품만 하면 모두 입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신군의 발명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마침 신군이 배정된 학교는 평택시 4개 중학교 중 전국 학생 발명대회를 휩쓸며 ‘발명 학교’라 불리는 송탄중학교였던 것. 송탄중학교는 발명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신지식인 학교로 지정될 만큼 우수한 교사와 학생들이 포진한 곳이다. 심지어 학부형들까지 나서 어머니 발명모임을 따로 만들고 출품전을 가질 정도니 이 학교의 발명 열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신군은 1학년은 발명반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규칙을 알고 입학 후 몇달 동안 실의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학교측과 발명반 선배들이 1학년인 신군을 특별히 발명반에 끼워주고 출품 자격까지 주기로 하자 최근 다시 발명을 시작했다. 중학교에 올라와 첫 대회에서 개인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송탄중학교 발명반은 올해 5월에 열린 전국 학생발명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간 신군에겐 요즘 큰 고민이 하나 생겼다. 자신이 좋아하는 발명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자신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과학고등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 발명대회에서 입상한 성적은 과학고 입학에 참고는 되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학교 성적. 그렇다 보니 신군은 요즘 학업에 충실하느라 발명에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제가 정말로 만들고 싶은 것은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이에요. 하지만 아직 실력이 안되나 봐요. 제가 성장하는 만큼 제 발명품도 발전하겠지요. 꼭 노벨상을 받는 최초의 한국인 과학자가 되겠습니다.”
‘꼬마 발명왕’ 신희택군은 이제 진정한 과학자가 되기 위한 걸음마를 내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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